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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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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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599

작성
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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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선녀를 보았다.

DUMMY

증산왕은 눈앞에 여인을 보며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몰랐다.


절세 미녀? 경국지색? 아니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티끌 한 점 없는 그녀의 피부는 곱게 빚은 술보다 더 투명했고, 선이 아름답게 뻗은 그녀의 붉은 동공은 신비로움을 넘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빛나 보였다.


마치 한 폭의 선녀처럼 어떠한 화백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화지에 담기 어려울 것이다. 증산왕은 중원의 3대 미녀라 불리던 남화령의 아름다움을 선지에 담기 위해 명국에서 가장 뛰어난 화백을 데려왔다.


증산왕과 대화를 나누던 화령을 신중히 바라보며 붓으로 그려가던 화백의 손이 심하게 떨린다.


이걸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화백은 증산왕의 지시도 없이 남궁 화령을 그리던 선지를 찢어버렸다.


'!!!!!!!'


화령은 자신의 얼굴이 담긴 그림이 조각조각 찢겨나가자 어처구니가 없는지 입을 벌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공으로 휘날리는 선지의 조각에 눈이 부릅떠지며 증산왕을 급히 보았지만, 우습게도 그는 아무런 재지도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시선은 면사녀를 향해 있었으니깐.


당오영의 계략에 이용당한 것도 분해 죽겠는데 여성으로서 엄청난 수치심을 느껴졌다. 그녀는 당오영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 미친놈은 정작 자신이 이 일을 왜 벌였는지에 대한 본분도 잊어버린 채 면사녀를 뚫어지게 보고만 있다.


"낭자께 처음 인사드리오. 난 사천당가의 당주이신 당유광의 셋째 아들 당오영이라고 하오리다."


이 미친놈이 뜬금없이 자기소개야?


화령과 옥화는 어이가 없어 당오영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옆으로 있던 옥화는 황당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면사를 거둔 저년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좀 전까지 보았던 신입은 온데간데없이 평생 보지도 못한 절세 미녀가 눈앞에 있었다. 옥화는 당오영을 향해 그녀의 정체에 대해 까발리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말을 귀담아 주지 않는다.


"이토록 여리고 아름다운 낭자께 칼을 들이민 점 무사로서 수치심을 느끼오. 날 베어주시오!"


하다 하다 목을 베어버리겠다던 무사 놈도 한쪽 무릎을 꿇으며 면사녀에게 칼을 바쳤다. 사이좋게 아주 쌍으로 난리를 치는 모습을 구경하자니 화딱지가 났던 화령. 도저히 안 되겠다든지 당오영에게 뭐라 한마디 하려 했지만, 증산왕의 행동에 미처 그럴 수 없었다.


"아이야 넌 이름이 대체 무엇이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온통 면사녀 생각뿐이다. 그러나 취기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던 그녀는 자기 뺨을 긁으며 동문서답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음, 글쎄 내 이름이 뭐였더라? 이봐요 내 이름이 뭔지 알아요? 헤헤."


면사녀가 해롱거리며 증산왕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옆에서 본 당오영이 움찔거리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가? 당오영은 생각했다. 평생 찾아다니던 자신의 반쪽을 드디어 찾았다. 마음 같아선 이 자리를 파하고 당문인께 달려가 그녀와 혼례식을 치르달라 사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오늘 이 자리는 오로지 자신이 형들을 제치고 장문의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 될 절호의 기회였다.


"거기 혼자 앉아 있으니 얼마나 외로울꼬. 그, 그러지 말고 여기 이쪽으로 와 앉거라!"


증산왕이 벌떡 일어서며 화령의 의자를 밀치며 말했다. 그녀의 몸이 강제적으로 밀쳐지자 눈을 부릅뜬 채 증산왕을 보았다.


"..즈 증산왕?!"


비교도 모자라 졸지에 찬밥 신세가 되니 얼굴은 수치심에 붉게 달아올랐다. 화령이 기녀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당오영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증산왕의 불순한 의도를 지켜보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양 주먹을 부르르 쥐어 잡기까지 했다.


'망할 색마 같은 영감 놈이 무슨 수작을?!'


겉으로는 간신히 웃음을 지으며 증산왕을 만류했지만, 씰룩거리는 입은 불만감을 숨길 수 없었다.


