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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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9,501
추천수 :
235
글자수 :
199,592

작성
24.07.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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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화.

DUMMY

"그럼 이혼해."


10년 동안 같이 산 아내가 대면도 아닌 카톡으로 전한 말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이런 걸까. 한편으로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우, 간 보려고 한 말은 아니겠지.'


괜히 자존심을 부리고 싶었다.


굽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내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남아있는 자존심이었다.


탁탁.


금방 후회할 짓을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응'도 아니고 'ㅇㅇ'으로.


'하, 쓸데없는 자존심을...'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론 내가 그럼 그렇지 하는 자격지심에 포기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튀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다. 어딜 가도 눈에 띄지 않아 보이지 않았고, 성격도 튀지 않아 묻혀 있는 그저 그런.


그래서 학년이 올라갈 때 마다 반에 항상 있는 인기 많은 애들이 부러웠다.


어떤 애는 운동을 잘해서, 또 어떤 애는 공부를 잘해서, 또 어떤 애는 잘생겨서.


어린 내 눈에도 밝게 빛나는 그들은 반장과 부반장, 그리고 학생회장이 되었고, 나와 같은 비주류 아이들의 동경과 선망을 받으며 점점 더 빛이 나는 태양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사춘기를 지내며 내 얼굴은 여드름이 가득한 몬난이가 되었다.


“곰팽이. 하이!”

“곰팽아. 축구 하러 가자.”

“곰팽이, 너 여자는 만나 봤냐?”


어느 순간 애들은 나를 곰팽이라고 불렀다.


그 별명이 그리 싫지 않았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애들이 자주 별명을 부르며 친한 척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머리는 나쁘지 않았는지 적당한 성적을 유지했고, 적당한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입학하니 꽃처럼 예쁜 여자애들이 많았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내게 낙원과 같은 세상이었다.


머리에 왁스도 바르고, 유행하는 옷도 사 입으며, 앞에 나서며 과 대표도 지원해 보았지만 인기는 커녕 학과 일만 죽어라 했다.


그리고 예쁜 애들은 모두 자기 짝을 찾아 떠나갔다.


그 예쁜 애들 중 한 명을 몰래 2년이나 짝사랑 했다. 그녀는 다른 예쁜 애들과 다르게 남자 동기들과도 우정을 내세우며 수많은 고백 폭격을 견뎌냈다. 나는 그런 모습에 반해 티 내지 않고 친구 사이를 유지하며 내게 올 기회를 몰래 꿈꿨다.


하지만 3학년에 되자, 결국 그녀도 잘생긴 부잣집 복학생 선배와 사귀며 멀리 떠나갔다.


그녀는 그냥 자신의 기준에 맞는 남자가 없었을 뿐, 남자와의 우정은 무슨 개뿔 뜯어먹는 소리였던 것이다.


인기가 많은 그 복학생 선배 덕분에 내 처지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저 인기가 많은 누군가를 위한 들러리일 뿐이라고.


연애를 포기하고 취직을 위해 죽어라 공부만 했다. 그래도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았는지, 졸업을 하고 나름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역시 그곳에서도 눈에 띄지 않는 수 많은 직원 중에 하나로 지냈다.


그 회사에서 묵묵히 지내기를 3년.


어느덧 ‘대리님’이라는 거창하고도 빛나는 직함을 받는 위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당시 신입으로 입사한 그녀는 능력 있는 새내기였다. 외국어가 능통하고 일도 잘하는데, 심지어 미인이라는 소문으로 그녀를 처음 알게 됐다.


그녀는 우리 팀에 배정되었고 선후배로 안면을 트고 수 개월이 지났다.


회사 전체 연수를 어느 한적한 바다 근처 펜션에서 하게 되었고 해산할 시간이 되었다.


"대리 님. 어느 방향으로 가시죠? 저 좀 태워 주세요."


연수가 끝나고 차로 가던 중 그녀가 내게 뛰어와 한 말이다. 그녀는 당돌하게도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았다.


그녀의 자신감 있는 모습은 신선하고 매력적임이 틀림없었다. 비록 대리 기사 정도로 취급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 우리는 꽤 친해졌다. 종종 야근에 맞춰 저녁 식사를 같이 했지만 연인 사이로 발전하진 않았다.


6개월 정도 지난 어느 겨울 날이었다.


오랜만에 그녀와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띠리리링-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어. 어... 그래?"


자못 신중한 표정과 말투로 전화를 받더니 나를 의식하는 눈치가 보였다.


"잠시만 좀 물어보고 답해줄게."


맞은 편에서 식사를 하던 나는 문득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


"왜... 왜 무슨 일 있어?"


적당히 반말과 존댓말을 섞는 우리는 남들이 보기에도 적당히 친한 선후배 사이로 보일 것 같다.


"저기, 대리 님."


그녀의 부름은 왠지 평상시와 다른 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전화에 방해가 될까 조용히 음식물을 씹다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보이더니.


"지금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요. 맞선을 좀 보라네요. 괜찮은 집안의 잘생긴 청년이라나. 혹시 그거 막고 싶으면..."


그녀의 말이 점점 진행될 수록, 느낌이 왔다. 이 여자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이 무엇인지.


"...싶으면?"


다 알지만 조금 시간을 끌었다.


"헤헤, 지금 저한테 사귀자고 해주세요. 여자가 먼저 말할 수 없잖아요."


어렴풋이 짐작하긴 했지. 고마워. 용기 없는 내게 먼저 다가와 줘서.


