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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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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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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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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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DUMMY

29-


“스승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마성.

귀환자들과의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 중 한 명.


그녀는 제자이자 손녀인 신채린이 건네는 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각이 없단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봐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약재를 찾아도.

일반인이 만들 수 없는 성수를 마셔도.


그녀에게 느껴지는 것은 허무 일뿐.


“나는..크흡...”


“괘. 괜찮으세요!? 사제들을..”


“매번 있는 일이란다. 더 이상 호들갑 떨지 말거라.”


단전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고통.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낯선 기운이 그녀의 몸에 맴돌았다.


‘하하..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사실 기적이다.’


지난 전투를 회상했다.


대전에 나타난 귀환자 김수련.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다른 별들과 협공했고

놀랍게도 자신의 몸에 중상을 입히며 죽어갔던 그 괴물이.


-너희 모두 후회할 거야.


그녀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순간 평정심을 잃을 뻔했지만, 마성 이성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계에서 넘어온 이들은.’


언젠가 폭주한다.

그들은 이미....


“그것보다 마탑에서 연락은?”


“그건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마탑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들도 근본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들이니까.”


“예.”


“그리고 엘프, 드워프 들도 절대로 신용하지 말거라.”


“알고 있습니다.”


더 말하려고 하다가 이성미는 입을 다물었다.


‘죽으려니.’


말이 많아졌다.


걱정은 많고

그것을 풀어낼 시간이 그녀에게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그래. 이거면 된 거다.’


반평생을 세상을 위해 싸웠다.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죽었고

남아있는 아이는 자기 손녀뿐.


“약속해다오. 다른 세계의 것과 연관되지 않겠다고.”


“예. 약속할게요. 스승님.”


“그래. 그거면 됐다.”


이성미는 안심한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죽어 사라진다고 해도.

자신의 재능을 뛰어넘은 손녀와 의지를 잇는 이들이 있었다.


‘음...’


말을 마쳤는데도 떠나지 않는 손녀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앞에는 잘 만든 죽이 있었고

그 안에는 버섯과 당근을 비롯한 여러 재료들이 함께 들어있는 것.


‘그래. 한입은 먹어줘야지.’


손녀가 힘들게 만든 음식이었다.

그러니 한입 먹어주는 것이 예의인 법.


“잘 만들었구나.”


맛은 느껴지지 않을 게 분명했다.


김수련에게 당한 그 상처는 미각을 비롯해 모든 감각을...


“어...?”


입안에 털어 넣은 죽.

놀랍게도 그곳에서 오랜만에 쌀 맛이 느껴졌고


“이게 대체....”


자신의 안에 있는 그 낯선 기운을 조금은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이성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죽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손녀의 모습을 보니.


이것이 어떤 특별한 능력으로 만든 죽임을 알 수 있게 됐다.


“이.이걸 누가 만들었더냐?”


***


“어라? 방금 제 검이 보이신겁니까?”


신성력 운용술.

그리고 함께 얻은 수호령까지.


이것들에 대한 능력을 시험하고자 정하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녀는 길드 훈련장에서 보자고 했다.


-얼마 전 6성급에 올랐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자 막힘없이 벽을 넘어선 그녀의 모습.


심지어 부길드장인 최린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했으니.

그 성장 속도가 생각 이상인 것은 당연한 법.


“사제가 어떻게 제 검을...”


‘이런 거였구나.’


이전이라면 무기를 섞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수호령이 깃들었고

카린에게 배운 신성력 운용술로 인해 정하나와 대련이 가능하게 됐다.


사제라는 직업이 6성급 기사와 대련.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리고.’


정하나와의 대련에서.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검을 휘두르는지.

호흡은 어떻게 하며 보법은 어떻게 취하는지 저절로 알게 됐다.


‘이게 수호령의 효과인가?’


아마 그런 것 같았다.

이전에는 전혀 이런 능력이 없었으니까.


정하나에게 눈썰미가 좋은 헌터들에 대해 물었다.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다행히 그녀는 이것에 대해 아는 눈치였고

그들의 장점을 몇 가지 설명해줬다.


기술의 습득이 빠르다는 것부터.

상대할 때 까다롭다는 이야기까지.


천재의 반열에 있는 정하나가 까다롭다고 평가했기에.

