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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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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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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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3화.

DUMMY

예로부터 좋은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대표적인 매력이었다.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諸葛亮)이 주유(周瑜)와 함께 조조(曹操)를 무찌르기 위해 적벽대전을 준비할 때의 이야기다.


제갈량은 바람의 방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알고 동남풍을 부르기 위해 기도를 올렸다.


이때 제갈량의 목소리가 매우 매력적이었는데, 그 소리가 마치 옥구슬처럼 굴러가는 것 같다고 하여 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굳건하게 제갈량을 믿었다고 한다.


[당신의 목소리에 짙은 마성의 매력이 깃듭니다.]


이번에는 ‘짙은’ 마성이란다. 그것이 어떤 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내게 일어나는 변화는 내 착각일지 아니면 축복일지 두고 볼 일이다.


어제 세희에게 매몰차게 얘기를 하고 다음 날이 되었다.


딸랑-


출근 길에 항상 들리는 편의점에 들렀다.


“어서오세요. DU 편의점 입니다.”


맞이하는 인사는 시기와 장소를 불문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


구석에서 물품을 정리하는 종업원이 보였다. 저 여자애를 본 기간이 꽤 오래되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야구모자 뒤로 뺀 포니테일 스타일이었는데, 항상 친절하고 성실한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친절한 인사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담배가 진열된 전시대를 가리켰다.


"제일 왼쪽 상단에.. 네. 네. 그거 하나 주세요."


내 말에 그녀는 평상시와 다르게 살짝 나를 쳐다봤다.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말했다.


"계산···하셔야죠?"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바코드 리더기를 손에 들고 우왕좌왕 했다.


"에고, 내 정신 좀 봐. 죄송합니다."


밤새 일하고 교대할 때 인가?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나는 미소 지으며 그녀가 계산해주기를 기다렸다.


띠-


내 카드를 단말기에 꽂고 계산을 끝냈다.


"수고하세요."


편의점 문을 열고 닫을 때 그녀의 한숨이 들렸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유리창 너머로 나를 주시하는 것 같은데.


갑자기 생긴 왕자병 초기 증상이 이혼 때문에 생긴 병인지 심각하게 의심이 들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분주하게 서류를 정리했다.


월간 회의가 있어 자료를 정리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자리에 착석하니 오랜만에 보는 대표와 임원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고 팀장. 오랜만이에요. 몸은 좀 어때?"


김철환 대표는 복직 후 처음 대면했다.


"수술이 잘 되어서 괜찮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의 대답에 그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수술이 잘 되었나 보네요. 에너지가 넘칩니다. 자. 그럼 회의 시작하죠."


김철환 대표가 회의 시작을 언급하자 경영지원실의 이종규 실장이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월간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앞에 나눠드린 각 부서별 자료를 봐주시고..."


이종규 실장은 갖고 있는 능력보다 처세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어떤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전형적인 관료형 인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는 직원은 거의 없었지만 대표는 그의 노련함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각 팀이 돌아가며 업무 보고를 하던 중에 내 차례가 되었다.


"네. 마케팅팀 보고 드리겠습니다. 요새 이슈는 저희 회사 브랜딩을 위해 외주 용역업체랑 협업하여 소셜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SNS 위주로 단편 영상을 만들 때,..."


병가 휴직 전후로 발생한 업무를 순차적으로 보고했고, 성과와 향후 방향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회사 계급이 낮기 때문에 수시로 끼어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라, 중간에 말을 안 끊네.


오늘은 이상하게도 모두 듣고만 있었다.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조하는 임원들도 있었다.


"... 이상 보고를 마치겠습니다."


가만히 내 보고를 듣던 김철환 대표는 알 듯 모를 듯한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쳤다.


"허."


짝. 짝.


조용하고 무거운 회의실에 울리는 박수 두 번.


김철환 대표가 박수를 치자 다른 임원과 팀장들도 덩달아 박수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


회의 중 처음 받아보는 박수라 어리둥절했다.


"감, 감사합니다."


