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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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작품등록일 :
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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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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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상으로!(3)

DUMMY


“로빈 단장? 단장이 직접 심사를 보겠다는 겁니까?”


칼스는 의외라는 얼굴로 물었다.


눈매를 날카롭게 빛내던 로빈이 칼스의 물음에 성질 나빠 보이는 비웃음을 더하며 대꾸했다.


“왜? 은패 2단계는 동패 열 명과의 대련을 승리하거나 은패 한명을 이기면 되는 거잖아. 아닌가?”


“맞습니다. 로빈 단장!”


“뭐 번거롭게 동패 열명과 언제 대련을 다 해? 그냥 나와 한판 하면 끝날 것을...어때?”


로빈은 칼스를 스쳐 루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웃었다.


마치 자신 있으면 덤비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칼스는 로빈 단장의 등장을 껄끄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껄끄럽다 보다는 티는 안 내지만 혐오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치도 빠르고 더욱이 기감이 예민한 루였기에 깊숙이 숨겨둔 칼스의 진의를 느낄 수 있었다.


‘왜?’


루는 영문을 몰라 가만히 칼스의 결정을 기다렸다.


딱히 로빈의 심사 대련을 거부할 명분을 못 찾은 칼스는 루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저 놈의 말이 맞습니다. 은패의 2단계 심사는 은패를 가진 용병을 이기면 됩니다. 그리고 마침 저놈은 은패를 가진 자가 맞지요. 저는 시간이 걸려도 동패 열명과의 대련을 추천합니다. 어찌하렵니까?”


칼스는 나에게 결정을 넘겼다.


심사를 통과 하지 못한 나에게도 말투를 바꾼 칼스인데, 은패를 지닌 로빈에게 놈, 놈 하는 걸 보니 칼스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동패 열 명과 싸우는 과정이 불필요하다 느꼈기에 로빈의 의견에 동의했다.


“로빈이라는 자와 대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칼스는 마지막까지 눈빛으로 나를 설득하려 했지만 나는 그의 눈길을 외면했다.


빠르게 마무리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피곤하군...’


루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칼스는 마지막까지 정보를 남겨 주는 걸 잊지 않았다.


“저 놈, 아주 악독한 놈입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놈이지요. 거느린 용병단 역시 추악한 뒷소문들까지...아무튼 조심하길 바랍니다.”


조용히 정보를 넘겨준 칼스는 심사관으로 돌아가 연무장을 울리도록 소리쳤다.


“루의 은패 2단계 대련을 시작하겠다. 대련 상대는 은패 소유자, 로빈용병단의 단장, 로빈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


로빈은 건들거리는 걸음으로 연무장의 중앙으로 나왔다.


그리곤 이미 자리를 잡은 루를 바라보며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어린놈이 제법이다. 그런데 그 검! 아주 좋아 보인다? 네꺼 맞냐?”


좀 전에 유사한 질문을 들어 본 루는 고개를 넘기며 얼굴이 퉁퉁 부어가는 용병 하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 놈, 알아?”


로빈은 쌩뚱맞은 루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루의 시선을 따라 뒤를 보며 말했다


“저 새끼 얼굴 왜 저래? 저 부은 놈 말하는 거면 밑에 있는 놈이라 알지. 재는 왜?”


루는 알만하는 얼굴 표정으로 대답했다.


“로빈 용병단이라고 했지? 위나 아래나 한결같은 모습이네!”


칭찬이야 욕이야?


의미를 알 수 없는 루의 말에 로빈이 소리쳤다.


듣다보니 기분 나빴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리고, 너 이 새끼 왜 꼬박꼬박 반말이야? 칼스에게는 존댓말 쓰더니... 예의범절이 아주...”


루는 더 듣기도 싫다는 듯 로빈의 말을 끊었다.


“스승님이 그러셨다.”


로빈은 갑자기 나온 스승이라는 단어에 어리둥절하며 말을 멈추었다.


“뭐?”


루는 로빈을 쏘아보며 말했다.


“사람에게는 사람답게, 개는 개답게!”


로빈은 자신이 개로 불린 것을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미친 새끼가... 검 좀 쓰는 것 같아 재미삼아 놀아주려했더니만 아주 미친 새끼였구나. 죽고 싶냐?”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 으르렁 거리며 살기를 피워 올리는 로빈이었다.


“너 같은 놈에게 죽을 만큼 대충 수련하지 않았다. 스승님 들으시면 화내실 말은 하지도 마라.”


루의 담담한 대꾸에 더 열이 뻗친 로빈었지만, 잠시의 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후우...어린놈이 보검을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세상 쓴 맛을 보여주마. 심사 중 죽는 경우가 없지도 않지. 네가 죽으면...검은 줍는 자가 임자인건가? 크하하하”


루는 의외로 빠르게 흥분을 가라앉히는 로빈을 보며 조금 놀랬다.


