은퇴 후 괴물 플레이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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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겸]
작품등록일 :
2024.07.2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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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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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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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시작(4)

DUMMY

집에 도착하니 은하, 예나, 현준 셋이 상다리 부러지게 배달 음식들을 술들과 함께 세팅해 놨었다.


“왔어?”


“그래. 왔다. 좀 씻고 올게.”


나는 곧장 샤워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나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현준 옆에 앉았다.


식탁에는 현준의 최애 치킨부터 시작해, 족발, 탕수육, 삼겹살, 회, 탕, 꼬치, 각종 볶음 요리 등등 몸에 안 좋은 것부터 시작해 좋은 것?까지 없는 게 없어 보였다.


“쏘맥?”


“그래. 쏘맥. 함 말아봐라.”


현준은 자기만의 특별한 비율로 소주와 맥주를 섞고 숟가락을 컵바닥에 탁 찍어 촤아아– 크림 맥주를 만든다.


“자.”


쏘맥을 받고.


“잔 하자.”


“건배사도 해. 청바지 같은 거.”


“청바지? 무슨 청바지? 암튼 이 새낀 맨날 이상한 거 배워와가지곤. 그냥 마셔. 잔.”


잔!


잔 하자마자 원샷을 때렸다.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맛이었다.


“크-! 이 맛이지!”


그런 내 모습을 허은하가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듯이 감탄하며 쳐다봤다.


“와 진짜 그 좋아하는 걸 어떻게 참았데?”


축구 할 때는 술을 잘 안 마셨는데, 재활하면서 즐기게 됐었다. 그땐 진심 중독 된듯 1일 최소 2병씩 먹었다. 건강한 간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했다.


“할 땐 해야지.”


“얼–“


“뭐 이 정도야.”


다들 내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야 일단 좀 먹자. 배고파 뒤지겠다.”


너무나 배고팠기에 삼겹살 몇 점을 한 번에 움큼 집는다. 그런 나를 보며 예나는 싱긋 우리 어머니 같은 자애로운 미솔 짓는다.


“천천히 먹어. 많이 있으니까.”


말투도 어머니 같다.


오늘따라 많이 이상했다.


“언니. 오빠가 무슨 애도 아니고. 설마 체하겠어?”


그래. 내가 무슨 네 애도 아니고.


“안 먹다가 갑자기 먹으면 체할 수도 있어.”


그런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고 말하려 하는데, 현준이가 선수를 친다.


“예나야. 저 녀석 위가 얼마나 대단한데, 걱정할 걸 걱정해라.”


현준의 말이 맞았다. 내 위는 진심 대단했다. 예전 운동할 때만 하더라도 한 끼에 3인분씩 먹었으니 말이다. 현재도 2인분씩은 먹고 말이다.


그러니 현준이 말이 맞다고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내며 우걱우걱– 힘차게 턱을 움직였다.


“다들 어서 먹어. 난 괜찮으니까.”


그렇게 한참 먹다가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껴 젓가락을 쉬자 기다렸다는 듯이 예나가 나에게 묻는다.


“동대륙으로 간다고 했지?”


“어. 무武와 협俠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아시아인이면 동대륙이지 하는 쓸데없는 말 따윈 뺀다. 어찌 됐든 두 사람은 서대륙 플레이어였으니까.


“아쉽네. 서대륙에서 같이하면 좋을 텐데.”


“그래. 동대륙은 무슨. 그냥 서대륙에서 해. 서대륙에서 하면 랭커 둘이 태워주는 버스 타고 편하게 가기만 하면 된다고. 동대륙은 버스 태워주기 너무 힘들어. 사막 건너기가 빡세도 너무 빡세. 은하 때 우리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그 말을 듣자 허은하가 현준을 무시무시하게 째려봐서, 현준은 뒤늦게 헛기침을 하며 모르는 척 딴청을 부렸다.


‘하긴 빡세겠지.’


서대륙은 워프라는 유물로 도시 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대륙 간 이동과 동대륙 내에서의 이동은 달랐다. 서대륙을 벗어나면 유물 워프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서대륙에서 동대륙으로 가려면 최소 한 달은 잡고 직접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두 대륙 사이에 위치한 절망의 사막이라 불리는 라마칸 사막 때문이었다.


라마칸 사막은 여러가지로 대단히 악명이 높았는데, 그 사악한 거리도 악명에 한몫했었지만, 녹아 흐를 것만 같은 지옥 같은 햇볕과 그와는 정반대로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차가운 밤공기도 악명에 한몫 했었다. 물론 쉴새 없이 나타나 괴롭히는 몬스터들은 덤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라마칸 사막을 건널 생각조차 못했다. 랭커 근처라도 가야 도전을 했지.