겸언쩍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김철환 대표는 박수 소리가 잦아 들자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고 팀장. 저는 이제야 고 팀장이 참 말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인지 깨달았네요. 말에 설득력이 있어요. 추진하던 것을 잘 부탁합니다."


이 양반이 원래 칭찬을 막 하는 사람이 아닌데.


칭찬에 인색한 김철환 대표의 말에 기분이 살짝 들떴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표의 칭찬을 받으면서도 다른 임원들의 시기를 살까 살짝 걱정되었다.


아,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사회 짬밥이 꽤 되었구나.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달리 다른 임원과 팀장들도 동조의 눈빛을 보내며 한 마디씩 했다.


"고 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원래 그렇게 프레젠테이션을 잘했어요? 와우"

"고 팀장이 있어서 회사의 미래가 밝아요."

"고생하셨습니다. 너무 듣기 좋았어요."


아마 여기 입사해서 여태 받은 칭찬과 격려보다 더 많은 걸 받은 날 일거다.


약간은 어리둥절했지만 꿈속에 나온 [짙은 마성의 매력]과 무관하지 않으리란 짐작이 들었다.


회의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곧 점심시간이 되어 팀원들과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


밥을 먹던 중 우리 팀 이원호 대리가 말했다.


"팀장님, 옆 팀 세희 씨가 그만뒀다고 하네요. 그래서 새로운 직원이 뽑힐 때까지 탕비실에 물품 조달이 어려울 거라고..."


헐. 세희가 그만 뒀다고? 설마 나 때문에.


옆에서 듣던 조소영 과장이 물을 마시며 아쉬워 했다.


"진짜 그만뒀어요? 세희 씨, 일도 잘하고 싹싹한데. 아쉽네."


조 과장의 말에 이 대리가 동조했다.


"그러게요. 갑자기 그쪽 팀장님한테 그만둔다고 하고 퇴근한 모양이더라고요."


직원들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세희의 일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날 퇴근하며 세희에게 전화를 했다.


뚜-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결국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시간이 흘러 목 깁스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후우, 살 것 같군. 족쇄가 풀린 느낌이랄까.


상쾌한 기분으로 근무하는 시작하는 날이었다.


"네. 대표님. 무슨 일로!?"


나는 긴장한 채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김철환 대표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고 있었다.


평상시 우리 회사 대표는 나 같은 팀장 나부랭이에게 전화를 직접 하지 않는다. 다른 임원이나 실장을 통해 전달할 뿐.


"고 팀장. 잘 지내죠? 다름이 아니라..."


대신 미국 좀 갔다 오라고 한다. 전화로 할 소린가 모르겠지만.


꽤 큰 계약 건으로 미팅이 잡혀 있었지만, 김철환 대표는 다른 급한 일정으로 가지 못하게 됐다고.


다른 임원이 아니라 나를?


이해가 되지 않는 조치였지만 당시 칭찬한 회의 후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무튼 까라면 까야 하는 입장에선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기안 문서를 훑어보고 만나야 하는 고객의 신분을 살폈다.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이 된 후,


팀원 중 누굴 데리고 가야 할 지 고민했다.


우선, 어떤 비즈니스에도 영어를 막힘없이 소통하는 조소영 과장.


그녀는 유명 사립대의 통번역 대학원을 수료해 웬만한 원어민보다 네이티브처럼 들렸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의 실무자 장문식 대리.


두 명에게 출장 동의를 받고 미국 일정에 대한 스케줄을 정리했다.


출장일이 되어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장문식 대리가 먼저 와 있었다.


"팀장님. 미국에 언제 가보셨어요?"


삼국지의 장비 같은 외모, 그에 반해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그는 약간 느끼한 말투와 섬세한 성격으로 남직원 보단 여직원과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꽤 정이 많고 다정다감해 나와 친한 편이었다.


"흠, 마지막이 신혼여행 때였던가."


내 이혼 사정을 모르는 장문식 대리는 웃으며 내 어깨를 쳤다.


"팀장님도 참 오래되셨네요. 저는 인생에서 처음이라 너무 두근거려요. 후훗"


입을 가리며 웃는 그는 항상 신기하긴 했다.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장 대리의 말투와 목소리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나저나 조 과장은 언제 올려나."