그래. 저런 모습이라도 있어야 용병단장을 하겠지...


“그래! 결국 나선 이유는 이 검인거로군.”


“그것뿐이겠냐? 네놈에게 선배로서 예의범절도 가르쳐 주마. 반 토막 난 혓바닥은 끝까지 잘라주지. 말을 못하면 상대가 기분 나쁠 일도 없을 거야. 크크크”


루는 살짝 웃음기를 띄우며 말했다.


“좋아. 그럼 나는 이 심사에 이 검과 내 혀를 걸지.”


로빈은 루의 말에 반색했다.


“내기라도 하자는 말이냐?”


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로 심사를 봐 주면 내가 미안하잖아. 보상이 있어야지!”


로빈은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허! 그 새끼! 입은 거칠어도 세상 살아가는 법은 아는구나. 좋다. 죽이진 않으마. 크하하하!”


“너는 뭘 걸래?”


루의 물음에 로빈이 웃음을 멈추었다.


“뭐?”


“내기인데 너도 뭘 걸어야지! 그래야 보는 사람들도 흥이 돋지 않겠어?”


로빈은 루의 말에 연무장을 돌아보았다.


내기란 단어에 심사 이상의 관심을 가지며 둘을 보고 있는 용병들이 보였다.


평판 나쁜 용병단 단장이라 별다른 말은 없지만 여기서 내기를 거절하면 온갖 뒷말을 해 댈 것이 뻔해 보였다.


“좋다. 나도 걸지. 그런데 수중에 그 정도 값이 나가는 게 없는데 어쩐다...흠 내가 지면 입회비에 들어가는 금화를 주지! 어때?”


로빈은 적절하다 싶은 선에서 제안을 했다.


루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니! 금화는 필요 없어. 네 돈으로 입회비 내면 용병 생활 내내 재수 없을 것 같아!”


“이 새끼가 정말.... 그럼 어쩌란 말이냐?”


로빈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네 이름을 걸어! 로빈”


“뭐라고?”


이름을 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용병계의 결투 이름이었다.


용병단 간의 불화나 의뢰를 둘러 싼 잡음이 예상될 때 용병단장끼리 서로의 이름을 걸고 전투를 하여 그 결과로 불화나 잡음을 잠재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름으로 먹고 사는 용병 세계에서 이름을 건다는 것은 이후 용병 의뢰를 좌우 할 수 있는 민감한 일이었다.


단장이 강하지 못하다고 소문이 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


로빈은 아직 패도 받지 못한 애송이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전통을 들먹이자 순간 말을 못했다.


하지만,


“왜 질까봐 무서워?”


루의 한마디는 로빈의 이성을 날려버렸다.


“좋다!”


로빈의 큰 소리에 용병들이 수근거렸다.


“뭐야! 갑자기 내기라니...”


“심사 결과도 그렇고 내기도 그렇고... 재미있는데!”


“로빈 단장이 이름을 건다잖아. 굳이?”


“지금 그게 의미가 있나? 다 옛날이야기에나 나오는 전통일 뿐인데...”


“애송이 상대로 지겠어? 자신 있으니 저러겠지...”


“하긴...”


거친 용병들이 제 각각 말을 던지니 연무장을 금새 소란스러워졌다.


“모두 조용하라. 지금은 은패 심사 중인 것을 잊었는가?”


칼스의 외침에 연무장은 다시 조용해 졌다.


“이제 시작할까?”


루는 이 말을 끝으로 기수식을 취하며 로빈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깐. 선공을 양보하겠다는 거냐?”


“스승님이 말씀하셨다. 약한 놈 절대로 먼저 패지 말라고!”


루의 한마디가 로빈을 또 다시 폭발시켰다.


“이 개새끼가...”


가뜩이나 눈매가 더럽게 생긴 로빈은 루의 말에 흰자가 보일 정도로 흥분해 버렸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루의 말처럼 빠른 스텝으로 루에게 파고들었다.


로빈은 처음부터 검에 오러를 담아 공격해 들어갔다.


파앙!


내리쳐진 로빈의 검을 루가 살짝 비틀어 올리며 막았다.


“루 라고 했나? 오러를 쓰네. 바위 흠이 검 때문은 아닌가 본데?”


“이거 이러면 로빈 단장의 일방적 승리는 힘들겠는데?”


“자세가 좋은 걸? 제대로 명문에서 배운 검이야!”


처음 한수를 보며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칼밥을 먹고 사는 이들이다.


보는 눈은 그 어느 기사 못지않은 게 용병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검술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며 여태껏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루의 검술을 보는 눈은 제법 정확했다.


첫 검이 너무도 쉽게 막히자 로빈은 오러를 한층 더 강하게 피워 올렸다.


