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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3 16:22
최근연재일 :
2024.07.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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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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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돌아오다

DUMMY

파도가 굽이치는 절벽 위.

그레이트 홀이 고독히 자리 잡고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수십 개의 램프가 내부를 밝혔다. 별다른 꾸밈이 없었지만 내부에 배치된 조형물은 고급진 목조를 사용하여 미적인 부분을 보완하였다.

이는 왕의 성격을 대변하는 내부의 형태였다.


좌우로 나란히 선 열한명의 기사와 그 끝 마디에 위치한 재상. 그리고 그들을 아우르듯 왕좌에 고고히 앉아있는 왕.

이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불빛마저 잡아먹을 듯이 삭막하고 어두웠다.


투쾅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태평스러운 모습으로 걸어가 왕 앞에 섰다. 그러자 재상이 두루마리를 펴며 적혀진 죄목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기사 아델은 천인공노할······.”


죄목은 하나인데 두루마리는 땅에 닿을 듯 내려갔다. 재상의 장황한 연설에 왕은 손을 들어 재지 하였다.

왕은 지긋이 아델을 바라보며 옥체를 일으켰다.


“아델은 들으라. 그간의 공로를 인정하여 기사의 작위를 철폐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것으로 죄를 사하겠노라. 여(余)는 현 시간부로 경을 유실하였다.”


죄를 지었다. 죄의 이유를 묻는다면 세상의 기준이라고 하였다.

노예의 신분을 숨긴 죄.

교수형을 주장하는 귀족들도 더러 있었지만 그간의 공(功)이 방패가 되어 주었다.


한 마디로 강제퇴직이다.

고향을 떠나 일생을 걸었더니 돌아오는 것은 허망한 결과였다. 재상은 돈에 관해서는 독종이다. 금화라도 챙겨 나오는 일은 사실상 불가였다.

이 거울을 구매한 것도 그런 얼토당토 않은 연유 때문이었다.

반항, 혹은 투정이라 생각 할 수 있다.


기사.

몸을 담았던 작위지만 생각보다 별개 없다.

굳이 말하자면 부를 얻은자들이 갑옷 입고 말 타면 그게 기사이다.


기사도라는 멋들어진 규범이 있는데, 오크통에 오랜 기간 숙성된 포도주 같은 존재다.

기사는 모두 기사도에 취해있다.


기사가 되면 수많은 전장과 전투에 투입된다. 그 과정 속에서 습득하는 감각이 여럿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죽음을 느끼는 기감이다.

이것은 하나의 면역 체계가 되어 작동하였다.


방금도 죽을 뻔 하였다.

기습에 당하면 열에 일곱은 죽거나 크게 다친다.

나는 기사였으니 몸이 반응 했다. 거울만 아니었다면 보이는 즉시 검으로 내려쳤을 것이다.

나름 숙련자로 보이는데 앞발이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긴장을 한 탓이다.

동작도 크고 우측 사선으로 내리 베는데 파고 들어오라고 선전 하고있다.



그래서 그리했다.

본능은 내 몸을 움직이고 일순간에 그의 뒤를 선점하였다.


검을 출수하는 동작만 수만 번 이상.

그것이 내 기사 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녀석은 단검을 빼는 소리도 못 들었을 테다.


보통 찔리거나 베이면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폐는 좀 다르다.

폐를 관통하니 비명도 못 지른체 땅에 쓰러진다.


고통에 겨워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날 죽이려 했는데.


목을 그어 확인 사살을 하니 그제서야 숨소리가 멎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집 근처인데 이것들은 뭐지?”


원한을 진 상대도 아니고, 도적의 부류도 아니다. 급소를 가린 갑주를 보니 돈 바른 냄새가 가득하다.


수초의 시간.

의문은 의심을 불러오고, 의심은 불안을 불러온다. 뒤 따라오는 확신이 보이는데 잠시 밀어버리고 싶었다.


“일이 생겼구나.”


***


두 검이 일순간 부딪히며 교차하였다. 이어 피륙이 뚫리는 잔혹한 소리가 터지듯 흘러나왔다.


한 명은 비릿한 웃음을, 한 명은 고통에 입벌림을.


웃고 있는 자도 옆구리가 뚫린 상태였지만 복부가 그대로 관통 당한 상대에 비할 바는 안되었다.


“이 놈 잡자고 이게 무슨 고생이야?”


주위는 이미 열이 넘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앞에 한 명에게 당한 것이다.