그런 대화를 나눌 때 저 멀리서 아는 실루엣이 터벅터벅 다가왔다. 화려한 원피스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여성은 조소영 과장이었다.


"팀장님, 장 대리님. 안녕하세요."


웃으며 다가오는 조소영 과장은 이름에 걸맞게 웃음도 화사했다.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하는 그녀의 풍만한 몸매는 원피스를 통해 잘 드러났다. 나와 장 대리는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비행기에 탑승한 세 명은 각자 배정된 자리에 앉았다.


길다면 긴 13시간 가량의 비행을 하고 LA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호텔로 바로 가는 전용버스가 있어 편하게 이동했다.


"고생했어요. 좀 쉬다가 저녁식사 시간에 이 자리에서 봐요.”

"네. 팀장님."


조 과장과 약속을 정하고 잠시 헤어졌다. 나와 장 대리는 같은 방을 쓰게 되어 짐을 풀고 각자 휴식을 취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장 대리와 로비로 내려갔다. 조 과장은 깨끗한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사하면서 내일 미팅 일정 정하고 가볍게 한 잔 합시다."


내 말에 둘은 신이 났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팀장님. 최고!"

"술이 없으면 업무 얘기가 안되지요. 호호."


호텔 근처 한인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 2층에 있는 위스키 바에 들렀다.


처음에는 모두 한두 잔만 먹고 쉬려고 했었다. 하지만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됐다.


술 욕심을 부리던 장 대리는 결국 거하게 취했다.


"팀장뉨, 요새 목소리가 왜 이리 멋있어 졌어요? 후우.”


아오. 등치는 산만한게 제일 먼저 취하네.


"장 대리,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이제 방에 올라가 쉬죠."


혀가 살짝 꼬인 장문식 대리는 혀를 낼름 거리며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헤헤. 팀장뉨임. 좋아요. 좋아."


당혹해하는 조 과장은 장 대리를 힐끗 보곤 내게 말했다.


"팀장님. 제가 계산하고 먼저 갈 테니 푹 쉬세요."


살짝 한숨을 쉰 조소영 과장이 먼저 방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장 대리의 뒷덜미를 잡고 일으켰다.


"너무 과음하면 안 좋으니 오늘은 이만 합시다. 장 대리."

"아잉. 이제야 기분이 좋아지는데..."

“아놔. 진짜.”


내가 정색하니 장 대리는 움찔하며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기우뚱대는 장 대리는 제대로 걷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휴우. 너 술 깨면 보자.


산만한 덩치를 질질 끌다시피 해 숙소로 데리고 왔다.


침대 위에 눕히고 샤워를 했다. 몸을 씻으니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며 침대를 바라보니 장 대리가 앉아 있었다.


"장 대리. 술 좀 깼어? 그러니까 적당히 좀 마시지."


산적같은 몸에서 암흑의 기운이 새는 것이 느껴진다. 농담 아니고 진짜.


장 대리가 심각하게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팀장님··· 나 사실 고백할 것이 있어요."


뜬금없는 그의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뭘?"

"나, 이반이에요.”


이반? 일반, 이반, 삼반의 이반?


“난 몇 반인지 기억 안나는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장 대리에게 대답했다.


갑자기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아주 다정하게 설명하는 장문식.


“일반 아니고 이반 이라고요. 여자보다 남자에게 끌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하나 뿐인 침대를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술 취한 저놈의 옷을 벗겨 잠자기 편한 자세로 눕혔다는 사실이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쓰며 발로 차서 떨어뜨렸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시팔!"


퍽.


"으헉."


장 대리는 비명 소리를 지르며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앗. 너무 세게 찼나.


잠깐 미안한 마음이 들 뻔했다. 하지만 그놈은 웃으며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왔다. 꼭 에일리언이 절벽에서 살아남아 기어 올라오는 것처럼.


미안했던 감정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고, 침대 스탠드 옆에 있던 볼펜을 살며시 손에 쥐었다.


맹세한다. 다가오면 찌르고 자수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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