그 후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1년을 더 만난 후 결혼에 성공했다.


언젠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왜 좋았냐고. 왜 나랑 결혼을 결심했냐고.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었다.


“오빠는 평범하고 성실해서 나만 사랑할 것 같아. 평생 바람 안 피우고.”


그런데,


영원할 것만 같았던 평범함에 질려 이혼을 요구한 그녀와 헤어지는 중이었다.


***


"정말...요?"


의사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다시 한번 설명 드리면,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하지 마비 또는 목 아래로 마비가 올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책상에서 쪼그리고 일했던 생활 습관이 하필 이혼을 앞두고 문제가 되어버렸다.


오지게 재수도 없지. 열심히 일한 것이 독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혹시 몰라 더 큰 병원을 찾아 MRI 찍고 검사를 했다. 결과는 다 같았다.


일반적인 목디스크가 아닌 척수증이라고. 디스크가 터져 척수를 손상 시켜 신경을 마비 시킨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진단 결과에 의사와 상의해 수술 날짜를 급하게 잡았다.


결혼 후 처음 겪는 큰 수술을 그녀도 알아야 했다. 아직은 내 아내니까.


내심 무슨 기대를 갖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불쌍히 여겨 달라고? 나 아프다고?


"의사가 수술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해서 수술 날짜를 잡았어."


그녀는 쳐다보지 않고 대답했다.


"심각한가 보네."


그게 끝이었다.


내심 서운했지만 더 이상의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마음을 다스렸다.


잠시 후 그녀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미안한데, 수술하면 얼마나 입원할지 모르니 법원에 서류 접수하고 가."


인정머리 없는 년. 나쁜 년.


조금, 아주 조금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착각을 완벽하게 깨주는 그녀의 말에 마음 속으로 욕 한 바가지를 퍼부었다.


대답하지 않은 채 내 방으로 몸을 돌렸다.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마음이 조금 우는 것 같다.


최근 1년 간 그녀와 대화를 제대로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나와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법원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이혼은 법적으로 숙려기간을 가지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아이가 없어 숙려기간이 비교적 짧았다.


"왔어?"


가정법원에서 만난 그녀는 의외로 밝게 인사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두운 남녀 뿐이다.


"다들 얼굴이 어둡네."

“어차피 헤어질 건데 저럴 필요까지 있을까.”

“여기 와서 저렇게 울어봐야 소용없다고.”


혼잣말을 하는 그녀는 이혼 당사자가 아닌 듯 여유로웠다.


나는 우리 순서가 올 때까지 그녀와 나란히 앉아 조용히 대기했다.


"고산 씨. 이여울 씨"


드디어 법원 직원이 우리를 호명했다. 그 직원이 이끄는 대로 판사가 있는 판결의 방 안에 들어갔다.


문으로 들어가니 판사가 조금 높은 곳에 앉아 있었고 주변 공간은 생각보다 협소했다.


우리 둘 다 착석하니 담당 판사가 신원 확인 후 간단하게 물었다


"고산 님. 정말 이혼하시겠습니까?"

"네."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밖의 세계에서는 즉답이라고 느꼈겠지. 이제 곧 남이 될 그녀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까.


"이여울 님 정말 이혼하시겠습니까?"

"네."


30분을 기다렸지만 결론이 나는 시간은 3분이었다. TV에서 본 이혼 조정 같은 건 없나 보다.


판결의 방에서 나오니 아까 본 법원 직원이 우리에게 서류 한 장을 전해 주었다. 관할 구청에 신고하면 진짜 되돌릴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가정법원 앞 횡단보도에서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수고했어."


그녀가 내게 말했다. 왠지 그녀의 얼굴을 더 쳐다볼 수 없었다.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거짓말이다. 그냥 왠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조용히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첫 날은 수술 준비를 위한 여러가지 검사로 하루가 지나갔다.


병원에서 둘째 날.


맨몸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이동식 침상과 도살장 같은 수술실 풍경은 마음의 공포를 불러왔다.


마취 담당 의사가 편안한 얼굴로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 끝납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나는 호흡기로 전신 마취를 진행하는 흡입 마취 수술이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후 하고 내뱉어 주세요."

"후우우-"


"잘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들이마..."


그렇게 기억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소변줄 찬 알몸 신세였다. 심지어 소변줄은 내 소중한 낭심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넣었지.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목에는 얼굴 너비 만한 목 깁스가 걸쳐져 있었다.


무통 주사와 수면제의 힘을 빌어 하루 종일 잠만 자고 깨기를 반복했다.


다음 날,


수술한 원장이 회진을 돌다가 내가 머무르는 병실에 들어왔다. 그 뒤로는 여러 명의 간호사가 원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고산 님. 잠은 잘 주무셨어요?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다만 척수증이 심해서 척추관을 많이 넓혔고..."


의사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냥 내 인생은 끝난 것 같았다. 한때 나를 사랑해준 그녀가 고맙기도, 사무치게 밉기도 하며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뿐이었다.


마음이 약해지며 눈물을 훔치던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 눈앞에 게임 시스템창 같은 파란 화면이 떠올랐다. 화면 속에 다음과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시스템을 개방합니다.]

[고유특성을 개방합니다.]

[능력 중에 하나를 각성합니다.]


-이름: 고산

-고유 특성: 매력

-각성 능력: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에 마성의 매력이 깃듭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부족하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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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6화. 24.08.28 158 4 11쪽
2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5화. 24.08.27 17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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