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최근연재일 :
2024.09.19 21:2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210,886
추천수 :
24,168
글자수 :
336,886

작성
24.08.12 18:00
조회
39,907
추천
613
글자
17쪽

3. 의사 키티.

DUMMY

[보람 병원 메인 옥내 배선.]

[하드웨어 레벨 : 4]

[소트프웨어 레벨 : 2]

[레벨이 낮아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자동문 회로.]

[하드웨어 레벨 : 1]

[소프트웨어 레벨 : 0]

[센서가 감지 되면, 자동으로 문을 엽니다]


[소변기 회로.]

[하드웨어 레벨: 1]

[소프트웨어 레벨 : 0]

[센서가 꺼지면, 배수 펌프를 가동합니다.]


도현은 밤새 병원 내부를 돌아 다녔다.

감전 되고 나서 얻은, 이 불가사의한 능력에 대해 알아 보기 위해서였다.


"간단한 회로일수록 레벨이 낮구나."


회로의 동작이 얼마나 복잡한 지에 따라 레벨이 갈렸다.


사람이 감지 되면 자동으로 문을 여는 [자동문 회로]의 레벨은 1.


반면 보람 병원 전체에 전원을 공급하는 회로의 경우 레벨이 4였다.


현재 도현의 레벨로는 건드릴 수조차 없는 수준.


"하드웨어 레벨은 뭐고, 소프트 웨어는 뭐지?"


잠시 고민하던 도현은 곧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하드웨어 레벨은 실제 동작하는 기기(예를 들면 자동문의 모터 같은.)의 난해함을 뜻했고, 소프트 웨어는 회로의 난이도를 뜻했다.


한 마디로, 레벨이 높을 수록 복잡하고 어려운 장비라는 뜻.


부르르-


도현은 문득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이거... 말도 안되는 능력이잖아."


도현은 몇 시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동작을 하지 않던 형광등 스위치.

홀로그램은 그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주었다. 원인을 찾기 어려운 고장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명확하게 고장의 원인을 짚어 준 것이다.


"만약 레벨이 올라 간다면?"


컴퓨터가 부팅 되지 않는 것 하나만 해도 수십, 수 백까지 원인이 있다.

RAM이 불량일 수도 있고, 파워 서플라이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전원을 공급하는 멀티 탭에서 220V를 온전하게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기업에서 운용 하는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기능 고장 부터, 백 래쉬, 파형 이상, 노이즈까지.

장비 고장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고, 대기업은 그 수만가지 고장 원인 중 하나를 잡아 내기 위해 유지보수(Maintenance)작업에 매년 수천 억의 비용을 쏟아 붓는다.


왜?

그 이상의 부가 가치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 연 매출이 수백 억 달러를 넘어가는데, 수천 억이 대수 겠는가?


"어쩌면..."


도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얻은 이 능력이 그의 인생을 바꿔줄 지도 모르겠다는.

더 나아가서는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말이다.




임광혁.

20세기 테크의 유지보수 팀 차장인 그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 잡았다.


"이도현 이 새끼, 혹시 나 물 먹이려고 그런 건가?"


이도현.

지난 1년 간 그의 밑에서 부사수 역할을 맡은 남자의 이름이었다.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특출 나지도 않은 실력에 둥글둥글한 성격까지. 그야 말로 평범 그 자체인 놈.


그런 도현이 Y엔진 결함이라는 큰 건수를 물어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아니지. 지 몸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놈이, 일부러 안전 사고를 냈을리가.."


임광혁은 Y엔진 결함을 자신의 단독으로 발견 했다고 보고 했다.


실질적 제안자인 도현의 이름을 빼 버린 것이다.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 아닌가.

부하 직원은 상사의 실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일 못하는 놈 밥 사 멕이고, 기술 가르쳐서 사람 구실 하게 만들어 놓을 때까지 고생하는 게 사수다. 어쩌다 얻어 걸린 실적 정도는 사수에게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옛날부터 느낀 거지만 이도현 그 새끼는... 뭔가 쎄한 구석이 있어."


1200대 가량의 리콜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다.

차세대 주력 엔진으로 꼽히는 Y엔진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그야 말로 엄청난 업적이 아닐 수 없었는데.


광혁은 솔직히 도현이 사표를 쓸 줄 알았다.

아니면 최소한 깽판이라도 칠 거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놓았다.


1계급 특진 확정, 어쩌면 미래 자동차에 눈도장을 찍을 수도 있는 건수를 빼앗겼는데, 태연한 표정으로 출근할 거라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얼마나 두렵냐면, 440V에 감전되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부사수가 혹시 자신을 엿 맥이기 위해 자해 공갈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부장이 알면 지랄 하겠는데.."


무려 440V 감전이다.

