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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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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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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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DUMMY

결혼이란 남녀 한 쌍이 부부의 연을 맺는 신성한 의식.

이것이 옛 제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인간 사회의 관습이지만, 정작 귀족들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범속한 인간들과 달리 신의 후예로서 마법의 핏줄을 조금이라도 더 퍼트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탓이다.


귀족들의 결혼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비교적 대등한 마법사끼리 결합하는, 평민들의 그것과 같은 형식의 반려혼(伴侶婚).

그리고 둘째는 더 우월한 마법사에게 열등한 마법사들이 여럿 붙는 형식의 종속혼(從屬婚).


지금 일곱 가문에서 제의한 것은 그 두 가지 중 종속혼으로, 기사의 딸로 어느 정도 잠재력을 타고난 여성들을 투란에게 시집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한낱 첩일 뿐이라서 감히 칼라마프의 통치에는 간섭할 수 없었다.


“당연히 외모며 교양이며 빠지지 않는, 고귀한 분들의 첩이 되기 위해 잘 교육받은 아가씨들입니다.”


귀족의 첩으로 들이고자 어려서부터 철저히 관리받아 키워진 아가씨들······.

과거 도서관에서 마법사 가문의 운영법에 관한 내용을 읽을 때 본 적 있었다.

기사의 자식이지만 마력을 타고나지 못했거나, 기사와 일반인 사이의 애매한 마력을 타고난 이들 중 미색이 빼어난 이들을 뽑는다고 하던가?


당연히 육욕이라는 게 남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남자가 여성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남성도 존재하기는 했다.

임신이나 그 외의 여러 문제로 수요는 훨씬 적다고 했지만.


“다른 것보다 우선 이런 제안이 왜 나왔는지부터 알고 싶군요.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라서.”


투란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를 듣다가 되물었다.

그가 칼라마프의 보호자가 된 지 어언 한 달.

제법 긴 시간이건만 인근의 다른 가문들은 웬 정체불명의 애송이 하나가 도시를 휘어잡는 와중에도 이를 제지하거나 교류를 시도하는 대신 침묵하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찾아와서는 슬슬 얼굴 좀 보고 알아갑시다, 하는 것도 아니고 대뜸 이런 제안을 하다니?

질문을 듣고 라바나 시에서 왔다던 귀족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칼라마프의 영주께서 가문을 이루지 않으신 탓에 도시 운영에 어려움이 많으시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만 해도 중앙 저택조차 쓰지 못하고 계실 정도이지 않습니까? 일곱 명의 첩을 통해 자손을 보시면 그중 쓸만한 기사들도 꽤 태어날 터, 장차 통치하심에 있어 쓸모가 많겠지요! 그들의 핏줄 절반이 저희에게서 기원한 만큼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말입니다!”


그가 말한 것이야말로 귀족들이 가문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신처럼 막강한 마법사라고 한들 결국 몸뚱이는 하나일 뿐.

아무리 큰 땅을 지배해 봐야 동서남북에서 동시에 등장하는 마수를 막아낼 수도, 사방에 흩어진 평민들에게 동시에 명령을 내릴 수도 없었다.


그에 비해 평범한 기사 네 명을 휘하에 부리는 귀족은 그들을 이곳저곳에 주둔시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넓은 영토를 통치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귀족, 더 많은 기사가 확보될수록 큰 영토를 수월하게 통치할 수 있는 법.


투란은 가만히 앉아서 고민했다.

왜 갑자기 이러한 제의가, 하필 지금 나온 것일까?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자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서쪽의 위협이 사라질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 그런 거였군. 장차 칼라마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건가.’


얼마 전, 아라비온의 군대와 접촉해 서쪽의 위협이 무엇인지를 알아낸 투란은 이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도시를 위협하는 실체가 분명해지고 곧 사라지리라는 소식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설마 흑요정이나 난쟁이들이 인간 사이에 첩자를 심어놓지는 않았을 테니 굳이 비밀로 할 이유도 없었다.

