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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u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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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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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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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진짜 오프닝! _2

DUMMY

오후 5시.

드디어 오프닝이다.


음··· 그런데 이게 뭐지? 이게 다야?

테이프 커팅이나 축사 이런 거 없는 건가?

클래식 음악이 연주되는 전시장을 와인잔 들고 유유하게 다니면서 작품 감상하다가 잘 모르는 사람도 가볍게 눈웃음 짓고···. 이러는 거 아니야?’

텔레비전에서 본 건 뭐지?


무슨 대학생들 맥주 파티하는 거 같은···.

그래 맞다. 딱 그런 분위기다.

뭔가 좀더 세련된 듯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이건 좀 당황스러운 걸.



오늘은 이른 점심을 먹은 후 서희 씨랑 오프닝 테이블 세팅을 했다.

탕비실에 있던 접이식 테이블을 사무실 입구 가까운 곳에 펼치고 그 위에 배달 온 맥주, 오렌지 주스, 스파클링 워터, 그리고 간단한 과자를 큰 접시에 쌓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VIP들을 위해 준비했으나 사용하지 않았던 와인과 치즈, 올리브도 놓기는 했다.

컵도 유리 재질의 와인잔이 아니라 그냥 종이컵. 그나마 다행인 건 오종종한 자판기 종이컵은 아니고 좀 긴 편이라 좋게 봐서 시크하다 정도였다.

나는 나중에 뭐가 더 올 줄 알았는데, 그냥 이 상태였다.

하나 더 오긴 했다. 김밥.

거의 오후 4시가 됐다.


그때쯤 오늘의 주인공인 고창완 작가가 갤러리로 들어왔다.

박 실장님이 두 팔을 벌리면서 작가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와요.”

“드디오 오늘이네요.”

“좀 있다 동양일보 기자랑 미술잡지 손 기자도 온다고 연락왔어요.”

“그래요?”

“참 인사하세요. 여기 소리정씨. 앞으로 이 전시 담당해줄 친구에요. 손 기자 후배.”

“안녕하세요? 소리정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그런데 원래 제 전시 담당했던 정큐는 어디 갔는데요?”

“잠깐, 안에 들어갈까요?”

하면서 박 실장님은 작가를 사무실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버렸다.


작가는 그렇게 잘 생기지도, 대단히 세련된 멋쟁이도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 매력적인 사람일 지도···.


거의 5시가 되자 갤러리로 한 사람, 두 사람씩 갤러리로 들어왔다. 다들 작가를 찾는 눈치였지만 작가가 안 보이자 벽으로 다가가 작품을 하나씩 보고 있었다. 대부분 20대 말에서 30대 말 정도? 캐주얼한 복장이었다. 거의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고, 여자는 거의 부츠를 신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차려입은 건 아니었다. 그냥 스타일이 있는 정도.


여기에 쫙 빼 입고 오면 그게 촌스럽겠는걸···.


언제 사무실에서 나왔는지 고창완 작가도 맥주 한 병 들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이 작가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니 다른 사람에 비해 좀 더 머리를 많이 움직여 인사를 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가 작가고 손님인지 구분도 잘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실장님께서 유리잔을 숟가락으로 치고 뭔가 이야기를 하나?’


“리정 씨 뭐해요?”

“아, 서희 씨 전시 오프닝 원래 이런 거에요?”

“뭐가요?”

“뭐 축사나 테이프 커팅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테이프 커팅요? 티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그런 건 티비 드라마에서나 그렇죠. 아 어쩜 관공서 행사용 전시에서는 할 수도 있겠다. 뭐 어쩌다가 우리도 아주 원로 선생님 전시할 땐 대표님이랑 작가님 간단히 건배사 같은 건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티비 드라마에 나오는 드레스 입고 와인잔 들고 다니면서 작품 감상하는 거, 맞다, 클래식 연주까지 하하하 그런 거 없어요.”


그때 갤러리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일순간 몰렸다.

아이돌 진실!

그녀는 자기 삼분의 일은 될 만큼 큰 꽃다발을 들고 전시실로 들어왔다.

한참 잘 나가는 걸그룹 맴버이면서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드라마 <그대 안의 블루>에서 연기까지 도전했다. 첫 연기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주연까지 할 역량은 아니라는 평이지만, 팬덤이 곧 시청률로 이어지니 어쩌겠나.


“서희 씨, 그런데 진실 씨가 전시에 어떻게?”

