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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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8 21:37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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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5,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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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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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화.

DUMMY

[당신의 목소리에 마성의 매력이 깃듭니다.]



헉.


잠에서 깨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멍 때렸다.


너무 생생한 꿈이라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봐도 꿈 속의 파란 화면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꾼 꿈이라 생생한가. 자각몽이 이렇다고 하던데. 불혹의 나이에 매력이 생겨봐야 얼마나 매력적으로 바뀌겠나.


내 잠재 된 욕망이 꿈으로 튀어나온 것 같아 잠시 부끄러웠다.


나는 곧 잊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전념했다.


며칠이 지나 적당히 걸으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계절은 겨울이었고 한밤 중에 눈이 많이 쌓여 병원 옥상 풍경을 감상 하러 몸을 움직였다.


뽀드득 뽀드득.


쌓인 눈을 밟으니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혼자라는 기분은 오감을 섬세하고 민감하게 하나보다.


'눈을 밟는 게 이렇게 감상적인 건 오랜만이네.'


숨겨온 담배를 한 가치 꺼내 불을 붙였다.


후우-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고 밤사이 하얗게 바뀐 세상에 하얀 연기를 뿜었다.


"거기, 환자분!!”


옥상 입구에서 들리는 간호사의 날카로운 소리.


아, 젠장 벌써 걸렸네.


“거기서 담배 피시면 안돼요."


한 간호사가 화난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다가왔다.


"나참. 의사쌤이 끊으라고 안 했어요? 담배가 얼마나 나쁜데."


잽싸게 담배불을 끄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랜만이라 한 대 피웠습니다."


내 말을 들은 간호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부드러운 표정이 되었다.


"오랜만... 이시니까 한 번만 봐 드릴게요."


후다닥.


잽싸게 등을 돌려 나가는 간호사는 계단을 내려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재활과 치료를 위해 10일 정도 더 병원에 머물렀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이 되어 조용히 짐을 챙겨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


병가 휴직이 끝내고 오랜만에 회사에 복직했다.


직원들은 목 깁스를 한 나를 보며 쾌유를 기원했고 나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목 깁스를 한 채 그간 쌓인 서류와 물품을 정리하며 끙끙대고 있는데 한 여직원이 다가왔다.


“팀장 님. 안녕하세요. 제가 뭐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경영지원 부서에서 임시로 고용한 일용직 직원이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세희 씨. 고마워요. 제가 혼자 해도 되는데···"


세희는 방긋 웃으며 아무 말 없이 계속 내 짐을 정리해 주었다. 그녀가 도와준 덕분에 주변을 빨리 정리할 수 있어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려고 생각했다.


“너무 고마워요. 세희 씨. 같이 일 한지 꽤 됐는데 밥 한번 못 사드렸네요.”


그녀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귀엽다고.


"이따 점심시간에 약속 없으면 같이 식사 어때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1층으로 내려갔는데 세희가 건물 입구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갑시다. 뭐 먹고 싶어요?"

"아무거나요."


회사 직원들이 자주 가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쳐다보니 아직도 어색함이 맴돌고 있다.


“요새 어때요? 일은 할 만해요?”


어떤 말을 할까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팀장 님, 저 벌써 6개월 지났어요. 하긴 저한테 별로 관심이 없으시니.”


다른 팀에 있는 직원들은 자세히 안보니 잘 모를 수 밖에.


“하하, 미안해요. 제가 이런 저런 일이 많았어요. 우리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면 되잖아요.”


그녀는 안색이 밝아 지며 내게 질문 했다.


“오늘 느낀건데... 음, 팀장 님 목소리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목소리요?”

“네! 듣고 있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헤헤.”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오랜만에 만난 오누이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수문이 개방된 댐처럼 그녀의 입이 활짝 터졌다.


"팀장 님. 저는 결혼을 일찍 하고 싶은데 주변에 사람이 없네요. 친구들은 서른 살은 넘기라던데."

"팀장 님 부인은 어떤 분이세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주말에 부인이랑 어떻게 지내세요? 여행은 자주 가세요?"

“부인의 어디가 좋아서 결혼을 하셨어요?”


휴우, 이혼했는데 왜 엑스와이프 얘기만 물어 보냐고.


회사에서는 내 이혼 사실을 굳이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곤란한 질문을 계속 회피만 할 수 없었다.


"음, 이건 비밀인데··· 저 이혼했어요. 그래서 그 얘긴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세희는 놀라며 입을 막았다.


"죄, 죄송해요. 팀장 님. 제가 모르고."


미안해하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괜찮아요. 어차피 회사에서 아무도 모르고. 이거 참 민망하네요."


내 말에 세희는 얼굴이 펴지며 다시 친근하게 말했다. 그러다 장난끼가 발동했는지 내게 놀리듯 말했다.


"팀장 님. 이건 가정인데... 저는 여친으로 어떠세요?"


커억.


음식을 넘기다 뱉을 뻔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다급히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


"헤헤, 제 이상형이 목소리 좋은 남자거든요."

"농담하지 말아요. 세희 씨. 하하. 나이 차가 몇 살인데."


그녀는 피식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팀장 님. 꼰대세요? 요새 이 정도 나이 차이는 차이도 아니에요."


