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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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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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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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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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요정을 먹다.

DUMMY

002. 요정을 먹다.






*



눈을 뜨자 날이 밝았다.


몸속에 어떤 그릇이 만들어진 것과, 그 속에 가득 찬 힘이 느껴졌다.


수없이 들었던 마법사의 정신과 마력이다.


“소. 손이.”


자랑스러운 녹색 굵은 팔이 베르반의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색으로 변했다.


특히나 반 이상 줄어든 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주먹을 쥐었을 때의 힘이 전보다 더 강했다.


머릿속의 많은 마법 주문이 떠올랐다.


베르반이 악착같이 외우도록 한 주문 하나를 외쳤다.


“미러.”


우우웅.


정신이라는 구슬에 담긴 마력이 조금 소모됨과 동시에, 사람 크기의 거울이 떠올랐다.


거울에는 2미터 크기의 남자가 비쳤다.


베르반과 비슷한 생긴, 흡사 베르반이 20살이 되면 될법한 얼굴과 오거에는 비할 수 없지만 넓은 어깨와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긴 팔이 보였다.


고블린를 닮은 거대한 고환과 음경이 인상적이다.


“으음. 이건 마음에 드. 드네.”


고블린은 덩치에 비해 고환과 음경이 거대했다.


오거의 절반도 안 되는 몸집인데, 고환의 크기는 오거보다 조금 더 컸다.


「오거와는 다르게 고블린은 난교하며 자식을 번식하니까 고환이 큰 거야. 나와 일리아의 성기를 봐. 없는 것과 다름없잖아. 우리는 짝짓기를 안 하니까.」


인간은 일부일처제지만 한편으로는 난교하는 동물.


나의 욕망이 이런 쪽의 몸을 만든 것 같다.


“나는 몸은 인간이지만 정신은 오거야.”


죽은 두 요정의 시체를 가만히 보았다.


슬금슬금 벌레들이 꼬이고 있다.


나는 바닥에 앉아 두 연놈을 감상했다.


둘은 나를 이용했지만, 한편으로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둘이 없었으면 어미에게 버림받은 나는 죽임당했을 것이다.


지금.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어떤 절대적인 개입이 내 마음마저 움직인 건가?


고개를 돌리자 세계수 묘목이 보였다.


요정을 탄생시킬 정도로 크려면 적어도 1000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불이 날 수도 짐승들이 부술 수도 있다.


벌레들이 파먹을 수도 있고, 물에 잠겨 썩을 가능성도 높다.


누구의 도움 없이 1,000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자랄 가능성은 1%가 되지 않는다.


“어떡하지?”


둘의 소망을 들어주고 싶지만, 농락당했다는 티끌만 한 느낌이 오거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킁킁.


꿀꺽.


[네 바라는 바를 행하라!]


나는 베르반의 머리채를 잡고 끌었다.


그러고는 왼팔로 어깨를 잡고 오른팔로 턱을 잡고는 뽑았다.


으지지직. 푸아악.


머리에 척추가 딸려 올라왔다.


그리고. 다른 몬스터에 비할 수 없는 끝내주는 냄새가 풍겼다.


달콤하면서 과일의 청량함이 담기 피 냄새.


날름날름.


척추에 묻은 피를 핥자 황홀했다.


그렇게 정성껏 척추에 묻은 피를 다 핥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힘을 주자 이내 두개골이 좌우로 갈라졌다.


우드드득. 쩌억.


우윳빛 뇌가 탐스러운 냄새를 풍기며 나를 유혹했다.


나는 홀린 듯 손가락을 넣어 물렁물렁한 뇌수를 퍼서 입 안에 넣었다.


오물오물.


“!!!”


찌리릿.


온몸이 마비될 것 같은 쾌감에 털이 바짝 섰다.


“맛있다.”


‘이래서 다른 몬스터들이 베르반과 일리아를 잡아먹으려고 난리를 부렸구나. 이렇게 맛있는 냄새를 풍겼으니까.’


뚝뚝.


“응?”


거울을 보니 처참한 베르반의 시체와 눈물을 떨구는 내가 보였다.


거울 속의 인간은 우는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베르반. 아버지. 너 맛있어. 그러니까 맛있게 다 먹고 용서할게. 티끌만 한 분노도 이 맛으로 잊을게.”


거울을 보면서 두 손으로 시체의 명치를 찌르고 좌우로 찢었다.


피의 비린내에 담긴 향긋함에 취하며, 갈고리처럼 손을 쥐고는 장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입 안에 넣었다.


뇌수와는 다른 또 다른 맛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다시는 먹을 수 없는 미식이다.


