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그림자: 불멸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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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보다
그림/삽화
리치웨스트
작품등록일 :
2024.08.31 21:32
최근연재일 :
2024.09.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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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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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불씨!

DUMMY

남쪽 끝자락,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깊은 숲속에는 홍련곡이라 불리는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아침마다 안개가 내려앉아 온 마을을 감싸고, 저녁이 되면 붉게 물드는 노을이 사방을 물들였다. 자연의 기운이 가득한 이 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져 있었고, 그곳의 사람들은 고요한 일상을 이어갔다.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세상의 소음과 거리를 둔 채, 자신들만의 평화로운 삶을 영위했다.

이 마을의 여인 정혜연은 우아함과 미묘한 기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며 살아왔지만, 누구도 그녀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다. 혜연의 긴 머리칼은 햇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빛났고, 그녀의 눈동자는 따뜻한 갈색으로, 깊은 사색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알 수 없는 고독과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혜연은 과거, 남방의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비밀스러운 문파에서 자라났다. 그 문파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숨어 지내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자들을 비밀리에 양성하고 있었다. 혜연은 문파 내에서 특별한 존재로 키워졌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져갔다. 문파는 그녀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려 했으나, 혜연은 문파가 요구하는 삶과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혜연은 문파를 빠져나와 남방의 깊은 숲속에 있는 홍련곡으로 몸을 숨겼다. 그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문파로부터의 추적을 피해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

20여 년 전, 제국의 황제 왕전은 북방에서의 전쟁을 마치고 다시 남쪽의 적들과 싸우기 위해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남하했다. 수십 년간 제국을 다스리며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강인한 인간인 왕전에게도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고요한 시간은 필요했고, 남방의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자연을 본 그는 잠시만 쉬어 가기로 했다.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을 내린 왕전은 홀로 숲을 거닐었고··· 자연에 취해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수십만의 적들에게 둘러싸여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던 왕전이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대자연의 숲에 갇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초조해지고, 식은땀이 비오 듯 흐르기 시작했다.

평정심을 잃은 왕전은 어린아이처럼 숲을 방황하고 다녔고, 해가 질 무렵 드디어 한 여인과 마주쳤다. 여인은 고요한 호숫가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선녀가 강림한듯한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그녀의 우아한 자태는 왕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왕전은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여인은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온화함과 함께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잠시 왕전을 응시한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곳은 홍련곡입니다. 세상과 떨어져 있지만,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이지요.”

왕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의 말투와 행동에서 세상의 소음과는 거리가 먼 평온함을 느꼈다. “그대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듯하군요.”

여인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제게 소중한 안식처입니다.”

그날 저녁, 여인은 왕전을 마을로 초대했다. 마을사람들은 손님을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만찬연을 준비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렸다. 여인은 왕전의 내면에 깃든 고독함을 느꼈고, 왕전은 그녀에게서 잊고 있던 따스함을 발견했다.

연회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마을의 호숫가를 거닐며 밤이 깊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달빛 아래에서 여인은 왕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왕전은 그녀의 부드러운 말투와 기품에 매료되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마음을 열었다. 왕전은 여인에게서 잠시나마 위로와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왕전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것과 여인의 이름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여인을 찾고 싶은 욕구가 치솟기도 했지만, 왕전은 그녀를 놓아주었다. 왕전은 가질 수 없는 여인이었고, 배신과 질투가 일상인 왕국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그날의 기억을 가슴속에 간직한 채 다시 제국 황제로서의 길을 걸어야 했다.

···

왕전과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혜연은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혜연은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문파의 장로는 혜연이 여자의 몸에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절대로 임신을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불러왔고, 10개월이 지나 우람찬 아들을 낳았다. 혜연은 자신의 성을 따서 정성준이라 이름 지었다.

성준은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재능을 지닌 아이였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깊은 산속의 연못처럼 맑고 투명했으며, 그의 행동에는 조숙함이 엿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특별한 아이로 여겼지만, 혜연은 그가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랐다. 허나 세상은 성준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성준이 일곱 살이 되던 해, 혜연이 잠시 집을 비우고 마을을 떠나 있던 때였다. 홍련곡에서는 매해 봄,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었고, 겨우내 묵은 잡초와 덤불을 태우며 땅을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바람이 바뀌면서, 성준이 혼자 있던 집으로 불길이 쏠리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급하게 달려갔지만, 불길은 삽시간에 번져 성준의 집을 집어삼켰다. 모두가 성준이 그 불길 속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불길이 잦아들고, 마을 사람들은 시체라도 찾으려는 마음으로 그곳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들이 목격한 광경은 믿기 힘든 것이었다. 집은 이미 불타고 없었지만, 그 한가운데에 성준이 홀로 서 있었다. 그의 옷은 모두 불에 타버렸고, 몸은 그을려 있었으나 심각한 화상은 없었다. 성준은 고요히 눈을 감고 서 있었으며, 마치 불길이 그를 피해 가기라도 한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성준의 눈동자는 강렬한 빛을 내뿜었고, 이를 본 사람들은 저도 모를 경외감에 휩싸였다. 이후, 사람들은 성준을 “화신의 현신”이라 부르며 그를 두려워하고 또 존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혜연은 아들의 능력이 드러날수록 불안함을 느꼈다. 성준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면 마을과 아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성준에게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기를 간절히 당부했다.

