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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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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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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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마계 전선 이상 없음 [3]

DUMMY

마계전선은 주인공의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첫 시작 포인트로 채택한 지역이었다.


마계전선에서 넘어오는 강력한 마계군을 일격으로 격살하는 원작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이팩트를 선사하려고 했지.


하지만 이것저것 개연성을 따지다 보니 마계군이 생각보다 강하게 설정되었고 결국 7천 명의 병사들을 모두 죽이고 주인공을 도망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으··· 숙취···.”


짱짱쎈 원작 주인공도 도망친다.


하지만 작가인 내가 있다면 말이 조금 달라진다.


원작의 주인공과 내가 힘을 합친다면, 마계군을 역으로 무찌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작의 주인공은 설정상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으면 되찾을 수록 강해진다.


내가 기억을 되찾아 줄 수 있었다. 10년 짜리의 모험으로 되찾는 것이 아닌 이곳에서 당장 말이다.


“제길··· 대가리 깨지겠네···.”

“크하하! 넌 술에 약하군!”


뭐 무튼 그건 그거고 이른 아침, 숙취에 찌든 채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전장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시체가 한 구를 보았다.


“···진짜냐?”


이름은 드윌란.

나이는 정해두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쪼끄맣고 초록 머리라서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드윌란은 미간이 꿰뚫려 죽어 있었다.


이 소설은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모험담을 그리려던 소설이었기에, 설명충 캐릭터가 필요했고 드윌란은 이에 걸맞는 인물이었다.


툭 까놓고 이 놈이 죽었다는 건 주인공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


“7분대 소속 드윌란은 48번째 전투에서 사망했다. 제대로 적어놔라.”

“네!”


드윌란은 주인공 덕에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주인공을 따라서 모험길에 오르는 캐릭터였다.


죽었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어떤 의미가 되는가.


이 세계에는 원작의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아, 시발 이러면 안 되는데···.”


주인공이 없다는 건 마계군을 격퇴할 주요 전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어서 땅을 파라! 아직 묻어야 할 시체가 산더미다!”


그렉이 그리 말하고 나는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름도 면식도 깊지 않은 분대원의 시체를 땅에 묻어주고 나서야. 전장을 뛰어다니면 시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제대로 묻히지 않아 팔이나 발이 삐죽 튀어나와 있기도 했고 아예 방치되어 있는 시체도 있었다.


확실한 건 전사자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드윌란 말고도 주인공과 안식이 깊은 동료들이 몇 있다. 그들의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모두 이번 전투에서 죽은 것 같다.


시체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도열을 거닐던 나는 결국 매스꺼움에 못 이겨 토를 했다.


“우웨엑!”


분대장들이 차갑게 식은 전장을 돌면서 죽은 병사들의 이름을 부르고 나는 헛구역질을 반복했다.


“3분대 소속 마커스는 전사했다.”

“네!”


5만 가까이 되는 마계군의 정예 병력을 이 병력으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하물며 내가 전자에서 이탈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지금 우리 부대에는 끔찍한 미래를 타파할 묘수가 필요했다.



* * *



“그렉 잠시 저랑 대화 좀 합시다.”


시체 묻기라는 아침 일과가 끝나고 나는 그렉을 막사 뒤편으로 불러냈다.


조금 뒤면 마계군이 쳐들어 올 것이고 나는 도망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막사 뒤편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대화하기 좋은 곳.


그렉도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이지 조금은 궁금증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뭐지?”


나는 그렉을 통해서 이 마계전선을 구원해 볼 생각이다.


다행히도 이 낯설지 않은 오지에서 그렉은 내가 만든 캐릭터 중 하나였다.


마누라가 바람났다는 설정을 넣어둔 것도 내가 넣은 설정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주인공이 이용해먹기 위해서’라고 해두겠다.


하지만 원작의 주인공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강했고 덕분이 이 캐릭터는 쓸쓸하게 개그용으로만 등장하고 잊혀졌다.


그렉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버려진 캐릭터들이 꽤 많다. 만들어두기만 하고, 설정만 만들어두고 써먹지 못한 캐릭터들이 말이다.


주인공이 이용하지 못했다면 내가 요긴하게 이용해 주면 되는 것 아니겠나.


