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의 역량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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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금문
작품등록일 :
2024.08.08 16:50
최근연재일 :
2024.08.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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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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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

DUMMY

1.

강선우는 스포츠에는 무관심했다.

또래 남자아이들과 달리 그에게 스포츠는 귀찮고 성가신 놀이에 불과했으니까.


하물며 지루하게 늘어지는 경우가 즐비한 야구는 그에게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벌이었다.

야구경기를 보는 것도, 야구선수의 이름을 외우거나 아는 일도 없었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식당 간판처럼 무의미했다.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강선우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열정적인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단순한 사고가 모든 걸 앗아갔다.

꿈과 인생을 한순간에 전부, 완벽히 빼앗아갔다.

그렇게 포기한 삶에 더 이상 야구라는 두 글자를 남기고 싶지 않아 일부러 외면하며 살았다.


그렇게 몇년이 지났을까.

사회에 진출해 군대를 나오고 회사에 취직하고 직장상사에게 갈굼 당하며 돈을 벌고 있을 때, 불현듯 게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모바일 게임 ‘베이스볼 매니저’.


흔해 빠진 야구게임이었다.

돈과 야구에 대한 사랑은 있지만 시간은 부족한 직장인들의 지갑을 빨아먹으려고 만들어진 흔해 빠진 현질가챠게임.

하지만 그런 쓰레기 게임은 강선우의 눈길을 끌었고, 그는 삽시간에 78만원을 사용해 버렸다.

끔찍한 일이었다.


“씨발.”


담배가 빠르게 타들어갔다.

20초만에 필터까지 빨아들인 꽁초를 재떨이에 꽂았다.

이미 선인장처럼 변한 재떨이가 가볍게 잿가루를 떨군다.


“이거 하나 뽑겠다고 70을 태우다니···.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어.”


반짝이는 스마트폰 액정에는 ‘선수역량평가’라는 글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스킬이었다.

선수의 역량, 그가 가진 능력과 이후의 성장가능성 등을 직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전설 등급 스킬.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것에 이 많은 돈을 꼴아박다니.


‘접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뽑고 싶어 다리가 덜덜 떨렸지만, 막상 얻고 나자 돌아오는 것은 깊은 허무함이었다.


“왜 이딴 걸.”


야구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하필 왜 이딴 걸 원했을까.

좋은 스킬이 널렸다.

공을 빠르게 하거나, 배트 스피드를 늘려주거나, 도루 확률을 높여주거나, 상대 선수 심리를 파악하는 등등.

선수에게 중요한 능력을 아무 조건 없이 높여주는 깔끔하고 훌륭한 스킬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걸, 선수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은 스킬을 원했을까.


야구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탓일까?

그래서 감독이나 코치, 스카우터 같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스킬을 탐한건가?


‘비겁한 새끼.’


아니면.

그가 꿈을 접게 된 원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라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도 그런 비겁하고 쓰레기 같은 짓은 하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됐어. 접는다.”


침을 퉤 뱉은 다음 게임을 삭제했다.

미련이 남지 않게 계정까지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그런 뒤 깔끔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푸후!"


찬물로 세수를 마친 다음 출근을 위해 수염을 다듬으려는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어?”


선수역량평가 17.

세면대 위에 달린 거울에서 반짝이는 파란색 숫자.


“17?”


스킬이 작동하고 있었다.

게임 속이 아닌 현실에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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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장실 24.08.09 28 0 12쪽
» 세면대 24.08.08 20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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