회색 지대의 영주들은 그 소식을 접하고는 곧 가치가 상승할 칼라마프에 미리 침을 발라놓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도시끼리의 거리는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기사라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면 이동할 수 있지. 기사를 전령 삼아서 서로 빠르게 상의했나? 아니, 이전부터 미리 상의해 두었을지도.’


어느 쪽이건 인근 일곱 도시의 영주들이 함께 행동했다는 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들은 투란을 축출하는 대신, 그를 이곳 회색 지대의 다른 지배 가문들과 혈통을 섞게 하여 공생하기로 합의한 것이 분명했다.

가만히 이를 듣던 투란은 고개를 저었다.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거절하죠. 아니, 오히려 이참에 역으로 제안하고 싶습니다. 마침 이렇게 모두 모였으니.”

“역으로 제안하신다면······?”

“이 도시, 칼라마프의 통치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귀족이 눈을 빛내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의 조건을 나지막이 읊었다.

바로 이십여 년 전, 회색 지대를 여행하던 어느 젊은 여인의 행적을 찾아내라는 것.


이러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 누구인지는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조건이며, 가장 유용한 정보를 가져온 가문에게 칼라마프의 통치권을 넘기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들은 귀족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말도 안 되는······.”

“고작 그런 조건만으로 도시를 넘기신단 말입니까!?”


여느 귀족 가문들에게 있어 도시란 권위와 더불어 실용적인 가치 역시 높은 것이었다.

평민들이 열심히 일해 바치는 공물이 온갖 호화스러운 생활을 유지할 기반이 되니까.


그런데 그런 도시를 고작 여자 한 명의 행적을 찾는 대가로 넘겨주겠다니?

길에서 동전 하나 주워 준 대가로 전함을 선물하겠다는 것만큼이나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설마 진짜로 아라비온의 비밀병기쯤 되는 건가?’


얼마 전 아라비온 가문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만큼 그쪽이 가장 신빙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몰락 귀족이라는 작자가 도시 하나를 턱하고 내놓을 리 없지 않은가.

정처 없이 떠도는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도시를 얻어서 정착하고 가문을 꾸리는 것일 텐데.


“그것뿐인 게 걸리신다면 하나 더 추가하죠. 누가 이 도시를 가져가건, 통치자로서 성실하게 도시의 시민들을 보호할 것을 프레아 신족의 이름으로 약속하라는 것. 이를 어기는 순간 도시의 통치권은 유지되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투란이 떠올린 것은 그가 처음으로 방문했던 무레이 시의 풍경이었다.

밖에서 마수들이 어린애들을 몇 명이고 잡아먹었음에도 귀찮다며 마수 사냥꾼들에게 일을 떠밀던 모습······.


아무에게나 넘겼다가 이 도시가 그런 꼴이 된다면 굉장히 불쾌할 것 같았다.

하다못해 이곳을 원래 통치하던 가문조차도 그러한 보호를 위해 싸우다 멸망한 것이 아니던가.


투란의 말에 귀족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성실하게 도시의 시민들을 보호한다니?

프레아 경전에서나 나올 법한 구태의연한 말이 아닌가.

어느 귀족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그렇게까지 하십니까?”


말을 보태지는 않았지만 다른 귀족들 역시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부랑자들을 위해 중앙 저택을 개방하고 자기는 허름한 시청 숙소에서 기거하며, 도시 하나를 넘기는 대가로 시민들의 보호 같은 조건을 내거는 이유가 뭐냐고.


귀족들에게 있어 평민이란 종교적인, 그리고 실리적인 이유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대상이지만 저렇게까지 감싸고 돌 필요까지는 없는 존재였다.

양치기가 제 양을 소중히 여긴다 한들 결국에는 도축해서 살점이며 털가죽 따위를 쓰려 키우는 것 아니던가?


그들이 보기에 투란은 양을 제때 도축하기는커녕 늙어 죽도록 자기 침대 위에서 재워가며 보살핀 뒤 곱게 묻어주기까지 하는 괴상한 양치기였다.

투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왜일까요.”


