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영주가 제국을 건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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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맛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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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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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DUMMY

#010화.





폐광산을 부활시키기 위해 드워프들이 온 것은 족장 카론과 만남이 끝난 15일 후였다.


6월 중순이 되어 폐광이 있던 스트라우스령의 어느 산에 도착한 그들은 혀를 끌끌 차며 다짜고짜 오크들부터 욕하기 시작했다.


“철광석이 얼마나 섬세한 애들인데. 마구잡이로 파헤치면 뿅 하고 철 덩어리가 튀어나오는 줄 알았나?”


“이래서 오크는 안된다니까.”


드워프의 족장이었던 카론은 슈트가르트를 비울 수 없었기에, 그의 둘째 아들인 스틱스를 보내왔다.


인간과 달리 계급 체계가 희미한 드워프지만, 족장의 아들이 온 만큼 내가 나서서 그들을 맞이해주었지.


의전 잘 치른다고 나쁠 건 없으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한 J 스트라우스입니다.”


“아비를 죽인 오크와도 거래한다는 그 어린 영주가 너냐?”


“네.”


“그때 같이 왔던 인간 노인이 익스퍼트 상급인 데다 외할아버지라며?”


누가 봐도 스틱스의 말은 외할아버지에게 크루거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라는 거지만.


“제 복수는 제 손으로 해야지요.”


난 웃으며 거부했다.


“도통 이해를 못 하겠군. 너도 뇌가 근육으로 되어있나?”


일단 내가 크루거를 보고 당장의 분노를 참을 수 있는 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혹독했던 아버지 아이작과의 훈련들은 어머니 엘레나 여사와 달리 깊은 유대감까진 생기지 않았거든.


뭐, 아버지를 죽인 상대와 거래하는 게, 솔직히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겠지.


그래서 핑계를 댔다.


“스트라우스의 이름을 가진 자들은 제 복수를 남에게 미루지 않거든요.”


원래 스트라우스의 선대들이 그리 좋은 성격들은 못 되는지라 대충 말하니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유황 냄새 나는 놈들 성격 더러운 거야 뭐···.”


“인간이란 알다가도 모르겠군.”


사실 지금은 크루거가 살아있는 게 도움이 된다.


크루거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


멍청한 오크 중에 그나마 생각이 열려있고 말이 통하는 놈이다.


그놈이 만약 죽으면?


높은 확률로 아투바 오크 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거다.


차라리, 크루거가 오크들을 통제하는 동안 일꾼으로 부려먹는 게 최상이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다 보니, 오크에게 원한이 깊은 영민들도 필요악 정도로 여기고 있거든.


그들이 없어지면 다시 자기들이 분변을 치우고 시비법을 해야 할 텐데, 좋아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내용을 모두 말할 수는 없어 그저 웃을 뿐이다.


“복수는 제 손으로···.”


“스트라우스다워. 됐고! 바타타 튀김이나 줘. 맥주와 바타타 튀김을 먹어야 일할 기분이 생길 것 같거든.”


“제 요리사를 대령하지요.”


내 전담 요리사는 조리도구를 바리바리 마차에 실어 폐광 앞까지 와서.


회오리 감자부터 시작해 감자전과 감자 뇨키, 감자고로케에 감자튀김까지 대략 20개가 넘어가는 감자 요리를 대령했다.


그 향기와 생김새에 스틱스의 눈과 코가 벌렁거렸다.


“흠. 자네. 뭘 좀 아는군.”


“바타타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맥주 말고 이것은 어떠십니까?”


“?”


손뼉을 치자 내 요리사가 맑은 술과 펄펄 끓는 솥을 가져왔다.


“키스 오브 바타타. 바타타로 만든 서주입니다.


투명한 빛깔에 깔끔한 맛. 그리고 아주 높은 도수를 자랑하지요.”


“이 솥에 든 건?”


“후후. 스틱스 님의 방문을 환영하는 뜻에서, 돼지 등뼈와 바타타를 같이 넣은 칼칼한 수프를 만들었으니. 이름하여 바타타 국밥입니다.”


사실 감자탕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한식 재료가 전혀 없다 보니 이게 최선이었다.


밀을 쪄서 밀밥으로, 돼지 등뼈를 오랜 시간 끓여내 나온 국물은 그래도 한국에서의 추억 정도는 회상할 수준은 된다.


쌀이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캇셀도르프 왕국의 주식은 밀이다. 대륙 건너 쌀이 있다곤 하는데 지금은 밀밥으로 만족할 수밖에.


[우걱우걱! 벌컥벌컥!]


“크하!”


다행히 스틱스는 만족한 모양이다.


“이 술! 이 안주! 이 향취! 바타타로 낼 수 있는 극상의 맛을 조합했군!”


