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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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1 15:43
최근연재일 :
2024.09.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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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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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마계 전선 이상 없음 [4]

DUMMY

막사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드러누우며 내 측두엽에 있는 마석과 관련된 설정들을 모두 끄집어내 보았다.


“분명··· 마석에 대한 리스크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


마석과 관련된 설정은 2년 전에 만들어둔 설정이라서 거의 말소된 상태지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나는 가만히 누워서 고민하길 1시간,




손가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래카! 찾았다!”



* * *



갈색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여자는, 머리를 쥐어 싸매며 당황스러운 듯 막사 내부를 빙빙 배회하고 있었다.


“아아··· 큰일 났다···. 진짜 큰일 났어···.”


마탑은 이미 공산업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으로 전락해버렸고 기업은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마도 과학을 진보시켜 나가는 급진 성향을 가진 기술자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사업 개편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일.


그리하여 정통 마법의 길을 걷는 마법사들이 대거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2년 전에.


마탑에서 나름 굵직한 뼈대를 맡고 있는 기라성 같은 스승 로베르트에게서 마계 전선으로 파견 나가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계 전선에 피신해 있다가 오면 자리 하나 남겨 둘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고 에일라는 이를 수락했다.


그렇게 전장에 머무른 지 1년, 에일라는 바람 마법의 캐스팅 속도를 극한까지 깎아냈다.


전장에 머무른 지 2년, 새로운 마법을 고안했다. 그 마법의 이름을 윈드 불릿, 바람의 탄환이라는 마법이었다.


그렇게 2달이 더 지났다. 정체기에 빠진 에일라는 이곳에서 더 이상의 발전이 없으리라 판단했고 언제쯤 마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마탑으로 서신을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에일라라는 사람은 마탑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마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2년 사이 마탑은 에일라를 완벽히 잊어먹었고 로베르트도 진작에 해고 당했단다.


쾅!


“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화가 나리라. 자존심이 완벽히 구겨졌고 전장에서 개 같이 굴렸던 2년의 시간이 배반당했다.


분노가 치미리라!


에일라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로베르트 미친 새기! 해고를 당했으면 해고를 당했다고 말해줬어야지!”


에일라가 바닥에 물건을 집어 던지며 분풀이했다. 이런 곳에서 2년 동안 구른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1년을 더 머물게 생겼기 때문이다.


마탑의 호출이 있지 않고서는 이례적으로 마계 전선에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에일라는 이곳에 머무는 기간을 1년 연장한 상태였다.


2달이 지났으니··· 10달 정도 남은 셈.


에일라는 화가 나서 테이블에 있는 값비싼 마석이고 뭐고 싹 다 집어 던졌다.


그리 잔뜩 분개하고 있을 때.


촤락!


“저기요!”


푸른 머리를 가진 꼬맹이가 에일라의 막사로 들어왔다.


마법사의 막사는 집임자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엄격하게 관리되는 규율이 그러했다.


기지의 전권을 지고 있는 중대장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는 법.


그런데 웬 꼬맹이가 이를 어겼다. 에일라는 이 사실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데 마법사의 막사를 마음대로 들어오지!? 난 숙녀라고! 그 정도의 예의는 지켜야지!”


에일라는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가 아니면 팔과 다리를 분지르리라 마음먹었다. 자신은 굉장히 화가 나 있으니.


그런 에일라를 바라보는 15살 남짓해 보이는 아이는 이지가 흐르는 눈동자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제가 그쪽 마탑으로 보내 줄게요. 거래 하나 합시다!”

“······뭐?”



* * *



“그러니까··· 지금 마석을 삼킬 테니···. 마석에 있는 불순물을 흡수해달라는 거야?”

“정확하게 이해하셨네요.”


나는 그리 말하며 테이블에 있는 물컵의 물을 목으로 넘겼다.


강가에서 마시는 물이랑은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마법으로 만든 물을 직접 마셔본 건 아니지만 마나를 가공하여 만든 물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흐음···.”