상대는 아무리 봐 줘도 20대 초반, 마나 수련이라는 것이 운용법에 따라 효율은 다를지언정 절대적인 수련 기간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 사고였다.


검술이 비슷하다면 오러의 양으로 누르는 게 맞는다는 로빈의 판단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정답에 가까웠다.


하지만 루는 달랐다.


파앙! 팡! 채앵! 챙!


더 강한 오러를 사용했음에도 루는 똑같은 오러의 양을 사용해 로빈의 검을 막아냈다.


휘이익! 스사삭!


바람소리와 함께 로빈의 검이 루에게 짖쳐들었다.


루는 부드럽게 검극을 돌리며 로빈의 검을 비켜 막았다.


다시 한 번 로빈은 오러를 집중하며 대각 베기를 시도했다.


콰앙!


전처럼 검을 흘리리라 예상하며 들어 간 검이었는데, 의도를 읽기라도 한 듯 루는 강한 전각을 밟으며 검을 힘으로 막아냈다.


“이 새끼... 영약이라도 쳐 먹었냐? 제법이다?”


루는 로빈의 검을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막았다.


마치 합을 맞춘 경극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스승님이 몸에 좋은 약을 좀 주셔서 먹긴 했다만... 너 정도랑 검을 나누며 그 힘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루는 솔직하게 말한 것이지만, 듣는 로빈은 달랐다.


은패 용병단장은 전장에서도 지휘관급으로 대우를 받는다.


은패가 된 후 그런 대우에 익숙해져 있던 로빈은 루의 막나가는 말에 정신줄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 너 이 새끼... 오늘 한번 죽어봐라!”


로빈은 몸을 날렸다.


루의 정면으로 날아오며 검을 내리쳤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로빈의 오러가 루를 집어 삼킬 듯 땅으로 떨어졌다.


퍽!


루의 신형이 반발자국 옆으로 이동하며 로빈의 검은 땅을 헤집었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진 로빈은 횡베기를 통해 검격안을 뿌렸다.


펑!

파악!

파팡!


둘의 베고, 찌르고, 막는 검술이 현란하게 펼쳐졌다.


루는 검을 쥔 손에서 희열이 느껴졌다.


검격의 부딪힘에 로빈의 적의가 느껴졌고, 그의 오러는 점점 강해지며 아지랑이 같던 오러가 조금씩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신이 났다.


스승 이외에는 검을 섞어 보지 못 했는데, 세상에 나온 후 그나마 검을 제대로 쓰는 자를 만났다.


물론 루의 기준에는 가볍게 검을 섞는 정도였지만 상대인 로빈은 달랐다.


파앙!

팡!

가갸갸갸각!


검날이 긁히며 서로를 마주보는 상태에서 로빈은 루라는 청년의 눈을 보았다.


평온했다.


마치 대련지도를 해주는 교관의 눈빛이었던 것이다.


‘어찌...’


절대적 우의를 점하리라 생각한 오러가 뜻밖으로 대등한 걸 알자, 로빈은 자신의 숨겨둔 비기들을 꺼내었다.


검날을 붙여 손목으로 끌어당겨 상대의 손목을 가르는 수법이었다.


검을 떼면 그대로 베어도 되며, 상대가 검을 떼지 않는다면 손목 혹은 팔에 상처를 입혀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비기였다.


하지만, 루라는 놈은 이를 우습게 벗겨내었다.


자신의 의중을 알기라도 하는 듯 먼저 손목 부근으로 검을 내리며 베기 동작까지 이어지려했다.


“허억!”


놀란 로빈은 뒤로 두 걸음이나 피했다.


“뭐야? 벌써 지친건 아닐테고... 좀 더 힘을 내보라구!”


루가 재미없다는 듯 말을 건네자 로빈은 또 다시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었다.


“겸손이라고는 쥐똥만큼도 없는 놈이로구나.”


“겸손은 강한자에게 하는건지 나보다 약한 놈에게 겸손은 독이라 하셨다.”


루의 말에 로빈이 물었다.


“또 스승이 한 말이냐?”


“아니! 이건 집사!”


“이익!”


루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동안의 수비 위주의 방식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파앙!

팡!


‘마른 몸인데 무슨 힘이...’


루가 내려치는 검에 계속 뒤로 밀리는 로빈은 이대로는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느겼다.


오러, 힘, 검술의 수준 모두 상대가 우의를 점한 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건방떨지 마라! 애송이!”


짓쳐들어오는 루를 향해 로빈이 왼손을 내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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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첫 의뢰 24.08.21 194 4 12쪽
» 세상으로!(3) 24.08.20 205 3 13쪽
2 세상으로!(2) 24.08.20 232 2 12쪽
1 세상으로! 24.08.20 3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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