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천재의 탑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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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海霧)
작품등록일 :
2024.08.08 00:19
최근연재일 :
2024.08.14 12:1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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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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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54,414

작성
24.08.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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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금메달리스트는 튜토리얼이 너무 쉽다

DUMMY

1.



활시위를 당기면, 온 세상이 고요해진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손끝을 당기는 장력과, 지루하게 뛰는 내 심장박동 소리뿐.


두근.

두근.


평균심박 70 bpm.

차분하게 심호흡을 내쉰다.

그러고 나면, 이 세상에는 나와 과녁만이 오롯이 남게 된다.


- 이윤호 선수, 단 1점 차이! 이번에도 10점을 맞춰야만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도 10점을 쏠 수 있을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시위를 느끼면서, 팔이 아닌 등으로 당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활이 나에게 지금이라고 속삭일 때까지.


달칵!


클리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반사적으로 시위를 놓았다. 평생 반복해온 동작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쉬이익-!


시위를 떠난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 10점! 대단합니다! 이윤호 선수!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만점을 기록하면서! 2024 서울 올림픽 양궁 종목의 개인, 단체전의 모든 금메달을 획득합니다!


정 중앙에 세 발.

허탈한 미소를 짓는 외국인 선수와 악수를 나눴다.


‘처음에는 엄청 감격스러웠는데. 금메달도 네 번이면 익숙해지는 법이구나.’


기분이 좋기야 했으나, 이제는 내게 커다란 자극을 주지 못 했다.

시상대로 향하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재미······. 없네.’


1등.

금메달.

우승.

신기록.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타이틀.

더 이상 그런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했다.


너무 당연했다.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 화살이 빗나간 적은 없다.

그저 가만히 서서 활을 쏠 뿐이라면, 나에게 그건 너무나도 지루한 일이었다.

어차피 빗나가지 않을 테니까.


“지루해······.”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는 동안, 내가 카메라에서 고개를 돌려 하품을 뱉던 순간이었다.


[플레이어 이윤호, 각성을 축하합니다]

[산처럼 쌓인 황금, 세상을 거머쥘 권력, 만인이 우러를 명예]

[당신이 그 무엇을 원하든]

[검은 탑의 정상에 그 모든 것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눈앞에 푸른 글씨가 떠올랐다.


‘어······?’


미처 반응을 보일 새도 없이, 나는 어디론가 전송되었다.



***



쿵짝!

쿵짝-!

팡파밤-!


드럼과 트럼펫 소리가 요란했다.


‘바, 방금까지 시상대에 있었는데······!’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공에 떠 있는 드럼과 트럼펫이 연주되고 있었다.

분홍빛, 보랏빛, 녹빛의 총천연색으로 이루어진 공간.

바닥도, 천장도, 벽면도 없는 곳이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CG 한 가운데 떨어져 버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허공이 꿀렁이더니, 어느 괴생명체가 뿅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토끼 캐릭터였다.

녀석은 짜리몽땅한 손에서 종이 꽃가루를 흩뿌리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아! 아! 환영합니다! 하등종족님! 많이 당황스러우신가요?”

“오. 말했다.”

“우헤헤! 안심하세요. 하등종족의 지능으로는 받아들이기에 힘든 상황일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튜토리얼을 지원할 이 ‘에피’님은 관대하답니다? 당신같은 미물을 위해 친절히 설명을 해 드릴게요!”

“에피? 그게 네 이름이야?”


발랄한 하이톤의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교만하기 짝이 없는 대사.

자신을 ‘에피’라고 소개한 녀석은 곧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흐음······? 이상하네요? 다른 지부 담당자들의 이야기로는, 하등종족은 극히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라고 했는데요. 비명을 질러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침착한걸요?”

“그런가? 많이 놀라긴 했는데······. 직업상 좀 침착한 편이라서.”

“으음······. 이상해요. 아주 이상해요······. 하지만! 이 에피는 검은 탑의 베테랑 플로어 마스터! 당신처럼 기특한 하등종족을 만나도 특별취급은 하지 않아요!”


토끼 캐릭터처럼 생긴 에피가 허공을 향해 높이 솟아올랐다.

녀석의 손짓과 발짓에 맞추어 악기들이 일제히 연주를 시작했다.


우우우-!

딩딩-!


서늘하면서도 오싹한 바이올린의 선율.

발랄한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자! 당신은 검은 탑의 시험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하등종족입니다! 여기는 검은 탑의 내부! 저는 튜토리얼 계층과 1층을 지배하는 플로어 마스터, 에피랍니다! 지금부터 당신을 시험할 거에요!”

