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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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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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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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DUMMY

백신 투여가 끝나고 열흘 남짓 아무런 일도 없이 숙소에서 꼬박꼬박 밥만 챙겨 먹으며 지냈다.

사람들은 몇몇이서 어떤 때는 모두 모여 의문점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으나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렇게 강경하던 군인들도 친절해졌다. 아니 친절해진 정도가 아니라 마치 호텔 서비스를 받는 듯 사람들을 극진하게 모셨다.

그 중 의사를 사살한 지휘관은 수시로 숙소를 방문하여 불편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었다.

수연은 진작에 좀 그랬으면... 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수연과 정국, 그리고 몇몇의 사람들이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꽝!


폭음이 울렸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보니 50m 정도 떨어진 곳의 숙소 하나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아 나오고 있었다.


타타타타타!


그리고 그 숙소의 입구에서 군인 하나가 안쪽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씨발! 나도, 우리도 살고 싶다고!”


소리지르던 그 군인과 수연 일행이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순간!


타타타타타타!


일행 쪽으로 총구를 돌려 쏘아 대기 시작했다.

일순간 옆에서 경호하고 있던 군인들이 일행을 넘어뜨리고 자신들의 몸으로 총알을 막아냈다.


‘뭐야!’


잠시 총소리가 그치자 수연이 고개를 슬쩍 들어 보니 총을 쏘아 대던 군인은 탄창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군인 두 명이 벌떡 일어나 한 명은 일어서서 또 한 명은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소총을 조준했다.


탕!

탕!


연달아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숙소 앞의 군인이 뒤로 튕겨나가자 나머지 군인들 중 세 명이 총을 겨눈 채로 숙소 앞으로 뛰어갔다.


탕!


쓰러진 군인에게로 다가 간 군인들이 확인 사살을 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연대장이 일어서며 일행들에게 물은 다음 신속하게 의무병을 호출했다.

일행들이 멍한 정신으로 일어서서 주위 사람들을 살폈다.


“예. 우리는 모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연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정국이 걱정스러운 듯이 연대장의 등을 짚으며 말했다.

연대장의 등에 선명한 총알 자국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네. 다행히 방탄판 위에 맞은 것 같습니다.”


“여기! 빨리!”


다급한 소리에 보니 일행 중 한 명이 쓰러져 있는 병사의 목 부분을 두 손으로 누른 채로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 병사의 목에서 붉은 피가 벌컥벌컥 쏟아지고 있었다.


“의사! 김선생!”


지혈하기 위해 누르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일행 중의 의사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타까운 절규에도 불구하고 병사의 눈빛은 서서히 흐려지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은 소대장 한 명의 소행이었다.

그 자는 30여명이 있는 숙소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댔다.

그 결과 21명이 숨지고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당연히 그 자도 죽었으니까...


그리고 일행들을 몸으로 감싸 총알을 막아내던 병사는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일병이었고 올해 21살. 이름은 강인영이었다.



태극기가 덮힌 방수백에 들어간 사람들이 차에 실려 거대한 철제 팬스를 나갔다.

군인 한 명이 그들이 있던 자리에 술을 뿌리며 울고 있었다.


이유도 모르고 이곳으로 끌려와 갑작스레 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밖에서 만났으면 조카뻘인 강인영이라는 청년의 죽음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했고 또 슬퍼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비판에 빠져 있는 동안 다시 시간은 흘러갔다.


그런데 왜 군인들은 목숨을 위협 받으면서도 자신들을 지키려 했을까?

어쩌면 그들도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동질감이 들었다.





“모두 주목하여 주십시오.”


연대장이 숙소로 들어오며 모두에게 말했다.


“지금 이동하셔서 방역이라고 적힌 곳으로 가시면 한 분씩 들어가서 입고 계신 옷들은 폐기라고 적힌 곳에 버리시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역을 하시게 됩니다. 방역은 약 일 분간 실시되며 다음 방에 가시면 각 자 이름이 적힌 옷들이 있으니 착용하시면 됩니다.”


연대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일행들을 빙 둘러 본 후에 말을 이었다.