오물오물.


“맛있어. 흑흑. 맛있어. 정말 맛있어. 그동안 냄새만 맡았는데··· 아빠. 이렇게 맛있었어?”


심장, 폐··· 마지막으로 똥이 찬 대장을 먹었다.


대장은 찢어서 배설물을 다 버리고 먹었다.


과일만 먹는 요정이라서 대변도 그렇게 냄새나지 않았다.


우물우물.


“진짜 맛있어. 아빠 최고.”






베르반은 뼈와 머리카락만 남았다.


뼈까지 씹어먹고 싶다는 마음을 참고는 일리아도 같은 방식으로 먹었다.


우구적우구적.

꿀꺽.


그렇게 남은 뼈와 머리카락은 땅에 묻었다.


적당한 포만감이 이제 어떤 원망도 찝찝함도 없게 했다.


나는 한없이 그들을 사랑하고 사랑받았고, 둘은 내 몸이 되었다.


꽈악.


우지지직.


세계수를 뽑아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인벤토리와 연결되자 아공간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보였다.


요정들이 수천 년을 모아온 보물과 과일, 포션, 무기 등이 있었다.


인벤토리에서 인간의 옷을 꺼내어 입었다.


속옷은 답답해서 바지와 윗옷을 입고 흉갑 형태로 갑옷을 껴입었다.


갑옷 위에 서코트를 걸쳐 입고 검을 소드 벨트에 넣자, 제법 인간 검사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거울을 넣고, 천천히 어제 달렸던 길을 걸었다.


“쿠오오!”

“키케케!”


인간의 몸과 체취에 몬스터들이 근처에 왔다가 이내 기겁하며 도망쳤다.


본능적으로 마력의 냄새를 맡은 모양이다.


저벅저벅.


그렇게 천천히 산을 넘고 2일을 더 가서야 몬스터 산맥 아래의 인간 마을에 이르렀다.






작은 마을에는 머리에 문신한 덩치 큰 야만인들이 보였다.


베르반에게 듣기로 이들은 산맥의 몬스터를 사냥해서 상인에게 팔거나, 주변의 부족을 약탈해 생계를 유지한다.


눈으로 덥힌 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사냥과 약탈이 유일한 생계 수단.


이들은 용감히 싸우다 죽으면 하늘에 올라가 영원한 쾌락을 누린다고 믿었다.


그래서. 북부의 전사는 인간 전사 중에서도 가장 무섭고 강하다.


끼이익.


여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같이 들어오는 눈바람에 인상을 찌푸렸다.


‘호오. 전부 강하게 보이네.’


지성체라고는 두 요정이 전부였기에 인간이 신기했다.


또. 그것이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했다.


가끔 산맥의 사냥꾼을 잡아먹기도 했지만, 인간은 몬스터와 다르게 저마다 맛이 다르다.


킁킁.


풍기는 냄새가 베르반의 기준으로는 더럽고 냄새난다지만, 그 속에 풍기는 살냄새는 향긋했다.


확실히 인간은 몬스터보다 고기가 야들야들하다.


씻지 않은 시큼한 냄새와 바닥의 토사물 냄새가 그렇게 역겹지 않다.


인간이 더러워 봐야 몬스터에 비할 수 없으니까.


오거는 그런 몬스터를 씻지도 않고도 먹는다.


쾅.


빨리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더러운 수건으로 뿔잔을 닦으며 나를 힐끔 보았다.


“하룻밤 자겠소. 맥주하고 고기 좀 내오시오.”


처음 인간과 나누는 대화라서 어색했지만, 주인은 말귀를 알아듣고는 손가락 2개를 보였다.


짤랑.


은화 2개를 내밀자 그가 받고는 조용히 말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군. 어디 사람이지?”


수염을 땋은 덩치 큰 주인을 보며 싱긋 웃었다.


‘좋은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늙어서 고기는 질기겠어.’


“떠돌이요. 그냥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소.”

“으음. 용병인가? 검이 제법 그럴듯하군. 문제 일으키지 말고 방은 이층 구석에 있어.”


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구석 방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와 함께, 침대 위에는 벼룩들이 새끼를 까고 있었다.


「인간 여관은 더럽고 구역질 나는 곳이야. 벼룩과 빈대 때문에 미칠 것 같지.」


‘그렇게 역겹지 않은데?’


갑자기 죽은 두 요정이 그리웠다.


베르반과 일리아가 배설한 대소변에 몸을 비비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다.


앞으로 영원히 그런 기쁨은 누릴 수 없겠지?