그러나 성준은 자신의 힘과 그 힘이 가져오는 갈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세상 밖을 궁금해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능력을 가졌는지 알고 싶어 했다. 어느 날 밤, 성준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거대한 불새가 하늘을 가르며 날고 있었고, 그 불새는 성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너의 길은 이곳에 머무르지 않으리라. 불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네 운명의 불꽃이 타오를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성준은 그 예언적인 말을 곱씹어 보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성준은 다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성준이 스물한 살이 되던 해,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와 세상이 뒤집힐 듯한 번개가 치던 날밤, 성준은 다시 한번 어릴 적 꾸었던 그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선명했고,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렬한 충동과 죄책감마저도 느끼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

북방의 끝자락,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산맥 아래에는 백설골이라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한겨울의 정령들이 숨 쉬는 것처럼,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고 있었으며, 대낮에도 은은한 푸른 빛이 세상을 감쌌다. 눈이 내릴 때면 마을은 마치 세상의 끝에 있는 것처럼 고요했고, 눈 속에 잠긴 얼음강은 천 년의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주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눈과 얼음의 심장'이라 불렀다. 자연의 압도적인 위엄 앞에서 사람들은 경외심을 느끼며, 백설골의 사람들은 그러한 자연의 품 속에서 고요하고도 단단한 삶을 이어갔다.

설아린은 이 백설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인이었다. 그녀는 마치 얼음 속에 숨겨진 보석처럼 투명하면서도 날카로운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아린의 피부는 눈처럼 맑고 흰 빛을 띠었으며, 그녀의 눈동자는 바다처럼 깊고도 푸르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아린은 늘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으며, 그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한 그녀의 성격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고독과 비밀스러운 가문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린의 아버지, 설강휘는 북방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인물로, 제국의 북쪽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백설골의 절대적인 지도자였다. 강휘는 얼음과 눈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 지식을 딸에게도 전수했다. 그는 북방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가족과 부족을 지켜냈다. 아린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과 책임감을 보며 자랐고, 그것은 그대로 아린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린의 어머니, 이연희는 북방의 가장 강력한 가문 중 하나인 이씨 가문 출신이었다. 이씨 가문은 북방 전체를 통제할 만큼 강력한 세력으로, 수세기 동안 북쪽 땅을 지켜온 명문이었다. 연희는 이 가문의 귀한 딸이었지만, 그녀는 가문이 정해준 운명과 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다. 연희는 자신의 선택으로 백설골의 지도자인 설강휘와 결혼하게 되었고, 이 결혼으로 인해 그녀는 가문에서 파문까지 당해야했다. 연희는 가문을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택했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가장 추운 곳에 있지만, 세상 따뜻한 남편이있고, 자신을 똑 닮은 아린이 있기에 행복했다.

설아린은 어머니 이연희에게서 강인함과 따뜻함을, 아버지 설강휘에게서 냉정함과 결단력을 물려받았다. 아린은 두 부모의 영향을 받아 누구보다 강인하게 자랐지만, 그 마음속에는 늘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이 땅과 가족을 사랑했지만, 그 책임감과 운명의 무게가 때로는 그녀를 짓누르기도 했다.

어느 추운 겨울밤, 아린은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얼어붙은 바다 위를 걷고 있었고, 그 끝에서 서리가 휘감긴 검은 불꽃을 발견했다. 검은 불꽃은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고, 그것을 쥐려 하는 순간 불꽃이 아린을 집어 삼켰다. 아린은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지만, 불길은 점점 더 거세 지더니 급기야 백설골을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아린은 꿈속에서 느꼈던 그 차갑고도 뜨거운 기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 꿈이 단순한 예지몽이 아니라, 앞으로 닥쳐올 운명을 예고하는 신호임을 직감했다. 아린은 어머니에게 꿈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 사이에서 말이 맴돌 뿐 쉽게 꺼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불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자신과 고향,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협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린은 매일매일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 훈련에 몰두했다. 얼음의 기운을 다루는 법, 눈 속에서 살아남는 법,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차갑게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의 강인함은 눈과 얼음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고, 아버지 설강휘조차 딸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린은 점차 커져가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아린이 성장할수록 원인 모를 불안감은 더욱 커져갔고, 아린의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기도 했다.

20살이 되던 생일날 저녁, 아린은 자신의 결심을 부모님에게 털어놓았다. “아빠, 엄마, 저는 고향을 떠나 왕도로 갈 생각이에요.” 이유를 말하지도 않았고, 오직 자신의 결정만을 말했다. 설강휘는 자신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아린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이연희도 승낙해 주었다. 자신은 자신의 부모처럼 딸의 길을 막지 않으며, 자식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살았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딸의 결심을 지지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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