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는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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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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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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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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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근원

DUMMY

30-


[제라닐의 로브가 5성급 마법을 차단합니다.]

[5성급 마법 거짓 탐지기입니다.]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그리고 무표정하게 나를 보는 신채린의 표정까지.


“확인 감사합니다.”


“.....”


성유물이 마성의 마법을 막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신채린의 눈빛에서 완전한 의심이 사라졌다.


‘이 정도였다고?’


마성.

마탑에서도 인정한 천재.


그녀가 만든 마법도 막아냈기에.

앞으로 어떤 능력을 지녔을지 미지수였다.


머릿속에서 제작할 수 있다는 성유물들이 떠올랐다.


아직 재료가 부족하고 사제들의 기술력이 부족해 구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슬슬 성유물 제작을 본격적으로 해보자.’


수도원 근처 도시에서 점차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했으니.

실력 좋은 장인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심지어 사제들의 증언에 의하면 과거 수도원의 사제 중 성유물 제작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던 이들이 있었다고 했고.

만약 그들 중 생존자들이 다시 수도원에 찾아온다면.

앞으로 성유물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법.


‘그런데 얘는...’


검증이 끝나자 신채린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스승인 마성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준다는 것뿐.


‘원래 이렇게 말이 없나?’


그녀와 관련된 몇 가지 기사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스승인 마성을 제외하고 귀환자들에게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했다는 사실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아 차기 마성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까지.


검성, 창성의 제자가 예능 등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것과 다르게.

그녀는 그다지 세간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직접 마주하자 어째서인지 알 수 있었다.


“혹시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도 단둘이 만났기에.

그동안 궁금한 것을 물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거 자체가 돈이니까.’


고위 마법사일수록 아는 것은 많은 법.

심지어 마성과의 점심 식사가 10억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는 유명했으니까.


“예.”


잠시 멈칫하던 신채린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돌이나 나무에 1성급 2성급 이렇게 경지가 붙기도 하나요?”


얼마 전 약탕소를 짓기로 결정하자 눈앞에 나왔던 메시지.


[6성급 약재 0/100]

[5성급 석재 0/100]

[5성급 목재 0/100]


놀랍게도 약재, 석재, 목재에 각각 경지가 표현된 것.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찾아봤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기에.

약탕소 건설에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거라면 제가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


가벼운 듯 대답해주는 신채린의 모습에 눈이 크게 떠졌다.


“다음주에 다시 방문해주세요. 관련 던전을 준비해놓겠습니다.”


“예?”


그와 함께 갑자기 다음 일정 날짜를 잡자는 이야기.

어째서인지 묻자 그녀는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 여자...’


몇 차례 더 물어보니 그제야 신채린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사람하고 얘기를 해본 적이 별로 없나?’


내가 말을 걸 때마다 미세하지만, 흠칫거리는 모습.

심지어 얼굴을 마주하자 시선을 피하는 행동까지.


이런 유형은 대학원에서 많이 봤기에.

그다지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입학했다고? 잘 부탁한다. 박사과정 홍성택이다.

-아.안녕하세요!!!

-저기.. 왜 시선을 피하는....


어떤 학문에 깊이 빠질수록.

주변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법.


아마 신채린도 그런 유형인 것 같았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 왔습니다.”


“?”


스승 이성미가 있다는 곳에 도착하자.

어째서인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 같지만, 듣지 못한척했다.


그렇게 뒤에 물러나겠다는 신채린을 뒤로하고 방 안에 들어간 것도 잠시.


‘어...’


어떤 거대한 나무가 눈앞에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끝도 없이 펼쳐진 항아리들이 가득했고

그 안에는 처음 보는 약재들이 펄펄 끓고 있는 모습.


그 중심에 어떤 노인이 자리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신성에게 이야기를 들었단다.”


마성 이성미.

귀환자들과 2차례 내전에서 활약한 영웅.


평범한 할머니 같은 그녀가 나를 보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한 가지 물어보마.”


“예.”


그녀의 말투에서.

신채린이 어째서 사람과 대화하지 못하는지 알게 됐다.


“이거 고칠 수 있겠니?”


그녀가 팔뚝을 보여줬고

그곳에는...


‘미친 저게 뭐야.’


육성으로 욕설을 내뱉을뻔한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참아냈다.


그 정도로 마성의 팔뚝에 있는 것은 기괴함 그 자체였거든.


“과거 귀환자에게 당한 상처란다.”


“그게요?”


저걸 상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성미의 팔뚝에 있는 저것.

가녀린 그녀의 팔뚝에는 둥근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은 너무나도 깊고 어두워 끝도 없이 깊었고인간의 신체 너머 어떤 것까지 꿰뚫은 듯한 그런 느낌.