“방역을 마치고 밖에 나오시면 차량이 대기하고 있으니 탑승 후 대기하여 주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혼란한 상태에서도 저희들의 통제에 따르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그럼 모두들 행운을 빕니다.”


연대장은 마치 어린 자식들을 보내는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김철훈입니다. 성함이라도 알고 헤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행 중 한 명이 지휘관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지휘관이 그 손을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연대장 대령 윤석주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당신과 국군 장병들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빕니다.”


“저와 부하들에게 돌아올 행운이 있으면 여러분들께 모두 돌려 드리겠습니다.”


행운이라는 말이 어쩐지 불안감을 가중 시키는 것처럼 들렸다.

도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있길래 자신들의 행운까지 양보하겠다는 걸까?


숙소의 사람들이 연대장과 자신들을 지켜주던 병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군인들의 인도로 각 자 방역실을 통과하여 차량으로 십분 정도 이동한 곳에는 자신들 뿐만 아니라 백 명이 넘을 것 같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일행들이 차에서 내려서 놀란 것은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라 그들 앞에 있는 높이가 이십 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터널의 입구였다.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놀라며 터널 입구를 통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굉음과 함께 터널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터널의 입구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윤 석주는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석 달간 일개 연대 병력이 투입된 '둥지'작전이 최종적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괜히 담배를 끊었나 하고 후회를 하고 있을 때 5소대장 지한석이 다가와 윤 석주 옆에 서서 말없이 담배를 물었다.


“이 새끼! 빠져 가지고 연대장 앞에서 담배를 펴?”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됐어! 임마! 그냥 펴.”


서둘러 담배를 끄려던 지한석을 말리며 윤석주가 말을 이었다.


“투입 예정이던 병사들은 모두 준비가 끝났고?”


“예.”


담배연기를 하늘로 날리며 지한석이 대답했다.

둘은 짧은 대화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만히 서서 말없이 있던 중 그들 앞에 오십 여명의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럼 이만 가봐.”


연대장의 지시에도 지한석은 쉽게 움직이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이제 너희들의 임무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군인임을 잊지 말고 본분을 다 하기를 바란다.”


윤 석주가 말을 끝내며 지한석에게 고개 짓으로 재촉을 했다.

마지못한 지한석이 도열한 병사들 앞으로 이동해 연대장을 보고 섰다.


“연대장님께 받들어 총!”


지한석의 구호에 맞춰 ‘단결!’ 소리가 산 속에 높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연대장에게 인사를 마친 병사들이 터널 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터널 입구에서 다시 한 번 연대장을 바라본 지한석이 마지막으로 터널 입구를 통과하자 잠시 후 육중한 철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윤석주 옆으로 간부급으로 보이는 여러 명이 다가왔다.


“자!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러 가자고.”





사람들이 터널을 통과하여 넓은 공간 안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곳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자신들의 팔찌 색깔에 맞춰서 한 분씩 들어오십시오.


수연이 쳐다본 곳에는 게이트가 있었는데 입구에는 각 자 차고 있는 팔찌의 색이 표시되어 있었다.

수연이 검은 색이 표시 된 게이트로 들어서자 또 한 번 팔찌를 통한 신원 확인이 이루어졌다.


“한수연씨 1번 객차에 탑승하십시오.”


뒤따라온 정국과 함께 안내선을 따라 이동하여 정차해 있는 모노레일 같은 열차에 탑승하였다.


“선배는 또 따라 왔수?”


정국은 피식 웃으며 오른손의 팔찌를 수연의 눈앞에 흔드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수연과 같은 검은색이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십시오.”


거의 한 시간 정도 흘렀을 때 사람들의 승차가 모두 끝났는지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무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일일이 벨트 착용상태를 확인했다.


“이 터널은 뭐고 또 이 모노레일은 도대체 컥!”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을 뗀 정국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열차가 급강하했기 때문이었다.


무중력 같은 상태에 모두 비명을 지르며 정신이 없는 채로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열차가 안정을 찾고 서서히 진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멈춰 서자 창밖에는 푸른색 제복을 입은 여러 명의 직원들이 내려서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한수연씨, 김정국씨.”


키가 큰 여자 한 명이 미리 알고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다가오며 이름을 불렀다.


“네.”