“시, 시험이라고?”

“네! 당신이 정말로 탑을 등반할 자격이 있는지! 아니면 간신히 서류전형에만 합격한 쭉정이인지 가리는 거예요! 말하자면 하등종족 중에서, 그나마 쓸만한 종자를 솎아내는 과정이랄까요?”


에피의 겉모습이 천천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굳이 묘사하자면, 전체이용가 등급에서 고어 등급으로 바뀐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녀석의 입이 기괴한 각도로 벌어지며, 그 안에 삐죽하게 솟은 이빨이 드러났다.


“자! 본격적인 시험에 앞서! 당신의 상태창을 공개해 볼까요?”


화악-!


눈앞에 푸른 글씨가 떠올랐다.


[이름] : 이윤호

[특성] : 백발백중(SS) / 시합중독(S)

└ [백발백중(SS)] : 과녁이 존재하는 한, 당신의 화살은 빗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 [시합중독(S)] : 당신은 오직, 승부를 겨루는 일에만 삶의 이유를 느끼는 미치광이입니다! 무섭네요!


‘오······. SS? S? 좋은 건가?’


설명을 바라는 심정으로 에피를 올려다봤는데, 녀석은 얼굴에 비웃음을 띤 채로 허공에 떠 있을 뿐이었다.

그 녀석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쬐깐한 손가락을 펴서 자신의 귀를 후비며 말했다.


“자-! 확인했나요? 당신같은 하등종족이 어떤 특성을 얻었는지 궁금······. 하진 않네요. 어차피 당신이 기본적으로 가진 능력에 ‘특성’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것뿐이니까요.”

“아. 그런 거야? 말해줄까? 내 특성은······.”

“됐어요. 됐어. 궁금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하등종족의 능력이라 해봤자, ‘먹고 똥 싸기’ 정도겠지. 아무튼! 이제 당신이 원하는 무기를 선물해 드리죠!”

“뭐? 갑자기 웬 무기?”

“에잇! 너무 질문하지 마요! 당신 말고도 튜토리얼 참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귀찮게 굴지 말란 말이에요! 이 하등종족!”


녀석의 고함과 함께 눈앞에 글씨가 떠올랐다.


[검]

[방패]

[해머]

[창]

······

···


수많은 종류의 냉병기로 가득한 목록이었다.

그리고 그 가장 아래쪽에 나에게 친숙한 이름이 쓰인 것이 보였다.


[활]


“나는 활로.”

“활이요······? 으음······. 당신네 종의 손가락이 정교한 작업을 하기에 적합한 건 알겠지만. 제가 알기로 활이란 건 다루고 훈련하기 어려운 무기인데요?”

“괜찮아. 나는 그게 편해.”

“흥! 좋아요. 뭐가 됐든 어서 빨리 진행하자고요.”


에피가 자신의 왼쪽 뒷발을 허공에 휘두르자, 반짝반짝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뾰롱-!


어린이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싸구려 효과음과 함께 내 손안의 허공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곳에 활이 하나 나타났다.


‘평범한 리커브 보우(곡궁)······. 경기용 부착물은 전혀 없지만, 스펙은 대충 비슷한걸?’


허리춤에는 어느새 열 발 남짓의 화살이 꽂힌 화살집이 있었다.

손에 잡힌 활을 이리저리 당겨보며 크기와 장력을 가늠했다.


“자. 이제 이 에피가 당신을 시험할 거예요! 어디 한 번 그 잘난 특성으로 살아남아 보시죠! 당신의 특성은 뭐려나? 흙 파먹기? 엉엉 울기? 아하하! 살려달라고 싹싹 빌기! 그런 것도 재밌겠네요!”


에피는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이 에피의 시험은 오직 하나! 살아남으세요! 추하게 발버둥 치세요! 튜토리얼의 결과에 따라 소정의 보상을 드리긴 하는데······. 당신이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요?”


뾰롱-!


에피가 다시금 자신의 왼쪽 뒷다리를 허공에 휘둘렀다.

그리고


“키에에에에엑!”

“케에에엑!”


익숙하게 생긴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다섯 마리?”

“아. 저런 걸 고블린이라고 부르나요? 관심 없어요. 당신네 종족과 닮긴 했네요.”


닮았다고 해야 할까.

10살 남짓한 인간의 사이즈에, 초록색의 피부를 가진 몬스터.

다만, 손에 쥔 조악한 무기와 나를 향해 뿜어대는 살기는 진짜배기였다.