“그래 이건 상처다.”


이성미는 말을 하면서도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와 함께 미세하지만, 저 구멍이 살짝 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게 뭐야.’


이해할 수 없었다.

상처라는 것은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흐르는 그런 게 아닌가?


저건 마치...


“근원.”

이성미는 이것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것은 근원을 파괴하는 그런 류의 상처라고.

대전에 출몰했던 귀환자 김수련은 그런 류의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고.


그렇기에 신성력, 의학, 연금술, 마법 등 그 어떤 것도 저 상처에 효과가 없었다.


“이것을 제외하고 말이지.”


이성미의 손에 세브라스 수도원에서 재배한 쌀이 있었다.

그것을 먹자 이 상처가 조금은 나았다는 이야기까지.


“늙어 염치없지만,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니?”


“어떤 부탁 말씀인가요?”


“나를 구해주렴.”


“.......”


대한민국 각성자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괴물.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마법사 중 한 명.


그녀가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고


[바라밀행이 발동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놀라운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그게 대체 뭐지.’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마성 이성미의 상처가 떠올랐다.


그 끝도 없이 펼쳐진 구멍.

그것을 치료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를 돕고 싶은 마음은 진짜였다.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도와달라는 사람을 거절하는 방법은 가르침 속에 없었으니까.


[바라밀행을 수락했습니다.]

[성공시 수도원 생존자 50명이 발견됩니다.]


“?!”


심지어 바라밀행의 보상이 수도원 생존자 50명인 것.


‘그런데..’


나는 그녀의 상처를 치료할 수 없었다.

그때 아무리 신성력을 쏟아부어도.

잠깐 그녀의 상처를 작게 만들었을 뿐.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했으니까.


“이럴 수가. 신성의 신성력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대체....”


어째서인지 마성은 내 신성력에 계속해서 놀랐고

손녀 신채린을 내 옆에 붙여 치료에 서포트하게 만든 것.


‘경지가 부족한 거야.’


그녀의 상처를 치료할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

다만, 고통을 덜게 해주고 매일 일어나는 발작을 조금 달래줄뿐.


그뿐만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진심으로 놀랐고

신채린도 연신 고맙다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숙인 거지만..


“유타르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세존께서 돌아오셨다!!]


[무슨 일이십니까? 세존이시어!!]


‘오... 어제보다.’


수도원 중심에 세워지고 있는 거대한 건물.

중심 불전은 어제보다 더 완성돼가고 있었다.


[약탕의 효과입니다!]


[밤새워 일해도 지치지 않으니 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세존이시어. 이 산삼이라는 거 잘하면 영약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약탕의 효과를 넘어.

산삼을 이용해 영약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연구해보니 영약의 재료 중 하나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타르는 잠시 말끝을 줄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영약을 만들려면 연금술사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사제와 연금술사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그래도 걱정하지 마시지요!]


[도시 연금술사 중 교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도와준다면 가능할 겁니다.]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언제나 안전이 우선입니다.”


최근 도시에 조심스럽게 포교한다는 이야기.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연금술사들이 있었기에.

조만간 영약을 제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게 나왔구나.’


이곳에 오기 전 어떤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브라스 수도원의 신자 10명이 생겼습니다.]

[수도원의 명성이 증가합니다.]

[신성력이 1증가합니다.]


신자(信者).

그러한 사람들이 생겼고

그건 사제들이 도시에서 포교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다름 아니라.”


유타르에게 이성미의 상처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마치 저주와 같군요.]


[근원 자체에 상처를 입히다니. 허어..마족 중 그런 저주를 퍼붓는 녀석들이 있다고는 했는데..]


사제들은 내 물음에 고민해주기 시작했다.


몇몇 치료에 재능이 있는 사제들은 치료법에 대한 조언을 내게 해주었고

그것들을 모두 노트에 적으며 정리해봤다.


‘음...그래도.’


뭔가 확실한 방법은 없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세존이시어. 그 상처라는 게 너무 낯선 것들이라..]


[이런..젠장 이번에도 도움이 안 됐다니!! 고행을 행해야 한다!!]


[형제들이어 고행소를 다시 짓자!]


[맞다! 우리는 참회해야 한다!!]


급기야 급발진하는 사제들을 서둘러 만류해야 했다.


“괜찮아요. 그래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유타르가 공양 올린 약탕뿐만 아니라 원기 회복에 좋은 약재들을 가방에 넣는 것도 잠시.


[그런데 세존이시어. 그 근원의 상처라는 것을 들으니 지난번 알려주신 화엄경의 내용이 떠오르는군요.]


