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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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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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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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결투를 약속하다.

DUMMY

006. 결투를 약속하다.






*



파아아!


마력은 욕망을 관철(貫徹)하는 폭력 그 자체다.


몸을 짓누르는 육체적 정신적 압력에 용병들은 거칠게 호흡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윽!”

“아아!”


와이얼드의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마법사는 마력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살 수 있다.


그의 마력에서 뿜어나오는 뒤틀린 욕망과 증오는 몇십 년을 산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종류이다.


덜덜덜


‘짜릿하군.’


꾸욱.


검을 잡고 몸속 곳곳으로 마력을 돌렸다.


구슬(정신)에서 나온 마력이 몸을 돌아다니자, 경직된 몸이 서서히 부드럽게 풀어졌다.


“호오.”


이 모습에 와이얼드의 표정이 이채를 띄었다.


“대단해. 초짜 주제에 제법이야. 보통은 목각인형처럼 굳어버리고 마는데. 그래. 이름이 뭐지?”

“그르누이.”


타닷.


이름이 끝나기 전에 크게 점프하여 거리를 좁히고는 검을 내려쳤다.


휘잉.


“흥.”


서걱.


검이 놈의 방망이를 자르고 팔까지 잘랐다.


잘린 팔이 바닥에 떨어져 물고기처럼 파닥거렸다.


바로. 검을 회수하고는 대가리를 향해 번개처럼 찔렀다.


챙!


“!”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검이 와이얼드의 미간에서 멈췄다.


달달달.


손에 온 힘을 주고 밀었지만 와이얼드의 머리는 쪼개지지 않았다.


뚝뚝.


킁킁.


“뭐. 뭐지?”


검이 막힌 것보다 놈의 팔에서 흘러나온 피 냄새가 너무 향긋하다는 것이 오히려 충격이었다.


저렇게 좆같이 생긴 놈인데, 어떤 고기보다··· 심지어는 요정보다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마력이 담긴 고기라서?’


와이얼드는 팔이 잘린 고통을 즐기듯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크흐흐. 제법이야. 확실히 근래에 본 전사 중에서 네가 최고다. 그르누이. 하지만. 별다른 마법을 모르는 것 같군. 몸에 마력을 제대로 싣지도 못했어. 나처럼 무공을 익히지도 않고, 그냥 몸에 마력을 집중시켰을 뿐이야.”


꽈악.


와이얼드가 베르반(검)을 잡고는 힘을 꽉 주었다.


흡사. 부수려 하듯이.


빠지지지.


하지만. 몇 번 용을 써도 검은 부서지지도, 와이얼드의 손아귀가 베이지도 않았다.


그는 감탄하듯 검을 보며 탐욕스럽게 혀로 검을 핥아댔다.


날름날름.


“호호. 명검이군. 이렇게 맛을 보면 알아. 강한 쇠 맛이 나. 크흐흐흣. 그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탐낼만해.”


스윽.


포기한 듯 와이얼드는 검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러고는 떨어진 팔을 잡고는 잘린 부분에 붙였다.


스스스.


“!”


잘린 부분이 빠르게 합쳐지더니 붉은색 절단선만이 남았는데, 그 절단선도 천천히 사라져갔다.


꼼지락꼼지락.


“흐흐. 이래서 마법사가 되기를 잘한 거야.”


와이얼드가 잘렸던 오른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가 하면서 흡족하게 웃을 때, 밖에서 말발굽 소리와 병장기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여관 주변을 에워쌌다.


와글와글.


‘시발. 도망쳐야 하나?’


싸우겠다는 의지가 꺾이지만 않으면 도망도 칠 수 있다.


오거는 오크 같은 전사가 아니라 헌터(사냥꾼)다.


나는 어린 오거의 몸으로 수많은 대형 몬스터와 싸우면서 여러 번 도망쳤다.


그리고. 악착같이 노력해서 몸과 기술을 만들어 다음에는 반드시 죽였다.


마음속에 불을 간직하고 물러나, 그 불을 계속 유지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와이얼드는 그런 나의 눈빛을 보며 혀로 날카로운 이빨들을 애무했다.


철컥.


그때. 문이 열리고 장신의 늑대 머리를 뒤집어쓴 놈이 들어왔다.


놈이 허리를 숙이며 와이얼드에게 말했다.


“대장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으음. 대기해.”

“예? 아아. 예.”


장신의 용병은 극도로 겁에 질린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흑견 용병단은 인간쓰레기들의 집합소였고, 와이얼드는 오직 공포와 약탈의 쾌락으로 그들을 다스린다.


검 같은 이빨에 베어진 혀에서 피가 나왔다.