“자. 아무튼. 빨리 서로서로 죽여버려요. 슬슬 지루해지는데.”


에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눈앞에 푸른 글씨가 떠올랐다.


[검은 탑 1계층 플로어 마스터 ‘행운을 부르는 토끼발’이 시험을 시작합니다]

[클리어 조건 : 모든 적 사살]

[클리어 보상 : ??]

[플레이어 '이윤호', 건투를 기원합니다]


글씨를 읽을 새도 없이, 고블린들이 발작하듯 나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케에에엑!”

“키엑!”


서둘러 시위에 살을 매겼다.

다리를 단단하게 딛고 등으로 시위를 당겼다.

머리보다는, 몸이 기억하는 동작이었다.

그때.


‘어······? 뭐지?’


색깔이 보였다.

고블린의 미간, 심장에는 노란색.

어깨관절이나 무릎 따위의 곳에는 빨간색 점이.

수많은 점들이 모여서 익숙한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과녁······?’


그건 과녁이었다.

아주 작은 과녁들이 고블린의 형상 위에 덮여 있었다.


나는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과녁에 화살을 꽂는 것.

내가 언제나 해오던 일이었다.


쉬이이이익-!


“켁-!”


화살에 맞은 고블린이 단말마와 함께 자리에 허물어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미간에 화살이 박힌 채였다.


“으잉? 다, 당신 뭐예요? 우, 운이 좋네요!”


머리 위에 떠 있던 에피가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 호흡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케, 케에엑?”

“키아아악!”


잠시 주춤했던 고블린들이 다시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은 고블린은 넷. 거리는······. 아슬아슬하다.’


단 한 발이라도 빗나간다면, 고블린들이 내 앞에 닿을 거리였다.


‘아무리 초등학생 정도의 덩치라지만······. 죽기 살기로 칼을 휘두르는 고블린을 내가 제압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자신 없었다.


‘한 발이라도 빗나가면 끝장이라고? 죽을 수도 있어?’


등줄기에 서늘한 바람이 스쳐왔다.

과녁에 화살을 꽂는다는 행위는 언제나와 같았지만, 실패했을 때 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건 정말이지······.


“아하하-! 재밌잖아! 그래! 목숨 정도는 걸어야 시합할 맛이 나지!”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당겼다.


쉬이이익-!


“케에엑-!”

“10점!”

“케에에엑-!”

“또 10점!”

“케엑!”

“이번에도!”


생각을 멈추었다.

그저 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내 몸이 기억하는 대로의 동작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지막 고블린이 한 마리 남은 시점.


“키에에엑!”


녀석이 펄쩍 뛰어오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손에 역수로 쥔 녹슨 단검은 정확히 나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다음 일격에 녀석을 죽이지 못한다면, 저 단검이 내 가슴에 틀어박히리라.


‘젠장······.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워!’


두근-!

두근-!


활시위를 당길 때.

온 세상은 고요해진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손끝에 닿은 시위의 장력과, 흥분으로 날뛰는 내 심장 소리가 전부.


그렇게 세상에는 나와 과녁만이 오롯이 남는다.


고블린의 미간에 그려진 마지막 과녁.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손에 건 나.


쉬이이이익-!


마지막 화살이 고블린의 미간을 관통했다.

짜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전신을 흔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켁!”


금메달.

1등.

우승.


그따위 것과는 비할 것 없는 성취감, 살아 남았다는 짜릿함.


“그, 그만! 이, 이렇게 싱겁게 튜토리얼을 클리어할 줄은······.”


머리 위에서 에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살집에서 여섯 번째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클리어라니? 에피,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봤는데 말이야. 튜토리얼은 적을 모두 사살해야 끝난대.”

“으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에피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쉬이이이익-!


화살은 정확하게 에피의 미간을 꿰뚫었지만, 아무런 저항도 없이 녀석을 지나쳤다.

마치 홀로그램에 화살을 날린 것처럼.


“흐갸아아아악!”

“흠. 역시 안 맞네. 네 머리에는 과녁이 안 보여.”

“이, 이게 무슨 짓인가요! 이 하등종족! 나, 나는 적이 아니라 0층과 1층의 플로어 마스터······!”

“아니야. 에피. 적인지 아군인지는 주관적인 거 아닐까?”

“예? 그게 또 무슨 헛소리입니까!”

“그러니까, 아직 시합이 안 끝났다는 거지.”


당혹감으로 구겨진 에피의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녀석의 몸 위에는 과녁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고······.


“찾았다.”