생각보다 좋은 능력임이 분명했다.


“그럼. 쉬고 계시지요.”


“매번 미안해. 개인 시간을 뺏은 거 같아서.”


“전혀 아닙니다!”


어째서인지 살짝 발끈하는 정하나의 모습.

내가 조금 놀란 듯 보자 그녀 답지 않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수습하듯 입을 열었다.


“가끔은 대련도 필요하니. 저도 도움을 받는 중입니다.”


정하나의 말을 들어보니.

개인 수련 시간을 비워서 내 요구에 답해준다고 했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최린과의 수련.

개인 임무와 던전에서 작업을 한다고 했고.


‘흠.. 그래도 조금 미안한데.’


얼마 안 있는 개인 시간을 방해했기에.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해봤다.


“혹시 검을 휘두를 때 근육통 생긴 곳 없어?”


그와 함께 세브라스 수도원에서 만든 약탕이 떠올랐다.


어차피 기왕 계약했으니까.

창천 길드와 계속해서 협업할 생각이 있었다.

그녀에게 약탕을 미리 선보여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


“근육통 말입니까?”


오랜만에 듣는 낯선 말에 정하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일 수련을 하고 나면 그런 게 있기는 하지만...”


“그런 건 신성력이나 길드와 협약된 물리치료사들이 해결해줘서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


들어보니 마탑에 공수해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영약.

엘프들이 만든 영약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맛은 없지만.. 그래도 몸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어째서인지 맛을 강조하는 정하나의 모습.


실제로 그녀가 보여준 엘프들의 영약을 보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건 마치..’


어린 시절 몸에 좋은 거라며 억지로 먹힌 약과 같은 느낌.


“혹시 이거 해볼 생각 있어?”


지난번 사제들에게 받은 약탕.

그걸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


“이. 이게 뭐죠!?”


다음날.

정하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 집까지 찾아왔고

그 옆에는 창천 길드의 길드장 최현호도 함께 하고 있었다.


“어제 그 약탕이라는데 들어갔더니..”


‘효과가 있었나 보구나!’


어제보다 더 하얘진 피부.

게다가 자세히 보니 근육도 이전보다 더 탄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선 몸 안에 뭉쳐있던 근육통이 모두 사라졌어요. 작은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근육통은 물론.

작은 상처들까지 모두 사라졌다는 것.

심지어 수련의 효과도 이전보다 더 가지게 됐다는 사실까지.


‘그런데...’


몸 안에 독소가 사라져 신체가 강화되거나

버프가 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아마 그런 능력은 내게만 주어진 게 분명한 상황.


“이건 솔직히 말씀드려서 계약 제안을 드리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그건 무슨..”


최현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약탕에 들어가는 거로 전사 계열의 각성자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살짝 말끝을 흐리던 최현호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대형길드는 물론, 이종족들도 관심을 가질 테니까요.”


“......”


‘확실히.’


그럴 수도 있었다.


강한 각성자들을 키우는 것은 대형 단체라면 누구나 원하는 일일 테니까.


“그래도 가능하면 계약은..”


“창천 길드랑 할게요.”


어차피 창천 길드랑 하려고 했다.

이제 와서 여기저기서 주목받는 것도 조금 그랬으니까.


“예? 어.. 이렇게 한 번에 받아주실 줄 몰랐는데.”


“어차피 다른 대형길드 같은 경우 무마시킬 힘이 있으시잖아요?”


내 말에 조금 놀랐는지 최현호는 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아마 내 속뜻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귀찮은 건..’


싫었다.

이런 능력이 세상에 알려진다고 해도.


창천 길드라면 분명 나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켜줄 게 분명했으니까.


“하하하. 역시. 쉽게 보실 분이 아니셨군요.”


“어차피 이건 하루에 3명분 정도밖에 못 만들기도 하고요.”


“그렇습니까? 그래도 정말 대단한 능력이군요.”


할 수 있다면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수도원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 산에 있는 약초들을 캐면 하루에 수천 명분도 만들 수 있었거든.


‘그러면 안 되지.’


농사나 약초를 캐는 일은 사제들에게 필요하기 때문.

애초에 그들은 수련을 통해 깨닫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최현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놀랍게도 약탕 하나에 500만 원에 구매해주기로 했다.