“네 접니다.”


직원은 들고 있던 태블릿에 팔찌를 갖다 대어 신원 확인을 한 후 자신들을 인솔하였다.

어딘가로 향하는 무빙워크가 세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거의 이백 평은 넘어 보이는 전산실이었다.

사방 벽에는 모니터들이 꽉 차 있었고 그 안에는 언뜻 봐도 서른 명 정도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곳이 앞으로 두 분이 근무하실 곳입니다.”


“도대체 여기는?”


수연이 사방을 둘러보며 의아해 했다.


“합류 인원 중 마지막 두 분입니다.”


정국이 뭔가를 질문하고 싶었으나 그 직원은 자신들의 뒤쪽에 서 있는 남자 한 명에게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주며 말했다.


“브리핑은 여기 정인철 박사님이 해주실 겁니다. 그럼 이만...”


자신들을 안내한 직원과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정인철입니다. 일단 앉으실까요.”


정인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사가 전산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을 안내 후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권했다.


“아니 전 지금은 커피가 그다지...”


“그래도 드셔두십시오. 드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박사가 애써 사양하는 수연에게 다시 권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커피를 홀짝이는 사이 다섯 사람이 테이블로 와서 두 명은 수연 쪽에 세 명은 정국 쪽에 앉았다.


“인사하십시오. 두 분이 만든 프로그램을 시범 운용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서로 어색하게 통성명을 나누고 나자 박사가 말을 이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수연과 정국이 동의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들의 동의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한수연씨는 푸드 가공 자동화 시스템을 김정국씨는 스마트 팜 시스템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원활하게 앞으로도 계속 유지, 발전, 확장시키시는 일을 하시게 될 겁

니다. 당연히 본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니 그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안 드려도 더 잘 아실 거고 왼쪽 벽의 모니터들을 봐 주십시오.“


고개를 돌리니 화면에는 작동하고 있는 공장 라인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낯설지 않은 공장 라인이었으나 설마 싶었다.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직접 실제 운용되는 것을 보았으니...


박사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화면을 보며 이것저것 상세히 설명하였으나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자신들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들이니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질문은 없는 것 같으니 같은 팀원들끼리 말씀을 나누시겠습니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가 왜 이런 곳에서 이 짓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수연이 박사에게 단호하게 물었다.


“며칠 후 대통령께서 대국민 담화가 있을 겁니다. 궁금하더라도 조금 참으시고 우선 이 곳에 적응하시는데 주력하십시오.”


박사는 아직은 어색한 팀원들만 남기고 누군가를 부르며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따로 운용되던 AI는 모두 하나로 통합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프로그램까지...”


잠시 어색한 공기가 가시자 정민이라고 소개한 친구가 입을 떼었다.


“다른 프로그램도 있나요?”


“네 당연하죠. 사람들한테 얼마나 필요한게 많은데요.”


“저희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동의도 없이 그랬다고요? 그걸 누가 했다는 거죠? 보통 일이 아닌데요.”


수연의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아까 그 박사님께서요.”


“여기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수연과 정민의 대화 사이에 정국이 끼어들며 묻자 정국의 옆에 있는 철욱이 대신 대답했다.


“석 달 조금 전부터요.”


“무슨 일인지 알고 있는 건?”


“저희들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건 없어요. 대충 짐작하고 있는 것 외에는...”


“짐작?”


수연이 테이블 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두 분은 여기가 뭐 같은데요?”


민해철이라는 친구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벙커?”


정국이 대답하자 수연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아니면 대피소?”


민해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이 정도 깊이의 벙커. 그리고 이 시설. 여기에는 엄청난 양의 식량 이 저장되어 있어요. 게다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시설도 많아요.”


왜 이 정도 규모의 대피소가 필요한 것일까?


“이 정도면 아직 대충 짐작이 가는 게 없어요?”


정국이 어깨를 움찔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짐작하기에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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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벙커 24.07.30 28 1 14쪽
4 조사가 아닌 검사 24.07.29 31 1 11쪽
3 수용소 24.07.27 36 1 13쪽
2 국정원이라고? 24.07.26 40 1 11쪽
1 호사다마 24.07.24 8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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