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검을 획득한 내가 영웅?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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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타닥
작품등록일 :
2024.07.24 18:10
최근연재일 :
2024.08.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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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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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2)

DUMMY

비명과 함께 나무에서 뛰어내린 나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눈치챈 거야!?


설마 종일 잠들어 있을 거라는 내 예측이 틀렸던 건가?


-잠이 확 깨는구나! 가자 모험? 두 번 다시 그딴 소리 하지 말라고 했었지!?


“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 그걸 들은 거예요!? ”


아니, 할아버지라면 가능할 거 같긴 하다.

어리석었다.


저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을 텐데.


‘뛰어라! 뛰어! 잡히면 죽도록 얻어맞을 거야!’


정신없이 팔과 다리를 흔들며 질주한다.


콰과광!


하지만 산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파괴음은 멀어지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간다.


‘잡히겠어!’


등 뒤로 쑤시는 공포심에 표정이 창백해지는 그때였다.

급경사였던 지면이 어느 세 평평해졌는지를 느끼는 순간,


저 먼발치에서 보이는 작은 빛.

울창한 나무로 인해 어둑하던 이곳에서 유난히 빛나고 있는 단 한 곳.


“ 출구!? 이대로만 간다면···. 어, 뭐가 바뀌나? ”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저거 출구가 아닐 수도 있잖아.


산에서 내려간다는 건 이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할아버지한테 발각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간다 해도 얼마 가지 않아 잡힐 거야.


“ 아아! 어떻게 하지?! ”


그냥 이대로 달여나가는 게 맞는 걸까?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무릎 꿇고 비는 게 좋지 않을까?


안 되겠다.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아마 지금 내 눈은 빙글빙글 돌고 있겠지.


-이 한심한 녀석아! 그 나이가 됐으면 이제 정신 좀 차려라! 꼬맹이들이나 보는 동화책에 언제까지 빠져 있을 거냐!


귀가 쫑긋했다.


또 다.

항상 비웃음당하던 내 동경에 대한 쓴소리.


울컥하며 어지럽던 머릿속이 차분 해진다.


-모험의 낭만? 그건 낭만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다. 무모함에 불과해. 네 녀석은 얼마 가지도 못한 채 썩은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 반드시 후회할 거다!


그저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꿈이 또 부정당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갈등, 문제, 욕구, 충돌. 그 끝없는 추악함의 끝에 너는 결국 좌절하겠지!


평소에는 울먹이며 아무 말도 못 했지만 어째서일까, 여기까지 와서 비난당하는 것이 무척 화가 났다.


-그러니까 잠자코 나와 같이 이곳에서 밭이나 갈면서 살면 되는 거야!


아아, 결정했다.

그냥 가자.


-타다다닥


터질 것만 같은 마음속의 울분을 양분 삼아 발을 더욱 박찼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출구.


그 너머는 강렬한 빛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나가는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상관없다.

이대로 할아버지한테 순순히 잡히는 것은 사양이다.


되든 안되는 끝까지 발버둥 치자.


-당장 거기 서지 못---


“ 내 미래는 내가 정할 거야! ”


할아버지의 끝없는 잔소리를 격해진 감정으로 막아낸다.

매일 산속에서 밭이나 가는 일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난 할아버지의 인형 아니야.

하고 싶은 일을 하겠어.


코앞까지 다가온 출구를 향해 손을 뻗으며.


"난 떠날 거야!"


힘차게 한 걸음 나아가는 순간.


-출렁


“ 어? ”


갑작스러운 파동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끝에서 시작된 파동이 주변을 물들인 것이다.


눈앞의 배경이 마치 물결이 이는 호수처럼 일렁였다.

손에서 어깨로 몸이 빨려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으로 진입하는 것만 같았다.

몸이 나아가는 동안 느껴지는 것은 신체가 변화하는 듯한 감각.


‘머리카락이 불타는 듯’ 두피가 뜨겁다.

‘눈앞이 붉게 물들어’ 시야가 혼란스러워졌다.


“ 방금 뭐였지? ”


고작 한 걸음 내딛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놀라며 멈춰 선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를 되돌아보았다.


힝!


말이 보였다.


“ 엥? ”


얼빠진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앞에 수레를 끌고 있는 갈색 말이 앞발을 치켜들고 있다.


“ 어째서!? ”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 워워, 진정해! ”


고함이 들리고 말이 진정한 듯 앞발을 내린다.

말 너머로 챙이 짧은 모자를 쓴 남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말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와 딱 눈을 마주친다.


“ 휴 ”


“ 놀래라. ”


서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잠시, 그는 화난 얼굴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 이봐!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해! ”


“ 죄, 죄송해요. 산속에서 나오는 중이어서 미쳐 못 봤어요. ”


“ 산속에서 나왔다고? ”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남자.


