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줍는 천재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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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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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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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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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1)

DUMMY

시체 썩는 악취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갑옷을 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이 어두운 숲 속을 헤집으며 걸었다. 하나 같이 비장한 표정이었다.


선두에서 앞서가던 귀족의 눈빛은 사막의 모레처럼 삭막했다. 뒤따르던 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영주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

“그럼 이대로 아버님과 동생을 포기하자는 얘기인가.”

“그건······.”

“이미 결정한 일이다. 말을 삼가라.”


저주.

수석 마법사는 가족의 병세를 망령의 저주라 칭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망령의 퇴치였다.


“이곳인가.”


백작령 끝자락에 위치한 버려진 신전. 희미한 달빛에 반사된 신전은 폐허와 다름 없었다. 얼마나 오래 방치됐는지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넝쿨이 무질서하게 퍼져있었다.


“들어간다.”


젊은 귀족은 피어오르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르는 병력들이 주변을 경계하며 주인을 따라 움직였다.


그때 선두의 병사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목소릴 높였다.


“소영주님! 입구 옆에 뭔가 있습니다!”


멈춰선 일행을 뚫고 나온 젊은 귀족이 눈매를 찌푸렸다. 병사의 말대로 인간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부서진 기둥의 잔해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뒤집어 쓴 로브 사이로 튀어나온 창백한 피부.

움직이지 않는 걸 보아 시체인 듯했다.


“망자로 판단된다.”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망령의 함정일지도 모른다. 시체와의 접촉을 피한 뒤 입구로 속행한다.”


젊은 귀족 일행은 시체를 지나쳐 입구 안 쪽으로 들어섰다.


동굴을 개조 시켜 만든 신전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타오르는 횃불이 어두운 통로를 미약하게 밝혔다.


수많은 종류의 뼈가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인간의 두개골. 야생 동물의 다리 뼈. 마수의 것으로 추정되는 잔해도 여럿 보였다. 그 사이로 기어 다니는 벌레들이 갑옷에 밟혀 터지곤 했다.


“무슨 냄새가······.”

“코가 썩을 지경이군.”


안 쪽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지독해지는 시취가 일행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함은 한 겨울의 추위와 종류가 달랐다. 본능에 각인된 공포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기였다. 위축된 일행의 진군 속도가 더뎌지자 젊은 귀족이 소리쳤다.


“멈추지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엔덱의 병사들이다! 죽은 자에게 무릎을 꿇을 셈이냐!”


젊은 귀족의 당찬 목소리가 일행의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공포에 질렸던 이들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무거운 발길을 잡아 끌었다.


어둠의 끝이 보였다.

거대한 공동을 마주한 젊은 귀족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중앙에 위치한 제단에서 희미한 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전투 준비.”


병사들의 창이 높게 치솟았고, 용맹한 기사들의 검이 제단을 겨냥했다. 숨통을 죄어오는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제단과의 거리를 좁히던 그때.

영혼을 긁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공동에 울려 퍼졌다.


[환영한다. 주제도 모른 채 스스로 목숨을 바치러 온 가련한 인간들아.]


동시에 일행이 지나쳐 온 통로가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젊은 귀족은 개의치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어찌 망자가 살아있는 자를 해치려 하는가!”

[망자라니. 그대의 눈엔 내가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가?]


화르륵―!


제단 주위에 박혀있던 횃불이 빛을 발했다.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며 허공에 모여들더니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의 안면이 차갑게 굳어갔다.


[나는 죽지 않았다. 육체의 한계를 초월해 영생을 얻었을 뿐이지.]


제단에서 몸을 일으킨 해골이 붉은 안광을 빛냈다.


망령의 머리 위로 공동의 절반을 채울 만큼 거대한 형체가 비뚤어진 웃음을 지었다. 불길한 눈동자가 젊은 귀족을 향했다.


[너의 영혼이 탐나는구나. 어둠에 물들지 않은 순백의 영혼은 흔치 않거든.]