이후, 일곱 도시의 귀족들은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다가 물러갈 것을 청했다.


“하룻밤조차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 것이 무례임을 압니다만, 급한 일이니 가주님께 말씀드려서 최대한 빨리 답변을 받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죠.”


접대의 관습상 와서 제 할 이야기만 턱 꺼내고 돌아가는 것은 무례한 일이지만, 애초에 고귀한 귀족들을 시청에서 재우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서로 비겼다고 할 만했다.

귀족들이 모두 물러간 뒤,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룩이 들어와서 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도시의 보호자시여. 혹시 하명하실 일이 있으십니까?”

“회의를 열겠다.”

“이미 모두 아래층에 모여 있습니다.”


하기야 인근 모든 도시의 귀족들이 찾아왔다면 당연히 도시의 앞날에 관한 중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터.

도시를 이끌어가는 이들이라면 모여 있는 것이 당연한 바였다.


잠시 후, 투란은 회의실에 모인 그들에게 조만간 칼라마프의 통치권을 다른 가문에게 이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들은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위대한 보호자시여, 이 도시는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도시 서쪽의 위협은 곧 아라비온이 물리칠 것이고, 다른 가문들 역시 통치권을 얻게 된 명분이 명분인 만큼 충분히 신경 쓸 거다. 그러면 나 없이도 충분히 유지되겠지.”


칼라마프의 유력자들은 내심 투란이 이곳에서 자신의 가문을 꾸려나가기를 바랬다.

투란은 여느 귀족들과 달리 착취하지 않으며 자신의 능력을 도시를 위해 사용하는, 그들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헌신적인 양치기였으니까.


그러나 도시의 통치권을 유지하느냐 넘기느냐는 결국 귀족들의 의사에 달려있을 뿐.

본래 양이건 목장이건 사람끼리 사고파는 것이지, 양이 자신을 키워줄 사람을 고르는 법은 없었다.


* * *


당연하게도 투란의 제안을 받은 일곱 귀족 가문에서 곧바로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아마 그들이 통치하는 도시나 주변 마을에서 은밀히 어머니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자기들이 이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을 때나 동의를 표할 터.


통치권 양도에 대한 이야기는 단속해 둔 만큼, 칼라마프의 시민들은 곧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희망차게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투란은 때때로 시청 꼭대기의 지붕에 앉아 그들의 삶을 내려다보곤 했다.


“다들 참 열심히 산다, 그렇지?”


철판을 가져오지 않은 비제는 글을 쓸 곳이 없어 그저 삐약 하고 우는 것으로 답했다.

투란은 칼라마프의 시민들, 그가 없었다면 무력하게 죽어갔을 이들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다른 귀족에게 들은 질문이 떠올랐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


갓 마법의 힘을 깨우쳤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그가 양치기의 아래에서 부려지는 목양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투란은 자신이 평범한 인간들, 양들보다 특별히 더 우월한 존재라고 여기지 않았다.

결국은 그 역시 양치기의 횡포가 두려워 숨어 사는 개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다가 만난 케오른은 투란이 사실 개가 아니라 양치기임을, 그리고 양치기가 마냥 두려운 존재만이 아닌 숭고한 존재일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마수와 이종족이라는 늑대들로부터 기사와 평민을, 목양견과 양을 돌보는 선량한 양치기······.


투란은 그 늙은 기사가 말했던 것과 같은 이상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다.

과거 어린 자신이 두려워하던, 양과 목양견들을 마구 부려 죽게 하는 사악한 양치기가 아니라.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도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꽤 강력한 기사의 기척 하나가 느껴졌다.


‘누구지?’


처음에는 어느 가문에서 온 전령쯤 되나 싶었는데, 그런 거였다면 공무원 중 누군가가 먼저 투란을 찾아와 보고했을 터였다.

귀족이건 기사건 어지간해선 다른 도시에 들어설 때 곧바로 그 존재를 알리기 마련이니.

도시 중앙에 가까운 시청까지 오도록 보고가 없었다는 건 아무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몰래 들어온 건가?’


