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유생존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새글

삽탱이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06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24,302
추천수 :
661
글자수 :
185,261

작성
24.08.19 16:53
조회
1,115
추천
27
글자
7쪽

1. 공도유 십삼 세

DUMMY

지금 상황에 대한 이해는 끝났다. 눈 뜨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달려오는 트럭이었고, 다시 눈뜨고 나니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앙증맞은 이빨을 들이대며 달려오는 강아지 비슷한 생물이란 것을.


“아 시발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서 강아지 비슷한 것에 반사적으로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작은 짐승한테 할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예상과 달리 아픈 손과 함께 몸이 날아가는 것은 나였다.


통증보다도 더 당황스러운 건 이제서야 보이는 작은 내 팔과 주먹이었다.


'내가 이렇게 작았나? 이게 이렇게 짧고 작으면 안되는데···'


몇바퀴를 구르면서 본능적으로 손에 닿는 짱돌을 무기처럼 쥐었다. 그리고 다시 나를 물어뜯으려고 달려오는 강아지의 턱을 때렸다. 아, 이건 확실하다. 손맛 좋았어. 조금 전의 나처럼 굴러떨어진 이 악랄한 강아지는 금방 일어나 으르렁대며 나를 노려보고 있다.


왜일까.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평생의 맞수(?)와 생사를 건 결전을 치러야 하는 걸까.


‘주루룩 주루룩’


이제 운치있게 비까지 떨어진다. 흐릿해지는 전방 시야에도 흐트러짐 없이, 우리는 서로를 노려보며 경계한다. 팽팽한 긴장감 안에서 심호흡을 뿜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다짐한 나는 돌 쥔 주먹에 힘을 쥐고 최선의 순간에 출수할 자세로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압”


고개를 숙여 녀석의 쫙 벌린 주둥이를 피하고 제대로 된 라이트훅을 날린다. 무조건 크리티컬. 완벽한 타격감. 이 승부에 확신이 생기는 한방이었다.


'좋은 승부였다. 너는 졌지만 잘 싸웠어. 내가 너를 기억하마.'


...라고 생각하는데, 왼쪽 허벅지가 따갑더니 바로 욱신거리기도 한다. 라이트훅을 먹고 쓰러지면서도 물어버린 모양이다. 반쯤 눈이 뒤집혀 지친 것이 분명한데도 근성으로 내 다리를 물고 있는 것 같다.


'아 이러면 나가리인데···'


생각이 멈추면서 내 입에서 육성이 터져나왔다. 수치스러운 울음, 뭐가 뭔지 감도 안잡히는 정신과 별개로, 이 작은 몸뚱아리는 아까부터 정직하고 본능적인 반응을 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앙”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도 녀석과의 분투를 이어간다. 진흙탕 개싸움이란 게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나보다. 머릿속이 하얘진 채로 작은 짐승과 뒹구르기 시작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신에 얕은 구멍이 뚫리고 얕게 피가 굳어 있었다. 쓰라리고 아프지만, 다행히 상대의 이빨과 발톱이 작았기에 큰 상처까진 아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숙적놈이 쓰러져있다. 내가 이긴 거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놈이 다시 일어나면 혈투가 이어질 거 같은 두려움에 다시 짱돌을 쥐었다.


작은 숨소리, 축 늘어진 작은 몸. 원래 색이 어땠는지 알 수 없는 피와 흙투성이 털빛. 아직 내가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임에도 감성과 지성에는 문제가 없나 보다.


조금 전까지 정말 생사를 걸고 싸웠는데도, 작은 짐승을 죽일 생각은 차마 들지 않는다. 힘 빠진 몸으로 겨우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본다. 이제야 여기가 산속이었다는 걸 체감한다.


근처에 바로 보이는 넝쿨들을 긁어모아 녀석의 주둥이부터 팔다리 온몸을 묶는다. 적당히 묶을 생각이었는데, 혹시나 풀려날까 무서워서 계속 칭칭 감았다. 결국에는 눈과 코만 남기고 공처럼 묶은 녀석을 들어 안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걷는다.


상처입은 작은 몸으로 더는 뭔가 생각할 기력도 없이, 말 그대로 본능에 맡겨 몸의 기억대로 산길을 한참을 걸었더니 작은 초옥이 보인다. 저기가 내 집인가보다.


