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는 실존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ilpostino
작품등록일 :
2024.08.01 15:06
최근연재일 :
2024.09.17 20:36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982
추천수 :
41
글자수 :
311,756

작성
24.08.12 22:02
조회
26
추천
1
글자
11쪽

21화

DUMMY

43. 뱀


필호의 모습으로 둔갑한 페르소나를 죽이기 직전,

필호와 시현 사이의 관계를 이용하여 시현을 망설이게 한 페르소나가 169m에 달하는 까마득한 댐 아래로 뛰어들자,

정신적인 충격에 흔들리는 시현을 다독이던 아테나는 시현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거대한 올빼미, ‘글라우쿠스’를 회수하였다.

주변의 시야를 새카맣게 물들이던 어둠 또한 글라우쿠스와 함께 걷히자, 비로소 시현은 고개를 들고 주변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마리오,

그런 마리오를 보살피는 데 여념이 없는 아일라,

이전과 다름없이 검을 맞부딪치며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푸코 교수와 카파블랑카.


시현이 밟고 선 자리에는 필호의 모습을 한 페르소나가 흘린 대량의 피가 쏟아지는 폭우에 의해 쓸려내려가고 있었다.

뜨거워진 시현의 머리 또한 차가운 겨울 비가 적시면서 냉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현은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직시했다.


“교수님!”


시현이 외치자 푸코 교수는 곧바로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러자 푸코 교수의 등 뒤에서 빛으로 만들어진 단창을 던지는 아테나가 카파블랑카를 노렸다.


카파블랑카가 여유롭게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며 피해내자 이번엔 다시 몸을 세운 푸코 교수의 아조트 검이 쇄도했다.

그러자 카파블랑카 역시 푸코 교수의 것과 같은 형태의 검을 앞으로 내세우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카파블랑카의 검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교수의 얼굴을 향해 시뻘건 혓바닥을 낼름거렸다.

한 걸음 물러나며 피해 낸 교수는 카파블랑카와 마찬가지로 검을 내세우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넘쳐 흐를 듯 넘실거리던 댐의 물이 작은 해일을 일으키며 카파블랑카를 덮쳐왔다.

카파블랑카가 바닥에 검을 꽂아 해일을 버텨내었고, 기회를 포착한 시현이 달려들었지만 아테나가 급히 시현을 부르며 제지했다.


“시현! 물러서라!”


그러자 별안간 하늘에서 낙뢰가 떨어져 시현과 카파블랑카 사이를 막았다.

그러나 카파블랑카가 바닥에 꽂힌 검을 뽑으며 자세를 바로잡을 새도 없이 돌멩이 하나가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퍽!


그러나 아일라가 던진 초음속의 탄환을 몸으로 받아낸 카파블랑카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시현과 아일라가 경악하자 카파블랑카가 한 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강철의 신은 아킬레우스 말고도 많지”


푸코 교수, 아테나, 시현, 아일라.

네 명의 공격을 차례로 막아내고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카파블랑카의 모습에 시현은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허어, 도대체 몇 종류의 권능을 사용하는 거지?”

“잘나신 푸코 교수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던가요?”


혼잣말에 가까웠던 시현의 의문에 카파블랑카는 되려 질문을 던졌다.

이어지는 카파블랑카의 말은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교수님이 사용하는 아조트 검이 무엇인지 말이죠.

저 손잡이에 달린 보석은 수백년의 세월을 살아온 연금술사, 파라켈수스의 일생일대의 역작.

파우스트가 쓴 마도서와도 같은 수준의 보물이랍니다.

세간에서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우죠.

‘현자의 돌’이라고”


평생을 일반인으로 살아왔던 시현에게도 ‘현자의 돌’이라는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납을 금으로 만들고 영생의 영약을 만드는 전설 속의 촉매.


“교수님은 그 현자의 돌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수백 년의 시간동안 불로장생을 누려 온 것이랍니다.

그러나 현자의 돌의 능력은 그 것으로 끝이 아니죠.

만능의 촉매라는 그 이름 답게 참으로 많은 것을 집어삼켰답니다.

신의 권능이 담긴 유물,

혹은 신이 봉인된 유물,

때로는 봉인이 풀린 신 그 자체까지.

참으로 탐욕스럽게, 수많은 신의 권능을 이 주먹만 한 돌 안에 가둬두었죠”

“그래서 네놈의 그 검 역시 마찬가지다 이건가?”

