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줍는 천재 흑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신나타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3
최근연재일 :
2024.09.18 20:2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08
추천수 :
8
글자수 :
46,730

작성
24.09.12 20:15
조회
51
추천
1
글자
12쪽

흑마법사 (2)

DUMMY

죄가 있다면.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 한 게 죄명일 테지.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오래 한 것도 아니었다.


1만 시간.

하루에 10시간 씩.

딱 3년 밖에 하지 않았다.


수많은 업적을 깨고 해금 가능한 모든 캐릭터로 엔딩을 봤다. 그럼에도 질리기는커녕 새로운 재미가 느껴졌다.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성장형 RPG.

세브니아는 갓겜 그 이상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다.


그때 접었어야 되는데.

컨셉질을 시작한 게 시발점이었다.


눈에 띈 캐릭터는 흑마법사였다.


흑마법사는 초반 성장이 어려운 만큼 후반의 임펙트가 강한 직업이었다. 가히 일인군단이라 칭할 만큼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다만 나약한 육체 능력과 부족한 마력량이 문제였다.

하여 흑마법사를 육성할 때는 스탯을 육체 관련된 특성에 분배하여 찍었었다.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하는 흑마법사.

게임은 쉬웠고, 재미는 없었다.


그래서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세브니아는 패널티 시스템이 존재했다.

어떤 제약을 설정하면 그 만큼 다른 부분에 스탯을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육체 관련된 스탯을 봉인했다.

고정된 체력과 근력, 민첩 수치는 더 이상 성장 시킬 수 없었다.

안 그래도 물 몸이라 불리는 흑마법사를 개복치로 만든 것이다.


흑마법 이외의 마법도 배우지 못하게 봉인했다.

원소 마법을 비롯한 대다수의 마법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마력의 수치가 월등히 높아졌다.

더불어 흑마법사에게 필수라 불리는 통제력의 한계치마저 고점을 뚫었다.


한 대 맞으면 즉사하는 유리몸이지만, 압도적인 포텐을 가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캐릭터가 완성된 것이다.


새로운 게임을 즐길 시간이었다.

캐릭터 생성 버튼을 누른 순간 갑자기 눈앞이 탁 하고 어두워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썩어 가는 시체 더미 속이었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즐겨하던 게임 속에 들어왔다는 걸.


여지없는 현실. 하루 아침에 야만인 소굴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중세랜드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별 수 있나.

죽지 않으려면 죽이더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마쳤다.






*






발걸음이 멈췄다.

세드는 횃불이 일렁이는 제단 앞에서 고개를 내렸다.


제단의 중앙.

쇠사슬로 묶인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결계인가.”


어둡고 탁한 기운의 마나가 책을 보호하고 있었다. 망령이 설치해놓은 결계였다. 손가락을 가까이하자 쇠사슬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술사는 사라졌다.

영혼이 소멸해 더 이상 언데드라 불릴 수도 없는 상태였다.


평범한 결계는 술사의 죽음과 함께 소멸한다. 그렇다는 건 망령의 위계가 평범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일격에 기사를 압살 하는 무력. 생전 고등한 수준의 강자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한 흑마법사가 결계까지 설치하며 봉인한 마법서.

필시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다.


힘으로 부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결계의 술식을 분석해 보니 물리 공격과 마법 피해 면역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건 동굴이 무너져도 멀쩡할 수준의 봉인이었다.


그럼 어떻게 열어야 될까.


놈은 무척 오만했다. 자신이 패배할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결계를 무력화 시킬 열쇠는 이쪽에 있지 않을까. 문득 전생에서 사람들이 가장 애용하던 잠금 장치가 떠올랐다.


망령의 잔해로 다가간 세드가 흩어져 있는 뼈들을 주워 담았다.

가방을 가득 채운 세드가 망령의 손목이었던 뼈를 들고 쇠사슬에 접촉 시켰다.


촤르륵―!


생체 인식이었군.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저 혼자 움직이더니 말끔한 상태의 마법서를 뱉어냈다. 허공에 떠오른 마법서에서 망령의 마력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세드는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셀렉이라.”


망령의 생전 이름은 셀렉.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그의 일대기가 앞장에 적혀있었다.

자신의 무용담, 그리고 짙은 후회가 가득했다.