어쩌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고.

안전 사고에 대해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금, 이는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였다.

어쩌면 회사의 존망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수준.


띠리리링-


골 머리를 싸안고 있는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신 과장?"


Y엔진의 신 과장이었다.

임광혁은 올게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심호흡을 했다.

난데 없이 발생한 감전 사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 책임이란 걸 누가 져야 할지를 정할 순간이 온 것이다.


"신 과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 임 과장. 아니, 차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다 과장 님 덕분입니다. 하하."


임광혁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예컨대 그런 의미다.

Y엔진 결함 발견 덕분에 차장을 달아서 좋긴 한데, 안전 사고를 내서 참 송구 스럽다- 정도의 느낌.


나름대로의 친밀감을 기반으로 한 대응이었는데, 신 과장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 나 있었다.


"차장 진급은 축하할 만한 일이긴 한데.... 지금 우리가 웃고 떠들 상황은 아니지 않나?"

".......네?"


신 과장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모가지가 간당간당한 상황인데, 웃음이 나오냐고."

"죄, 죄송합니다 책임 님."

"이번 안전사고, 20세기 측 작업자가 로또를 안 채웠다면서요? 도대체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신 거에요? "

"그건...."

"아니, 전기 일 한다는 사람이 로또도 안 채우고 작업 하는 게 말이 되나? 덕분에 여러 사람 피곤 하게 됐어요."


노골적인 책임 떠넘기기.

하지만 임광혁도 이 바닥에서 먹은 짬밥이 있는지라 순순히 당해 주지는 않았다.


"그건 맞습니다만.. 메인 전원 스위치에 [안전 작업 명판]은 붙여 놨지 않습니까? 사고 경위 들어 보니까, 미래 차 측 조합원이 명판 무시하고 전원을 올렸다는데.."

"그래서, 지금 우리 쪽이 원인이다?"

"꼭 한 쪽에만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사고 쳤다는 조합원, 전날 진탕 술에 취해서 지각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임 차장. 자꾸 조합원 조합원 하시는데.. 그거 함부로 언급 했다가 피 보는 수가 있습니다? 이미 대의원 선에서 시마이 칠 단계는 지났어요. 사업부 실장까지 안건이 올라간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조합원 탓이라고 우기면 곤란하지. 3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 조합의 일원이었던 입장에서, 상당히 거슬리네 그 말투."

"......."


임광혁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노동 조합.

별 생각 없이 쓴 단어에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미래 차 노조 인원만 4만 4천이에요. 본사에서도 함부로 못하는 양반들을 걸고 넘어져서 뭐 하려고?"

"아니 그건.."

"그쪽은 귀책 사유에서 제하고 보는 게 맞아요. 안 그래요?"

"......"


신 과장의 한 마디는 노.사를 확실하게 구분 지었다. 감전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인 미래 차 조합원을, 귀책 인자에서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건 20세기 테크와 미래 자동차 Y엔진.


'..... 당했다.'


임광혁은 앗차 하는 심정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 없이 20세기 테크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 깨달은 것이다.

'역시 신 과장..'

남들보다 1년 빠르게 과장을 단 게 바로 신 과장이었다. 임광혁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사이, 신 과장의 뱀 같은 혀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안전 지적 사항 1번. 로또 체결을 하지 않았다."

"..... 확인해 보니까 그 공정은 로또 체결 홈이 없다던데.."

"로또 체결 홈이 없으면 작업을 안 했어야죠."

"......"

"2번, 2인 1조 작업이 원칙인 현장에서 한 명만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구 가지러 간 사이에 오퍼레이터가 전원을 올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어쨌든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웠지 않습니까?"


억지에 가까운 논리였다.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라지만, 두 사람이 항상 붙어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다 못해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있고.

임광혁 역시 여기서 더 물러설 수는 없다고 판단 했는지, 단호한 태도로 대응했다.


"..... 신 과장님,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가만히 안 있으면요?"

"이 바닥이 힘의 논리로 돌아 간다는 건 알겠는데, 적어도 생로 하나는 열어 주셔야 할 거 아닙니까. 낭떠러지에 몰아 넣고 칼 까지 들이 밀면, 저희는 어떡 하란 겁니까?"


임광혁의 말 대로, 사실 신 과장의 태도에는 과한 측면이 있었다.

업체와 원청이라지만 원칙적으로는 상생하는 관계인데, 둘 중 하나는 죽어보자는 식의 스탠스였던 것이다.


임광혁이 말을 이었다.


"책임은 저희가 진다고 칩시다. 그래, 중대재해 처벌 법 때문에 회사가 탈탈 털리겠지만, 그건 뭐 그렇다 치자고요."

"계속 해 봐요."