놈이 혀에서 나온 피를 술처럼 꿀꺽 마시자, 입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조금 고민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너는 여기에서 죽이기는 아까운 남자야. 아아. 그냥. 고깃값을 버는 방법으로 생각해 볼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가, 이내 놈이 의자에 앉고 잠시 생각하듯 입을 다물었다.


검을 든 내가 앞에 있다는 걸 철저히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공격하면 호의를 거두고 나를 찢어 죽이겠지.’


스릉.


베르반을 검집에 넣고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기습도 통하지 않는 상대다.


그의 처분을 기다리는 편이 낮다는 결론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가 나를 죽이려고 하면 죽기 살기로 싸우고, 그냥 간다면 힘을 키우면 그만이다.


그렇게 10분이 천천히 흘러갔다.






“오늘은 싸우기 싫군.”

“......”

“휴우.”


지켜보던 용병들이 오히려 나보다 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와이얼드의 그 말과 동시에,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마력이 느껴진다.’


다시 문이 열리고 장신의 용병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대장님. 이곳을 관리하는 용병단이 마탑의 마법사를 불렀습니다.”

“크으음. 더는 날뛰기 힘들겠군. 그래.”


인상을 찌푸린 와이얼드는 뚫어지게 나를 보더니 손가락 날을 세웠다.


“그르누이. 일주일 후에 콜로세움에서 싸우자.”

“콜로세움?”


그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래. 너도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약속해라. 일주일 후에 나와 거기서 싸우겠다고.”

“··· 허락하지 않으면 지금 그 손가락으로 나를 찢어 죽이겠지?”


원숭이 괴물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흐흐. 똑똑하군. 원한다면 지금 죽여줄까? 마법사들이 올 때까지 시간이 충분해.”

“좋아. 약속하지.”

“!”


바로 약속하자 놈이 조금 놀라다가 이내 원숭이처럼 웃었다.


“키키킥. 그래. 일주일이라도 살아있어야지. 여자도 많이 껴안고 씨도 뿌리고. 흐흐.”


여자에 대한 욕망보다, 이놈을 죽여서 피를 실컷 마시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했다.


몬스터랜드의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잡아먹었지만, 와이얼드처럼 맛있는 냄새를 풍기지는 못했다.


눈앞의 이 몬스터 같은 놈은 아주 맛있을 것 같다.


오줌이 찬 방광과 똥이 찬 대장, 이빨,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고환과 음경, 뼈까지 씹어먹고 싶다.


‘다 먹지 않고 죽인 다음에 인벤토리에 넣어서 틈틈이 아껴 먹으면 돼. 저 길쭉한 혀는 구워 먹고.’


잡아먹는다.

잡아먹는다!


“!!”


나도 모르게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흠칫.


와이얼드는 내 마력의 흉포함에 작게 몸을 떨었다.


“이. 이런. 내. 내가 실수를 한 것 같군. 괜히 약속받았어. 시발. 너는 아주 위험해.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하는데.”


퉁. 퉁.


와이얼드는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몇 차례 때리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후다. 네 목숨, 검, 갑옷, 네 단말마의 비명까지 내 것이···.”


그는 말을 다 끝내지 않고, 그저 먹잇감을 보듯이 군침을 삼켰다.


“깨끗하게 씻고 와라. 더러운 고기는 맛이 없으니까.”

“크크. 미친놈. 나처럼 미친놈이었군.”


콰지직.


그는 미련을 떨치듯 거칠게 문을 발로 박살 내고 나갔다.


이윽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과 사람들이 사라지는 소음이 점점 옅어졌다.


그렇게 와이얼드가 사라지자.


“그르누이! 너 정말로 마법사야?”

“마법 좀 써봐.”

“나 좀 치료해 줘. 어금니가 없어서 몬스터 이빨을 억지로 박아 넣고 있어.”

“나. 나는 치질이.”

“나는···.”


혜영이까지 내게 먼저 말을 걸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


모두의 얼굴에 처음 보았을 때의 호기심과는 다른 감탄과 경의가 담겨 있다.


마법사는 20만명 중 한 명꼴로 탄생한다.


이 행성에 있는 마법사의 절반은 지구를 오가기에, 아무래도 귀한 마법사는 극히 더 귀하다.


그렇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순간, 노예 출신이라도 마법사는 귀족으로 대우받는다.


나는 약간 우쭐대며 말했다.


“지금은 피곤하니 나중에 해주지.”

“아. 알았어. 너도 알지? 마법사면 용병질 안 하고도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 있어··· 이. 있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북부 야만인 출신이지만 마법사의 신분이 어떤지 알고 있다.


조용히 눈치를 보는 모습이 어떤 갈망이 응축되었다.


“됐어. 하던 대로 해.”

“그. 그래도.”