“ 무슨 소리야. 여기에 산이 어딨어? ”


“ 네? ”


남자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 말도 안 돼! ”


휘둥그레진 눈으로 벌떡 일어나며 주위를 둘러본다.


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풀잎.

쭉 뻗어 있는 마차의 둔탁한 길목.


끝없이 펼쳐진 갈색빛의 초원의 광경 속, 그 어디에도 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입만 뻥긋거리며 멍하니 있자, 사내가 앞으로 다가왔다.


“ 얼굴을 보니 아직 어린 거 같은데, 혹시 정신이 조금 이상한- ”


의심스러운 눈치를 보내는 남성의 말에 기겁하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러니까 산에서 내려오다가 출구로 보이는 곳을 찾아서 달려갔는데 갑자기 마치 마법처럼 주위가 흔들리더니- ”


“ 마법이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


“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요! ”


아아, 할아버지 말고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람에게 의심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롭다.

사람은 첫인상이라고 모험가가 말했단 말이야.


눈이 가늘어지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글썽이며 소리치고 말았다.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정말, 누가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





아르가 서 있던 초원의 위쪽.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의 한 가운데, 누군가 있었다.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팔짱을 끼고 지상을 내려다보던 그는 들려오는 소리에 코웃음을 쳤다.


“ 우냐? ”


다름 아닌 아르의 할아버지였다.

그는 놀랍게도 ‘마법’을 사용해 공중에 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발견한다면 분명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마법.


전능한 드래곤과 축복받은 엘프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미지의 능력.

인류 역사를 통틀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 한 방 먹었군. 하필이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날’을 노리고 있을 줄이야. ”


아무리 뛰어봤자 자신의 손바닥 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방심했던 걸까.


“ 몇 년간 얌전히 지내던 이유가 오늘을 위해서였나? ”


단순한 주제에 나름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 놀란 그였다.

물론, 준비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느닷없이 날짜를 확인하며 이때 나가면 될려나 하고 중얼거리다가 돌아 보더니-


" 아니에요! 나 이번에야 말로 나갈거라고 생각하거나 하지 않았어요!! "


라며 자폭한다거나.


침대 밑에 뜬금없이 가방을 넣더니-


" 할아버지 이거 봐보세요. 여기 숨기면 잘 못보겠지요? "


하고 순진하게 물어 본다거나.

대놓고 '오랜만에 가출하겠습니다'하고 선전 포고하는 녀석의 모습에 웃음만 나왔다.


이번에는 어떻게 혼내줄까 하며 지켜봤지만, 어째서인지 그 뒤로 딱히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가만있길래 까먹었나 했는데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 물론!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


괜히 바보 손자에게 진 거 같아 크게 한 마디 외쳤다.

산 밖으로 나갔다면 더는 손 쓸 방법이 없다.


자신은 이곳에서 나갈 수 없으니까.


“ 뭐, 이제 놔줄때가 되긴 했지. ”


그는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봤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위에 수놓여 있는 것은 정체불명의 붉은 오로라.


눈을 부릅떴다.

동공이 축소되고 시각의 거리가 급속도로 확장된다.


슈우욱.


단숨에 산을 넘고 바다를 가로지른다.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대륙의 끝.

그곳에는-


천연의 불로 이루어진 벽이 존재했다.


붉은 광채 이외는 어떤 색도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강렬한 열기가 주위를 삼킨다.


그 높이는 하늘을 찌를 듯하며, 두께는 수천 미터에 달했다.

불꽃이 춤을 추며 타오르는 소리는 마치 천둥과도 같다.


세계를 나누고 있는 4대 재앙 중 하나인 ‘불의 장막’


‘역시 계속 약해지고 있군’


시선을 거두며 혀를 찬 그는 다시 지상을 내려본다.

정확히 아르의 머리와 눈에 시선이 꽂힌다.


자신이 알던 무색 빛이 아니다.

막 타오른 불씨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타이밍 하나 기가 막히는군.’


전조와 사건의 연속성.

이것은 우연일까?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 정해진 기로의 하나.

아르는 동경했기에 모험에 나섰지만.


“ 동경인지 운명인지. 이제 지켜볼 수밖에 없군. "


혀를 차며 마지막이 될 손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

한 동안 손과 발을 총동원하면서 남성과 대화를 나누더니 같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난 모험가가 될 거야!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 모험가라. 영웅 따위 보다 났겠지 ”


멀어지는 마차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말하던 그의 모습이 발끝부터 서서히 사라져 간다.

딱히 슬프지는 않다.


알아서 하겠지.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이제 애도 아니고 말이야.


“ ...감기 조심해라. ”


그렇게 중얼거림을 끝으로 하늘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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