투란 역시 자주 그런 짓을 했기에 비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마법사 사회에서는 무례하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암살을 위해 침투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해도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비제, 잠시 여기 있을래?”


삐약 하고 답하는 것을 들은 뒤, 투란은 슬며시 모습을 감춘 채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나는 상대의 얼굴.

이를 본 투란의 눈이 커졌다.


“아······.”


그는 슬쩍 주변의 골목으로 들어가 은신을 해제한 뒤, 걸어 나오며 곧바로 상대를 불렀다.


“어르신!”


아라비온의 기사, 케오른의 고개가 투란을 향해 휙 돌아갔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 반가워하는 기색이 어렸다.


“정말이었군! 혹시나 해서 찾아와봤네만 진짜 자네였을 줄이야!”


그렇게 기뻐하기도 잠시, 케오른이 헛기침하며 자세를 고쳐 인사했다.


“실례했습니다. 칼라마프의 투란이시여.”

“제발 그렇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런 거 안 좋아하는 거 아시잖습니까.”

“자네 어째 몸은 확 자랐는데 하나도 안 변했구먼.”


장난스러운 투정에 케오른이 껄껄 웃으며 말을 놓았다.

얼마 전 메이사에게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는 하나도 안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심지어 몸을 단련한 탓에 겉보기의 차이는 훨씬 컸을 텐데도.


잠시 후, 투란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고자 케오른을 자신이 머무는 시청의 숙소로 데려왔다.

그와 만난 지가 얼추 반년쯤 되었던가?


따지고 보면 고작 며칠 만났던 사람에 불과한데 왜 이리 반가운 것일까.

그만큼 케오른이라는 사람이 투란에게 준 영향이 컸다는 의미일 터였다.


“설마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곳에 오려면 엄청나게 돌아오셔야 했을 텐데요.”


기사의 걸음이면 히사릴 언덕에서 반년 만에 여기까지 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만, 회색 지대의 서쪽이 전쟁터가 된 만큼 여행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길어졌을 터였다.

북쪽은 산맥으로 막혀 있으니 남쪽으로 지나와야 했을 터.

그런 투란의 말에 케오른이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게 말인데······그냥 여행하다가 온 것은 아니라네.”

“여행이 아니면요?”

“사실 여행 중에 전쟁 소식을 듣고 토벌대를 찾아가서 복귀를 신청했다네. 이미 흑요정들과도 몇 차례 싸웠지.”

“아······.”


그러니까, 눈앞의 늙은 기사는 은퇴한 여행자가 아닌 토벌대 소속의 아라비온 기사로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아마 과거 메이사와 그 숙부를 만난 뒤로 토벌대 내에 투란의 이름과 신상이 퍼지며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터.


“혹시 제 혈통에 대해서 아라비온 쪽에 말씀하셨나요?”

“안 말했네. 얼핏 듣기로 자네도 딱히 자하르 귀족으로 살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길래. 혹시 오지랖이었나?”

“아뇨, 맞습니다.”


태연히 답하는 늙은 기사에게서 거짓말하는 사람 특유의 긴장한 냄새 따위는 조금도 풍기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웃기도 잠시, 케오른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본격적인 용건을 꺼냈다.


“이제 아라비온의 전령으로서 제 일을 해야겠군. 정확히는 메이사 아가씨의 전령으로서 일하는 것이지만 말이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으신 겁니까?”


한낱 기사와 대가문의 후계자라면 어지간한 귀족과 평민보다도 훨씬 큰 신분 차이건만.

물론 케오른이 보통 기사가 아니기는 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안면이 있긴 하네. 어쩌다 보니 분에 맞지 않는 감투를 쓰게 되어서······.”

“영웅 케오른 말이군요.”

“자네 설마 그 연극 봤나?”


케오른이 민망함과 자괴감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메이사 아가씨의 제안부터 전함세.”

“예.”

“흑요정 사령술사······자칭 사령왕의 토벌에 문제가 생겨서 협조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시네.”


작가의말

제가 생각하기에도 끔찍하리만치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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