"적어도 계약 연장 정도는 보장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막말로 배상금 뱉어내고, 거래처까지 끊기면 진짜 죽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말은 길었지만, 임광혁의 의도는 간단했다.

안전 쪽 귀책 사유는 우리가 질테니, 계약을 파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정도는 해달라는 뜻.


"다른 건 몰라도, 안전 쪽 문제를 독박 쓰는 건 업체 신뢰도 문제라는 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 정도도 못 알아 들을 신 과장이 아니었고, 또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한 답변이었지만, 신 과장은 일부러 앓는 소리를 냈다.


"그건 윗 분들이 판단 할 문제지, 내 관할 밖이에요."

"신 과장 님!"

"알았어, 알았어. 나 원참.. 임 차장 무서워서 전화도 못하겠네."

"저 지금 진지합니다. 여기가 저희 마지노선이에요."


신 과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만 재촉해."

"....."

"대신 한 가지만 확실하게 하고 갑시다."


신 과장이 혀로 윗 입술을 적셨다. 긴박한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습관이었다.

"감전 당한 작업자 있잖아. 이름이..."

"이도현입니다."

"그래 이도현 씨. 밑에 애도 한 명 있다던데.. 참 안타깝게 됐어."

"....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그 친구, 2년 동안 임 차장 따라 다니던 시다였다며?"


시다.

시다바리의 줄임말로서, 부사수를 얕잡아 부르는 단어였다. 임 차장은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시다는 아니고, 부사수였죠."

"깨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입 단속은 확실하게 해야 해요."


입 단속.

그 단어를 입에 담은 순간, 신 과장의 유들유들했던 말투가 또 한번 냉랭하게 바뀌었다.


"위쪽에서 쇼부 다 봐 놨는데, 피해자가 들고 일어 나면 답 없는 거 알죠?"


임광혁은 그제야 신 과장의 말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난 또 뭐라고요."


신 과장의 표정이 또 한번 무섭게 굳었다.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할 입장이 아닐텐데요? 이도현 그 친구가 난리 피우면, 계약 연장이고 뭐고 없습니다."


졸곧 불안한 듯 떨리고 있던 임광혁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도현 그 친구 하나는 꽉 잡고 있습니다."


그건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수십 억 단위의 성과를 빼앗기고도 별 다른 반항을 하지 않을 정도로 호구인 남자가 바로 이도현이었으니까.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어서, 그만 두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 한 번 믿어보죠. 만약 이번 건 잘 마무리 하시면, 상반기 특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임광혁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1세기에 웬 노력 타령? 열심히 말고 잘합시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


병원 문이 열리기 무섭게 가족들이 들이닥쳤다.


"아빠아아아!"

"우리 공주 님!"


도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 오는 딸 아이를 안아 들었다.

밤새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 있는 딸 아이.

애써 밝게 웃음 지으려는 모습이 애잔 해서일까. 도현은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텁-


그때.

이명우가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욕 봤다."

"아버지..."

"이제 좀 괜찮아 진거냐?"

"원래 몸은 멀쩡 했어요."

"몸은 멀쩡해 보이더라. 근데.."


이명우가 오른 손을 들어 자신의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같던데.."

"아..."

"이제 엔지니어의 눈이니 뭐니 하는 글자는 안 보이는 거냐?"

"....."


이명우의 물음에 도현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는 진짜 정신이 없었지.'


난데 없이 감전되었다가 깨어났는데, 눈 앞에 처음 보는 글자들이 떠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어제는 진짜 화들짝 놀랐었다. 심신미약 상태였달까나.


'아버지에겐...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


새로 얻은 능력에 대해서는 밤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프로그램의 구조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남들에게는 말해 봤자 믿지도 않을 것이고, 설령 믿는다고 해도 좋은 꼴을 못 볼게 분명했다.


사랑하는 아버지였지만, 능력에 대해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어제는 너무 놀라서 헛 것을 봤나 봐요."

"지금은 안 보이는 거야?"

"밤새 푹 자고 일어 났더니, 깨끗하게 사라졌어요."

".....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명우의 주름진 눈가에 안도의 기색이 어렸다. 겉으론 담담한 척 했지만, 아들 걱정에 밤새 한 숨도 못 잔 이명우였다. 하루 만에 멀쩡해진 아들을 보니, 로또 1등에 당첨된 거 보다 더한 기쁨이 몰려 왔다.


"아빠, 이고 이고!"


그때.

딸 아이, 현서가 도현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고개를 돌리니, 딸 아이에 손에 들린 인형이 시야에 들어 왔다.


"현서가 아빠 주려고 만들었어!"


그건 현서가 가장 아끼는 헬로키x 인형이었다. 너무 애지중지 해서, 현서가 아끼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서랍장 가장 깊은 곳에 박아 놓은 인형.