"하하 증왕, 그러고 보니 남궁 화령 소저께 묻고 싶은 게 많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어렵게 만든 자리이니 그녀와 원 없이 대화나 나누시지요. 하하."


당오영의 의중을 모르지 않던 증산왕은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삐죽거렸다.


"껄껄 이미 남 소저와 대화는 충분히 했네. 그나저나 당공자와 남 소저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먼, 그러지 말고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것이 어떤가?"


그의 의도가 정확히 밝혀지자 당오영의 눈썹이 뒤틀린다. 이미 그는 본분을 망각한 채 증산왕과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측근들은 마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 양들의 치열한 싸움을 보는 듯했다.


그런 둘을 보며 남화령은 한 어절의 시가 절로 떠올랐다.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

북쪽에 어여쁜 사람이 있어 세상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네. 한번 돌아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구나. 어찌 성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모르겠나만 어여쁜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도다.


명나라 협률도위(協律都尉)이연년(李延年)의 시이다.


계집 하나에 나라가 망한다더니 당오영과 증산왕을 보니 그 뜻이 지금에야 이해된다.


게다가 이곳이 황궁이었다면 당오영 저 미친놈은 증산왕을 상대로 삼족이 멸할 짓거리를 하는 셈이었다.


"이..이익!"


허벅지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그녀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이곳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으니 이런 치욕스러움을 계속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문밖으로 향하자 옥화를 필두로 다른 기녀들도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났다. 이미 증산왕의 측근들도 모두 자신들에게 안중이 없었기에 나온 행동들이다.


옥화는 물론 기녀 모두가 자리를 벗어나며 면사녀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망할 년!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더니.. 증산왕 같은 높은 관직 사람에게 잘 보여 팔자 한번 필 기회조차 사라진 셈이다. 대놓고 노려보는 여성들의 질투심에도 면사녀의 관심은 오로지 또 술에만 있었다.


그녀는 엉기적거리며 술이 없냐 묻자, 증산왕이 호위들에게 시켜 빨리 술을 가져오라 말한다.


술이 오는 과정에서도 둘의 신경전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으그극. 당공자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는 거요?!"

"무슨 소리이십니까! 제가 증왕을 위해 남공자를 얼마나 설득하여 다리를 놔드린 줄 아십니까? 그런 제 의중도 몰라주시고 고작 기녀에게만 관심을 쏟으시다뇨."

"뭐 뭐랏?! 내가 분명 남소저와는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하지 않더냐. 게다가 한낱 기녀라니?! 너, 너야말로 그녀에 대한 사심이 가득하지 않더냐!"


"이봐요 그만 싸워요.. 딸꾹 -난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고요."


백화주를 들이마시던 병을 내려놓은 뒤 내뱉은 소령의 말에 증산왕과 당오영의 몸이 얼어붙는다.


"낭자 그게 사실이오?"

"하 하긴 낭자 같은 이를 사내놈들이 가만 둘리 없지."


증산왕과 당오영의 표정이 씁쓸해진다.


"맞아요, 당신들과는 비교도 못 할 대단한 사람이라고요."


체념한 당오영이 그녀에게 묻는다.


"대체 그가 누구요?"


그러자 소령이 답한다.


"제 남편은..딸꾹! 이송백이에요. 천하제일인이죠."


한순간에 정적이 흐른다.

충격에 멍때리던 당오영이 고개를 들며 크게 웃는다.


"푸하하하하하 낭자 농담이 재밌으시구려, 하긴 천하제일인 정도는 되어야 낭자를 품지 않겠소? 하하."


당오영의 행동에 증산왕이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왜그리 웃는 것인가?"

"하하 증왕, 중원에 대해 잘 모르시니 말씀드리지만 현재 강호에는 천하제일인이 없습니다."

"오오 그랬던가? 하하 낭자 재밌으시구려."


증산왕 그녀가 농담을 한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소령은 그 말을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몸을 박차며 일어나자 둘이 움찔한다.


"그게 무슨 소리.. 딸꾹! 분명 제 남편이 천하제일인이라고..딸꾹! 서찰을 보내왔단 말이에요!"