“닥쳐라! 내 너를 벌하고 가족의 병을 치료할 것이다!”


젊은 귀족의 공격 신호가 떨어졌다. 두려움을 이겨낸 병사들이 쾌속하게 앞으로 전진했다. 마력을 휘감아 푸른색으로 물든 기사들의 검이 그 뒤를 따랐다.


일순간 어둠을 가른 일격이 해골에게 닿는 듯 보였다.

망령의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어리석다.]


콰아아앙!


수직으로 낙하한 망령의 거대한 손아귀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젊은 귀족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용맹하게 앞서가던 일행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처참한 광경이 보였다. 병사들의 시체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하게 짓눌려 있었다. 수십의 병사가 일격에 즉사했다.


“끄아아악!”


기사들의 상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신히 버틴 이들이 끔찍한 고통을 호소하며 상처를 부여잡고 있었다. 떨어져 나간 팔 다리에서 붉은 액체가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젊은 귀족이 검을 늘어트렸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전신을 옥죄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일렀다. 희망이 남아있었다. 고개를 돌린 젊은 귀족이 소리쳤다.


“마법사! 주문은 아직인가!”

“준비 되었습니다!”


마법사의 발 밑에서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뺨을 뜨겁게 달궜다. 흡사 작은 태양이 떠오른 모양새였다. 망령이 탄성을 내뱉었다.


[화염 계열 마법사인가. 마법의 완성도가 상당하군.]


화염구가 빠른 속도로 망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스치는 것만으로 피부가 익을 정도의 고열. 아무리 망령이어도 저걸 맞으면 무사하진 못할 터. 마법사는 망령의 소멸을 예상했다.


허나, 화염구는 망령에게 닿지 않았다.

망령의 손에서 뻗어 나온 묵색의 마력이 화염구를 집어삼켰다.


마법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경악했다.


“저, 저건 흑마법이잖아······!”

[호오. 이걸 알아보는가?]


망령의 음침한 웃음소리가 공동을 가득 채웠다. 마법사는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마법들을 마구잡이로 쏘아댔다. 그가 평생에 걸쳐 익혀온 화염 마법들이 각각의 형태로 망령을 공격했다.


검은 기운의 장막이 모든 마법들을 무효화 시켰다.

제단에서 내려온 그가 앞으로 손을 뻗었다.


“커헉!”


무형의 기운이 마법사의 목을 죄었다.


[기사와 마법사의 심장이라. 오랜만에 포식하겠군.]

“사, 살려주세요! 제발······!”


겁에 질린 마법사가 다리를 휘적거리며 두 손을 비볐다. 죽음의 공포가 온 몸을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망령에겐 자비가 없었다.


푸욱!


새하얀 백골이 마법사의 흉부를 꿰뚫고 심장을 뽑아냈다. 생생하게 박동하는 심장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기괴한 웃음을 흘린 망령이 심장을 씹어먹었다.


[그래, 이 맛이야. 마력이 전신에 스며드는 감각. 오랜만에 살아있는 기분이 드는구나.]


마법사의 신체가 힘 없이 바닥을 굴렀다. 치켜뜬 그의 눈에서 붉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망령은 발악하는 기사들을 제압한 뒤 그들의 심장을 모조리 집어 삼켰다.


“······.”


젊은 귀족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 봤다.


수많은 감정이 그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쳤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손목을 감싼 공포와 발목에 들러붙은 두려움이 행동을 제약했다. 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포기한 건가? 조금 더 발악할 줄 알았다만. 뭐,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흐르는 핏물을 털어낸 망령이 젊은 귀족에게 걸어갔다.

두개골 안 쪽에서 빛나는 붉은 안광이 춤추듯 일렁거렸다.


그때였다.

무너진 통로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체 폭발.”


콰아아앙!