다시 말해 서대륙 플레이어가 동대륙 플레이어 버스 태워주는 건 정말 많은 걸 포기하고 큰맘 먹고 도와주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없는 일이라고 보면 됐다.


“······”


박현준 저 녀석은 버스 한 번 태워주고 평생 거들먹거릴 게 눈에 뻔히 보였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박현준 이 자식은 랭커도 아니었다. 랭커는 97위인 이예나 혼자였다. 박현준의 순위는 저어기 안드로메다 쯤에 있었다. 허은하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당분간은 진짜 랭커인 줄 알고 우러러볼 뻔했다.


랭커라고 구라친 게 괘씸했다. 순간 빡이 쳐 랭커 구라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한다.


“야이 랭커는 개뿔. 너 랭커도 아니잖아. 어디 랭커 따까리가 랭커인 척을 하나?”


갑작스런 말에 당황해 먹던 치킨도 놓치고 빽 하고 소리친다.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너 십만 따리라며?”


“십만 따리는 무슨! 나, 나도 곧 랭커라고!”


“아 네. 십만 따리 말 잘 들었구요.”


“아니라고! 십만 따리!”


발악하는 현준을 보며 쯧쯧 혀를 찬다.


“야 아무튼 버스 안 태워줘도 돼. 난 그냥 은하한테 대충 받기만 하면 돼.”


“아니! 랭커가 친히 도와준다는데?!”


무시하고 술 한잔 따라준다.


“닥치고 먹어. 랭커 구라인.”


일단 먹을 걸로 입을 닥치게 만든다.


‘허은하한테만 받아도 충분해.’


허은하한테 시작할 때 돈도 좀 받고 무기도 좀 받고 무공도 대충 좀 받고, 딱 그정도만 받고 시작할 생각이었다. 용돈도 주고 집도 사주고 캡슐도 최신식 최고사양으로 새로 사줬으니 이 정도는 좀 받아도 됐다.


“그리고 이 게임 보니까 특성만 좋으면 끝이더구만.”


그랬다. 이 게임은 [특성]이 진짜 처음이자 끝이었다.


서대륙이든 동대륙이든 [특성]만 좋으면 알아서 고수가 찾아온다고 했다. 자기 제자 하라고.


‘막 은거하던 전대 천하제일인이 찾아오는 거 아냐? 흐흐-’


[천무지체], [검성], [투신], [천강성] 막 이런 거 뜨면 알아서들 찾아와 매달릴 거다. 그 날을 상상하니 절로 광대가 승천한다. 솟아오르는 광대를 자제하며 말한다.


“내가 한 달 동안 왜 고생했는데. 그놈의 특성 때문인데. 특성만 받으면 알아서 고수들이 찾아올 거니 괜찮아. 버스 없어도 돼.”


“······하긴 너 같은 애가 특성이 잘 나오긴 하지······ 재수 없긴 하지만······”


“하지만 너무 자만하면 안돼요. 격투기 선수 중에 이상한 거 나오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맞아. 자만하지 말라고 허은호.”


훗-


어줍잖은 견제에 비웃음만 나온다.


이 사기적인 육체와 4년 전 사고로 이미 액땜을 한 나는 무적이었다. 모든 걸 갖췄다는 의미다.


“야야 너네들도 잘 나왔잖아. 견제는 그만하고 먹기나 하자. 자 잔.”


박현준은 [특성 – 사이클론(A)]를, 이예나는 [특성 - 눈의여왕(S)], 허은하는 [특성 – 창연蒼燕(A)]이었다.


그래. 걱정할 거 없다. 난 내 SSS급 [특성]을 위한 모든 걸 갖췄으니.


걱정할 거 전혀 없었다.


***


푹 자고 캡슐을 열었다.


“긴장하지 말고 잘해.”


허은하의 츤츤대는 응원을 들으며 피식 웃는다.


“걱정마셔. 알아서 잘할 테니까. 넌 그냥 내가 말한 거나 잘 준비해와.”


“흥! 싫은데?!”


“그래? 그럼 캡슐 팔아야지. 중고나라에.”


“뭐어?!”


“이따 봐~”


“야이 허은–“


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무시하고 캡슐에 들어가 브레인 커넥터를 쓰고 캡슐을 닫는다. 곧바로 시작 버튼을 누른다.


우웅–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깜빡 감았다 뜨자.


우주 공간에 있는 듯한 은은한 반짝임을 두른 공간 안에 내가 있었다.


‘대단한데?’


진짜 우주 공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때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나며 무감정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초의 세계 에덴에 접속 하시겠습니까?]


주저하지 않고 “예.”라고 말한다.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신규 개정을 생성 하시겠습니까?]


다시 “예.”