“특히, 술이 예술이야! 맥주보다 알싸한 것이 우리 드워프들의 입맛에 딱 맞아! 자네, 이거 팔 생각 없나?”


정확히 도수를 체크할 방법이 없어 최대한 강하게 증류하긴 했는데, 엄청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스틱스와 함께 온 다른 드워프들도 미친 듯이 감자술과 감자 국밥을 찾았거든.


감자술을 담은 통과 국밥을 담은 그릇마저 씹어먹을 기세로 내게 묻던 스틱스 일행은 만족스러운 식사의 보답이라며 폐광이 된 갱도의 입구부터 뚫어주겠다고 했다.


음··· 음주 작업은 별론데.


“안전상의 이유로 음주 상태에서의 작업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데요.”


“그럼, 더 줘.”


“뭘요?”


“키스 오브 바타타. 그리고 바타타 국밥.”


결국, 스틱스가 온 첫날은 부어라 마셔라가 되어버렸다.


미성년자였던 나는 그들과 술잔을 부딪칠 수 없었기에 술자리엔 외할아버지 파월이 나섰다.


변경백의 전대 백작이 나설 만큼, 드워프와의 인연은 중요하거든.


“크으! 죽이는군!”


“대단한 외손주를 두셨소이다!”


“술이 마음에 든다면 정기적으로 보내줄 수 있네. 대신, 우리 고티에 가문에 드워프제 무기를 보내주면 안 되겠나? 내 별도의 사례도 하지.”


“주신께 헌납하는 수준을 바라는 건 아니지?”


“설마.”


이 양반. 은근슬쩍 날로 먹으려 드네.


“양조법은 스트라우스 가문의 비법인데, 왜 고티에 가문이 이득을 보려고 하십니까?”


“그도 그렇군. 그럼 스트라우스령으로도 절반을 보내주게나.”


“아니, 그러니까요!”


“에잉··· 하여간 쪼잔해서는.


오냐. 이 할애비가 스트라우스에 뼈를 묻으마. 그럼 됐지?”


···익스퍼트 상급의 영구 상주를 대가로 드워프제 무기를 반반 나눈다?


이건 받아야 하는 게 맞는데···.


“왜죠?”


“뭐가?”


“고티에 가문으로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북 변경백이 그 정도로 긴장감이 높아졌다면, 최강의 전력인 외할아버지가 빠져서는 안 될 텐데요?”


“포션과 아티팩트만 있으면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곳이다. 익스퍼트 상급에게 거리의 의미는 일반인과 다르단다.”


키스 오브 바타타를 한 잔 더 들이켜신 할아버지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널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구나 싶어서.”


“외삼촌, 현 고티에 백작님께서도 외할아버지가 필요하실 텐데요?”


“그리 약하게는 안 키웠다. 알아서 할 거야.”


뭐, 본인이 그렇겠다는데, 최강의 전력을 거저 얻는 기회를 버릴 수는 없지.


“앞으로,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후, 밤은 깊어지고 술판은 커졌으며 요리사가 한번 혼절했다가 할아버지의 포션으로 기운을 차렸다.


폐광산 앞에서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니, 광산 안에서 폐광석과 쓰레기들을 치우던 오크 노예들이 빤히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더라고.


“우거··· 맛있겠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도 모르게 약속하고 말았다.


“나중에 시종에게 명령해서 감자 국밥을 만들어줄 테니, 그때 먹도록. 지금은 양이 별로 없다.”


양을 떠나서.


수십 명의 드워프들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요리사가 세상 하직할 것 같은 표정이었거든.


그렇게 드워프들의 극찬을 받은 감자 요리들로 첫날을 보냈더니.


다음날 해자 너머에 크루거가 찾아 사자후를 내뱉었다.


“우거! 바타타 국밥 내놔라!”


“뭐라는 거야.”


***


한스라는 농민이 감자의 파종과 재배 등을 아투바 오크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오크 야영지에 머물게 되면서.


기간제로 노예 목걸이를 차고 스트라우스령의 일꾼이 되어 준 오크들도 수시로 그를 방문하게 되었다.


더럽고 험한 일을 하는 건 아투바 부족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였지만.


워낙 잘 먹고 좋은 곳에서 자다 보니 일꾼 오크들은 오히려 훨씬 더 건강해져 있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크루거는 그들을 따로 불러 찬찬히 살펴보더니 감탄하기까지 했다.


“우거. 몸이 좋아졌다.”


“영주님이 잘 챙겨준다.”


“풍년이 들어서 요즘 잘 먹는다. 우거.”


“이제 돌아와서 전사가 돼도 괜찮겠군.”


그러자 오크 노예들이 질겁을 했다.


“아, 안된다. 족장. 아직 나는 인간의 일을 다 못 배웠다!”


“이 근육은 전투 근육이 아닌, 노동 근육이다. 우거. 우린 싸움을 못 한다.”


