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조상신이 도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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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훤
작품등록일 :
2024.08.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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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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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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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늘 차쌤 근황.jpg]

DUMMY

“야. 어떠냐?”

“···.”


솔직히 놀라긴 했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라니.

강태준은 정말 돈에 미친놈이 분명하다.


“너튜브에 생방송으로 네 강의 내보내고. 구독자랑 멤버십으로 돈을 버는 거야. 비율은 5:5.”

“누가 5예요?”

“어? 그게 무슨 말이야?”

“농담이에요, 형.”


이미 ‘팩폭 차쌤’이라는 이름으로 너튜브 계정까지 파놓았다.

요즘 인터넷에 유명한 밈이 되어버린 내 짤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고.


“그리고 내가 생각해 봤는데. 멤버십 가입하면 생방송 다시보기 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최고 단계 멤버십은 월 1회 상담까지 해주는 거지.”

“아니, 형. 저 국어 영역인데요?”

“알아.”

“그것도 수능이고. 그걸 정기적으로 볼 사람들이 있어요?”


의문이었다.

반짝 인기를 얻긴 했지만 결국 사그라들 거다.

이 인기에 편승해 입시학원이나 정비할 생각은 안 하고.


무슨 너튜브를 한다는 소리지?

나는 구독자 10만 명도 모으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형. 구독자 10만 넘으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요.”

“그럼 그때까지 네 짤 써도 되지? 강의로 찍은 거?”

“뭐. 그건 맘대로 하세요.”


얼굴이 팔리면 어떠하리.

이혼까지 한 마당에.


몇몇 사람들은 과거에 과오가 잘못 때문에 유명인이 되면 그거 다 까발려진다고 싫어하던데.

나는 오히려 떳떳했다.

이혼을 하긴 했지만 그것도 상대방이 바람을 피운 거고.


학창 시절에 학폭?

오히려 내가 당했으면 몰라 학폭을 한 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강태준은 이러다가 돈이 안 되면 금방 접을 거다.

내 인기도 그저 잠깐 지나가는 그런 종류일 뿐이니까.


“형, 저 그러면 일단 강의 들어갈게요.”

“그래! 네 꿈을 펼쳐.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라고! 막 욕도 서슴없이 하고.”

“하하. 네.”


부담스러운 강태준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강의실로 들어갔다.

정말 이혼 전과 후를 기점으로 가장 많이 바뀐 게 있다면 강의실 풍경일 것이다.


원래 작고 아담한 강의실에도 다 차지 않는 학생들이.

이번에 오로지 나를 위해 벽 하나를 허물어 초대형 강의실을 개조한 곳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다 못해 늦게 온 사람은 뒤에 서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다들 반가워요.”


이런 인기는 조금 낯설다.

평생 이런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조용하고 착하고 뒤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어릴 때부터 그랬다.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걸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도 있었지만, 착한 사람 증후군을 앓고 있던 터라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 행동 자체를 조심스럽게 한 탓이 더 클 것이다.


“쌤! 첫사랑 얘기해주세요!”

“야, 콧구멍 벌렁거리면서 얘기하지 마. 입맛 떨어지니까. 좀 이따 저녁 먹어야 하는데.”


폭소가 일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기분 나쁘거나 주변에서 야유가 나와야 정상이 아닌가?

왜 이렇게들 좋아하는 거지.


“야, 진짜 콧구멍 벌리면서 얘기하냐?”

“지금도 그런데?”

“지랄.”

“어쩔.”


자기들끼리 좋다고 키득대기 바쁘다.

이런 게 연예인들이 말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무슨 짓을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순간이 온다고.

그 순간을 위해 기다리라고.


“자, 오늘은 모의고사가 코 앞까지 왔으니까. 기출문제 유형 좀 뽑아줄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강사에게 있어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무엇이겠는가.

바로 족집게 능력이다.


얼마나 모의고사에 출제될 만한 유형을 잘 정리해서 집어주느냐가 강사의 실력을 대변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바로 어젯밤.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



“국어 영역 시작하겠습니다.”


압박감이 느껴진다.

처음 수능을 봤을 때의 그 긴장감.

나는 책상에 앉아 있다.

국어 영역 시험지와 함께.


갑작스러운 시험에 당황하긴 했지만.

수능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종종 보는 편이었다.

강사로 일하려면 본인이 일단 좋은 점수를 낼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그러니 국어 영역 시험은 나한테 껌이다.