"이거 아빠 주는 거야?"

"응!"


도현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인형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도현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귀여운 드레스를 입고 있어야 할 헬로 키티가, 의사들이나 입을 법한 가운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의사 헬로 키티야. 헤헤."

"이거... 현서가 만든 거야?"

"응! 의사 키티가 아빠 아픈 거 다 낫게 해줄 꺼야!"


고슴도치도 내 새끼는 예뻐 보인다고 했다.

도현은 안 그래도 예쁜 딸 아이가 자신을 위해 밤을 샜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을 견디고, 상사의 인격모독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이유가 눈 앞에 있었다.


'.... 현서야. 아빠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하는 게 항상 마음의 짐이었다. 저녁 먹을 때나 잠깐 얼굴을 보는 게 일상. 문제는 그런 생활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다.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식은 삐뚫어질 확률이 높다던데..'


도현은 어제 밤 얻은 능력을 활용해서, 최대한 큰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에겐 아버지도 있고, 회사 동료들도 있지만 현서에겐 자신 뿐이었다. 부모에겐 자식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의무가 있었고, 반대로 그건 딸 아이에게 권리였다.


'상황이 안정 되면, 아내도 본격적으로 찾아 봐야겠지.'


불현듯 떠나간 아내를 증오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밉다.

하지만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차치하고도, 아내를 사랑하는 감정이 더 컸다.


아내를 찾아 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돈도, 시간도 많이 들어갔다.

딸 아이의 육아와 회사 생활을 동시에 하던 도현에겐 힘에 부친 일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전이었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목표다.

월급쟁이 봉급이야 뻔했고, 도현에겐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다르다.

[엔지니어의 눈(LV.1)]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눈 앞에 떠오르는 이 능력만 있다면, 인생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노력하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삶이 찾아온 것이다.


똑똑똑-


그렇게 속으로 목표를 다지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들겼다.

'김 과장인가?'

김 과장이 이렇게 일찍 찾아 왔다고?

도현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이명우가 병실의 문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이도현 씨 병문안 왔습니다."

병실 앞에 서 있는 남성을 알아 본 도현의 두 눈이 커졌다.

"반갑습니다. 이도현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임광혁 차장이라고 합니다."

임광혁 차장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 작성자
    Lv.88 고인물독자
    작성일
    24.09.15 15:00
    No. 31

    굳이 이렇게 답답한 전개를 이어 나가는 건 좀 아닌듯 하네요 초반 독자들 다 떨어져 나갑니다 저도 이만

    찬성: 4 | 반대: 2

  • 작성자
    Lv.38 화룡v
    작성일
    24.09.17 21:19
    No. 32

    오랫만에 소설보는데 첫도입부 고구마팍팍먹이고
    아카식레코드 재활용하고 그래도 꾹참으면서 볼만한거 같아요. 막말로 고구마를 먹었으면 사이다도 마시게 해줄거란 기대는 있잖아요 안그래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82 구다알
    작성일
    24.09.18 11:39
    No. 33

    요즘 문피아는 뎃글수 10개 이하가 정상적인 양품의 글이고 30개 넘어가면 똥글일 확률이 같이 올라가는듯 ㅋㅋㅋ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Lv.73 雲祖
    작성일
    24.09.20 00:43
    No. 34

    딸까지 등장시켜 참 어렵게 글 쓰네요. 판타지라 쓰고 현실 대입해서 구질하게 풀어가는 삶의 체험소설인가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전 후 괴물 엔지니어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 이 대리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겁니까. +24 24.08.22 31,588 602 14쪽
13 13. 성공의 비결. +29 24.08.22 32,410 573 18쪽
12 12. 개판이네요, 솔직히. +24 24.08.21 33,661 588 18쪽
11 11. 더 자주, 그리고 많이. +37 24.08.20 33,810 622 18쪽
10 10. 20세기 테크 이도현 대리입니다. +31 24.08.19 33,748 633 19쪽
9 9. 감당할 수 있으십니까? +13 24.08.18 34,167 607 17쪽
8 8. 간절함, 집중. +40 24.08.17 34,982 592 17쪽
7 7. 내가 보증하네. +27 24.08.16 34,956 637 13쪽
6 6. 제가 한 거 맞습니다. +27 24.08.15 35,898 639 16쪽
5 5. 잘 키우면 쓸만할 거 같은데? +41 24.08.14 36,874 637 15쪽
4 4. 현서의 일기. +75 24.08.13 37,769 648 15쪽
» 3. 의사 키티. +34 24.08.12 39,908 613 17쪽
2 2. 아니, 없었습니다. +38 24.08.11 42,658 691 14쪽
1 1. 기연은 전류를 타고. +109 24.08.10 51,179 706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