에일라가 긴 다리를 쭉 펴며 나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쏜다.

아무래도 15살이 하는 말이다 보니 여러모로 믿기 어려운 모양일 테지.


“너······마석을 삼키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지?”

“네, 그래서 지대한 마법사님이신 에일라님을 찾은 거니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지.

에일라는 기쁜 마음에 입꼬리가 씰룩거렸지만 겨우 페이스를 유지했다.


“크흠··· 그렇게 말해주는 건 고맙지만···.”


에일라는 쭉 뻗은 다리를 접은 채 상체를 뒤로 뺐다. 그리곤 표정을 완전히 굳혔다.


“거절하겠어. 불순물을 내가 대신 흡수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나는 리스크를 에일라에게 떠넘기겠다는 말을 장황하게 설명한 것 뿐이다.


에일라 입장에서는 거절할 수밖에.


제안을 했다면 응당 상대를 설득할 무기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마탑은 마석이 가진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마석을 복용했을 때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건, 인류를 한 차원 더 높게 성장시킬 수 있는 엄청난 발견이죠.”


인류를 한 차원 더 높게 성장시킬 수 있다.


그 말에 에일라는 흔들렸다. 막상 들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마석의 단점을 상쇄시킨다는 것은 정말 그런 의미였다.


“그럼 대 마법의 시대가 찾아오는 거 아닙니까?”

“그, 그건···!’


내 말은 조금의 틀림도 없었고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마인 협회의 가입 조건은 마석을 삼키는 것이다. 성공한 놈들은 마인 협회의 간부가 되고 실패한 놈들은 시한부 소모품 병사가 된다.


그것이 현재 ‘마석을 복용한다’에 대한 인식.


“······.”


에일라는 이를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 이를 정말 가능하게 하면 인류의 역사책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남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불순물을 어떻게 내 몸으로 옮기는데···? 불순물은 옮긴 다음에는?”


미끼를 물었다.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깍지를 끼고 말했다.


“근데 그건 이제 그쪽이 알아내셔야죠.”


그 말을 들은 에일라는 벙찐 표정을 짓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삐죽 내밀었다.


“···뭐? 자, 잠만 뭐라고?”

“15살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셨네요.”



* * *



10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에일라는 따분한 마계 전선에서 새롭게 연구해야 할 것이 생겼고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살다 살다··· 15살짜리 꼬맹이가 하는 말을 믿을 줄이야···.”

“믿어야죠. 마법사란 무릇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고 파헤치는 존재잖아요.”


마법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마법을 발전시켜 나가는 존재다. 그와 관련된 것들도 예외는 없다.


“······너 생각보다 아는 게 많구나? 마법서에 적혀 있는 내용을 다 알고.”


나는 당연하다는 뉘앙스의 여유를 보여 줄 뿐이었다.


에일라는 약간이지만 질투심을 느꼈다.


유복한 상단주 밑에서 금지옥엽처럼 자란 에일라는, 귀족들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누리면서 지냈었다. 당연 자존심도 고집도 조금은 쎈 편이었다.


15살의 자신과 저 15살 꼬맹이와 비견될 수 밖에.


“너 되게 재수 없다.”

“그래요?”


재수 없는 건 매한가지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근데 인정할 게 네 말은 완전 허황된 말이 아니야. 마인놈들 때문에 마석에 대한 인식이 나빠서 그렇지, 가능성이 없는 얘기가 아니야.”


마석에 대한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마석의 복용에 관하여 연구하는 자들은 마인 협회 소속의 인간으로 오해받기 딱 좋다.


그를 시기하는 인간이 있으면 가벼운 선동과 날조에도 참수형에 빠지기 십상이고 그렇게 목이 잘린 인간이 꽤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석을 ‘복용’한다는 발상을 상당히 기피했다. 최고 위치에 있는 검증된 마법사들도 마석의 복용과 관련된 연구에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곳은 마석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기 좋은 위치고 마석을 수급하는 것도 꽤 어렵지 않았다.