“됐다니까.”


몇 번을 말하며 안심시키자 그제야 폴리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차피 일주일 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살아나면 치료하든 뭐든 생각해 보자.”

“음.”

“알았다.”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표정에 토르켈과 폴리드, 베켐프, 할프킨이 밖으로 나가서 용병들을 불러들였다.


혜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를 힐끔 보며 나갔다.


조~용.


용병들이 사라지자 나만이 이 공간에 남았다.


킁킁.


나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흐르는 와이얼드의 피를 중지로 찍어 혀에 댔다.


“!”


몸을 찌르르 울리는 짜릿한 맛이 밀려왔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어떤 조미료로도 낼 수 없는 마력이 담긴 맛이라는걸.


마력은 어떤 조미료보다 고기를 맛있게 만든다.


“맛있다.”


변색 되기 전에 바로 마셨으면 더욱 맛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 와이얼드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


“냄새만큼 맛있는 맛이군.”


털썩.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다음에 혀로 바닥을 쓸었다.


날름날름


혓바닥이 먼지와 함께 깨끗하게 피를 핥았다.


먼지의 맛이 피 맛을 떨어뜨렸지만 그래도 맛있다.


‘나쁜 놈. 잘린 팔은 놓고 가든가 하지.’


섭섭한 느낌과 함께 탁자에 앉았다.


“퉤엣.”


침에 녹은 먼지를 뱉고는 인벤토리에서 마법서를 꺼내어 읽었다.


책은 생활에 필요한 여러 마법과 몇 개의 공격 마법 등이 있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무공(전투 마법)이다.


무공이나 고급 마법에 대한 책은 마탑이 관리하고 있다.


상위 귀족가에서도 몇 개를 보관하고 있지만, 한번 빌려 읽으려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뭐. 마법사가 보여달라고 하면, 웬만해서는 보여주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으음. 일단 베르반의 계획대로, 마탑에 가서 마법사 등록을 해야겠어. 등록하면 공짜로 볼 수 있다고 하니까.”


베르반이 알려준 몇 가지 무공이 떠올랐다.


전투 마법(무공)도 일반 마법도 마법사의 성향에 맞아야 한다.


성향에 맞지 않으면 100% 완벽하게 익힐 수 없고, 마력의 소모도 심하다.


스삭. 스삭.


책장을 계속 넘겼다.


지금의 마력으로 가능한 건 힐링 같은 초급 마법뿐이다.


그것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도 없다.


리커버리(회복) 같은 고위급 마법은 내 마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신이라는 구슬에 담긴 마력의 양은 정해져 있다.


더 많은 마력을 만들려면 정신(구슬)을 더 키워야 한다.


지금의 정신으로는 무공을 얻어도 제대로 된 위력은 발휘하기는 힘들 거다.


“클린.”


우우웅.


마력이 조금 사라짐과 동시에 몸과 옷이 깨끗해졌다.


나는 몸을 살피며 흡족하게 웃었다.


“크크. 이건 편하군. 이제부터는 귀찮게 안 씻어도 되겠어.”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계속 보고 있다가 보니 주인이 돌아왔다.


그는 두려움과 갈망이 담긴 눈으로 나를 보고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주인까지 아는 걸 보니, 소문이 퍼질 대로 퍼진 모양이다.


“내 방 어디에 있지?”

“예? 예. 이층 가운데 방입니다.”

“그래. 고마워.”

“제. 제가 안내를···”

“됐어.”

“그. 그래도”


뭔가 이어서 말하려는 그를 무시하고 위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자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좀 더 익숙하게 클린을 사용하고 자리에 누웠다.


침대는 몸에 좀 작지만, 그런대로 몸을 누일 수 있어서 바로 잠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간 잠을 자고 있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일행들과 다른 용병들이 돌아오는 소리였다.


들어온 발소리가 적은 게 와이얼드와의 소문이 나서 많이 도망친 모양이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발소리와 함께 내 방문이 열렸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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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대결 전날 24.09.02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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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 와이얼드와 술을 마시다. 24.09.02 44 0 13쪽
9 009. 전투 마법(무공) 24.09.02 48 0 11쪽
8 008. 문명과 도서관 24.09.02 49 0 12쪽
7 007. 첫 경험과 귀족 신분 24.09.01 53 0 12쪽
» 006. 결투를 약속하다. 24.09.01 55 0 12쪽
5 005. 와이얼드 24.09.01 58 0 12쪽
4 004. 문의 도시, 페르미. 24.09.01 61 0 13쪽
3 003. 용병단 가입 24.09.01 66 0 13쪽
2 002. 요정을 먹다. 24.09.01 86 0 12쪽
1 001. 그르누이 24.09.01 13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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