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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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postino
작품등록일 :
2024.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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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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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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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39. 돌입


하루종일 하늘을 뒤덮고 있던 구름이 짙은 회색으로 가라앉고,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거세지더니

덜컹거리며 달리는 시현 일행의 버스 천장을 요란하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 이렇게 거센 비는 드문데 별일이네요”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댐이 무너질 걸 생각하니까 더 무서워지네”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뱀 신의 부활을 저지하고 댐의 붕괴 역시 막아낼 수 있을걸세.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계획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지”


푸코 교수 팀을 지원하기 위해 아타튀르크 댐으로 향하는 일행은 아테나의 주도로 준비했던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도착하면 튀르키예 정부군이 댐 주변을 둘러싸고 경비를 하고 있을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한 쪽에 소요를 일으켜 시선을 끌어두고 다른 방향으로 침입할걸세. 손자병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계책이지”

“’성동격서’로군요”

“그리고 나서 내부에 흩어져서 전투중인 우리 동료들과 합류해 적들을 각개격파할걸세”

“수적인 우세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네요”


전쟁과 지혜의 여신의 두뇌에서 나온 계책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전술과 전략은 본디 단순하고 직관적일수록 효과적인 법이지”

“고전적인 방식이 가치 있는 이유는 긴 세월동안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이지요”


간단하게 계획을 점검한 후,

시현 일행은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비가 쏟아지는 아타튀르크 댐을 향해 나아가는 일행의 시야에 우의를 걸친 채 총구를 아래로 향하고 순찰을 도는 튀르키예 정규군이 들어오자 일행은 곧바로 시멘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아일라 씨. 적들의 시선을 한 쪽으로 집중시켜야 해요”

“맡겨주세요”


아일라는 서아프리카의 거미 신 아난시의 권능을 발현해 돌팔매에 능한 다섯째 아들의 능력을 빌려왔다.

땅바닥에 널려 있는 흔하디 흔한 돌멩이를 집어들고 먼 곳을 겨냥하자 아일라의 팔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이 돌멩이가 명중하는 순간 곧바로 시설 내부로 진입해야 해요. 하나, 둘, 셋!!”

“진입!”


아일라가 셋을 세며 팔을 휘두르자 음속을 넘어선 속도로 날아간 돌멩이가 만든 소닉붐으로 일행의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닉붐 이 지나가고,

잠시 후 저 멀리 튀르키예군이 모여있는 방향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웅성거리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즉시 아타튀르크 댐 내부로 돌입한 시현 일행은 곧바로 엄폐물을 찾아 벽 뒤로 몸을 숨기면서 내부에 있을 적을 경계했으나 댐 내부에는 어두컴컴한 적막만이 감돌 뿐이었다.

아테나가 소리를 내지 않고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아일라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목에 걸린 유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 번에 발동할 권능은 아난시의 첫째 아들의 권능

위험을 감지하는 시야의 능력이었다.


눈을 감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주문을 외던 아일라의 눈이 야광 도료를 칠한 듯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어둠으로 가리워진 긴 복도 앞을 응시하던 아일라는 이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권능의 사용을 중지했다.


“휴우~ 다행히도 이 앞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아마 안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병사들이 휘말려들지 않도록 대피시켜 둔 모양일세”


댐 내부가 안전함을 확인한 일행은 손전등을 켜고 내부를 수색해 나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테나가 아일라를 밀쳐내며 방패를 앞으로 내세웠다.


쾅!!


순간적으로 정면을 막아선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에 갑작스레 날아든 검이 부딫치며 불꽃이 튀었다.


“마리오 씨?!”

“이런, 시현이냐?”


벽 뒤에 숨어있다가 일행을 기습한 상대의 정체는 바로 마리오였다.

마리오는 이집트 신화 속 악어 신의 권능을 사용해 무수히 많은 괴물 악어를 소환해내는 적을 상대로 강철의 권능을 발휘하며 끝없이 밀려드는 악어들을 베고 찢으며 모조리 분쇄하고 적의 심장을 꿰뚫는 데 성공했다.


적을 무찌르고 난 후, 다른 동료들과 합류하기 위해 계단을 올라온 마리오의 예리한 기감에 포착된 세 명의 사람들을 적이라 생각하고 기습하려 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아군의 목을 베는 데 실패한 마리오는 자신의 검술 제자를 발견하자 그와 함께 있었을 딸의 안부를 물었다.


“시현아, 베아트리체는 어디에 있는게냐 어디 다친 건 아니겠지!”

“마리오 씨, 진정하세요. 베아트리체가 적과 싸우다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지금은 치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회복중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마리오, 상황이 급하니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게. 우리는 흩어져서 싸우는 인원들과 차례로 합류하여 수적 우위를 이용해 적들을 각개격파하려고 하고 있네. 다른 인원들이 어디에서 싸우고 있는 지 알고 있는가?”

“필호 녀석은 1층을 수색하기로 했고, 그 위쪽으로는 교수님께서 직접 올라가시기로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적에게 밀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계속해서 1층을 수색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마리오는 필호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주장했지만 시현은 생각이 달랐다.


“마리오 씨. 우리는 여기 오기 전, ‘라울 카파블랑카’라는 인물과 마주했습니다. 듣기로는 푸코 교수님의 힘으로도 그 사람을 막기는 힘들 거라고 했는데 교수님을 먼저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라고?! 카파블랑카? 그 자식이 여기 와 있다는 거냐! 이거 큰일인걸”

“그 정도인가요?”

“카파블랑카는 교수님을 원망하고 장미십자회를 배신한 녀석이야. 아마 여기서도 교수님을 노리고 있겠지. 교수님 혼자서는 그 괴물 같은 녀석을 물리치기 힘들 테니 교수님을 먼저 지원하는 게 좋겠군”


시현 일행에 합류한 마리오는 앞장서서 계단실로 향했다.