‘허어.. 하루에 15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수도원 사제들이 산맥에 가득한 약재를 채집해 오고.

그것을 신성력으로 끓이면 만들 수 있는 게 약탕이었기에.


솔직히 수도원에서 재배하는 작물들을 키우는 것보다 어려움이 없었다.


‘역시 이런 부분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구나!’


당장 각성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장비.

그들에게 필요한 영약이나 약탕같이 수련에 도움이 되는 물건들.


아마 이런 것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수요도 많은 게 분명했다.


“그리고 성택씨를 찾아온 건 단순히 약탕뿐만이 아닙니다.”


약탕을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까지 의논이 끝나자 최현호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내게 건넸다.


“마성(魔星) 이성미님에 대해 들어보셨는지요.”


“?”


마성 이성미.

지난번 신성 장병삼과 마찬가지로 귀환자와의 내전에서 활약한 다섯 영웅 중 한 명.


갑작스러운 거물의 등장에 눈을 깜빡인 것도 잠시.


“그분께서 성택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예?”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말이 내게 들렸다.


***


마성 이성미.

그녀와 관련된 수많은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다.


한국인 최초로 마탑과 협업했다는 천재 마법사.

30대에 이미 6성급에 이르렀다고 했고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귀환자를 퇴치했었다는 전설적인 무용담까지.


‘문제는.’


그녀는 귀환자 혹은 다른 차원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배척한다는 사실뿐.


“이해가 되기도 해.”


귀환자들에게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했다면.

분명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될 게 분명했으니까.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나를 마중 나온 것은 마성의 제자 신채린이었다.


한눈에 봐도 일반인들 아니 중소길드장도 구할 수 없는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의 신분에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아...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마성이 내가 재배한 쌀을 먹었고

그 결과 오랜 지병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


설마 내 쌀이 그런 효과를 낼 줄은 몰랐기에.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마성 같은 거물이 내가 이계와 관련된 것을 알고

나를 죽이려 든다면 막을 방법이 없었거든.


‘그래도 괜찮을 거야.’


기술의 발달로

귀환자 혹은 이계의 존재는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직접 이계로 넘었던 적은 없었기에.

그 누구도 귀환자로...


“하나만 검증해도 괜찮을까요?”


“검증이요?”


대뜸 검증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승님께서 이계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계셔서요.”


“....”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확실하게 하고 가고 싶습니다.”


‘음.. 어쩌지.’


심장이 쿵쿵-뛰었다.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확인할 방법이 있는듯했으니까.


만약 이곳에서 거부하고 돌아간다면.

의심을 살 것은 당연한 법.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감사하다며 신채린이 대답한 것도 잠시.


[제라닐의 로브가 5성급 마법을 차단합니다.]

[5성급 마법 거짓 탐지기입니다.]


‘이건 또 뭐야.’


이상한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스승님께서 직접 개발한 마법입니다.”


“오...”


“거짓과 진심을 구분해주는 마법이거든요. 혹시 이계와 관련된 어떠한 일이 있으십니까?”


그녀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마성이 만든 마법에 자부심이 있는 듯했고


“아니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이 성유물은 마성의 마법도 막아내는 듯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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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약탕 +5 24.09.16 1,620 56 14쪽
28 수호령 +1 24.09.15 1,691 52 13쪽
27 중심불전 +2 24.09.14 1,760 48 12쪽
26 심마 +3 24.09.13 1,791 55 14쪽
25 최고의 가르침 +3 24.09.12 1,890 57 12쪽
24 배신 +2 24.09.11 2,018 63 14쪽
23 믿는 신 +2 24.09.10 2,157 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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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진언 +2 24.09.06 2,764 87 13쪽
18 수도원 입구 +6 24.09.05 2,897 81 13쪽
17 신중도 +5 24.09.04 3,020 101 12쪽
16 +4 24.09.03 3,310 74 14쪽
15 <삭>자. +2 24.09.02 3,391 85 12쪽
14 범자 +6 24.09.01 3,522 97 12쪽
13 정화 +5 24.08.31 3,619 100 13쪽
12 성기사 +3 24.08.30 3,729 9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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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하야나 +3 24.08.28 4,077 107 13쪽
9 속리산 +4 24.08.27 4,311 10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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