“마계전선이 곧 무너질 겁니다.”


내 말에 그렉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예상하건대 긍정적인 쪽은 아니다.


“······추측인가? 아니면 확신인가.”


그렉의 표정이 조금 가라앉는다.


“추측입니다.”


전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다. 내 진심과 진실 만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믿기 힘들군. 일개 병사의 말을 말이지.”

“······.”


제대로 믿지 못한다면 거짓을 조금 섞으면 된다. 진실에 거짓을 숨기는 것은 병법서에도 실려 있는 최고의 설득 전략이다.


“잃어버린 기억이 조금 돌아왔습니다.”


내 말에 그렉은 말이라도 들어보자는 식으로 넌지시 이유를 물었다.


“이유를 말해봐라.”

“최후방에 아르바토스라는 전진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테죠.”

“그렇지.”

“이유가 뭘까요. 최전방이 이렇게도 열악합니다. 매 달마다 전투에서 승리했는데 이 나라는 저희를 위해서 창녀 하나 제대로 보내주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근데 ···이 나라는 30% 가까이 되는 국력을 써가며 아르바토스 전진 방어 요새를 짓고 있습니다.”


그렉은 흐응하고 콧바람을 흘렸다. 이 나라가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는 나름의 이유가 되었주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유인가?”

“더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거짓과 함께 털어냈다.


어째서 고블린들만 쳐들어오고 있는지. 고블린들은 마계에서 뭐 하는 녀석들인지,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쳐들어오고 있는지를 모두 말이다.


그렇게 그렉의 머릿속에서 이성을 담당하는 사고력을 조금씩 일깨웠다.


내가 한 말들을 모두 연결하면 근본적으로 마계에 사는 더욱 강한 놈들이 인간계를 습격할 것이라는 확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스릉!!


“네, 네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냐! 마족인가!! 날 꾀어 무슨 짓을 벌일 속셈이냐!! 처음부터 수상했어! 고블린을 죽이지 않고 도망치는 순간부터!”


당연 일개 병사가 말하기에는 너무 많고도 큰 정보였지.


“허, 마족은 이런 허술한 교란 작전을 쓰지 않아요. 거기에는 사람을 홀리는 진짜들이 있거든요. 써도 저 같은 어쭙잖은 애들을 쓰지 않죠.”

“···너, 너는 어째서! 그 모든 정보들을 알고 있는 거지?”


앞서 말했지만, 그렉의 설정은 내가 만들었다. 그랬기에 구태여 전권을 쥐고 있는 중대장을 찾아가지 않고 그렉을 찾은 이유기도 했다.


“신의 깊은 뜻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나 확실한 것은 저는 모두의 안전과 안위를 위해서 믿을 수 있는 그렉에게 이 말을 전한 것일 뿐입니다.”


그렉에게는 긴 두 줄 짜리 설정이 있다.


‘정교회를 믿는 그렉은, 마누라가 진실된 사랑의 도피를 택했을 때 심적으로 내몰렸고 더욱 정교회의 독실한 신자가 되기를 마음먹는다.’


“신이 절 돕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잃은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게 신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곧 신이요, 작가다. 신의 뜻이라는 말이 어찌 보면 당연하지.


그렉은 당황이 역력한 기색으로 천천히 검을 거뒀다. 마지막까지도 내 표정을 유심히 보는 듯했으나. 나는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그렉은 결국 진실로 받아들였다.


“······중대장에게 이 사실을 한 토씨도 빠짐없이 보고하도록 하지.”


그렉이 긍정적인 답변을 해줬다. 순간 긴장이 팍 풀리며 말에 한숨이 섞인다.


“감사합니다···.”

“더 할 말은 없나?”


딱히 할 말이라···.


내가 마누라가 누구랑 도피했는지도 설정을 짜뒀던가?


기억이 날락말락 하는데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빙의하기 전에 짜둔 설정 집이라도 보고 올걸 그랬다.


“없습니다.”



* * *



마계전선을 수호하고 있는 베네치아 공화국은 마탑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마계전선 근처에 있는 산맥에서는 마나를 품은 광물이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마석이라고 칭하였다.


마석은 마나라는 유체를 온전한 형태로 품을 수 있는 특수한 막이 있어서 대량의 마나를 얻을 수 있는 광물이었다.


