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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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작품등록일 :
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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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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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로 (2)

DUMMY

수리가 마무리된 이후.


이순신함의 모습은 제주에서 출항할 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기본적인 장비 구성은 이전과 같다.


46cm 주포 9문에 155mm 3연장 부포탑 4기, 105mm 대공포대까지.


완파된 우현 부포대는 동일 모델을 구할 수 없어서 나대용함의 주포탑을 옮겨와서 해결했다. 두 함선 모두 같은 모델의 포탑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체한 3기의 포탑 중 2기는 이순신함에 설치하고 1기는 연구 실험용으로 미 해군 측에 전달했다. 덤으로 손상된 105mm 대공포대 일부도 나대용함에서 장비를 옮겨왔다.


무장이 해제된 나대용함은 대신 미 신형 순양함용 6인치(152mm) 포탑을 장비할 예정이다. 때문에 13기동부대 중 가장 늦게 조선소를 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기본 장비들은 복구를 완료.


그리고 남는 공간에 40mm 보포스 등의 중구경 대공포가 다수 추가되었다. 다만 수량이 부족해서 미제 28mm 4연장 기관포, 50구경 기관총까지 증설했다.


가장 중요한 신규 장비는 단연 레이더.

SG 레이더와 Mk.3 화력 통제 레이더다.


전자는 수상 탐색 레이더로 이전에 쓰던 레이더보다 해상도도 높고 선명하다. 그 성능 덕분에 원역사의 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 해군의 수기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정밀도도 높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스코프의 차이다.


“이 원형 화면 위에 레이더의 광점이 나타납니다. 덕분에 마치 지도를 보듯이 한 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 해군에서 파견한 기술자가 설명하자 방 안에 모인 장병들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PPI(Plan Position Indicator, 평면 위치 표시기) 스코프라고 하던가.


내가 원래 세계에서 군 생활할 때 보던 레이더 화면도 딱 저런 느낌이었지. 40년대라 그런지 훨씬 낡은 느낌은 들지만.


아무튼 이 화면을 통해 드디어 우리는 레이더답게 전장 상황을 한눈에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전탐사가 일일이 표적 방위와 속도 등을 부르면 작전관이 직접 전탐실에서 작도에 적의 위치를 가시화하는 수동적인 운용이었는데.


이제는 후자의 단계가 필요 없이 레이더 정보가 즉각적으로 곧장 가시화된다. 그야말로 전장의 안개를 획기적으로 없애는 신기술이다.


“어? 그럼 작전관님 이제 필요 없는 거 아닙니까?”


그 순간.

평소에 쌓인 게 많았던 통신관이 가볍게 입을 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작도에 안 그려도 바로 위치 알 수 있는 거면 굳이 작전관님이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작전관이 소령인데.

짬찌 소위가 먼 말이냐 싶지만 사방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장교들.


“그럴듯한데?”

“이참에 배 내리라고 하죠.”

“외박 돌아오지 말라고 전하겠습니다.”


심지어 나이 든 부서장들까지 동의하듯 눈웃음을 짓는다.


대체 작전관의 민심은 어디까지 추락한 거야?

내가 봐도 말을 싸가지 없이 하고 다니기는 했다만.


근데 다 좋은데 본인이 듣고 있는 장소에서 대놓고 저러는 거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아니 언제 있었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만.”


안경을 고쳐 쓰는 작전관을 보며 통제관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랄 뿐이었다.


우리 배에서 작전관이란 뭐였을까.

생체 PPI 스코프?


“포술장, 장비는 어때?”

“훌륭합니다. 당장이라도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이거라면 왜놈 전함 상대로 일격에 협차도 가능합니다!”


한편 주포 사격 관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주포와 직접 연동된 Mk.3 화력 통제 레이더 덕분이다.


함교 최상단 사격통제반 위에 올라간 이 장비는 수색 레이더로 탐지하는 것에 비해 정밀도도 크게 상승하였고 반응성도 어마어마하게 올라갔다.


물기둥을 포착할 수 있는 거리는 여전히 대략 18,000m지만 포술장 말대로 일격에 협차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감을 보이는 그를 향해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확인해보면 좋겠지.”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이순신함의 수리 후 첫 시험 항해 및 훈련에 미 해군 참관단이 찾아온 것이다.


<미 해군 함대 사령관 및 해군참모총장 승! 함!>


타종 소리와 함께 갑판에 발을 디디는 깐깐한 인상의 제독.


“오래간만이군, 함장.”


어니스트 킹 제독.

미합중국 함대 사령관 겸 해군참모총장.


현재 미 해군 내에서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독이라 볼 수 있는 남자다.


미 해군의 전폭적인 협조가 이루어진 만큼 수리가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가 있겠지.


