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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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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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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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르침

DUMMY



24-


유타르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에밀리 형제 그게 무슨 말인가..”


배신이라는 말에 심장이 쿵쿵-뛰었고

과거의 저주스러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저 사람들입니다.

-시.심문관님 저희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약속대로 풀어주세요 제발!!


이단 심문관들에게 고문당하거나.

혹은 그들의 회유를 받고 수도원을 배신했던 수많은 사제들의 모습이.


한때는 형제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적의를 드러낼 때.

유타르는 수도원장으로서 거대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번에도.”


대륙을 떠돌며 형제들이 모두 흩어졌다.

그런 와중에 처음 가졌던 순수한 열의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는 법.


누군가는 사제라는 신분을 포기하고 평범한 일반인으로

누군가는 결국 권력에 굴복해 수도원을 추격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원장님 그게..”


에밀리는 말하면서도 괴로운지 머뭇거렸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분하게 설명해주시겠어요?]


하늘에서 들려온 세존의 목소리.


그것을 듣자 에밀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도시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린 형제를 비롯한 10명의 사제와 성기사들이 도시에 있었습니다.”


“카린 형제라고?!”


“역시 수도원의 몽크들이 살아있었구나!”


“아아 마하-아델! 기적이로다.”


세브라스 수도원의 몽크.

빛의 주먹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되는 와중.

유타르는 그들이 배신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럴 리가..’


먼저 세존의 가르침을 찾은 이들이 몽크들이었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가르침을 찾자는 이들도 몽크였기에.


그들이 배신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카린 형제가 어째서 배신을 했단 말입니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찾은 것도 카린 형제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분이 무엇에 굴복했다는 말입니까!”

다른 사제들도 믿기지 않는 듯 한마디씩 했다.


“그분은... 우리를 이단이라고 했습니다.”


“이단?!”


“아니 그게 무슨..”


카린의 말에 심장이 철렁거렸다.


우리가 이단이라니.

대체 어째서?


“대륙을 떠돌아다니다가 카린 형제는 세존의 가르침을 하나 찾았다고 했습니다.”


에밀리의 설명이 계속됐다.


카린이 대륙을 떠돌아다니면서 찾았다는 어떤 세존의 가르침.


그리고 그것을 익히자 6성급이었던 자신이 8성급까지 순식간에 성장했다는 이야기까지.


“말도 안 돼..”


“대체 어떤 가르침이길래.”


이단이라고 불린 충격보다.

카린이 얻었다는 가르침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사제들.


“그분이 말하기를 과거 아델께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53개의 방법이 적혀있는 가르침이라고 했습니다!”


“그. 그런 게 있단 말입니까!?”


유타르 또한, 놀랐다.


그저 깨닫는 게 아닌.

53개나 되는 방법과 단계가 있다는 사실에.


‘이건 마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는 게 아닌가!’


그저 그것을 따라 하면 깨달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제야 카린이 순식간에 성장한 것이 이해됐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깨우칠 테니까.


“아아 세존이시어. 카린 형제는 이것 이외에 모든 것이 이단이라고 했습니다.”


“......”


“자신이 찾은 가르침 이외에 모든 것은 잘못된 가르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하지만, 카린 형제가 찾았다는 가르침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사제들이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세존께 배운 가르침 중.

그 어떤 것도 저런 가르침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카린 형제는..”


유타르가 에밀리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 가르침을 공유하지 않냐고

그 가르침을 가지고 수도원 사제들을 설득하는 게 먼저 아니겠냐고.


“그분은 세존의 가르침을 모두 버리고 자신을 찾아오면 공유해준다고 했습니다.”


마치 치욕스러운 듯 중얼거리는 에밀리의 모습에 유타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열이구나.’


아마 사제들 중 세존을 버리고 카린을 따라갈 존재도 나올 수 있었다.


그 증거로 몇몇 사제들이 술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보였던 것도 잠시.


[아! 그게 남아있었군요.]


어째서인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세존의 목소리에 놀랐고


[혹시 카린님을 저한테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세존이시어! 그분은 세존을 이단이라고..”


[찾았다는 가르침. 그거. 제가 아는 거 같거든요.]


“??!?!”