쉬이이이익-!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일곱 번째 화살을 쐈다.

분홍색, 보라색, 초록색의 총천연색 배경 너머.

허공에 보이는 흐릿한 과녁의 정중앙을 향해.


“꺄아아아아아아악!”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 풍경이 깨졌다.

파편으로 무너지는 총천연색 너머, 이 공간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거대한 동굴처럼 생긴 장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삭막하고도 음울한 곳이었다.


“이, 이이······! 어, 어떻게 환영을 깨부순 거죠?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요!”

“그게 네 진짜 모습이었구나? 에피.”

“다, 당신! 우, 웃는 게 무섭잖아요!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거죠!”

“자. 우리 시합하자. 튜토리얼은 아직 안 끝났잖아.”


눈앞에는 아주 거대한 ‘에피’가 있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같은 에피의 모습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반쯤 녹아내리고, 산채로 썩어가는 흉측한 몰골이었다.

그나마 왼쪽 뒷다리만이 멀쩡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동굴의 벽면에 못 박혀

있었다.


마치 왼 다리가 고정되어, 이 동굴 속에 홀로 썩어가고 있었다는 듯.


“보, 보지 마세요! 내 모습을 보지 말란 말이야! 꺄아아악-!”


흉측한 모습의 에피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시큼하게 살점 썩은내가 풍겼다.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듯 사지를 바둥거리며 자신의 몸을 가리기에 바빴다.

다만, 짧뚱한 팔로 그 거대한 몸체를 가리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네. 네 약점은 그 왼쪽 뒷다리인가? 과녁이 보이네? 이제는 맞출 수 있어.”

“히익! 제발 저를 보지 마세요! 제바알! 튜토리얼은 끝났으니까아-!”

“누구 마음대로?”

“히이익! 다, 당신! 표정이! 표정이 무섭잖아요! 어째서 웃는 거죠? 내,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건가요! 비, 비웃지 말란 말이에요!”

“응? 웃어? 내가?”


문득 손을 들어 얼굴에 가져가 보았다.


‘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에 환한 웃음이 자리 잡은 채였다.


‘그런데 얼굴에 닿은 손가락이 뭔가 축축한데?’


그제야 손가락을 확인해 보았다.

시위를 당기던 오른손 손가락 끝이 피로 흥건했다.

아무런 보조장비가 없던 탓에, 손가락이 시위에 쓸려나간 탓이었다.


그 손으로 얼굴을 만졌던 탓에 얼굴이 피범벅이었다.


“아하하! 아파! 아프다고! 이거 대박이잖아!”

“히, 히이익!”

“이렇게 재밌는 시합은 처음이야! 그러니까, 에피. 제발 이 시합을 끝내지 말아줘.”


나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매겼다.

시위를 당기는 손가락이 따끔거렸고, 통증이 올 때마다 온몸이 오싹거렸다.


끼기기긱-!


손가락의 통증을 음미하며 온 힘을 다해 시위를 당겼다.

흉측하게 무너져 내린 에피의 몸뚱이를 향해.

녀석의 왼쪽 뒷다리에 그려진 과녁 중앙을 조준했다.


“아하하-! 시합이야! 에피! 저길 활로 쏘면 네가 죽을까? 아니면 그보다 먼저 네가 나를 죽일까? 누가 이길까? 우리 시합하자!”

“꺄아아아악-! 이 미친 하등종······. 아, 아니! 미친 분을 봤나! 그만! 튜토리얼은 끝이라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을 드릴 테니까요! 제, 제발 그만 쳐다봐아아아아!”


시합을 멈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는 에피의 뒷다리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난 그 순간.


띠링-!


눈앞에 푸른 글씨가 떠올랐다.


[플로어 마스터가 튜토리얼 종료를 선언합니다]

[튜토리얼 보상 : 고블린 마석 *5]

[특수 보상 : 행운을 부르는 토끼발(???)]


밝은 빛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나는 또다시 어디론가 전송되었다.


‘윽······! 뭐, 뭐지? 또 어디론가 이동한 건가?’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눈앞에는 엄청난 규모의 취재진이 있었다.


“이, 이윤호 선수? 이윤호 선수다!”

“이윤호 선수! 튜, 튜토리얼을 완료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튜토리얼 과정에서 사망하신 플레이어가 많다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플레이어로 선별된 분들은 ‘특성’을 지니셨다는데, 이윤호 선수는 어떤 특성을······!”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은 서울 광화문 광장.

내 등 뒤에는 어마무시한 위용을 자랑하는 검은 탑이 우뚝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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