“예 그렇습니다.

우리 고매하신 푸코 교수님께서 내려 주신 귀중한 가르침 덕분에 저 또한 교수님의 위대한 업적에 한쪽 발을 걸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나 탐욕스러운 푸코 교수님의 목표는 고작 불로불사에서 그칠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지요”


“거기까지 하거라!”


카파블랑카의 말을 끊은 것은 성난 푸코 교수의 노호였다.

자신의 옛 제자를 향해 일갈하는 푸코 교수의 모습은 시현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알굴이 사납게 일그러져 마치 한 마리 사자와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는 푸코 교수에 비해 그를 마주보고 있는 카파블랑카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자아, 그러면 시간이 되었으니 저는 퇴장을 해 볼까요?

스승님, 불초 제자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크큭”


카파블랑카가 한쪽 무릎을 굽히며 멋들어진 인사를 선보이자 푸코 교수가 소리쳤다.


“네 이놈! 여기까지 와서 그냥 놓아줄 것 같았더냐!”

“글쎄요, 아마 제가 떠난다 한들 잡을 수는 없을겁니다. 그리고 시현 군?”

“?”


갑작스러운 호명에 시현이 화들짝 놀라자 카파블랑카가 충고를 던져 왔다.


“다음부터는 쓰러트린 적이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카파블랑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지가 흔들리고 댐에 갇힌 물이 댐 너머로 넘칠 듯 말 듯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시현이 댐 아래로 몸을 던진 페르소나를 떠올리며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댐 아래에서부터 용솟음치는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오르던 물줄기는 댐 꼭대기에 도달해서야 그 상승을 멈추었는데,

덩달아 치솟아 오른 파도가 시현 일행을 한 차례 덮치고 나서야 그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파도를 견뎌내고 고개를 들어올리자 시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뱀.

혹은 재앙을 몰고 오는 악룡의 모습이었다.

카파블랑카는 이미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고 난 뒤였다.


44. 개전


시현 일행이 푸코 교수를 도와 카파블랑카를 향한 합동 공격을 개시하기 직전,

시현에게 허벅지를 찔린 페르소나는 차가운 겨울 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댐 밑으로 떨어졌다.


몇 초 간의 낙하 후, 코앞까지 다가온 수면을 본 페르소나는 카이로스의 유물을 꽉 쥐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낙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다가 수면에 도달한 순간 완전히 멈췄다.

자세를 바로잡아 수면을 밟고 선 페르소나는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아, 아, 예정된 위치에 도착했다”

“제물들과 함께 위치로 가는 중이다. 3분 내로 도착 예정이다”


무전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도착 예정 시간을 알리자 낙하속도를 0으로 고정한 페르소나는 마치 성서에 나오는 그리스도처럼 물 위를 저벅저벅 걸어 단단한 땅에 도달했다.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한 개피를 입에 문 페르소나가 불을 붙이려고 했으나 빗물에 젖은 담배에는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몇 차례 칙 칙 소리를 내며 불을 붙이려 애쓰던 페르소나는 혀를 찬 뒤,

다시 주머니 속 카이로스의 유물에 손을 가져갔다.

빗물에 젖은 담배의 시간을 되돌린 페르소나는 비로소 바짝 마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인 페르소나가 길게 담배연기를 뿜어 내자 희뿌연 연기 너머로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무리를 기다리자 한 명의 인솔자가 우의를 걸친 군인들을 통솔해서 데리고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충분히 거리를 좁힌 무리의 인솔자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페르소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페르소나···님 되십니까?”

“음, 카파블랑카 님께서 이리로 보내셨다”

“뱀 석판은 어디에 있죠?”


인솔자의 의문에 페르소나는 턱을 움직여 물 속을 가리켰다.

카파블랑카의 말 대로라면,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된 뱀 신이 봉인된 유물은 강 한복판에 던져두었을 것이다.


“그럼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인솔자는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이끌고 온 군인들은 앞 줄부터 차례로 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들의 눈은 초점이 없고, 대다수는 입을 헤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상태로,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인솔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키를 훌쩍 넘기는 강물 속에 스스로를 수장시키는 상황에도 망설임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가던 군인들이 마침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무리의 지휘를 마친 인솔자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담배를 다 태우고 남은 꽁초는 손가락으로 튕겨 날려버린 페르소나는 그 광경을 멀찍이서 관망하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주문을 외우던 인솔자가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뒤,

수십명의 군인들을 집어삼킨 강물 속에서 신비로운 광휘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 속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뱀, 혹은 용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형상의 괴물이 댐 위를 향해 솟구쳤다.


