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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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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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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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168,668

작성
24.07.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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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호사다마

DUMMY

오전 9시 35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뭔지 모를 불안감과 이해되지 모든 않던 것들이 해소 될 수 있는 그 시간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는 수연의 손에 든 커피잔이 긴장감에 부르르 떨렸다.


- 오늘 열시지?


정국이 옆에 앉으며 담배에 불을 붙었다.


- 네. 근데 담배는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유?


수연이 가볍게 눈을 흘겼다가 다시 스크린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대통령실 브리핑룸의 분주함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수연은 이곳으로 끌려오던 그 날의 기억들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 날은 2027년 5월 어느 날이었다.


「따르릉!」


요란한 소리가 울리자 반사적으로 머리맡의 시계의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7시30분!

어제 간만에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 수연은 길게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출근을 준비했다.

오늘은 수연이 재직하고 있는 유경시스템의 운명이 걸린 날이었다.


현관을 나선 오늘의 출근길은 너무 순탄했다.


아파트를 나설 때 항상 주차 된 자신의 차를 막고 있던 수평 주차 된 차도 없어서 전화로 죄송한데 차를 빼 달라고 사정 하거나 경비 아저씨를 불러 주차 된 차를 밀 필요도 없이 바로 아파트를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상습 정체 구역이던 첫 번째 사거리도 신호 두 번에 통과했다.


회사 건물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 주차 자리가 있었고 차를 대고 엘베이터 바로 앞에 서니 띵 하고 바로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바로 사무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생한 보상을 모두 오늘 아침에 받은 수연은 어쩐지 오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 호사다마라는데 설마...’




“좋은 아침!”


사무실로 들어서니 이미 부서의 거의 전부가 출근한 상태였고 타 부서의 팀장들도 와서 사무실은 마치 장날 같이 북적였다.

그리고 태반의 직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초조한 모습으로 있었다.


“어 왔어! 잠은 좀 자고?”


자리에 앉아서 수연을 본 총괄팀장인 최부장이 말했다.


“네. 아주 푸욱 자고 왔습니다요.”


수연이 대답하며 다른 부서원들을 보니 모두 쾡한 모습이다.


‘음... 나만 잘 잔건가?’



“아직 연락 없어?”


수연이 자신의 동기인 김택호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아직...”


택호가 피곤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순간 누군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모두가 놀라 돌아보니 막내인 김주임이었다.


“죄송합니다.”


“막내가 빨리빨리 안 다니고...”


머리를 글쩍이는 김주임이 한 마디 쏘아대는 한수연의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자기 자리로 가서 웃도리를 벗고 다가와 한마디했다.


“아직 연락이 없으면 혹시 빠다리난거 아닐까요?”


빡!!!


사무실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연이 김 주임의 뒤통수를 냅다 갈기는 소리였다.


“씨발! 이 새끼가 재수 없게! 저리가!”


수연이 뒤통수를 감싸고 있는 김주임의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하자 얼른 도망가는 것을 택호가 불쌍한 표정으로 보았다.

수연이 같은 상사 모시기가 쉽지 않지 하면서...


“저건 여자가 입이 저렇게 거칠어서. 야! 임마! 너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 한 번 돼 봐야 정신 차릴래?”


최부장이 혀를 끌끌 차면서 소리쳤다.


“부장님! 지금 여자가 뭐라고 하신 말씀. 성차별 발언 인거 아시죠?”


수연이 지지 않고 빽~하고 고함질렀다.


“그래. 그래. 너하고 나하고 같이 노동부 한번 불려 가보자. 넌 직장 내 괴롭힘으로 난 성차별로!”


“저 새끼가 아침부터 재수 없는 소리를 하잖아욧!”


최부장과 수연이 영양가 없이 아웅다웅 하였지만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부서원들은 모두 전화기와 팩스에 신경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천만일 아직 연락 없어?”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전무가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모두가 전무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였으나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천만일! 너는 전무가 뭘 묻는데 왜 대답이 없어?”


전무가 투덜대면서 수연에게로 다가왔다.