대충 살피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빈 의자에 앉자 주인이 구운 닭과 컵에 반쯤 술을 채워서 왔다.


킁킁.


색은 맥주와 비슷하지만 맥주가 아니었다.


나는 주인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게 뭐지? 맥주가 아니잖아.”


내 말에 남자는 웃긴다는 듯 말했다.


“어지간히 촌 동네를 돌아다닌 모양이지. 여기는 맥주가 없어. 위스키뿐이야. 이게 독하고 좋아. 맥주는 배만 부르고 화장실만 계속 들락거리게나 하지.”

“위스키?”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져오는 거야. 상단에서 가져온 걸 상인들이 납품받아서 팔지. 덕분에 맥주나 다른 술을 만드는 곳은 모두 망했어. 하하. 한번 마셔보면 약한 맥주는 못 마셔.”

“호오.”


꿀걱.


잔을 들어 한 잔 마시자, 과일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뜨끈함이 몸에서 밀려왔다.


“오오. 뜨끈하군.”

“흐흐. 그렇지?”


촌놈 같은 반응이 재미있는지 주인은 탁자에 마주 앉으며 주절주절 떠들었다.


매일 같은 놈과 떠드는 것보다 처음 보는 놈과 떠드는 게 기쁘다는 듯.


“··· 문이 만들어진 지도 100년이 지났어. 지구의 물건들은 싸고 좋아. 특히나 휴지라는 게 엉덩이 닦기에 아주 좋지. 짚이나 나뭇잎으로 닦는 건 이제 못해.”

“더 이상 사냥은 안 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사냥꾼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기에 물어본 말이다.


“사냥?”


나의 반말에 주인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올렸다.


더 듣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손짓에 은화 하나를 꺼내어 놓았다.


그는 그제야 만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예전에는 사냥했지. 하지만 이제는 안 해. 약탈도 안 한 지 오래됐어. 어차피 사정이 비슷비슷한데, 쥐꼬리만 한 곡식 좀 얻겠다고 목숨을 거는 것도 수지가 맞지 않아.”


그러기에는 마음이 풍족해 보여서 다시 물었다.


“그러면 뭐 먹고 살지?”

“용병으로 일해.”

“용병?”


주인은 다시 손가락 하나를 내밀려고 하다가, 나의 표정에 바로 손을 오므리고 입을 열었다.


“예전보다 용병 일이 괜찮아. 뭐. 여기서는 그게 그거지만, 지구로 가서 한탕 하면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어. 지구 것은 먼지 하나라도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거든. 여기보다 벌이가 훨씬 좋아. 뭐. 낯선 곳에서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장난이 아니지만 그것을 보상할 만큼 코인을 주니까.”

“지구. 용병.”


대륙을 돌아다닐 생각을 했는데, 주인의 말을 들으니 지구에 대한 호감이 커졌다.


“불을 뿜는 막대기부터 하늘을 날아다니는 쇳덩어리들··· 초기에는 난리가 아니었다고 하더군. 버섯구름을 만드는 무기도 있었다고 하고. 마법사가 아니었다면, 식민지 왕국을 건설하지도 못했을 거야.”

“오오.”


주인의 말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흡사. 처음으로 요정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처럼 내 마음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불을 뿜는 막대라고? 여기에 있어? 어디 가면 볼 수 있지?”


조금 흥분한 내 말에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여기에서는 볼 수 없어. 왕국이나 마탑에서 철저하게 감시하거든. 가지고 있다가 걸리면 일가족 모두 사형이야. 그런데··· 너 괜찮아?”


나는 그 말뜻을 알고는 씨익 웃었다.


“아아. 그거였군. 속에서 알싸한 게 독이었군.”


내 말에 주인이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나는 품에서 칼을 꺼내어 내 목을 베려는 놈의 손목을 잡았다.


꽈악.


힐링을 하지도 않았는데, 독이 천천히 분해되어 사라졌다.


“역시 보통 인간의 몸이 아니야.”

“뭐. 뭐?”


파악.


왼손으로 남자의 갈비뼈를 잡고 잡은 오른손을 당기자 팔이 쉽게 뽑혔다.


우지직.


“끄. 끄아아!”


향긋한 피와 함께 주인이 절규하듯 소리치며 바닥에 뒹굴었다.


그런 주인을 보며 팔을 들어 떨어지는 붉은 물방울로 목을 축였다.


‘역시. 인간은 맛있군.’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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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용병단 가입 24.09.01 66 0 13쪽
» 002. 요정을 먹다. 24.09.01 87 0 12쪽
1 001. 그르누이 24.09.01 1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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