듣기로는 우리 대통령 씨도 꼭 오고 싶었다는데 훨씬 중대한 업무가 많아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참 터프한 전함이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렉싱턴처럼 아름답지는 않아.”


다짜고짜 갑판을 둘러보더니 그렇게 말한다.


왜 갑자기 침몰한 배 용골 만지듯 주절거린대.

뭐 시비 거는 거야?


“농담이었네, 함장.”


굳은 얼굴로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한다.

와 정말 재미있어요.


<출항―!>


작년의 크리스마스 이후 4개월 만에 이순신함이 다시금 바다로 나섰다.


“출항 준비가 많이 늦었군, 함장.”


함교로 올라온 킹 제독이 꼽 주듯이 말한다.


확실히 정박 훈련만 해서 그런가.

예전보다 속도가 많이 늦는다.


어쩔 수 없지.

다들 몇 달간 휴식했으니.


항해 중 훈련을 많이 해본 적 없는 신병들도 많이 합류한지라 당연한 결과다.


이 깐깐징어 제독님이 알 바는 아니겠다만.


“SG 레이더와 화력 통제 레이더는 미 해군 현역 함정에도 설치되지 않은 최신예 장비네. 모쪼록 여기에 투자한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군.”


까탈스럽게 이야기하는 그에게 나는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실망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리 부대원들을 믿고 있으니까.


“···지켜보지.”


그 외의 훈련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협수로 항해.

전투 배치.

화생방 대응.

손상통제.


그리고 대망의 실탄 사격 훈련.


“주포, 포열 090도. 표적함. 일제사.”


요새처럼 웅장한 주포탑이 천천히 선회한다.


사격 훈련 지원함에 끌려가는 예인 표적을 겨누고 나란히 포열을 정돈하는 거대한 포문.


솔로몬 해전 이후로 첫 사격이지만 모든 절차가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이대로 무난하게 훈련을 끝내도 되겠지만.


“키 오른편 전타.”


조금 다른 걸 시험해보고 싶다.


“함장님? 지금 주포 조준 중인 게···.”

“키 오른편 전타.”

“키 오른편 전타!”


당황하는 항해장을 뒤로한 채 조타사가 명령을 복창한다.


곧이어 이순신함의 뱃머리가 움직인다.

갑판이 기울어지며 거함이 파도를 가르며 급선회한다.


그리고 그 순간,


“주포, 조준 좋으면 쏴.”


<쏘기 시작!>


46cm 주포가 바다 위에서 포효했다.

샛노란 화염과 동시에 짙은 매연을 토하는 9개의 포문.


함교 장병들이 긴장 속에 회중시계를 바라보고 킹 제독도 조용히 수평선을 바라본다.


이윽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협차했습니다!”


새하얀 물기둥이 표적지의 주위를 감싸며 솟아올랐다.


사격통제실에서 들린 함성이 전성관으로 함교까지 내려왔다.


급선회 중 사격 태세 유지 및 일격에 협차.


비록 20km 이내의 표적이지만 단 한 번의 사격으로 표적을 탄착군에 넣었다. 이 말인즉 거리 측정이 정확했다는 뜻이다.


신형 사통 레이더, 그리고 주포와 사격 통제 장비가 유기적으로 연동된 덕분이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순신함은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인상적이네.”

“감사합니다.”

“전선에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지만.”


마지막까지 태클을 거는 킹 제독.


비록 훈련이지만 곧 실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도 내심 알고 있겠지.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렸군.”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한마디와 함께 제독은 함교를 내려갔다.


그날,

이순신함은 전투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


한 달 뒤,


모든 훈련 일정을 마친 우리는 일주일의 항해 끝에 진주만에 도착했다.


오랜 휴식에 비례한 강도 높은 훈련 덕분에 신병들도 어느 정도 직무에 익숙해졌다.


“기관장, 상태 어때요?”


<터빈과 보일러가 응당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니 기관부의 상태도 이와 같소이다! 앞으로 10년은 더 싸울 수 있겠소!>


새로 터빈과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기관장도 부쩍 신이 난 모양이다.


미국 기술자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시도 때도 없이 과부하를 건 나머지 몇몇 장비는 위험할 지경이었다는데.


이걸 어떻게든 살려서 여기까지 끌고 온 걸 생각하면 기관장도 참 고생 많았다. 당연한 일이라며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입항―!>


거의 반년만에 찾아온 진주만은 역시나 많은 점이 바뀌었다.


항구 주변은 온갖 시설물이 들어서며 한창 공사 중인 부지와 증설 중인 건선거로 분주하기 그지없다.


항만에 빽빽 들어찬 보급함대, 포드섬 옆에 나란히 계류한 전함들.


그리고 항만에 접안한 정운함까지.


이순신함이 옆에 정박하자 때마침 붉은 전투기가 이끄는 편대가 하늘 위를 지나간다.