셀렉은 대마법사에 비견되는 초인이었다. 동료에게 배신 당한 뒤 신전에 갇혀 죽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솔직히 관심은 없었다.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세드의 피폐한 눈동자에 일말의 생기가 돌았다.

그동안 찾아 헤매던 흑마법의 중요 술식이 적혀있었다.


언데드 강화.

그것에 필요한 마법식과 방법, 응용 과정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손해가 심하긴 하지만.’


하나 뿐이던 성물.

그리고 어렵게 수집했던 4위계 수준의 영혼을 죽음의 신에게 바쳤다.


수백 년 간 방치된 언데드라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4위계의 영혼으론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세드는 만족했다.


언데드 강화는 흑마법사의 가장 핵심 마법.

장기적으로 계산해보면 합당한 지출이었다.


세드가 손을 뻗자 검은 기운이 마법서를 집어 삼켰다. 망령의 잔해까지 챙겼으니 볼 일은 끝난 셈이다. 참혹한 현장으로 다가간 세드는 죽은 이들의 영혼을 거두어 들였다.


“어이.”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에게 말을 걸었다. 소영주라고 했었나. 이 근방의 영지는 루넬 가문이 통치하고 있다. 따라서 눈앞의 남자는 엔덱을 다스리는 귀족 가문 출신일 터였다.


“끄으으으······.”


젊은 귀족은 입을 크게 벌린 채 텅 빈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 중이었다. 아무래도 망령을 마주한 탓에 정신이 나간 듯했다.


흑마법은 정신에 가장 큰 데미지를 입힌다.

망령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젊은 귀족의 멘탈이 나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세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7년 간의 중세 생활은 현대인의 도덕적 가치관을 바꾸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필요하다면 사람도 죽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타인에 대한 불신은 기본으로 깔고 가야 이 엿 같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세드는 불필요한 선행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굳이 젊은 귀족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귀족은 대체로 성격이 지랄 맞다. 괜히 엮였다가 피곤한 일이 생기는 건 사양이었다.


다만, 눈앞의 귀족은 지금까지 만난 놈들과는 달라 보였다.

속는 셈 치고 도와줄까.


짜악―!


세드의 손바닥이 젊은 귀족의 뺨을 내리쳤다. 머리가 옆으로 고꾸라질 정도의 강타였다. 세드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오히려 이쪽이 아픈데. 스켈레톤보다 나약한 신체는 여전했다.


젊은 귀족이 바닥에 쓰러졌다.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깊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했다.


발로 밟아야 되나? 세드가 고개를 저었다. 발목이 부러질 가능성이 있다. 젊은 귀족은 신체를 단련한 기사라서 그런지 몸이 굉장히 튼튼했다.


“이거면 충분하겠군.”


가방에서 망령의 뼈를 집어 들었다. 넙다리뼈. 허벅지를 지탱하는 뼈로 팔뚝만 한 크기를 자랑했다.


세드는 양 손으로 뼈를 움켜잡은 뒤 확실하게 젊은 귀족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커헉!”


젊은 귀족이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을 차렸다.


“망령! 당장 망령을 죽여야······!”


젊은 귀족이 다급히 검을 쥐고 주변을 둘러봤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 일어선 그의 눈동자가 갈피를 잃었다. 망령이 없었다. 제단의 불꽃은 꺼진 상태였다. 어디에서도 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놈은 소멸했다.”


세드가 담담하게 말했다. 젊은 귀족의 고개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묻는 표정이었다. 눈치는 없는 편인가.


세드가 가방에서 망령의 두개골을 꺼내며 덧붙였다.


“이거면 답이 되겠나.”

“그건······!”


그제야 믿는 눈치였다. 어깨를 떨던 젊은 귀족이 검을 놓쳤다. 그리곤 제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싼 채 오열하기 시작했다. 묵혀왔던 슬픔을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 흐느끼던 젊은 귀족이 간신히 고개를 들고 세드에게 물었다.


“그대가··· 망령을 퇴치한 것이오?”

“뭐, 그런 셈이지.”

“고맙소! 정말로 고맙소!”


젊은 귀족이 연신 감사를 표했지만 딱히 감흥은 없었다. 망령을 죽인 건 그를 위해서 그랬던 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젊은 귀족에겐 망령을 죽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소개가 늦었소. 나는 루넬 백작령을 통치하는 켄트 루넬의 장남, 루카스라고 하오.”