놀라운 말이 하늘에서 들렸다.


***


“설마 그게 남아있었다고?”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뒤적였다.


전공 서적, 스님들의 강연, 그리고 몇몇 논문들까지.


‘음... 그런데.’


지금 카린이 찾았다는 저 가르침.

저거 엄청 유명한 거거든.


“이거 내가 잘 설명할 수 있을까?”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슬쩍 주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하자 몇 가지 설명을 해주는 모습.

그것들을 노트에 적고 알고 있는 내용들을 정리했다.


“그런데 가르침 없어졌다며..”


유타르의 말에 의하면 가르침이 대부분 소실됐다고 했다.


“잘도 이해했네.”


카린은 그런 없는 가르침 속에서도.

화엄경(華嚴經)을 찾아냈고

그것을 이해해 8성급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그 사실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53단계.

그건 화엄경에서 말하는 53개의 깨달음의 경지를 말하는 것.


이게 얼마나 어려우면 소설식으로 만들어 이해하게 했을 정도니까.


즉,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명의 선지식(善知識)을 만나 가르침을 구하고

종국에는 깨달음의 세계로 나갔다는 화엄경입법계품의 이야기.


그게 어려운 화엄경의 내용을 쉽게 풀어쓴 경전이거든.


‘실제로.’


화엄과 관련된 불화나 조각 심지어 건축까지 다양했다.


우리나라의 석굴암과 불국사.

이것도 화엄과 관련된 건축이었고


관세음보살도에 선재동자가 표현되는 것도 화엄과 관련된 이야기였거든.


실제로 스님들이 공부하려고 만든 몇몇 불화들.

그것들도 화엄의 내용을 요약해서 그려 넣기도 했고.


‘일단..’


그중 몇 가지를 도화지에 스케치했다.


생각보다 많은 불화가 남아있었고

이번에 새롭게 원통보전에 넣을 관세음보살도에 선재동자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았으니까.


“그런데 이건 또 신기한 경험이네.”


그동안 사제들 대부분이 별다른 의심 없이 내 말을 믿어줬다.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유타르가 받았다는 예언.


그것들 덕분에 별다른 의심 없이 내 말을 믿어주었던 것.


그러나 처음으로 나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왔고

그것은 마치 시험하듯 내게 다가온 상황.


그렇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오히려 더욱 그 사람을 설득하고 싶었고

어쩌면 이것은 현실에서도 사제로 활동했던 경험의 영향이 아닌가 했다.


[세존이시어!]


상자 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쩍 봐보니 수도원 사제들이 모여있었고

그 중심에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다.


[세존이시어! 카린 형제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 사람이.’


붉은 머리에 기품이 묻어 있는 외모.

그것과 이질적으로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까지.


몽크라는 것을 증명하듯.

지난번 만났던 장병삼과 비슷한 기운이 그녀에게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저 물음을 구하러 왔다.]


[카린 형제 아무리 그래도 세존께서 지켜보고 계시는데 반말은..]


[맞습니다.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세존 덕분에 우리도 성장했습니다!]


카린의 말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제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코웃음 치며 사제들을 둘러보았다.


[더러운 야만인들과 함께하고.]


[뭐.뭐..!?]


[제대로 된 가르침도 받지 못했으면서 누가 누구에게 지적을 하는 거지!!?]


콰가가강- 그녀의 두 주먹이 빛을 터트리자 순식간에 적막에 휩싸였고

몇몇 사제들은 놀라 뒷걸음질까지 치는 모습.


[정말 8성이라니..]


[그렇다면 카린 형제가 찾은 가르침이 더 좋은 가르침이라는 것인가..]


[마하-아델!! 당장 사과해라 카린 형제!]


에밀리가 대검을 뽑고 카린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을 손쉽게 막아내던 카린의 모습.


[사과해라! 세존께서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아니시니까!]


[흥! 그런 세존에게 배웠다는 게 이 정도인가?]


[에밀리 형제가..]


[말도 안 돼. 한때는 비슷한 경지였던 둘이었는데. 어찌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마하- 아델.. 정말로..]


오히려 에밀 리가 밀리자 사제들이 더욱 동요하는 모습.


“여러분.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들렸는지.