그는 옆구리의 검부터 뽑아 천으로 지혈을 하였다.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은 체로 압박을 하고는 상대에게 박힌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영 내키지 않아. 명이 아니었다면 이런 싸움···.”


삐이익


신호가 들려왔다.


“하, 대화 좀 하려 했네만. 잘가라고.”


말을 끝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상대는 서서히 그 움직임을 멈춰갔다.


그는 견갑안에 손가락을 집어 넣더니 금화 하나를 꺼내었다.


“이건 노잣돈이네.”


상대의 몸 위로 가벼이 팅겼다.

그리고 그는 유유히 그 장소를 떠나갔다.


고요해진 땅위.

아담한 집 주위로 붉음이 수백 갈래로 손을 뻗은듯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선혈은 낭자했고 팔과 다리는 주인을 잃은 채 온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시체들 중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주위에 펼쳐진 참담한 광경에 놀란 눈치. 그리고


“살았다? 아니 죽인 것이 아니었나?”


그는 일어서 허둥대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상관을 발견한 듯 즉시 다가갔다.


“조장님! 아, 아르슈 조장님! 이거 어쩌지. 도,도대체 어···!”


말을 멈추었다.

아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가 정확했다.

소리도 그 어떤 기척도 없었는데 주변시에 서 있는 두 다리가 나타났다.


단지 그것을 목격했을 뿐인데 갑자기 몸이 찢어지는 듯 했다. 실제인지 허상이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올려다 보면 악마가 존재하리라.

그리 생각하며 바라본 그는 생각 이상으로 평범했다. 등 뒤에는 사람만 한 거울이 있어 짐꾼으로도 착각할만 했다.

그런데 본디 주위가 이렇게 어두웠던가.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것이 평생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공포였다는 것을.


“누구냐.”


한마디의 음성이었다.

분노를 식각(蝕刻)한 단 한마디.


“예?”

“내 집 주변에서 싸움을 일으킨 주동자가 누구냐고!”


***


덩치는 큰 것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니까, 천하의 후작님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왕에게 미움을 샀다. 그 후 왕의 지원이 없다시피 하면서 후작령은 패망 직전까지 몰렸다? 그리고 순찰 도중 기습 당하여 이 상황이 됐다?”


덩치는 고개를 조아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서약이야 그렇다 치고 왕은 후작령을 버리기라도 할 셈인거야?”

“저는 말단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다. 덩치는 화풀이 대상이 아니었다.

이미 아델과 덩치의 손은 벌써 피범벅인 상태. 시체를 옮기고 팔과 다리를 찾아 당기고, 내장을 주워 담았다.

그렇게 모아놓은 이유는 사병들에 대한 불신때문이었다. 귀족도 아닌 자의 집에서 그들이 성실함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이유는 이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니 화가 안나고 배기나.

전시에도 피 비린내는 역겨운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피비린내는 그 고통이 배가 되었다. 이것이 더 화를 돋군다.

그런데 문뜩 의문이 들었다.


“칼릭이라고 했지?”

“넵”

“기사단장말이야, 정말 외동이야?”


아델은 자신 앞에 누워있는 아르슈 기사단장을 바라보았다. 모르긴 몰라도 머리칼의 색만 다르지 도플갱어의 수준으로 닮은 듯했다.


“예, 제가 알기로는 그러합니다. 가끔 씩 외동임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음, 그래?”


아델도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한껏 집중을 하였다. 정말 자신에게 형제가 있었는지 말이다.

젖먹이 때야 당연히 기억에 없고 겨우 겨우 똥개가 자신의 볼을 핥던 시간까지 올라가보았다.


천천히 더듬으며 내려오니 고향을 떠날때의 기억까지 와버렸다. 결론은 없다였다.

있었다면 어릴적 동네놈들에게 그리 구타 당하지 않았겠지.


“그렇지, 아니지. 그래 닮은거겠지. 그래, 그런거야.”


그런데 칼릭이 뭔가 말하려는 듯 우물쭈물 거리기 시작했다. 아델은 멀뚱히 바라보다 답답함에 입을 열었다.


“욕만 아니면 된다. 다 말해봐.”

“그,그게 단장님은 도시 외부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셨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영주님의 호위로 집을 비우신 날 도둑이 들이 닥쳤습니다. 그 일 이후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시고는 혼자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늘상 단장님은 죽으면 화장은 원치 않는다 하였습니다. 매년 누군가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제게 건네시곤 하셨죠. 그런데 곧 당도할 영주님의 사병들이 데려가시면 분명 화장을···”

“아, 그래?”