계단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열자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향하는 좁고 긴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급하게 올라가려는 마리오를 아테나가 붙잡아 세웠다.


“잠깐, 정지. 좁고 경사진 통로는 아래에 있는 우리에게 극도로 불리한 전장일세”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적이 위에서 나타난다면 바닥을 부수는 것으로 대응하지. 적은 계단 밑으로 떨어트려 유리한 지형에서 상대하고, 우리는 아일라의 능력으로 끊어진 계단을 넘어 올라갈 수 있을 테니 말이지”

“그렇다면 가장 힘이 강한 제가 앞장서서 올라가도록 하지요”

“역시 마리오 씨는 벽을 부수는 게 어울려요. 빨간 모자를 쓰면 더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시현의 농담에 아일라가 입을 막고 쿡쿡대며 웃었고 마리오는 애써 그 말을 무시했다.

마리오가 자신있게 앞장서기로 하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푸코 교수님이 계시는 최상층에 거의 도착했을 때 즈음,


쿠르릉!


난데없이 무너지는 듯 한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폭탄 따위가 폭발한 것인가 싶었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듯 흔들림과 소음은 멈출 생각 없이 점차 커져만 갔다.


“위쪽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모양이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빨리 올라간다!”


이러한 상황이 처음인 시현과 아일라가 당황하여 몸을 웅크리는 동안,

아테나 여신과 마리오는 침착하게 최상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단숨에 뛰어올랐다.


“젊은 놈들! 바로 따라와라!”


자신의 어깨 너머로 슬쩍 바라보고는 꾸짖으며 최상층에 도달한 마리오를 따라서 정신을 차리고 통로를 향해 나아가자 댐 최상층의 웅장한 전경이 펼쳐졌다.


40. 댐 최상층


연간 25억 톤의 물이 흘러 지나가는 유프라테스 강의 상류,

튀르키예 정부는 이 강에 높이 약 169m, 길이 약 1600m, 두께는 최대 800m에 달하는 거대한 장벽을 만들어 최대 500억 톤의 물을 가둘 수 있는 댐을 만들었다.


이 댐에는 튀르키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튀르키예인, 튀르키예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이름이 붙었다.


이 거대한 댐 주변으로는 광활한 황무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젖줄이라고도 불리우는 유프라테스 강에서 비롯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15미터 두께의 댐 상부를 뚫고 쏟아져내리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었으나,


시현을 비롯한 장미십자회 멤버들의 눈에는 그런 웅장한 광경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댐 한복판에서 아조트 검을 들고 서 있는 푸코 교수와, 그를 마주보고 서서 교수의 것과 쏙 빼닮은 검을 들고 서 있는 라울 카파블랑카의 대치상황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시현이 푸코 교수의 전투를 지원하기 위해서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며 창을 들어올리자,

푸코 교수는 자신의 옛 제자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시현 일행을 향해 말했다.


“마침 잘 왔구나, 이 녀석은 내가 잡아두고 있을 테니 자네들은 어디엔가 숨겨진 유물을 탈취해 도망치게나”


그러나 그 것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겠다는 듯 카파블랑카도 따라서 외쳤다.


“동료를 데려올 수 있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라고. 페르소나!”

“예에 제가 왔습니다요”


시현 일행을 가로막고 선 페르소나.

다른 사람의 모습을 마음대로 흉내낼 수 있는 페르소나가 이번에 선택한 모습은 필호의 모습이었다.


“필호야?”

“마리오 씨, 저 페르소나라는 녀석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흉내내서 둔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필호 삼촌과 싸웠던 모양인데···”

“그럼 필호 녀석이 저 녀석에게 졌다는 말이냐? 필호가 질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시현과 마리오는 자신들을 막아선 필호의 모습에 당황했다.


필호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는 품 속에서 이태리제 M9A1 권총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마리오는 익숙한 모습의 권총을 보자 뒤통수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아. 이 녀석 이름이 필호였던가? 제법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고 해 두지.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버렸을 테지만 말이야.

지금 이렇게 생긴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만 남았다고 할 수 있겠군”


페르소나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시현은 아연실색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성을 잃은 마리오가 달려나갔다.


“네 이노옴!!! 사지를 갈갈이 찢어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주마!!”

“준비도 없이 달려드는 게 짐승이나 다름이 없군”


페르소나는 얼굴에 어떠한 미동도 없이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연달아 발사된 세 발의 총알이 초음속으로 날아들어 마리오의 가슴팍에 꽂혔으나 마리오는 강철의 신의 권능을 발휘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총알을 튕겨냈다.


그렇게 페르소나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힌 마리오는 검을 휘둘렀으나 페르소나는 가볍게 피해내고는 역으로 마리오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페르소나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일전에 시현과의 충돌에서 꺼내 보인 바 있는 나무 꼬챙이를 꺼내 마리오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이 상태의 나는 무적이다! 그런 나무 젓가락 따위로 나를 상처입힐 수 있을 듯 싶더냐!”

“글쎄? 과연 네가 믿어 의심치 않는 아킬레우스의 권능을 뚫고 심장을 꿰뚫었을 때 네 표정은 어떨지 궁금한데?”


페르소나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아킬레우스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마리오와 아테나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마리오!! 당장 물러나게!”


아테나가 급히 마리오를 불러세웠으나, 이미 때를 놓친 이후였다.

칼날도, 화살도, 총알이나 짐승의 이빨도 파고들지 못했던 마리오의 가슴팍에,

한없이 약해 보였던 나무 꼬챙이가 두부를 꿰뚫듯 부드럽게 박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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