역시 귀족 나리였나.

중세의 야만인들과 달리 언행에서 귀족 특유의 품격이 느껴졌다.


“그대는?”

“세드. 떠돌이 마법사다.”

“그렇군. 세드 경. 내 그대의 이름을 잊지 않겠소.”


루카스가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드가 물었다.


“질문이 있는데.”

“편하게 말해보시오.”

“왜 망령을 죽이려 했던 거지?”


루카스의 안면에 수심이 차올랐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망령이 우리 가족에게 저주를 걸었소. 그 탓에 아버님과 동생이 병상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어 놈을 죽여야만 했소. 이제 녀석이 사라졌으니 저주도 지워졌겠지.”

“저주?”

“그렇소. 가문의 유능한 마법사가 파악한 사실이오.”


망령의 저주라.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건 아닐 거 같은데.”

“···그게 무슨 뜻이오?”


루카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되물었다. 눈빛에서 살기마저 느껴졌다. 세드는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망령은 속박형 언데드였다. 속박형 언데드는 일정 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신전에서 엔덱까지의 거리는 최소 1시간. 망령이 도달할 수 없는 거리지.”


세드가 자신의 신발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또한, 저주를 걸기 위해선 당사자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피. 혹은 대상자의 신체 부위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놈이 당신 가족한테 저주를 걸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그걸··· 어떻게 아시오?”

“내가 흑마법사니까.”


흑마법사는 이 세계에서 배척 받는 존재다.

사용하는 마법 자체가 인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많은 탓이다.


죽은 자를 되살리며 악마와 계약하는 그들을 좋게 볼 수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불법인 건 아니다.

제국에 존재하는 마탑엔 엄연히 흑마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흑마법 학파가 존재하니까.

다만, 대부분의 인간은 흑마법사를 기피하는 성향을 지녔다.


경계심을 드러내는 루카스의 반응도 이해는 됐다. 입을 꾹 다문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달 받은 내용의 진위 여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듯했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오?”


믿겠다는 건가. 짙은 경계심 너머로 일말의 신뢰가 느껴졌다. 바닥을 내리친 루카스의 주먹에서 피가 세어 나왔다.


“대체 어떻게 해야···! 가족을 살릴 수 있냐는 말이오······!”

“가족의 병세가 저주에 의한 병마라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그게 정말이오? 내가, 내가 무엇을 하면 되겠소······?”


세드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

따라서 그에 합당한 대가가 필요했다.


“거래를 하지. 그 편이 서로에게 신뢰가 될 테니.”


잠시 멈칫하던 루카스가 결심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대가 만약 가족의 병세를 치료해 준다면··· 뭐라도 주겠소! 돈을 달라면 금화를 주고 보물을 달라면 가문의 보물고를 털어서라도 지불하겠소!”

“말로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텐데.”


세드가 싸늘한 표정으로 루카스를 쳐다봤다.

구두 계약 말고 물질적인 무언가를 표시하란 의미였다.


“믿기 어렵다면, 내 영혼이라도 걸겠소······!”

“진심인가?”

“물론. 가족의 병세를 치료해 준다는 가정 하에.”


멍청한 도련님은 아니었군. 세드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바닥 위로 떠오른 검은 기운이 뭉쳐 작고 얇은 단검을 만들어냈다.


“계약 내용은 이렇다. 세드는 루카스 루넬 가족의 병세를 치료해 준다. 치료에 성공할 경우, 루카스 루넬은 세드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동의하나?”

“동의하오.”


단검이 두 개로 분열했다.

허공에 떠오른 단검이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체 줍는 천재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의뢰 (3) NEW 20시간 전 18 0 14쪽
7 의뢰 (2) 24.09.17 23 1 13쪽
6 의뢰 (1) +1 24.09.16 28 1 15쪽
5 탐색 (2) 24.09.15 28 1 11쪽
4 탐색 (1) +1 24.09.14 39 1 12쪽
3 흑마법사 (3) +1 24.09.13 45 2 14쪽
» 흑마법사 (2) +1 24.09.12 52 1 12쪽
1 흑마법사 (1) +1 24.09.11 7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