에밀리를 압도하던 카린 조차 놀란 표정.


그러나 이내 코웃음을 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다행이 카린 님도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 보네요.”


[들린다.]


[저런....]


“좋습니다. 그러면 카린 형제님 찾았다는 그 가르침 제게 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우선 교차 검증이 필요했다.


카린이 찾았다는 그 가르침.

그것과 화엄경의 가르침이 같은지에 대해서.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지?]


[카린 네 녀석!!! 내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더냐!!!]


유타르가 소리쳤지만, 카린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


오히려 유타르와의 격차를 가늠하는 그녀의 눈빛에 소름이 돋아날 지경이었다.


[최고의 가르침을 찾았다. 그런데 그것을 왜 쉽게 말해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최고의 가르침이라..”


마치 전설 속의 비기처럼.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고 독점하고 싶은 모습.


‘그렇다면.’


박살을 내야 했다.

저런 건 좋지 않았으니까.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게.

누군가 독점해서 소유하는 건 절대 안 됐거든.


“좋아요. 그러면 혹시 가르침의 내용 중 이런 게 있나요?”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렸다.


‘화엄경변상도’


변상도.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풀어낸 불화의 종류 중 하나.


“애초에 화엄경이라는 게 53 위계만 있는 게 아니거든.”


더 근본적으로 나온 내용은 7처 9회의 장면.


즉, 부처님이 깨달음에 이르렀고

7곳의 장소에서 9번 설했다는 내용.


그게 화엄경의 내용 중 가장 나중에 나왔던 80화엄경의 내용이었으니까.


도화지를 7구역으로 나누었다.

그 뒤 그곳에 여러 설법 장면을 그렸고

수많은 신중, 보살들을 그려 넣은 것.


[화엄경변상도가 제작됐습니다.]

[신성력이 2증가합니다.]

[멸마에 대한 효과가 10% 증가합니다.]

[신성력에 빛의 효과가 추가됩니다.]


“?”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눈을 크게 떴다.

그와 함께 이해가 됐다.


빛.

그건 화엄경이 설하는 아니 화엄경을 설법하는 그 존재의 상징이었으니까.


[세존께서 또다시..]


[아아...이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세존께서 여러 모습으로 설법을 하신다. 이건 대체..]


불화를 내려주자 혼란스러워하는 사제들의 모습.


심지어 카린 마저 불화를 보더니 몇몇 장면에서는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건...]


“아시는 내용이 그곳에 있나요?”


[이걸 대체 어떻게. 아니 그 가르침을 어떻게 그림으로..]


[카린 형제 자네는 이해한 건가?]


[말도 안 돼. 그렇다면 설명해주게. 카린 형제!!]


[이 불화가 지닌 가르침이 어떤 것인가!?]


사제들이 카린에게 달라붙었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몇 가지 설명해주는 모습.


처음에는 적대적이었던 그녀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다음은 모르겠다.]


종국에는 어떤 부분에 막혔는지 머뭇거렸고

분한 듯 주먹을 꽉-쥐었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나 보네.’


당연한 일이었다.


가르침이 모두 소실됐다고 했다.

그런데 화엄경을 완벽하게 이해했을 리가 없었거든.


예시로 덧셈 뺄셈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가.

갑자기 피타고라스의 정의를 한번 봤다고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괜찮아요.”


분한 듯 고개를 숙이는 카린을 위로했다.


이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니까.


“앞으로 제가 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함께 해주시겠어요?”


[나는....]


입술을 깨물며 부르르 떠는 모습.


‘그리고..’


그녀에게 있는 무언가를 지금 깨부숴줘야 했다.


“그런데 카린님. 한가지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


“카린님이 찾았다는 그 가르침. 그거 최고의 가르침 아니에요.”


[뭐. 뭐라고?!]


우선 저거.

가르침 중 우위가 있는 저 오판.


‘저거 박살내줘야지.’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화엄경의 내용 중 하나를 이해할 수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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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가르침 +3 24.09.12 1,810 5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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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중도 +5 24.09.04 2,921 100 12쪽
16 +3 24.09.03 3,199 7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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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범자 +5 24.09.01 3,404 97 12쪽
13 정화 +5 24.08.31 3,500 1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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