‘천만일이 누구야? 우리 부서에 천만일 이라고 있었나? ’


수연이 생각하는 동안 시선이 묘하게 자기에게 쏠린다는 생각이 들어 전무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그래! 너 한수연!”


“제가 왜 천만일?”


수연이 ‘무슨 소리?’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넌 네 별명도 모르고 있었냐?”


“전 한성깔인데요...”


수연이 자신이 인정하는 별명을 말하며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부서원들을 돌아보자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회피했다.


“능력과 얼굴은 합쳐서 천만 불, 입하고 성질 머리는 일 달러! 그래서 네가 천만일이잖아 임마!”


전무가 수연의 옆통수를 주먹으로 가볍게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아~ 그래서 제가?”


돌아서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방심하고 있던 김주임의 멱살을 야무지게 잡으며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야! 이 새끼! 너지? 이게 디질려고!”


“팀장님... 제가 아니라...”


억울한 표정으로 겁에 질려 있는 김 주임 뒤에서 최부장이 소리 질렀다.


“나다! 나! 내가 지었다. 어휴 저걸 진짜...”


“아니 부장님!”


「따르릉!!!」


수연이 최부장에게 눈을 부라리며 뭐라고 하려는 순간 전화와 팩스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쪽에서는 뭐라고 그래? 뭐? 팩스? 그래 들어오고 있어 야! 팩스 확인해봐!”


급하게 전화기를 든 택호가 소리 질렀다.

김주임이 수연에게 또 욕이라도 먹을까봐 후다닥 팩스로 달려갔다.

그 사이 택호는 전화 통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의 눈은 택호와 김 주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어? 계약서... 계약서입니다.”


팩스를 쭈욱~ 뜯으며 읽어보던 김주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 통화가 끝난 택호가 이야! 하고 소리치며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뭐야? 통과된 거야?”


“빨리 말해봐.”


“계약서는 뭐고?”


모두를 휘익 둘러 본 택호가 크게 소리 질렀다.


“유니버셜푸드 쪽에서 시연을 보고 바로 계약을 하자고 해서 조건 조율을 맞추느라고 늦었답니다. 전 라인 설치로 1차 삼천만달러!”


“뭐?”


“우와!”


“이야!”


환성이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우리 천만일 아니 한팀장 고생 많았어.”


전무가 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수연 별명 값 제대로 했네.”


“천만일 팀장님 브라보!”


택호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나눈 수연은 감격과 동시에 그 간의 피로와 함께 꾹꾹 눌러 두었던 긴장감이 일시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전무님 . 그럼 전 그 동안 못 간 휴가 좀 가겠습니다.”


“응? 뭐라고? 지금 이 시국에?”


전무가 웬 뜬금없는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수연을 바라보았다.


“2년 동안 연차는 고사하고 여름 휴가 한 번 못 갔잖아요. 하~ 고비 넘겼으니 저도 좀 쉬어야죠.”


수연이 조곤조곤 내뱉는 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던 전무.


“그래. 겸사겸사해서 미국에 갔다 와.”


“네? 아니 뭐... 휴가를 미국까지... 전 제주도나 다녀오려구요.”


“본격적으로 라인과 프로그램 연동하려면 네가 가야지. 네가 이 프로그램 만든 놈인데!”


‘네?’ 하고 반문한 수연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전무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말했다.


“아니... 전 휴가를 가겠다는 건데요.”


“그래. 누가 뭐래? 휴가라고 생각하고 갔다 오라고... 오랜만에 맛있는 기내식도 먹고. 대한항공에 불고기 덮밥 맛있더라.”


전무가 수연쪽으로는 보지도 않고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이 씨 ~”


“뒤에 ‘발’자는 붙이지 마라. 그래도 내가 전무잖아."


더 있다가는 정말 욕이라도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든 전무가 씩씩거리고 있는 수연을 피해 사무실을 도망 나왔다.


수연과 최부장, 그리고 택호는 점심도 거르고 사무실 회의실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마주 앉아 차 후 진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계약서는 오전에 긴급 소집된 임원회의에서 최종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현지에서 계약을 추진한 팀에 부사장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ALLIN팀을 만들고 일 년.