에일라가 투명 마법을 쓰고 14km 떨어진 광산에서 슬쩍하면 되는 거다.


“마석의 이론과 논리를 종합하면 마석의 불순물을 흡수한다는 개념이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니거든.”


에일라는 마석의 성질과 마석의 마나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며 이론들을 빠짐없이 정리했고 이를 토대로 마석에 담긴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 단계에 돌입했다.


“근데 불순물이 뭘까요. 마석의 마나에 섞여 있는 이것을 단순 불순물로 치부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리 말했다. 나는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 존재를 의심 받을 테니까. 마석에 있는 마나를 단순 불순물로 치부할 수 없듯,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방대한 지식을 단순히 천재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에일라는 무언가가 번뜩였는지 날 옆으로 치우고 추가로 지물 아래 칸에다가 글자를 더 써 내려갔다. 이내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물을 높이 들어 올려 보였다.


“좋아···! 이거야! 바로 실험해 보자!”


에일라의 눈동자에 뚜렷함과 흥분이 뒤섞여 있다.


피식


“방법을 알아낸 거예요?”

“어! 완벽해! 불순물은 마나에 남아 있는 음의 기운이야!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기운이지!”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기운이라면, 디버프의 마법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다.


“디버프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확히는 음의 기운, 그 음의 기운을 내가 흡수했을 경우에 디버프 마법이 성립되는 거야! 너가 나한테 디버프 마법을 시전한 것이 되는 거니까!”


내 몸에 흡수되는 음의 기운은 내 몸의 마나와 반응하고 ???라는 성질을 띄게 된다.


그것을 에일라가 흡수하면 비로소 모두가 아는 디버프 마법의 성질이 된다.


내가 에일라에게 시전한 디버프 마법을 시전했다라는 논리와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에일라는 손가락을 팅기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디버프를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나는 답을 알았다.


“정화 마법으로 정화가 가능하다는 소리예요?”

“정답!”


역시 천재는 천재구나 싶었다. 이 정도로 정확하게 설정을 짜둔 건 아니었는데 논리적으로 오류가 없게 완벽한 답과 방정식을 고안하지 않았는가.


“네, 정답이 것 같네요.”

“하하! 그래 정답이야!”


에일라는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힌트를 알려 준 내가 기특한 거겠지.


“아앗···.”

“하하 요 귀여운 놈~.”


무튼 이제는 내 목숨을 담보로 저지르는 담대한 실험 시간이다.



* * *



“후우··· 후우···.”


나는 여느 때처럼 연무장을 달렸다. 나 말고도 연무장을 달리는 이들은 많다.


팍!

팍!

팍!


나는 전력 질주 하듯 달리며 한 바퀴 두 바퀴 빠르게 차이를 벌렸다.


병사들은 당황이 역력한 얼굴을 드러냈고 이내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저, 저 녀석 쇠약의 저주에 걸린 거 아니었어?”

“그것만 그런 게 아니야 원래 키가 저렇게 컷었나?”


4달이 빠르게 지나갔고 나는 이곳에서의 생활에 크게 적응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앞서서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적들을 베었다. 그렉에게 모험가 검술을 배워서 효율적으로 검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에일라에게 마법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화르륵!


에일라는 눈물을 머금으며 지금껏 만들어뒀던 마석과 관련된 모든 이론서를 불태웠다. 거진 40장 가까이 되는 지물을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 불태운 거였다.


“널 보니까. 이건 세상에 등장하면 안되는 이론이라는 걸 알았어. 마석의 부작용을 없애는 이론이 세상에 등장하면 이 세상은 혼란스러워 질 거야.”


에일라는 그리 말했다.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근데 그럼 마탑으로 못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에일라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랑 있으면 왠지 모르게 시간이 잘 가더라. 남은 시간 동안 애제자 하나 키워보려고.”


그런 일상이었다.


이제 마계군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작가의말

드디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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