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검을 획득한 내가 영웅?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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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타닥
작품등록일 :
2024.07.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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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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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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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1)

DUMMY

어릴 적 할아버지가 마지못해 읽어주던 한 동화책의 이야기.


내용은 평범한 한 청년이 드넓은 세상을 모험하는 여행담.


아름다운 엘프를 만나 마법을 배우고 우직한 드워프를 만나 우정의 술잔을 나눈다.


동료들과 힘과 지혜를 나누며 끝내 사악한 용을 물리치는 청년.


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끝에는 세계를 구하게 되는 주인공은 다시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시시하군.’


책을 덮으며 심드렁하게 말하는 할아버지와 반응과는 다르게 나는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미지의 곳을 여행하는 것.


깊은 산속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동화책에 완전히 매료당하고 말았다.


듣는 것으로는 부족해 글까지 배워서 매일 읽기 시작하는 나를 두고.


‘안 질리냐?’


-라며 할아버지는 혀를 내둘렀지만 나는 언제나 즐거울 따름이었다.


소중히 넘기는 한 페이지들.


눈앞의 글들은 머릿속에서 펼쳐져 한 편의 연극을 완성한다.


그렇게 조금씩 싸여가는 것은 어린아이의 철없는 동경심.


그런 동경이, 꿈이 되어 가는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이 농기구를 손질하던 할아버지 옆에서 책을 읽던 나는 참지 못하고 두 손을 번쩍 들며 크게 소리쳤다.


‘나는 모험가가 될 거야!’


‘뭐?’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할아버지를 향해 나는 힘차게 꾸벅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긴 어딜 가?’


후다닥 달려나가려는 순간, 할아버지의 큼지막한 팔이 내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번쩍 들어 올렸다.


‘이거 놔주세요! 나도 모험하고 싶어요!’


‘꼬맹이 주제 어딜 나서겠다는 거야. 모험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매달린 채 필사적으로 손발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에게 할아버지는 성난 표정을 지으며 내 코앞까지 얼굴을 불쑥 들이댔다.


'잘 들어. 모험이 동화책에 적힌 것처럼 멋진 일만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밖’이라는 곳은 괴물들이 가득한 미궁이다. 너 같은 꼬맹이가 나서는 순간 괴물들의 간식거리가 될 뿐이야.‘


‘그, 그렇지 않아요! 괴물 같은 거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어요!’


‘이 녀석아 진짜 괴물을 말하는 게 아니야.’


‘아얏!’


느슨해진 손아귀에 그만 바닥에 엉덩이를 찍어 아파하는 나를 두고 이내 할아버지는 팔짱을 끼더니 조금 안타까운 눈빛을 지었다.


‘한방은 무슨, 슬라임만 무서워서 벌벌 떠는 녀석이.’


‘그, 그런 적 없어!’


‘에잇, 시끄럽다! 어쨌든 그런 헛 소리는 두 번 다시 꺼내지 마. 한 번만 더 모험 타령을 한다면 주먹을 쥐어 박아주마.’


‘하지만 모험- 아야! 진짜로 때렸어!? 너무해! ’


‘말이 짧다?’


‘너, 너무해요!’


‘자, 한 대 더 맞고 싶다면 또 해봐.’


‘메롱이다! 할아버지 진짜 싫어!’


‘감히 하늘 같은 할아버지한테 반말을 해!? 혓바닥 내미는 행동은 어디서 배운거냐!? ’


‘주인공이 악당한테- 잘못했어요! 두 번 다시 안 할게요!’


당장이라도 한 대 쥐어박을 것만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에 머리를 감싸며 뒷걸음치는 나.


‘쓸데없는 소리 이제 나가자. 오늘은 할 일이 많아.’


‘..네.’


콧방귀를 끼며 괭이를 짊어진 채 문을 나서는 할아버지를 뾰로통한 표정으로 따라 나간다.


비록 힘에 굴복해 이 이상 말을 못 했지만, 가슴 속에 뛰고 있는 동경의 울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 나 ‘아르 이드엘’에게는 확고한 꿈이 생겼다.


이 작은 산속 오두막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


두근거리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낭만을 추구하는 모험을 하고 싶다.


누군가와의 인연을 가지고 싶다.