초옥 입구에 다다르자 나보다도 어린 두 생명체가 보인다. 이 것도 몸이 먼저 알아주는 기억이다. 사내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나는 이 두 아이가 현생의 내 동생들임을 직감한다. 옷은 찢기고 여기저기 피범벅에 머리카락은 죄다 헝클어진 상태인 나를 보자마자 울먹이며 달려나온다.


“형아!”

“오라버니!”


젖은 목소리로 매달리는 녀석들을 받아주려고, 안고 있던 포로(?)를 사뿐히 내려놓는다.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형이 지금 너무 힘들어서 그러니까, 자고 일어나서 얘기하자. 그리고 저거 잘 묶어둬. 위험한 놈이니까 조심하고.”


바닥에 내려둔 패배견을 턱으로 가리키고 방으로 들어갔다. 상처, 소독, 염증 여러 가지 걱정이 들었으나 지금까지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낸 거다.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이 뻗어누웠다.


꿈의 세계에 들어와서야 훨씬 익숙한 자아를 기억해냈다. 공도유, 25세, 국적 대한민국, 스무살 적에 병든 어머니를 여의고 전역 후 생활비와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공사현장에서 근무.


퇴근길에 신호위반한 트럭에 치여서 생을 마감.


'아, 환생트럭 이거 진짜 있었구나.'


주마등처럼 전생의 삶이 흐른다. 형편은 좋지 않았어도 따뜻한 가정에서 의지하며 살았던 두 식구. 어머니. 임종의 순간까지 아들 걱정만 하셨던 분.


이후로도 삶이 쉬웠던 적도 없고, 늘 건조하고 고독한 삶이었지만 이렇게 끝나버리고 나니 아쉬움도 든다. ‘그럼 난 빙의한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다시 주마등처럼 지금 삶의 기억들이 흐드러져 흘러간다.


또 다시 공도유 13세. 약초꾼인 아버지는 군역에 차출되어 전사함. 병약한 어머니를 화전민촌에서 여의고, 책임져야 하는 핏덩이 같은 동생만 두 명.


지금보다도 더 어린시절 부모와 함께 살던 추억부터 동생들이 태어나던 때, 가족끼리 텃밭을 만들었던 날, 사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의 나날들이 지나간다. 이번에는 병든 어머니의 임종.


이후로 화전민촌에 산적들의 침입으로 동생들과 도주한 긴박한 상황들, 이후로 돌아온 마을은 역병이 돌아 관에서 직접 소각해서, 폐허가 되었던 모습들. 굶주린 동생들을 데리고 목적없이 더 깊은 산길을 올라 우연히 발견한 초옥 한 채.


여기까지의 삶의 장면들이 흘러들어오자 혼란스럽던 두 개의 자아가 정리된다.


‘아, 나 전생의 기억을 찾은 거구나.’


어떤 일 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산나물과 약초를 마을에 팔고 돌아오는 길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땐 그 후유증인지 잠시 현생의 기억을 잃었고, 그 상태로 성난 강아지(?)를 만나서 생사혈투를 벌인 게 어제의 일이다. 전생이나 지금이나 내 삶은 참 쉬운 거 하나 없이 박복하고 기구하구나.


한기 서린 방바닥에서 깨서 몸상태를 보니 어린동생들이 고약을 덕지덕지 바르고 엉성하게 붕대로 칭칭 감아둬서 움직이는 게 불편할 정도다. 그래도 정성이 닿았는지 몸은 한결 낫다.


“자, 이제 현생을 살아보자.”


작가의말

어린이 자연인 공도유와 동생들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소설입니다. 촌생활에 대한 묘사가 많아서 속도감이 느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유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45 21 13쪽
7 7. 산골제패 +4 24.08.19 855 23 7쪽
6 6. 암염발견 +3 24.08.19 842 21 9쪽
5 5. 어린이 은둔무재 +4 24.08.19 873 23 11쪽
4 4. 문명약진 (3) +5 24.08.19 874 25 12쪽
3 3. 문명약진 (2) +4 24.08.19 995 27 13쪽
2 2. 문명약진 (1) +6 24.08.19 992 27 12쪽
» 1. 공도유 십삼 세 +5 24.08.19 1,116 27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