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의 미궁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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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우팡
작품등록일 :
2024.08.11 11:57
최근연재일 :
2024.08.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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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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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회귀했다.

웹소설에서나 볼법한 판타지가 진짜 현실이 되었다.


“이, 이게 나라고?”


나는 회춘했다.

처진 볼살과 팔자 주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눈가에 자글거리던 미세한 주름 역시 전혀 없고.

피부는 또 어떠한가.

잡티 하나 없이 탱글탱글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저 분노와 열등감에 휩싸여 충동적인 자살을 선택했던 난데.

대관절 무슨 기전으로 회귀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유세연···”


쌍년.

그저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손이 떨린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찾아가 따귀를 갈기고 싶지만.


“상대도 안 되지.”


무리다.

나는 애시당초 무각성자.

거기에 쌈박질이라곤 해본 적 없는 말라깽이다.


반면 유세연은 날 때부터 타고난 재능충.

현재 19살인데 벌써 B+급 각성자다.


“씨발! 씨발!”


퍽퍽.


애꿎은 침대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친다.


“아니, 근데···”


지금의 유세연은 무슨 죄야?

애는 아직 고딩인데.

심지어 유세연은 나라는 존재 자체도 모른다.


“하아···”


그렇구나.

결국 다 없던 일이 되었구나.

나 혼자만 병신 같이 열폭했구나.

갑자기 힘이 빠진다.

그러나.


“아니지.”


아직 내 맘속에는 분노의 감정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바로 나 자신의 나약함을 장작 삼아.


“그때 나를 개무시 했던 새끼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렇다.

강자를 추앙하고 약자를 멸시하는 행위는 인간의 습성.

법정에서 두 연놈들에게 얻어터진 나는 문자 그대로 ‘국민 병신 이혼남’이 되고 말았다.

대중들의 반응은 또 어떠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세연의 불륜을 옹호하고 그 귀책이 나에게 있다며 나를 매도했다.


‘그래.’


그때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약함은 죄악이다.

도덕과 윤리는 강한 개체의 앞에서는 그 잣대가 달리 적용된다는 잔인한 진실을.


“좆같은 세상···”


따지고 보면 결국 내가 좆밥이라 벌어진 비극이다.


‘강해져야 돼.’


다시는 지난 삶의 수치와 굴욕을 겪지 않을테다.

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다.

근데 어떻게 강해지지?

나 무능력자인데.


“제기랄···”


결국 여기서도 루저 인생이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현타가 오던 그때.


[해금 조건 S랭커 아내에게 이혼당함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히든 클래스 찌질한 이혼남으로 전직합니다.]


내 시야에 나타난 검붉은 개소리들.

놀랍게도 그것은 상태창이었다.

오직 각성자들이게만 보인다는.

그 말인즉슨.


“각성···”


나도 이제 각성자다.

이전 생에서 그토록 간절히 바래왔던 각성.

그것이 나를 찾아왔다.


‘근데···’


어째 상태창 내용이 참 기괴하다.

이혼당함이니 찌질한 이혼남이다니···

씨발. 이거 각성을 가장한 인신 공격이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진짜 가지가지 하네.”


시스템 조차도 나를 찌질한 새끼로 규정하는구나.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갱신되는 안내 문구를 보았다.


[전용 특성 ‘상간남과 불륜 아내처럼 강해지고 싶어’가 활성화됩니다.]


[특성 효과로 두 사람의 클래스를 계승합니다.]


[불륜 아내 유세연의 히든 클래스 심연의 네크로멘서로 전직합니다.]


[상간남 김은호의 히든 클래스 역천의 마검사로 전직합니다.]


[전용 특성 ‘돌싱 가챠’가 활성화됩니다.]


[이전 생에서 획득한 이혼 포인트로 뽑기가 가능합니다.]


[이혼 포인트는 상간남과 불륜 아내의 강함과 유명도에

비례하여 획득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이혼 포인트 : 12778 DP]


[전용 패시브 스킬 이혼 후 강해짐이 활성화됩니다.]


[효과로 모든 능력치 및 스킬 효과가 영구적으로 30% 증가합니다.]


[전용 패시브 스킬 이혼 장벽이 활성화됩니다.]


[효과로 모든 저항력이 영구적으로 50% 증가합니다.]



아니. 뭐 이렇게 많아.

스킬 작명 꼬라지는 또 뭐고.

이거 영 신뢰가 안 가는데···

혹시 시스템 오류 아냐?


“하아. 진짜 이게 뭐야···”


순간 빈정이 상했지만.


“아니지.“


그래도 각성이 어디냐.

아무리 괴상망측한 이혼 어쩌고저쩌고 특성이라 해도 무각성자의 설움이 비하리랴.


“쩝.”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상태창의 진실 여부를.

미궁에 가서 이 황당한 능력이 진짜인지 검증해야 한다.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미궁에 갈 준비나 하자.


벌렁.


나는 침대 위에 몸을 날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괴상망측한 히든 클래스 찌질한 이혼남이 얼마나 벨붕급 능력인지 말이다.


***


다음 날.

나는 각성자 센터에 갔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하나.

모험가 라이센스를 발급받기 위해서다.

이게 있어야 미궁에 입장할 수 있다.

발급은 간단하다.