“몰랐어? 진씰이 고 작가님 작품 샀잖아요. 드라마 <그대 안에 블루> 알죠? 그 드라마 PD가 우리 실장님 친구셔서 주인공 여자 집에 그 그림이 걸었어요.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 작가 작품 어렵게 넣어도 크게 반응 없거든요. 아는 사람이나 보면서 저게 누구 작품이네 그러지, 그냥 티비 보시는 분들은 뭐 인테리어 소품으로 봐서 관심 별 없어요. 그런데.”

“그런데요?”

“진씰 씨가 고 작가 작품 넘 좋다고, 드라마 하면서 밝히고 드라마 끝나고 그 작품 사서 바로 자기 침실에 건 거죠. 그리고 인터뷰마다 자기 침실 사진 보여주니 그때부터 고 작가 주가가 쭉~쭉 올라간 거죠.”

“고 작가 주가가 지난 번 홍콩 경매때문이 아니구요?”

“그것도 있는데 그건 뭐 미술계 관심 있는 사람한테나 오르내리는 이야기! 인기 아이돌이 최애라며 실제 고 작품을 딱 걸니 정말 아주 장난 아니었어요. 홍콩에서 경매 결과로 뭔가 미술계에서 분위기 잡히는데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스타가, 그것도 아이돌이 작품 샀다! 완전히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부은 거 같다니깐요.”

“그래요? 아이돌이 작품 샀다고 그 정도예요?”

“게다가 지금 단군 이래 최대 미술 호황이에요. 이런 시장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작품을 사나요? 가격도 만만치 않던데.”

“그건 나중 일이구요, 일단 전시 오프닝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잖아요.”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작가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작가님, 전시 너무 축하드려요.”

“바쁘신 분이 이렇게 직접 와서 축하해 주시고, 제가 너무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 작품이랑 같이 사진 찍어요.”

“좋죠. 어떻게?”


그녀는 제일 큰 작품 앞으로 가서 작가님과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고, 하트를 하고 찍고 여러 컷을 찍었다. 아마도 매니저도 보이는 사람이 계속 핸드폰 사진기를 눌렀다. 그리고 그녀는 핸드폰을 건네 받아 바로 SNS에 올렸다.


‘#사랑하는 고창완 작가 전시’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전시 오프닝’, ‘#GalleyX청담’, ‘#예술을 사랑하는 진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간혹 작가와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기만, 딱 작가처럼 보이는 동료들은 그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꽃다발은커녕, 케잌이나 와인같은 선물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서희 씨는 지나가는 고창완 작가의 외투 소매를 잡았다.


“작가님?”

“오, 김 디자이너님. 반가워요. 리플렛 잘 나왔더라구요. 역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여기 이번에 온 큐레이터 소리정 씨에요.”

“아까 잠깐 인사는 했지만, 이번엔 정식으로” 하며 그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잡는 순간 예상과 달리 그의 손은 두껍고 조금은 거칠었다.


“소리정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그런데 갤러리X는 미인만 뽑나봐요.”

“별 말씀을···.”

“이전에 계셨던 정큐도 그렇고, 디자이너님도 그렇구요. 참, 정큐는 몸 괜찮은가요?”

“다행히 아주 큰 사고는 아닌 거 같긴 해요. 저희도 너무 갑자기 연락받고 놀랬어요. 박 실장님께서 입원한 병원에 가 보셨는데 거의 바로 퇴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집에서 병원 다니면서 물리치료하고 당분간 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그럼 곧 복귀하나요?”

“모르죠. 그건 정큐 마음 아니겠어요?”

“그 친구 일 정말 잘 했는데···.”


“작가님, 안녕하세요? 전시 축하드립니다.”

곧 오프닝에 온 손님들이 작가에게 인사를 해서 작가와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박 실장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와 서희 씨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와서 옆 갤러리도 오프닝이니 가서 인사하고 오라고 하셨다며 가자고 했다.


“우리 오프닝 중인데?”

“잠깐이면 돼. 인사도 해야 하고”


같은 층 맞은 편 방향, 두 세 갤러리를 지나면 박원숙갤러리가 있다. 거기서도 오늘 전시 오프닝이다. 오늘이 목요일이니 아마 이 빌딩 여기저기 오프닝이 있을 거다.

박원숙갤러리에는 원로 한국화가 허재달 화백의 전시 오프닝이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허재달 전>.