사람들이 손가락질한다고. 너랑 사귄다고 소문나면. 이 아가씨야.


더 이상 농담할 수 없어 장난끼 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이혼 서류에 도장도 마르지 않았어요. 벌써 다른 여성 만나는 것은 마음이 불편해요. 그러니까 시간이 좀 지나서, 더 친해지면 그때 다시 생각해봅시다. 아마 그때는 세희 씨도 마음이 지금 같지 않을 거 예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물론 나중에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직장 내에서 본 나의 위치와 관록이 그녀 또래 남자에게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오래가지 못해 사라질 감정이고.


"아 참, 진지병 걸리셨나. 농담이에요, 농담."


세희는 뾰루퉁한 얼굴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그러다가 다시 꺼낸 말이.


"음... 그럼, 가끔 저랑 놀아줘요. 그 정도는 괜찮죠? 제 주변은 다 애들 밖에 없어서 싫거든요."


허, 거참 끈질기네.


"그게...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고... 제가 아직 몸도 불편하고."


그녀는 급하게 말을 잘랐다.


"회사 사람들 안 보이는 데서 만나면 되잖아요!"


이상하고 어른스러운 상상이··· 하지만 나의 도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


"안돼요. 다만, 제가 목 깁스를 풀고 나서는 생각해볼게요."

"칫. 알았어요."


그녀는 이제서야 단념했는지 더는 보채지 않았다. 하지만 유쾌한 세희 덕분에 좋은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는 말이지.


***


그 후 세희와 꽤 가깝게 지냈다. 수다스럽지만 친절하고 귀여운 세희 덕분에 우울한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다만 걱정이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나의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갖는 바람과 요구가 정적 기준을 넘어가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세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혹은 좋은 마무리가 무엇일지 고민이었다.


‘처음부터 거리를 좀 뒀어야 했는데.’


그녀는 어리고 귀엽지만 그 이상 감정이 드는 상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심지어 임시로 있는 여직원과의 썸은 내게도 좋을리가 없었다.


어떤 이는 이것을 권력 관계에 의한 부적절한 관계라고 오해할 수 있었다.


세희와 회사에서 마주칠 때면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빛과 표정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팀장님. 드세요(하트)


테이크아웃한 커피와 컵홀더에 붙어있는 메모지.


적극적이고 의사 표현이 확실한 세희는 좀처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불편한 동행을 계속할 순 없었다. 더 이상 끌다 간 나도 그녀도 끝이 안 좋겠지.


고민 끝에 그녀와 만나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카톡을 보냈다.


-세희 씨. 주말에 혹시 시간 돼요?

-당연히 되죠. ㅋㅋ 어디서 볼까요?

-시간과 장소를 고민해보고 연락 드릴게요.

-넵!


그리고 주말이 되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종로2가에서 보기로 했다. 식사 시간을 일부러 피해 카페에서 만났다.


혹시 밥 먹다가 체할지도 모르니까.


먼저 카페에 도착한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항상 거절만 당했던 삶이었는데, 정리의 주체가 되어 고민할 줄은 몰랐지.


잠시 후 입구로 들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한껏 멋 부린 세희는 회사에서 본 적 없는 짧은 치마와 화사한 색깔의 티셔츠가 제법 잘 어울렸다.


나를 발견한 그녀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아, 뭔가 가슴이 찡한데.


세희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미안해요. 팀장님."


나는 쓴웃음으로 그녀를 맞이하며 물었다.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뭐 마실래요?"

"네. 전 카페라떼 마실게요."


그녀와 내 음료를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돌아왔다.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살피니 조금은 과해 보이는 화장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기대하고 나왔을지 짐작이 된다. 그럴수록 미안함과 불편함은 커져갔고.


잠시 서로의 일상을 얘기했다.


1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본론을 꺼냈다.


"세희 씨. 제가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갑작스런 화제 전환에 세희는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주시했다.


"이런 관계가 전 불편해서 우리 사이를 좀 명확히 하려고..."


세희는 무슨 소리냐는 듯 손사래를 쳤다.


"네? 저는 괜찮..."


좀 더 단호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에요. 세희 씨. 같은 회사 안에서 애매하고 불편하게 있는 건 저도 그렇고 세희 씨도 그렇고 별로 좋지 않아요. 혹시나 연인 관계를 바라보거나 하는 건 그만두면 좋겠어요."


그녀는 급하게 얼굴이 어두워지며 눈물을 글썽였다.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고...흑, 죄송합니다.앞으로..."


고개 숙인 채 울고 있는 세희를 보니 너무 안쓰럽다. 내가 뭐라고.


"에휴, 세희 씨. 울지 마요. 우리가 이제 친해졌는데 이렇게 안타깝게···"


그녀는 나의 위로에 더욱 슬퍼하며,


"죄송...해요. 저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잘 준비를 끝냈지만 세희에 대한 미안함에 잠이 오지 않았다.


몇 시간을 뒤척이다 잠이 드는 순간.


띠링-


[애정의 인과율에 따라 각성 능력이 늘어나거나 진화합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짙은 마성의 매력이 깃듭니다.]


-각성 능력: 목소리

-목소리(1) > 목소리(2)



의문이 들었다.


'애정의 인과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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