“할 수 있어.”


혼자 읊조리며 문제를 풀었다.

막힘없이 풀리는 문제에 느낌이 좋았다.

역시나 녹슬지 않은 실력.


그런데.

몇몇 문항이 프린트를 잘못한 건지 흐릿했다.

수능에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긴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지체하지 않고 손을 들어서 표명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혼자 손해 볼 순 없지 않은가.


손을 들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없다.

그러고 보니.


교실에는 나 혼자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다시 시험지를 바라보았다.

몇몇 문항은 여전히 잉크 번짐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단 보이는 문항부터 해결하자.

수능에서 가장 치명적인 행동이 바로 이런 거다.

해결되지 않는 일을 붙들고 시간 낭비하는 짓.


차라리 풀 수 있는 것부터 풀고 난 다음.

끝에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한다.

이건 수능 시험을 치는 기초 중의 기초였다.


보이지 않는 문항 빼고는 전부 풀었다.

이제 보이지 않는 문항만 알면 되는데···


그렇게 잠에서 깨어났다.

식은땀을 줄줄- 흘린 걸 보면 꽤나 꿈이 현실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때의 긴장감이 지금도 느껴지듯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니, 지금 나이가 몇 갠데 수능 꿈을 꾸냐.”



*



꿈에서 풀었던 문항을 기출로 내볼까?

풀 때도 강사 강력 3년 짬밥에도 꽤 놀라울만큼 사실적이었다.

그저 개꿈이라고 하기에는 문제들도 너무나 구체적이고 선명했고.


보이지 않는 문항만 준비한 대로 엮어서 내면 될 거 같았다.

무모한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무모한 일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


예전에야 지킬 것이 많았기에 무모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 되었다.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 추구하던 성격이었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지킬 것도 없고.

더 나락으로 떨어질 곳도 없으니까.


솔직히 강사 일을 계속 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했다.

결국 쌍욕 하는 강사는 외줄 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만 비틀려도 기분이 나쁠 수 있다.

조금만 흥분해도 어감이 불쾌할 수 있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외줄에서 떨어질 수 있는 묘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근데 그래서 왜?

떨어지면 그냥 떨어지지 뭐.


지금은 이런 마인드다.

죽기야 더 하겠어?

이혼하면서 내 영혼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었다.


더 떨어질 것도 없으니.

이렇게 화려하게 외줄 타다 추락사해도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일 거 같았다.


“자, 여기까지. 질문?”

“이거만 믿고 공부하면 돼요?”

“되겠냐? 공부는 당연히 해야지. 대가리 빠가 새끼들이 꼭 이런 식으로 내가 출제한 것만 보고 지가 공부 좆도 안 해놓고는 내가 내준 기출문제에서 안 나왔다고 지랄염병 떨지? 공부는 기본이야!”


면전에다가 쌍욕 박힌 학생은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떨궜다.

말이 심하긴 했지만 맞는 말만 했을 뿐이다.


공부는 본인 스스로가 하는 법이다.

편법이 있고 쉬운 길이 있지 않나 얘기들 한다.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지.

편법이나 쉬운 길은 제대로 걸을 수 있을 때에나 빛을 발하는 법이다.

걷는 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편법이나 쉬운 길로 간다고 하면 답답할 수밖에.


“자, 이상. 다음 시간에 봐요.”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들어왔다.


“차쌤. 커피 드세요!”


윤광태가 갑자기 믹스커피를 건넸다.

그 모습을 본 주변 강사들이 적잖이 놀랐다.


나름 강태준 사촌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강사들 사이에서는 약간 권력층으로 분류되던 사람.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나오니 이상할 수밖에.


“오올, 광태. 땡큐.”

“하하, 뭘요. 차쌤. 또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만 하세요.”

“그래. 광태야.”


광태는 자기 할 일 하러 사라졌다.

보통 녀석은 교무실을 다니면서 사사건건 강사들한테 딴죽이나 걸던 녀석이었다.

나름 강태준 사촌이라는 책임감? 따위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 일은 하나도 안 하는 한량이었지만.


달라진 광태의 모습에 주변 강사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어떻게 조련시켰는지 궁금한 눈치였다.


“오오, 우리 우진이. 수고했어. 힘들진 않았고?”

“네, 원장님.”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하다니까?”


언제는 해고시킨다느니 별 지랄을 다 해놓고는.

돈이 되니까 또 이런 식으로 추켜세운다.