그는 근대 호남의 유명한 서화가 허균 선생의 손자로 한국 근대 서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대가다. 조선시대 중기 황집중의 묵포도도을 연상시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유명한 작가다. 원로작가이신데 요즘 K아트 운운하면서 갑자기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황집중필묵포포도16C.jpg


강의 시간에도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기도 해서 작품을 직접 보고 싶었다. 게다가 허 화백님께 직접 뵐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아닌가?


유리문 너머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전시장 한쪽에 실내악단이 직접 연주를 하고 있었다.


‘헐, 연주자 불러서 연주까지?’


전시장을 채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까마귀 같았다. 다 검정색 정장에 가까운 차림이었다. 그것도 블랙으로. 나이는 중년의 비율이 높지만 젊은 사람도 섞여 있었다.

완전, 너무 분위기 다른데.

내가 티비에서 본 전시 오프닝 그 자체군.


그런데, 갑자기 한 중년의 여자분이 머리에 종이로 만든 황금색 왕관을 쓰고 사람들 사이를 춤을 추듯이 돌아다니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헐 저 사람 뭐지?


“서희 씨 왔어요? 와인 좀 해요.”

“대표님 전시 축하드립니다.”

“자기네도 전시 오픈이지? 축하한다고 박희정 실장님께 전해주세요. 내가 지금 움직이질 못하겠네. 조만간 전시 보러 갈께요.”


종이 왕관을 쓰고 연극하듯이 전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사람은 바로 이 갤러리 대표였다. 나이가 묻어나는 몸매에 왕관 쓴 모습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웠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아니 모두들 즐기는 거 같았다.

그녀는 정말 제대로 쑈를 하고 있었던 거다.


서희 씨는 입구 쪽 프론트로 가서는 한지로 된 방명록에 갤러리 이름과 이름을 썼다. 그리고 나에게 붓펜을 건냈다. 나두 그녀를 따라 갤러리와 내 이름을 썼다. 간만에 붓펜으로 쓰려니 획이 잘 안 나온다. 그리고 와인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샴페인에, 갖가지 치즈에, 멜론에 하몽을 올린 '프로슈토 앤 멜론', 올리브, 카나페, 먹기 아깝게 이쁜 핑거푸드···. 게다가 서비스하는 슈트 입은 잘 생긴 남자분들까지.


음악, 음식, 방명록, 손님의 옷차림까지 모든 면에서 우리 갤러리와는 완전, 완전 반대에 있었다. 전시된 작품이 한국화와 팝아트로 화풍이 완전 다른 거처럼.


음식을 먹기 전에 허 화백과 인사를 좀 하고 싶어 두리번 거렸다.


“서희 씨 허 선생님이 어느 분이세요? 인사드려야죠?”

“음, 저 분이신데, 일단 좀 먹고, 천천히.”


케이트링 나온 검은 슈트의 남자가 무슨 와인을 마실지 물었다.


“와인 아닌 건···.”

“레드와인 두 잔 주세요.”


서희 씨는 내 말을 끊고 레드와인 두 잔을 부탁했다.


“서희 씨, 저 술 잘 못해요. 와인 마시면 얼굴 빨게 질텐데.”

“누가 마시래요? 그냥 들고 마시는 척만 하세요.”


와인잔을 들고 있으니 손을 어디 둬야 할지 고민 안 해도 되고 약간 어색할 땐 마시는 척 하기 괜찮았다. 서희 씨 따라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가 화백님 근처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선생님, 전시 축하드립니다. 이번 전시 작품 너~무 좋은데요. 힘이 넘쳐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화백님, 갤러리X 아시죠? 건너편에 세컨드갤러리가 있어요. 거기 디자이너예요.”

서희 씨가 소속을 말하려고 할 때 마침 옆에 있던 이 갤러리 대표님이 불쑥 끼어들었다.


“김서희라고 합니다.”

서희 씨는 명함을 건내며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갤러리X청담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하는 소리정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작품 너무 좋아합니다. 필획이 정말 대단하세요.”

“필획까지? 극찬이십니다. 그렇게 큐레이터께서 말해주시니.”

“리정 씨는 얼마 전부터 일해서 아직 명함이 안 나왔습니다.”

서희 씨가 명함이 없는 내 사정을 설명드렸다.


갤러리X라는 말에 순간 작가의 눈빛이 반짝인 건 나만의 착각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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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이트 큐브 속으로 들어가다_2 24.08.08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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