그래, 나는 모험가가 되는 거야.


확고한 결심을 굳히며 앞서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힐끗 바라본다.


‘가출하자’


히히, 몰래 나가면 모르겠지?


그런 어린이다운 단순한 생각 뒤, 저녁이 된 시각.


‘ 이 멍청이가! ‘


빡!


‘으앙, 잘못했어요!’


몰래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할아버지의 꿀밤이 머리에 작열했다.


된통 혼난 뒤 이불 속에서 눈물을 훌쩍였지만, 마음만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한 나머지 오기가 생겼달까.


‘내일은 반드시 도망칠 거야!’


그렇게 시작된 내 가출 도전기.


하루가 지나고-


‘이 녀석이 할아버지 말이 우습다 이거지!?’


빡!


‘ 으악! ’


일주일이 지나고-


‘진짜 맞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냐!’


‘이, 이미 맞았잖아요!’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아악!’


한 달이 흐르고, 다음 해가 지기를 반복하는 세월.


시간이란 정말 빠르게 흐른달까, 어느 세, 나는 꼬맹이라는 껍질을 벗고 16세의 성인이 됐다.


--



-짹짹


새들의 선율이 귓가에 들려왔다.


하루를 알리는 감미로운 음색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번뜩 눈을 떴다.


이제 막 떠오르는 햇살이 허름한 오두막집 안의 어둠을 서서히 지워내고 있는 이른 새벽이었다.


‘ 좋아 가자. ’


다짐과 함께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 크아."


" 으헉! "


괴상한 콧소리에 황급히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는 삐걱대며 시선을 내렸다.


" 쿨쿨. "


세월이 엿보이는 짧은 흰 머리와 긴 콧수염,


내 몸에 비해 세 배나 큰 덩치를 지닌 노인이 대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크게 벌린 입에서 침을 흘리며 숙면 중인 할아버지의 얼굴을 떨리는 눈으로 숨죽여 본다.


다행히 반응은 없다.


‘깬 줄 알고 놀라라. 시작부터 망하는 줄 알았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뒤꿈치를 들고 총총걸음으로 옷장으로 향했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조차 신경 쓰며 준비해둔 옷으로 갈아입는다.


안쪽에 숨겨 놓았던 작은 배낭을 챙긴 후 문 앞으로 이동했다.


문고리를 잡기 전, 문짝에 달린 사각형 거울이 얼굴을 비춘다.


새하얀 눈동자가 얼굴을 살펴본다.


조금 앳돼 보이는 둥근 얼굴의 뺨에 아직 남아 있는 배게 자국.


헝클어진 ‘하얀 머리’는 창 너머의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무지갯빛’도 띄운다.


양손으로 머리를 꾹꾹 누른 뒤, 다소 굳어 있는 뺨을 힘차게 문질렀다.


‘에잇, 진정해! 겁먹지마, 아르! 오늘부터 넌 16세! 엄연한 성인! 이번에야말로 탈출하는 거야. ’


각오를 다진 나는 마른 침을 꿀꺽 넘기며 문고리를 잡고 서서히 문을 열었다.


절반쯤 열린 틈 사이로 몸을 비집어 넣어 나간 뒤 조심스레 닿고 귀를 쓱 문가에 가져갔다.


-쿨쿨


문 너머로 들리는 것은 할아버지의 우렁찬 콧소리뿐.


딱히 움직이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엿듣고 있는 자세로 몇 걸음 후퇴하는 것도 잠시, 나는 획 몸을 돌리며-


‘뛰어!’


전력을 다해 달려 나아가기 시작했다.


‘달려! 달려!! 달려라!!!’


순식간에 마당을 가로질러 막아선 울타리를 단숨에 뛰어넘어 넘는다.


멋지게 한 바퀴 돌며 착지 후, 다시 질주.


곧 마주하는 것은 가파른 경사길에 펼쳐진 웅장한 산림의 풍경.


산길조차 없는 울창한 숲.


“ 간다! ”


천연으로 이루어진 녹색의 지역에 나는 과감히 몸을 던졌다.


쭉 뻗은 거목들과 그 발밑에 보이는 빡빡한 수풀, 불규칙한 바위의 길목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그야말로 출구를 알 수 없는 숲속의 미로.