“우리 역할은 여기까지군”

“예. 그럼 철수하도록 할까요?”

“그래, 이제 가야지”


페르소나는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고 댐 위쪽을 한 번 바라봤다.

거대한 뱀이 아가리를 벌린 채 댐 위의 인물들을 덮치고 있었다.

이내 다시 고개를 돌린 페르소나는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현장을 떠나갔다.


한 편, 댐 위에 모여있는 시현 일행은 사라진 카파블랑카에 이어서 나타난 뱀 신과도 팽팽한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교수님, 혹시 저 뱀의 시선을 좀 끌어주실 수 있으세요? 저희가 준비한 계획이 있거든요”

“시현군, 뱀 신의 정체를 알아냈나요?”

“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여신님께서 추리한 대로라면 저희에게도 승산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옆에서 방패를 들어올리며 적의 공격에 대비하던 아테나 또한 푸코 교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본인의 추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푸코 교수, 자네의 검으로 벼락이 떨어지게 할 수 있다면 저 뱀은 자네를 목표로 움직일 것이네.

대지의 여신인 뱀과 천공의 남신을 상징하는 벼락은 예로부터 오랜 원수지간이었으니 말일세”

“물론 제 아조트에 녹여낸 신들 중에는 벼락을 다루는 신 또한 있습니다만, 저도 오랫동안 단독으로 저런 괴물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겁니다”


아테나는 즉흥적으로 뱀의 시선을 끌어낼 방법을 고안해냈고, 마침 벼락을 발생시킬 수 있었던 푸코 교수 또한 전략과 전술에 능한 지혜의 여신의 계획에 순응했다.


“여신님의 계획이니만큼 믿고 따르겠습니다”


푸코 교수는 아조트 검을 하늘을 향해 높이 들었다.

그러자 하늘을 빈틈없이 가득 뒤덮고 있는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눈부신 섬광이 번쩍거렸다.


“세 번째 태양이여! 불의 비를 내려 세상을 태우리라!”


이번에 아조트 검으로 교수가 일으키려는 번개는 아즈텍 신화에 등장하는 농사와 뇌우의 신 ‘틀랄록’의 권능.

아즈텍 신화에서 세상은 이미 4번 창조되고 멸망하기를 되풀이하여 지금은 5번째로 창조된 세상이라고 한다.

그 중 3번째로 창조된 세상의 창조주이자 태양이었으나 결국 불의 비, 즉 번개를 내려 세상을 멸망시킨 신이다.

그러한 신화 속 세계의 멸망을 재현하기라도 하려는 듯 시야를 가득히 메우는 번개가 떨어져 댐을 부수려는 뱀의 대가리를 거세게 후려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화는 실존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28화 24.08.19 25 0 12쪽
27 27화 24.08.18 25 0 12쪽
26 26화 24.08.17 27 0 11쪽
25 25화 24.08.16 30 0 12쪽
24 24화 24.08.15 29 1 12쪽
23 23화 24.08.14 25 1 11쪽
22 22화 24.08.13 29 1 11쪽
» 21화 24.08.12 27 1 11쪽
20 20화 24.08.11 28 1 11쪽
19 19화 24.08.10 35 1 12쪽
18 18화 24.08.09 34 1 12쪽
17 17화 24.08.08 32 1 12쪽
16 16화 24.08.07 35 2 12쪽
15 15화 24.08.06 35 2 12쪽
14 14화 24.08.05 37 2 13쪽
13 13화 24.08.04 39 2 11쪽
12 12화 24.08.03 46 2 12쪽
11 11화 24.08.02 44 2 12쪽
10 10화 24.08.01 47 2 12쪽
9 9화 +1 24.08.01 49 2 12쪽
8 8화 24.08.01 55 2 13쪽
7 7화 24.08.01 54 2 12쪽
6 6화 24.08.01 62 2 14쪽
5 5화 24.08.01 65 2 12쪽
4 4화 24.08.01 79 1 12쪽
3 3화 24.08.01 95 2 12쪽
2 2화 24.08.01 142 2 15쪽
1 1화 24.08.01 272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