"아마 낭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짓 서찰 아니겠소? 말했다시피 강호에는 천하제일인은 없소. 오로지 삼제(三祭)만이 그 위상을 높이고 있을 뿐이지요."


"그럼 우리 남편이 거짓말을 했단 말이에요?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낭자, 이래 봬도 중원의 오대세가에 속한 나요. 그런 간단한 중원일도 모를 것 같소? 내가 아는한 천하제일인은 백 년 전을 제외하곤 없다고 알고 있소. 게다가 그 인물도 이송백이란 자가 아니오. 이름이 뭐였더라..?"


당오영이 턱에 긁으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아! 무풍원이라 했던가? 여하튼 이송백이란 자는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이오. 어디 삼류 무사나 되나 보지."


"뭐 뭐욧?!"


그의 말을 들은 소령은 너무 치욕스러웠으나 당장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철없고 말 안 듣는 남편이었지만 이송백은 최소 거짓말을 하는 위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정말 만약에라도 아니라면?


사실 이송백이 천하제일인이든 아니든 그녀에겐 상관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소령을 괴롭게 했다.


순간 머리가 핑-하며 도는 것이 속으로 올라오는 구역질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마치 천장과 바닥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마저 들었는지 조여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옆으로 몸이 쓰러진다.


툭!


순간, 당오영의 어깨에 그녀의 머리가 닿자 그의 몸이 꽁꽁 얼어붙듯 정지해버린다. 헤벌쭉 미소 짓는 그를 보며 증산왕이 격분했는지 식탁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며 몸을 일으킨다.


"네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더냐!!"

"즈, 증산왕 이건 오해이십니다."


격노에 당오영이 정신을 차리며 애써 부인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증산왕이 자리에 박차고 멱살을 쥐어 잡자 회합 자리가 순식간에 난동으로 치달았다.


놀란 호위들이 증산왕을 만류하며 나섰고, 반대편으로 있던 화백의 붓놀림은 혼신을 다하며 거침없이 선지에 휘날렸다.


"우 우욱!!"


소령은 장내로 벌어진 소란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낭자!!"

"무 무엇 하는 게냐? 당장 그녀를 잡아 오너라!"


간신히 품으로 들어온 나비가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기분이다. 증산왕이 호들갑을 떨며 호위들에게 뛰쳐나간 소령을 잡아 오라 지시했다.


호위들은 즉각 그녀를 뒤따랐지만 이미 복도로는 어디에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사이에 벌써?

당황한 호위들이 주변을 샅샅이 뒤집으며 찾았다.


하지만 이미 복도를 벗어나 남화루 밖으로 뛰쳐나온 소령이 구석에서 헛구역질하며 속의 술을 게워 냈다.


"우.. 엑!"


마지막 술기운까지 다 게운 소령이 입을 닦고는 한쪽 팔을 벽에 기댄 채 간신히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밤하늘에 비친 달빛이 아련해 보인다.

소령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머리를 쥐어 잡고 일단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먼저 만귀자를 만나 생각을 듣고 싶었기에 다시 남화루로 향하려던 참이다.

어디선가 흘러오는 비릿향 향..


누가봐도 피 냄새였다.


골목 구석으로 풍겨오는 진한 혈 향은 마치 한두 명의 것이 아닌 듯 아주 강렬했다.


소령은 몸을 추스르며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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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세상에는 정체 모를 고수가 많다 24.08.21 245 1 14쪽
12 세상에는 정체 모를 고수가 많다 24.08.21 243 1 11쪽
11 세상에는 정체 모를 고수가 많다 24.08.21 247 1 16쪽
10 권왕 대운도 24.08.20 246 1 12쪽
9 남문 표국 24.08.20 269 1 13쪽
8 검이 절정에 달했을때 24.08.20 303 1 15쪽
7 검이 절정에 달했을때 24.08.20 305 1 12쪽
6 검이 절정에 달했을 때 24.08.19 340 1 13쪽
» 선녀를 보았다. 24.08.19 352 1 12쪽
4 선녀를 보았다. +1 24.08.19 401 3 17쪽
3 혹, 곤륜에서 오셨소? 24.08.19 449 5 19쪽
2 혹, 곤륜에서 오셨소? 24.08.19 575 4 17쪽
1 도망간 남편을 찾습니다 +1 24.08.19 75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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