동굴을 뒤흔드는 폭발이 암석을 밀어냈다. 휩쓸린 잔해가 허공을 가르며 망령에게 날아들었다. 떨어지는 암석을 조각낸 망령이 통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이 어두운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보였다.

흘러내린 흑발 사이의 붉은 눈동자가 은은한 빛을 발했다.


[지원군인가? 헌데 고작 한 명이라. 네놈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뭐?]

“뇌가 없어서 이해를 못하는 건가. 입 닥치라는 얘기다.”


망령의 말 문이 막혔다. 뇌가 없어서 이해를 못해? 근 수십 년 간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다. 그 어떤 미친 인간도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하지 못했으니.


[재밌는 인간이구나. 실력에 자신 있는 모양이지? 하지만 네놈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먼저 죽은 너의 동료들이······.]

“소음 차단.”


소음··· 뭐?

순간 공중으로 떠오른 검은 기운이 남자의 귓속으로 들어갔다.


망령은 남자의 행동이 자신의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걸 깨달았다.

격렬하게 날뛰는 망령의 감정이 형상화되어 회오리치듯 그의 몸을 휘감았다.


[거만하구나! 감히 이 몸을 도발하는 언행을 저지르다니! 네놈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 벌레들의 먹이로 던져주마!]

“수준이 꽤 높은데. 이러면 어쩔 수 없나.”


가만히 망령을 관조하던 남자가 손을 뻗었다. 허공에 생성된 짙은 어둠이 괴물의 입처럼 변해갔다. 쩍 하고 벌어진 틈 사이로 녹슨 목걸이가 튀어나왔다.


콰직!


남자는 바닥에 떨어진 목걸이를 거침없이 짓밟았다.

그리고 꺼내든 단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핏물을 떨어트렸다.


흘러내린 피가 부서진 목걸이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남자의 발 밑에서 피어오른 보랏빛 연기가 규칙적인 도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저건······!]


지켜보던 망령이 턱을 크게 벌렸다. 남자의 곁을 유영하는 기운.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불길함이 느껴졌다.


저 녀석.

자신과 같은 흑마법사였다.


[평범한 녀석이 아니었구나! 허나 네놈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망령의 마력이 머리 위에서 회전했다. 급속도로 응축 시켜 안정성은 떨어졌지만 가공할 만한 위력을 품었다. 뼛가루조차 남기지 않을 파괴력이었다.


망령의 마법이 대기를 가르고 쏘아졌다. 귀가 찢어질 듯한 폭음이 공동에 범람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피어오른 먼지가 시야를 차단했다. 망령이 조소를 흘렸다.


[끝이군.]


뿌옇게 번졌던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놈의 심장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면 분명······.


[······어?]


젊은 귀족에게 향하던 망령이 발걸음을 멈췄다.

폭발이 일어났던 자리. 남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인간의 얼굴 형상을 한 무언가가 얇게 퍼져 남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망령은 그것의 정체가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완성된 소환진이 그의 등 뒤에서 검게 빛났다.

남자가 짧게 읊조렸다.


“죽음의 신이여. 강림하라.”


소환진 너머로 해골 형상의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망령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뇌리를 장악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름 끼치게 건조한 음성이 낮게 울려 퍼졌다.


[대가는?]

“소유한 영혼을 바치겠다.”


남자의 손끝에서 떠오른 영혼이 죽음의 신 앞으로 날아갔다. 몸 집만큼 거대한 낫을 든 채 영혼을 응시하던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합당하군. 계약을 이행한다.]


후웅―!


허공을 가로지르며 휘두른 낫이 단숨에 망령의 영혼을 잘라냈다.

망령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공동을 가득 채우던 형상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망령의 백골이 맥 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리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죽음의 신은 분리된 영혼을 거둔 뒤 모습을 감췄다.


시체가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는 소매로 얼굴을 가린 뒤 걸음을 내디뎠다.


“지독하군.”


게임 속에 떨어진지 7년.

세드는 아직도 시체 썩는 냄새가 역겨웠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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