유언은 남겼군.

가뜩이나 닮아서 찝찝한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뒤에 좋은 터가 있다. 묻으러 가자.”


그 말에 칼릭은 기쁜 듯 다가와 아델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라고 거듭 외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저 거울은 왜 들고 다니시는 겁니까?”


아, 거울이 있었지.


“몰라도 돼. 땅 파고 있어. 거울 놓고 갈 테니”


금화 백개를 주고 구매한 걸 말하면 호구로 볼텐데 말할쏘냐.


***


문을 여는 순간 먼지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밖이 아니라 집안을 먼저 청소해야 할지경.


“내가 꾸준히 돈을 보내줬더만···방치했다?”


마을에는 유명한 한량이 있다. 측은지심에 돈을 주며 간단한 일을 시켰는데 괜히 한량이 아니었다.

집안 꼴이 이게 말이 되나.

기억은 해두며 거울을 대충 중앙에 놓았다. 어차피 청소를 할 것이라 장소의 의미가 없었다.


전신 거울은 흔치 않았다.

귀족이나 되어야 갖고 있을 물건이다.


혼자일 때가 많았다.

전쟁 같은 특수 상황이 아닌 이상 늘상 혼자였다. 자상이 생기면 봉합해야 하고 머리가 덥수룩 해지면 잘라야 했다.

관련 직종의 인물들이 있었지만 위급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스스로 해결했다.

노예는 그래야 삶을 연명할 수 있다. 기사였다곤 해도 노예란 계급은 늘 발목을 옥죄고 있었다.


“오, 마감이 상당하네. 굴곡도 없고 완벽해. 그런데 캐릭터 생성창이라 이름 참 특이하단 말이야?”


그때 유랑 상인의 언질이 떠올랐다.


[거울과 절대로 오랫동안 접촉하지 마세요. 이건 충고입니다.]


그래, 알겠다.

안해야지.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어딨어? 그 말 자체가 하라고 종용하고 있는데.


손바닥을 대고 가만있어 보았다. 속으로 초를 세면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8초 9초 10초


“응?!”


10초가 지나자 거울에 글귀가 나타났다. 혹시나 하여 손으로 문질러 보니 지워지지가 않았다.


“이게 뭐야.”


본적 없는 문자였다.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문자로 변모하더니 우리가 아는 문자를 완벽히 표현해내었다.


[안녕하십니까. 귀속 절차를 진행합니다. 이름을 알려주십시오.]


거울이 묻는건가?

만일 도시에 사는 빵집 헬레나 할멈이었다면 거울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대장간 길스 아저씨라면 당장에 용광로에 거울을 쳐박았을테지.

아델은 어떡할까.

차분히 몽둥이부터 들었다.


[침착하시길 바랍니다.]


“오, 알아듣는구나.”


손에 힘을 꽉 주자 뿌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기사시절 귀신퇴치 임무도 번번히 진행해왔다. 물론 거진다 착각이거나 인간들의 장난이었을 뿐이다.


“이건 귀신일까, 허상일까?”


몽둥이를 허공에 대고 강하게 휘두르자 거울에 다급히 글이 올라왔다.


[혹시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를 모르십니까? 저는 그처럼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자중하십시오. 사람은 예와 의가 있기에 사람다운 것입니다. 저는 당신을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니 대화를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혀가 많이 길어졌다.

책으로는 접한적이 없다.

노예가 책을 들면 엄벌에 처해진다.

노예가 지식을 얻으면 반란의 종자가 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래서 구전으로만 들었었다.


아직 동심이 남아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들어는, 아니 글을 읽어는 봐야지 않겠나.


“그럼 거울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거지?”


밖에서는 땅 파는 소리가 들려온다. 닮은 자를 묻는 것이라 괜히 더 손길을 보태고 싶었다.

그 생각을 읽은 것인지 거울에서 글이 또박또박 쓰여나가기 시작했다.


[당신이 원하는 존재를 생성시킬수 있습니다. 당신의 상상만 풍부하다면 부와 권력, 명예도 취 할수 있을것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으시겠습니까?]


당돌한지고.

어디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논해.

그 세 가지를 가진자 때문에 지금 강제 퇴직을 당했는데. 확 깨버릴까.


아델은 몽둥이를 바닥에 강하게 찍으며 물었다.


“어디 한 명 대령해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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