“화엄경이요?”


화엄경의 내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유타르는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이 세상에 모두에게 근기에 맞는 세존이 모두 다르고 근기에 맞는 가르침이 다르다는 이야기.]


[우습지만, 다른 사람의 상처에서 이렇게 이해해버리다니. 저는 참 못된 사제인 것 같습니다.]


“?!?!?”


‘잠깐만 그러고 보니...’


화엄경의 가르침 중 이런 게 있기는 했다.


이 세상 모든 이의 근원, 근기에 맞는 가르침과 부처가 달랐기에.

화엄의 법을 뜻하는 비로자나는 때로는 석가모니, 아미타, 약사불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전해진다고.


‘될까?’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체계가 잡힌 치료법도 아니었고

그저 저런 가르침을 가져와 치료법에 대입하는 것뿐.


그렇게 신성력을 사용하며 저 화엄의 가르침을 익혀본 것도 잠시.


[치료에 삼승의 개념이 깃듭니다.]

[치료 대상에 맞는 치료법을 찾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


놀라운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난 상황.


“하하...이런 말도 안 되는..”


그와 함께 어떤 것을 이해했다.


내 신성력.

이거 단순히 배우는 게 아니라 내가 깨달음을 사용하는 것뿐이니까.


***


“마성의 탑에 주시하고 있던 인물이 들락거립니다.”


어두운 밀실 속.


귀환자 김지훈은 자신에게 보고하는 인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은.”


“마성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걸?”


“하하하 말도 안 돼요. 그건 김수련의 근원이 담긴 상처잖아요?”


에렌델의 말에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20년 전.

대전에서 갑자기 나타난 귀환자 김수련.


김지훈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귀환하자마자 공격당해 죽었으니까.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싸움의 결과와 눈앞의 남자가.....


“그런가.”


김지훈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귀환자로 의심받던 홍성택이었지만, 그가 마성을 돕는다면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내버려 두는 게 어때요?”


에렌델이 말했다.

어차피 치료가 불가능할 테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불확실성 단 하나에 우리가 이렇게 됐다.”


지난 내전.

그것에서의 패전은 우습게도 무시했던 불확실성.


“두 번은 그렇게 두지 않아.”


마성이 회복돼 일선에 다시 나타난다면.

지금 자신들이 벌이는 이 모든 계획에 차질이 빚을 게 당연한 법.


김지훈은 눈앞에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신철호.

자신의 수하인 이 남자라면 무리가 없이 그를 상대할 수 있으리.


“마성의 탑에서 특이점은?”


“조만간 손녀 신채린과 홍성택이 던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럼 그때...”


김지훈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것은 홍성택이 지난번 보여줬던 영웅적인 행보가 걸렸기 때문에.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상념을 털어냈고.


“제거하게.”


“모든 것은 귀환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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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원 +6 24.09.18 1,215 51 13쪽
30 거짓말 +2 24.09.17 1,418 52 12쪽
29 약탕 +5 24.09.16 1,620 56 14쪽
28 수호령 +1 24.09.15 1,691 52 13쪽
27 중심불전 +2 24.09.14 1,760 48 12쪽
26 심마 +3 24.09.13 1,792 55 14쪽
25 최고의 가르침 +3 24.09.12 1,891 57 12쪽
24 배신 +2 24.09.11 2,018 63 14쪽
23 믿는 신 +2 24.09.10 2,157 62 13쪽
22 교화 +3 24.09.09 2,344 65 12쪽
21 열반도 +1 24.09.08 2,480 66 14쪽
20 화전민 +4 24.09.07 2,564 66 13쪽
19 진언 +2 24.09.06 2,765 87 13쪽
18 수도원 입구 +6 24.09.05 2,897 81 13쪽
17 신중도 +5 24.09.04 3,021 101 12쪽
16 +4 24.09.03 3,311 74 14쪽
15 <삭>자. +2 24.09.02 3,392 85 12쪽
14 범자 +6 24.09.01 3,525 97 12쪽
13 정화 +5 24.08.31 3,621 100 13쪽
12 성기사 +3 24.08.30 3,730 97 11쪽
11 원통보전 +2 24.08.29 3,930 115 12쪽
10 마하야나 +3 24.08.28 4,077 107 13쪽
9 속리산 +4 24.08.27 4,313 104 12쪽
8 농사 +3 24.08.26 4,482 110 13쪽
7 세트 +1 24.08.25 4,627 118 12쪽
6 3D프린터 +3 24.08.24 4,672 115 12쪽
5 수도원 건물 +3 24.08.23 4,865 1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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