그냥 검사실 의자에 앉아 푸르스름한 수정구 위에 손을 얹으면 된다.

그럼.


파아아앗!


눈부신 광휘와 함께.


“축하합니다. 각성자로 판별 받았습니다.”


라고 기계 안내음이 들려온다.


“뭐 없네···”


그럴 수밖에.

애초에 ‘마나’만 판정받으면 그만이다.

세계의 35%가 ‘침식’된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각성자의 수요는 항상 부족했다.


센터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은행을 갔다.

이유는 대출.

가난한 대학생이 장비 살 돈이 어딨겠는가.

다행히 각성자 판정을 받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담보는 내 몸뚱이.

살면 갚을 것이고 죽으면 내 목숨값으로 탕감될 그런 돈.


“1억 원의 대출이 완료되었습니다.”


1억.

이것이 현재 국가에서 공인한 F급 각성자의 몸값이다.


“수고하세요.”


다음 행선지는 각성자 상점.

대충 있는 돈으로 맞춰 무기와 방어구, 필요한 잡화를 구매한다.


‘참 쉽네···’


이 모든 과정에 소모된 시간은 단 두 시간.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저기 저 멀리.

서울 시청 근처에서 하늘 높이 솟아오른 검은 첨탑.

바로 저것이 악몽의 미궁이다.

오늘 내가 입장할.


‘그 전에···’


일단 집에 가서 이혼 가챠라는 것 좀 해보자.

뭐가 나올진 모르겠다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겠지.


“일단 집으로.”


버스에 올랐다.

맑고 화창한 날씨.

미궁 들어가기 딱 좋은 날이다.



**


이혼 가챠.


“씨발.”


누구 사람 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가뜩이나 암울한 지난 생의 굴욕을 상기시킨다.


‘진짜 장난치나.’


제기랄.

두 연놈들이 침대에 누워 뒹굴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의 충격과 분노가 지금도 생생하건만.


“하아···”


잊자. 이미 지난 삶이다.

이제 와서 내가 뭘 어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욱후욱.


계속해서 숨을 고른다.

이윽고 진정이 되자.


“이혼 가챠.”


나는 꽤나 불편한 단어를 언급했다.


[이혼 가챠 룰렛이 활성화됩니다.]


그러자 내 눈앞으로 나타난 반투평한 원형 룰렛.

총 50개의 칸으로 나눠져 있다.

보상 내용은 전부 ???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어디 보자···”


룰렛 위 팻말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기재되어 있었다.


[룰렛 바늘은 등급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로 나뉩니다.]


[회당 소모되는 이혼 포인트 : 브론즈 50 DP 실버 150 DP 골드 300 DP 플레티넘 800 DP 다이아 2000 DP]


[환불은 불가합니다.]



“흐음···”


질이나 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다이아로 간다.”


결국 내 선택은 퀄리티.

뭐가 이유가 있으니까 비쌀 터.


“일단 한 개.”


나머지는 나중에 상황 봐서 사용하자.

룰렛 위에 진열된 다이아 바늘을 하나 뽑아 룰렛 중앙에 부착한다.


“가보자!”


망설임은 없다.


촤르르르륵!


룰렛이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한 1분쯤 돌았을까?

마침내 멈춘 룰렛.

그러자 베일에 감춰졌던 칸이 해금된다.


[축하합니다! 미라클 큐브에 당첨되셨습니다!]



잠깐, 큐브라고?

설마 내가 생각한 그거?

이런 내 궁금증을 눈치라도 챈 걸까.

때마침 상태창이 알아서 설명해준다.


[미라클 큐브]


등급 : SSS

특성 : 마법 메모라이징 및 자동 전개.

효과 : 모든 마법 효과 50% 증가.



“와···”


미쳤다. 큐브라니.

10층 이상의 ‘악몽’급 보스에게서 극악의 확률로 드랍되는 무구가 내 손에 쥐어져 있다.

얼핏 보면 그냥 정사각형 모양의 검은 주사위로 보이지만.

천만에.

이것만 있으면 자동으로 마법을 전개할 수 있다.

큐브 내부에 음각된 회로에 마나만 주입한다면.

한마디로 자동 마법.

체내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한 계속해서 마법 사용이 가능하다.


‘유세연도 큐브 사용자였지···’


운도 좋은 년이다.

세계 최초 10층 레이드에서 큐브를 얻었으니.


‘존나 좋아했었지.’


부동산이 폭등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기뻐했었는데···

제기랄. 그만 생각하자.

마음 깊이 꾹꾹 눌러둔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르니.

어쨌든.


‘졸업이네···’


이걸로 마법 무기는 종결.

아마 죽을 때까지 교체할 일은 없을 거다.

자동 마법 전개 하나만으로도 개사기인데 마법 효과 50퍼 상승까지 붙었다.

이건 유세연이 쓰던 바르가스의 큐브와 차원이 다른 지존 무구.


“좋아.”


나는 벌떡 일어났다.


“이제 가보자. 미궁으로.”


시간 끌 거 없다.

빨리빨리 강해져서 이 패배주의적 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저벅.


문을 열자 오후의 노을빛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다 뒤졌어.”


기다려라. 좆같은 세상아.


내가 다 씹어 먹어주마.

다시는 나 이진수를 무시하지 못하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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