유리가 이끄는 정운함 비행대다.


대열을 이룬 모습이 살짝 불안해 보이지만 그럭저럭 모양새는 갖춘 듯하다.


“오느라 수고 많았네, 함장. 편히 쉬었나?”

“너무 오래 전장을 떠나서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제 쉬고 싶어도 못 쉴 거야. 앞으로 한창 바빠질 테니까.”


함대 사령부를 방문하자 류시원 제독이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육상에서 요양이라도 잘했는지 부상의 후유증도 눈에 띄지 않는다.


건강해 보여 다행이긴 한데···.


벌써 일거리를 한가득 들고 온 건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닌데 말이지.


“아, 그리고 앞으로는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 직접 보고할 일도 많아질 걸세.”

“그렇습니까?”

“통합 사령부로 운영되고 있거든. 자세한 건 안에서 더 이야기하지.”


회의실로 들어가자 거대한 지도가 놓인 탁자가 눈에 보인다.


파푸아뉴기니를 기점으로 양분된 태평양의 세력도.


지금은 비록 소강상태지만 언제든 점화될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자네가 왔으니 태평양 함대도 이른 시일 내로 반격을 개시할 거야”


내가 퓨젯 사운드 공창으로 떠나 있는 동안 진주만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미 태평양 함대와 대한제국 태평양 기동군이 합동사령부로 통합되었다.


허즈번드 킴멜 제독의 지휘 아래 류시원 제독이 놓이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리 함대의 자율성은 보장받을 것이라고 한다.


“보급과 수리를 전담한 만큼 우리도 줄 건 줘야지. 앞으로는 자네도 연합군 함대 밑에서 함께 작전하게 될 걸세. 자, 여기를 보게.”


뭐, 연합군이라 해봐야 별로 없지만.


호주 해군 일부 전대와 도어만 제독의 네덜란드 망명 정부 함대.


그리고 주력을 맡을 미 해군 기동부대 정도.


“미 해군 1개 항공모함 전투단이 주력으로 13기동부대가 호위 및 선견 부대를 맡을 예정이야.”

“항공모함 기동부대입니까?”


그렇게 물어보자 제독은 함대 편성표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제16기동부대.”


굉장히 눈에 익은 항공모함의 실루엣이 편성표 가장 위에서 눈길을 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회의실로 한 3성 제독이 들어온다.


험상궂은 인상과 다르게 미소를 만개한 제독. 한쪽 손에 정모를 끼고 들어온 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류시원 제독에게 손을 내민다.


“어드미럴 류, 이번 작전에 함대를 지원해주어 고맙소.”

“당연한 일이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오.”


환희하며 악수하는 류시원 제독.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던 상대는 이윽고 나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한다.


“반갑네, 사령관. 제16기동부대 지휘관, 윌리엄 홀시 주니어라고 하네.”


어디선가 많이 봤더라니.


불굴의 제독이 우리와 합류했다.


그의 기함,

USS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작가의말

늘 봐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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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Z 부대 (1) +48 24.09.13 9,500 431 20쪽
49 트럭 공방전 (3) +32 24.09.12 9,725 414 14쪽
48 트럭 공방전 (2) +29 24.09.11 9,807 431 15쪽
47 트럭 공방전 (1) +19 24.09.10 9,651 404 12쪽
46 역습의 연방 +28 24.09.09 9,998 450 12쪽
» 다시 바다로 (2) +37 24.09.08 10,217 456 12쪽
44 다시 바다로 (1) +33 24.09.07 10,335 451 17쪽
43 거인의 기상 +27 24.09.06 10,618 443 15쪽
42 진주만 (2) +43 24.09.05 10,765 445 20쪽
41 진주만 (1) +29 24.09.04 10,723 480 14쪽
40 태평양 함대 (2) +39 24.09.03 10,973 471 14쪽
39 태평양 함대 (1) +48 24.09.02 11,071 464 13쪽
38 솔로몬 해전 (2) +38 24.09.01 11,240 398 16쪽
37 솔로몬 해전 (1) +45 24.08.31 11,370 436 15쪽
36 남방 전선의 종막 (2) +34 24.08.30 11,519 418 15쪽
35 남방 전선의 종막 (1) +35 24.08.29 11,675 450 14쪽
34 타이만의 새벽 +48 24.08.28 11,779 458 13쪽
33 초중전함 vs 초중전함 +88 24.08.27 12,278 553 27쪽
32 강철의 포효 +28 24.08.26 11,029 407 19쪽
31 남방 공세 +26 24.08.25 10,878 395 11쪽
30 사냥 준비 +23 24.08.24 11,298 379 16쪽
29 대본영 발표 +16 24.08.23 11,707 392 14쪽
28 남방 수호자, 탄생 +28 24.08.22 11,900 409 13쪽
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1,785 436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1,640 40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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