누군가 발을 들이대는 순간 미아가 될 정도로 험악한 곳이지만 줄곧 이곳에서 자라온 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팔을 휘저으며 능숙하게 수풀을 헤쳐나간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토끼 같은 날렵한 뛴 걸음으로 요리조리 달려나간다.


갑자기 진로를 막아서는 웅장한 거목.


“ 지름길로 가볼까! ”


다른 길을 찾기는커녕, 나는 오히려 능숙하게 나무를 올라타기 시작했다.


타다닥-


금세 나무 끝까지 오른 뒤, 건너편의 나무를 향해 도약.


낙하는 잠시뿐, 튼튼한 나뭇가지로 보이는 것을 잡고 한 바퀴 회전하며 앞으로 날아오른다.


마치 원숭이가 곡예를 하는 것 마냥,


산개된 나무 사이를 민첩하게 오르내리며 거침없이 나아간다.


물론 수시로 고개를 돌려 후방을 확인하는 행동을 잊지는 않는다.


‘좋아, 아직 까지는 쫓아오는 기색 같은 건 없다.’


언제나 실패했던 나의 가출기.

만약 누군가-


‘고작 가출하는 것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라고 물어보면 나는 얼굴에 표정을 싹 지우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상대는 할아버지야.’


아무리 멀어도 번개처럼 나타나서 두개골을 콱 움켜쥐던가,


하늘에서 쿵 떨어지며 자욱한 흙먼지 안에서 두 눈을 빨갛게 번뜩이며 막아선다던가!


가끔은 정말 귀찮다는 듯 눈앞에 마법처럼 짠하고 나타나 귀를 잡고 끌고 가는 상식 외의 사람을 상대로 도망치는 거니까!!


몇 년간 똑같은 결과에 나는 잠시 가출을 멈추고 방법을 바꾸기로 했었다.


기회만 보이면 도망치는 게 아닌 할아버지의 약점을 잡기로.


‘단순한 빈틈만으로는 안돼. 확실한 찬스를 노리자!’


그렇게 포기한 듯 착한 아이로 지내며 할아버지의 행동을 조심히 관찰하다 알게 된 사실.


매년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이 어두워지는 날이 있다.


세상이 멈추는 것만 같은 이 날, 언제나 할아버지는 모습을 지웠다.


다시 환해지고 나서야 나타난 할아버지를 울면서 얼마나 원망했던가.


어쨌든 중요한 건 다음 날이다.


전날에 무엇을 한 건지 할아버지는 이 날 항상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


아무리 어깨를 흔들고 소리쳐 봐도 기절한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어? 잠깐만!’


하며 호들갑을 떨며 눈치챘던 것이 재작년.


쭉 수염을 당겨보고 얼굴에 낙서를 해보며 확신한 것은 작년.


그리고 어제, 그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났었다.


그렇다면 오늘이-


“ 기회란 말이지! ”


직진을 멈추고 가장 높아 보이는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이며 주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르스름한 넓은 하늘 아래 펼쳐진 초원.


산 정상부터 꽤 멀어졌지만, 출구인 산기슭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 그래도 꽤 뛰었으니까 중턱에서 더 내려온 거 같은데. ”


한순간에 벗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위치는 처음으로 밟아보는 구역!


이렇게 오랜 시간 나타나지 않는 할아버지!


“ 헤헤헤. 즉, 이건 확실히 성공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탈출할 수 있다.


드디어 밖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어!


부푼 기대감에 참지 못하고 나는 두 손을 번쩍 들며 크게 환호 쳤다.


“ 가자! 모험!! ”


길게 메아리치는 목소리.

그리고-


-아르 이드엘!!!!


천둥 같은 굉음이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마치 산을 뒤흔드는 듯한 쩌렁쩌렁 울리는 괴물 같은 포효소리.


만세 상태에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는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광!!


마치 폭주한 몬스터와 같은 진격이 이쪽을 향해 돌격해오고 있었다.


산봉우리부터 거칠게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


폭발하는 듯 터져 오르는 무수한 나무와 바윗덩어리.


그 파괴의 중심에 보이는 검은 인영.


...설마, 할아버지!?


-이 멍청이가 얌전하다 싶더니 또 가출해!?


“ 으아아악!?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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