그러자 게임을 하기에 앞서 동의해야 할 조항들이 나왔고 나는 역시 “모두 동의합니다.”라고 답했다.


[외형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만 변형이 가능합니다. 변형 하시겠습니까?]


이 게임은 이름과 현실에서의 외모 변화를 막았었다. 범죄 때문에 그랬다. 그래서 알려진 범죄자들은 에덴에서 플레이하기 쉽지 않았었다.


“아니요.”


나는 내 외모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고 대단히 만족했다. 굳이 고칠 필요를 못 느꼈다.


내 대답에 시스템은 에덴을 시작할 내 캐릭터 모습을 보여줬다.


두 가지 컨셉이 있었는데, 하나는 판타지, 또 하나는 무협이었다. 판타지는 싸구려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고 무협은 또 싸구려 감색 무복을 입고 있다. 처음이니 그러려나 한다.


‘음 그래도 뭐.’


둘 다 어두운 색이라 깔끔해 보이긴 했다. 나는 무림에 갈 거기에 무협 컨셉을 선택한다.


[태초의 세계 에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허은호님을 위한 튜토리얼을 시작하겠습니다.]


번쩍 빛이 퍼져 나가더니 새로운 공간에 있음을 깨달았다.


한없이 푸른 하늘 아래 스쳐가는 바람과 상쾌한 공기. 그리고 마치 현실 세계에서 진짜 내가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까지, 현실 같으면서도 비현실 같은 느낌이었다.


손과 발을 시작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괜히 호들갑 떠는 게 아니었네.’


진짜 내 몸 같았다.


‘현실 보다 좀 약해 보이긴 하지만.’


물론 레벨 1이라 내 육체적 능력은 하락했을 거다.


‘뭐 무릎만 괜찮다면.’


그래도 무릎은 정상일 거다. 그렇다면 다시 올리면 됐다.


그렇게 새로운 몸을 만끽하고 있을 때 눈앞에 반투명 창과 아까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튜토리얼에서는 레벨 10까지의 플레이어의 플레이, 즉 내용과 기량을 평가합니다.]


[그럼 허은호님의 위명이 에덴에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가상현실게임의 기본이자 시작인 [상태창]을 열어 본다.




이름 : 허은호

레벨 : 1

특성 : 없음

직업 : 무직

칭호 : 없음

업적 : 없음


힘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혜 : 10, 운 : 10

보유 포인트 : 0


스킬 :



‘신기하긴 하네.’


현실 같은 세상 속에 진짜 게임처럼 내 능력치를 객관화한 [상태창]이 나오니 신기하긴 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분수대 앞에서 시작했는데, 분수대도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서쪽은 서양풍의, 동쪽은 동양풍의 도시 건물들이 형형색색 아기자기하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에덴에서 유일하게 동서양이 융합된 뉴비들의 도시 SP4412이었다.


그 도시 중앙 분수대에서 모든 뉴비들이 시작했다.


‘확실히 한국인들이 많네.’


각 나라마다 뉴비들의 도시 SP4412이 있었다. 그 나라 안에서 플레이를 시작하면 그 나라 고유의 SP4412에서 시작했다. 레벨 10이 넘어 튜토리얼를 끝내야만 그제야 전세계 플레이어들과 각 대륙에서 자유로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엔 나 같이 방금 시작한 뉴비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물론 지금 막 시작한 뉴비가 아닌 사람들도 보이긴 했는데, 튜토리얼 시기라 그런지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인다.


그때였다. 내 바로 옆 동글동글한 두 사람이 갑자기 소리쳤다.


“와 진짜 신기하긴 하다!”


“그러게 진짜 살아있는 거 같아!”


“완전 재밌을 듯! 빨리 튜토리얼 끝내고 싶다!”


“직업은 뭐 고르게?!”


“난 마법사! 홍염의 지배자! 어때?! 개쩔지?!”


“오 쩌는데?! 그럼 난 무당파에 들어가서 검의 황제가 될래! 무당검제! 무당검제 어때?”


미안하지만 넉넉한 풍체 때문에 ‘홍염의 지배자’ 보다는 ‘홍합의 지배자’가.


그리고 ‘무당검제’ 보다는 알록달록 귀여운 ‘무당벌레’가 떠올랐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듯했다. 주변 플레이어들 모두 이 뉴비 둘을 보고는 피식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던가 말던가 그 둘은 신이 나서 소리친다.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맞아! 할 수 있어!”


“······”


많이 병맛이긴 했다. 하지만 이해도 갔다. 나도 이 들뜬 기분을 주체하기 힘들었으니.


작가의말


코로나 다시 유행하는 거 같은데.. 독자님들 건강 조심하시고 하시는 일 다 잘되길 바라겠습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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