사실 강태준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폐기되기 직전인 입시학원에 갑자기 날개가 달렸다.

여기저기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입시학원에 다니겠다는 수강생으로 문전성시.


작은 입시학원에서 다 받아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지경일 것이다.

그래서 건물 이전을 해야하나 고민도 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 돈이면 환장하는 녀석이었으니 돈은 꽤 많이 모았을 것이다.

잔업하고 수고했다는 회식 한 번 제대로 안 해준 녀석이니까.

해주더라도 그 흔한 삼겹살이 아까워 부속고기 사주는 녀석이니.


강태준이 돈이 얼마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랑 전혀 관계없다.

예전이었다면 어떻게든 형을 도와야 해 하면서 오지랖을 떨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고.

자기 돈 자기가 소비하는 거니까.

나야 강태준 주머니에 있는 돈을 최대한 뜯어내기만 하면 그뿐이었다.


안 그래도 강태준과 맺은 계약 덕분에 요즘 주머니가 두둑했다.

월급도 거의 2배 가까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목돈 2천만 원도 생겼다.

거기에 위자료까지 더하면 거의 1억은 모았다.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 텐데.


“우진아. 혹시 먹고 싶은 거 없어? 형이 뭐 사줄까?”

“삼겹살이요.”

“우진이 오늘 뷔페 가고 싶구나? 좋다! 오늘 대패삼겹살 뷔페 내가 쏜다. 다른 쌤들도 오케이?”


솔직히 삼겹살이라 하면 보통 고깃집에서 먹는 게 보통이겠지만.

짠돌이 강태준이 대패삼겹살 뷔페라도 쏜다는 건 진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긴 했다.


“요즘 우진 쌤 덕분에 학원 다니기 진짜 졸라 편해요.”

“그니까요. 저도.”

“복덩이야 아주.”

“우진 쌤이 몰아온 수강생 덕분에 우리도 폐강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아요.”

“회식도 하고!”

“원장님! 저희는 콜!”

“저희도요!”

“아싸! 공짜 고기.”



*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솔직히 너무 막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인생을 막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더 잘 풀린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역시.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행운이 너무 지나치게 연속으로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이젠 불행이 시작될 모양이다.


[오늘 차쌤 근황.jpg]


오늘 올라온 입시갤 커뮤니티 글이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침을 튀기며 욕하는 내 모습이 캡처되어 있었다.

댓글은 더 가관이었다.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 선을 씨게 넘으시네.

@ 강사가 하는 일이 그런 건데 왜 욕하고 ㅈㄹ이지?

@ 욕 원툴.

@ ㅇㅈㄹ 날 줄 알았지.


이런 날이 오리라 생각은 했다.

원래 반짝하는 인기는 언젠가 식어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왔다.


이번 주말은 외출도 자제하고 집에 조용히 박혀 있어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번 1억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앞으로의 계획이나 세워야겠다.

곧 강사직도 잘릴 테니까.


그렇게 주말이 조용히 흘러갔다.

인터넷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

월요일이 오기를 두려워하며 침대에 누운 그때.


띠링-


알람이 울렸다.


[태준이 형] : 야! 우진아. 너 전화 좀 받아봐.


강태준이었다.

커뮤니티 뒤늦게 확인하고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연락한 듯했다.


전화를 걸었다.

언제까지고 피할 순 없으니까.


“여보세요.”

- 우진아!

“예, 형.”

- 지금 난리 났어! 진짜.

“아, 커뮤니티에 그거요?”

- 어? 너도 알고 있어? 짜식.

“형. 진짜 죄송···.”

- 그래 임마! 진짜 대박 났어. 너 진짜 마법이라도 쓰냐? 회귀라도 했어?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강태준은 내가 예상한 말과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대박이 났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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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차쌤 근황.jpg] +3 24.08.12 3,126 60 12쪽
7 이상한 인연 +1 24.08.11 3,209 55 12쪽
6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다 +3 24.08.10 3,317 62 12쪽
5 정시은(2) +2 24.08.09 3,506 66 12쪽
4 정시은(1) +3 24.08.08 3,927 70 13쪽
3 이게 된다고? +11 24.08.07 4,151 70 12쪽
2 선행이 쌓이면 덕이 되고 덕이 쌓이면 복이 된다 +6 24.08.06 4,233 75 12쪽
1 착한 사람 증후군 +9 24.08.05 4,986 6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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