인간의 마나를 착취한다는 다소 무식하고 벰파이어다운 방식이 막을 내린 이유기도 했다.


마탑은 그 마석을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토대로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 및 동력으로 움직이는 기계들을 세상에 등장시켰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들을 등장시킬 계획.


마탑은 마석의 주 공급지인 마계 전선을 잃을 수 없다.


당연, 사소한 문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에 이를 테지.


분명 5성급 마법사들을 더 파견해 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해결됐고 봐도 무방하다.


이젠 나 살아남을 길만 만들어두면 될 테다. 마계군 정예병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자.



* * *



“허억···! 허억···!”


나는 연무장을 달렸다. 강해진다고 거창하게 말해놓곤 김빠지게 연무장을 달려서 조금 김이 빠졌는가?


먼치킨스러운 성장을 기대했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정직한 단련이다.


리얼리즘이 가미된 세상에서 노력 없이 강해지리라는 마음은 흑심인 법 아니겠나.


애당초 전장이라서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도 하고 딱히 강해질 만한 요소를 안 만들어둔 지역이다.


개연성 상으로도 존재할 수 없고 말이지.


대장장이의 신 울카누스의 명작 시리즈는 모두 고대의 대륙에 존재하고.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은 일단 마계 전선에는 없다.


“허억···.”


열악한 전장에서 단련 말고는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소리다.


유일하게 날먹으로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앞서 설명한 ‘마석’을 무식하게 삼키는 행위 정도 될 테지.


“허억··· 근데 삼킨다고 해도 확률이··· 너무 낮지···.”


99.9% 확률로 원숭이 두창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미적으로 보기 안 좋아 질 테며, 내 똘똘이가 제 역할을 잃게 된다.


이것 말고도 더 있지만, 이 정도가 딱 와닿는 리크스일 테다.


정직한 단련으로도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1%의 확률에 도박을 하는 것은 사마외도의 길을 걷겠다는 말.


그런 흑심으로는 이 각박한 하드코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거다!


“허억···.”


그랬기에 나는 열심히 연무장을 달렸다.


그렇게 10일이 훌쩍 흘렀다. 정직하게 강해지리라는 내 의지는 10일이 되었을 때 완벽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철푸덕!


“흐아아!”


바닥에 엎어진 나는 숨을 헐떡였다.


나 말고도 연무장에 있는 병사들은 많다.


“저 꼬맹이 쇠약의 저주에 걸렸군.”

“불쌍하게 됐지. 나이도 어린 걸 보아하니 귀족 가문에서 버려진 걸 텐데.”


날 비소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날 깔보는 눈빛들이 등을 찌른다.


“하아··· 시팔··· 존나 힘드네···.”


힘들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대에게는 순식간이겠지만 죽을 둥 살 등 열심히 단련하길 어언 10일이다.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이곳은 인간을 제외한 괴물들이 넘쳐나는 세상.


그런 괴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정점에 도달한 포식자고, 당연 신체 능력치가 단련으로 순풍순풍 오르는 편이다.


단련으로 능력치가 단련되지 않는 인간들이 있긴 하다.


그게 나고 말이지.


“시팔··· 진짜 마석을 삼켜야 한다고···?”


살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만 한다. 내가 주인공인데 내가 죽으면 에피소드고 뭐고, 다 끝 아니겠나.


혹시 모르지 0.1% 확률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성공하면··· 시팔 인생 꽃피는 건데···.”


도박에 성공하면 체내의 마나 감응력을 최고조로 높일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쇠약의 저주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발기부전만으로 그 대가를 치를 수 없을 것이다.


마석을 삼킨다면 기본적으로 마석에 담겨 있는 불순물도 같이 흡수된다.


불순물을 내 몸에 있는 마나의 자정 작용으로 없애는 확률은 0.1% 남짓이다.


0.1%의 도박에서 실패하면 몸에 있는 마나와 불순물이 서로 작용해서 결정화되고 내 마나혈이 모두 막히게 된다.


그럼 나는 시한부가 되고 이 쇼는 계속될 수 없겠지.


하지만,


“할 수밖에 없네.”


쇠약의 저주가 확실시된 시점에서 이미 내 고점은 땅에 처박혀 있다.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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