그야 말로 회사의 사운을 건 프로젝트였다.

기획실의 최부장, 라인 설계팀의 택호, 그리고 프로그램 팀의 수연까지 각 부서의 에이스들이 모여서 AI로 작동하는 식품 생산 전 라인의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원재료 투입부터 완제품의 생산뿐만 아니라 물류관리, 배송까지. 그리고 나뭇가지처럼 나누어지는 다품종 생산까지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

AI에게 주문서가 입력되는 순간 이 모든 과정이 전부 자동화되어 인력 투입을 9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AI가 그 간 주문, 생산량을 추정하여 적정 재고량까지 파악하여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 후 미국 굴지의 식품회사와의 계약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최부장이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같이 사우나나 가자고. 가서 등도 서로 밀어주고 말이야.”


“뭡니까? 이 성희롱적 발언은...”


수연이 서류를 정리하며 최부장을 곁눈질로 흘겨보았다.


“뭐? 아~ 너 여자였지. 가끔 깜빡하네. 내가... 야! 그리고 넌 얘들에게 말 좀 곱게 좀 해. 어떨 땐 내가 다 무서워!”


“이 새끼 저 새끼가 뭐 욕입니까? 다 애정의 표현이지.”


“그 놈의 애정 표현... 원하는 얘들도 없더만. 그리고 네가 이 새끼 저 새끼만 쓰는 건 아니잖아.”


최부장과 수연이 아옹다옹하는 동안 택호는 수연을 보며 속으로‘기특한 새끼’ 라고 생각했다.

택호와 수연은 서로에게 남 다른 동기였다.

처음 일곱 명이 입사한 동기들이 삼년동안 하나, 둘 나가떨어지는 동안 단 둘이 남아 칠년을 더 보냈다.

특히나 남초인 이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기까지 수연이 겪은 고생은 말 할 길이 없었다. 남들보다 수십 배 더 노력했으며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그런 날들 이후에 수연은 강하게 성장했고 회사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야! 내가 너보다 세 살이 더 많아!’라고 택호가 말했을 때 수연은 ‘개뿔! 동기들끼리는 나이 같은 것 따지고 그러면 안돼! 사이 나빠져!’하며 말을 잘랐다.

하긴 이런 성격이었으니 지금의 수연이 있는 거지.

혹시 나중에라도 수연이 자신에게 오빠라고 부를 날이 있을까 생각했다가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우... 닭살 돋아.’



“자 주목!”


최부장이 회의실을 나서며 크게 소리치자 사무실의 모든 눈이 쏠렸다.


“현재시간 2시 30분! 3시까지 모든 업무를 마감한다.”


팀원들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오늘 우리 팀에게 할당된 법인카드의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모두 내가 쏜다. 한마디로 오늘 회식의 한도는 없다는 이야기다. 한 번 달려보자!”


사무실이 순간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곳곳에서 ‘최부장’을 연호하는 소리와 함께...

그러나 뒤이어 다가올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수연의 팀원들이 거의 업무를 정리하고 마치려는 즈음이었다.


「쾅!」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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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창조 벙커 2 24.09.10 10 0 10쪽
34 창조 벙커 1 24.09.09 10 0 10쪽
33 반격을 위한 진화 2 24.09.06 12 0 13쪽
32 반격을 위한 진화 1 24.09.05 12 0 12쪽
31 학살. 생존이라는 변명 24.09.04 13 0 12쪽
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28 메모리 24.08.30 13 0 9쪽
27 붉은 색 인식카드 2 24.08.29 14 0 10쪽
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2 0 12쪽
25 철민과 민희 24.08.27 13 0 10쪽
24 추방자들 2 24.08.26 12 0 11쪽
23 추방자들. 1 24.08.23 16 0 12쪽
22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2 24.08.22 17 0 10쪽
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4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17 여장부 24.08.14 20 0 12쪽
16 친구들 24.08.13 22 1 11쪽
15 HUNTER 24.08.12 23 1 10쪽
14 AFTER RESET 24.08.11 23 1 9쪽
13 그 날이 오다. 2 24.08.09 23 1 11쪽
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3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1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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