비록 10살 정도의 지능이라지만, 한 무리의 족장으로 있으면 저절로 아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


그중, 노예가 무엇인가.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재산으로 간주하는 크루거 휘하의 아투바들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도 스트라우스령에 기간제로 보낸 오크들은 계속해서 노예로 남으려 했다.


“우거. 이제 부족으로 돌아와 전사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면 바타타 농사라도 해야지.”


“꾸르륵···.”


오크들이 믿는 전쟁의 신 아레스.


주신의 여러 하위신 중 하나였던 아레스는 천국의 개념으로 [발할라]를 창조했다.


끝없이 먹고 마시고 싸움을 즐길 수 있는 전투광들의 천국이라는데···.


이상하게도 요한의 노예가 된 오크들은 스트라우스령을 발할라로 말하곤 했다.


어차피 멸시는 부족에 있든, 인간 사이에 있든 똑같으니, 의식주라도 좀 편하고 싶었던 모양.


역설적으로 요한의 노예가 되면 발할라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호소하는 오크들이 많아지면서.


취준생이 대기업을 선망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아투바 오크들 사이에서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전투 종족이라는 오크도 일신상의 평안함을 바라는 건 생물의 본능이었기 때문이다.


전사가 될 수 있을 만큼 약한 것들을 잘 키웠으니, 이젠 바통 터치를 할 때가 되었지.


크루거에게 요한은 서로가 윈윈을 할 수 있는 존재.


“이제 돌아오도록. 약한 것들과 교대하겠다. 우거.”


“아직 바타타 국밥도 못 먹었는데···”


“바타타 국밥?”


“발할라, 아니 스트라우스령에서 어제 처음 나온 음식이다.


우거. 뜨듯한 육수와 고기와 바타타가 섞여 있는 그것은 아레스가 내린 전사의 피처럼 이글거리는 열기를 내뿜는다.”


이내 몽롱한 표정으로 감자 국밥을 설명하는 동포를 보며 크루거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거. 요한 그 인간이 너희는 잘 먹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못 먹은 거지?”


“드워프 먹여야 한다고, 못 준다고 했다. 우거···.”


도저히 생김새와 맛을 상상할 수 없었던 크루거는 결국 자신도 모르게 기간제 노예 오크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만드는 방법. 모르나?”


“영주님의 주방장만 알고 있다.”


“그럼 가서 배워야겠군. 우거.”


어차피 서로 주고받는 관계.


제 아비를 죽인 자신과도 거래하는 놈인데 요리 하나 알려달라고 하면 뻔하게도 거래 이야길 하겠지.


그렇게 크루거는 스트라우스령의 해자 밖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국밥! 국밥을 달라!”


***


이런저런 사정을 크루거에게 전해 들은 나는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지금, 고작 국밥 하나 먹자고 아침부터 소리를 지른 거냐?”


“고작 국밥이 아니다. 아레스가 내리는 전사의 피처럼 뜨거운 음식이라고 하는데, 아투바의 족장인 내가 맛을 안 보면 어쩐다는 거냐. 내놔라.


바타타 국밥을 만드는 방법을. 그렇게 하면 오크 노예 100명을 추가해 보내도록 하겠다.


우거. 그리고 지금 노예들은 모두 환속하고 전사로 만들겠다. 약한 오크들을 다시 한번 부탁하지.”


이 국밥 돼지 새끼가.


스트라우스령에 보내는 오크들이 무슨 미국 유학생이야?


이제 겨우 일머리 생긴 기간제 노예들을 데려가면 분변은 누가 치우고 논밭은 누가 가는데.


인간, 정확히는 내 지식을 골수까지 뽑아먹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뻔히 보이길래 나는 외할아버지 파월을 호출했다.


“무슨 일이냐?”


“키스 오브 바타타와 바타타 국밥을 좀 팔아볼까 해서요. 아주 간절히 원하는 손님이 있지 뭡니까.”


또 뭔 해괴한 짓을 하려는 걸까 궁금해하는 외할아버지의 시선을 뒤로 하고.


나는 내 주방장에게 국밥과 감자술을 내어올 것을 명했다.


이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밀밥과 감자 국밥, 그리고 감자술을 대령하자 크루거가 경건한 모습으로 스푼을 들어 음미하기 시작하더니.


[후루룩!]


순식간에 다 마셔버렸다.


“우거! 그야말로 전사의 음식! 알려달라! 노예 100마리를 추가하겠다!”


“야.”


“말하라! 뭐든 들어주겠다!”


“우리 외할아버지, 남은 여생 여기서 보내실 예정이란다.”


“···.”


“팔아 줄테니 사 먹어. 날로 먹으려 하지 말고.”


날로 먹다가 입천장 홀라당 까지는 수가 있다.


이 오크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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