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총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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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물리
작품등록일 :
2024.09.02 08:52
최근연재일 :
2024.09.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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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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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아카데미로 출발! (2)

DUMMY

"그래서, 자네가 도련님과 함께 프리마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마커스가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재키님이 아주 간곡히 부탁하셔서 내가 기꺼이 들어주기로 한 거죠." 잭이 호박파이를 양껏 물어먹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갈덴 마을의 특산품인 호박으로 만든 만큼 꽤 고소하니 맛있는 파이었다.


'여전히 허풍이 심하고 무례하군. 허풍으로 재키 님을 속여넘길 순 있어도, 나한테는 안 통할거다. 일단 증명할 기회를 줄까.'


"재키님께 보인 마법을 나에게도 보여줄 수 있나?" 마커스가 정중하게 물었다.


"아쉽게도 힘이 다 떨어져서, 못 보여드릴 것 같아요." 잭은 파이가 담긴 접시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이세계에서의 첫 끼니인 탓이었다.


정말 저 허풍쟁이 녀석이 재키 님의 힘이 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프리마 아카데미 입학 시험을 통과할 만한 역량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입학 시험을 압도적으로 통과하겠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힘이 다 떨어졌다는 핑계를 대는 것만 봐도, 녀석은 마법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톡스를 홀로 쓰러뜨릴 정도의 마법사라면, 이미 낮중에 마력을 충전하고도 남았을 텐데?" 마커스가 날카로운 눈빛을 띄며 추궁했다.


"아하! 기사님, 정말 너무하시군요. 됐습니다, 안 갑니다. 제가 엄연히 도움을 주려는 입장인데, 밥 먹기도 불편해서 못가겠네요." 잭이 호박파이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잭, 기분 나빴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같이 가자." 재키가 말했다.


"그럼, 네 기사님께 좀 말해서 그만하라고 해주는 건 어때? 아무리 오늘 나한테 큰 도움이 됐다고 해도, 이제는 소화가 안 될 지경이라고." 잭이 말했다.


웃기지도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도련님이 더욱 안쓰러웠다. 밀리언 가의 배다른 막내아들로 태어나 형제들의 심한 견제를 받아왔으니, 실력있는 또래 친구도 만들 수 없었기에 저런 녀석에게 휘둘리시는 거겠지.


다른 귀족가의 자제들은 서로 친분을 쌓으며 본인들의 위치를 유리하게 조성하고 있는 상황. 지원서를 넣는데 차별이 없는 프리마 아카데미라도 아카데미는 아카데미. 귀족가의 자제들이 주류가 된다. 지금까지는 재키 님이 가진 낙천적인 성격과 검사로서 특출난 재능 덕에 큰 걱정이 없었지만. 아카데미부턴 다르다.




저 녀석이 믿을 만한 인성을 가졌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니. 사람들이 밀리언 가의 아들이 이런 상황에 놓였다는 걸 알면 비웃을 것이다.


“도련님, 전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마커스는 그냥 자리를 피해주기로 했다.


“마음씨 착한 기사님이시군. 재키, 이제 아카데미로 갈 계획을 같이 세워 보자구.” 잭이 말했다.


"일단 아카데미의 입학시험 시작일까지 3주 정도 남았어. 프리마 아카데미의 입학 원서 접수 마감일자는 다다음주 금요일이니까, 다음 주 토요일에 출발하면 괜찮을 것 같아."


재키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재키. 내가 까먹어서 물어보는데, 오늘은 무슨 요일이야?"

까먹었다는 말은 거짓말. 이세계의 요일 따위를 잭이 알 리가 없었다.


"오늘은 목요일. 여행 준비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어, 마커스 경과 마을 사람들이 여행 채비를 도와줄 거야." 재키가 말했다.


"이곳에서 프리마 아카데미까지는 얼마나 걸리는데?"


"사흘 정도?"


"사흘 동안 걸어야 한다니. 정말 즐겁네 하하. 혹시 지도 있나? 같이 경로를 보며 수정해 보자고."


재키는 가지고 있던 왕국의 지도를 펼쳐 보였다. 갈덴 마을에서 프리마 아카데미가 있는 왕국의 수도 베른까지의 경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험한 산악 지대와 마수 출현 위험 지역들을 피하는 경로로, 호위를 대동한 상인들이 다니는 길과 상당수 겹쳤다.


잭은 지도를 촬영한 다음 이리저리 돌려보며 하루라도 걷는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없을지 찾아 보았지만, 그냥 재키가 설정한 경로를 따르기로 했다.


"좋아, 그냥 네 경로를 따르자고. 다리가 아주 튼튼해 지겠어." 잭이 말했다.


"그래도 첫날 밤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관에서 밤을 지낼 수 있어. 특히, 셋째 날에 들리게 될 에피르는 왕국의 주요 도시인 만큼 꽤 괜찮을 거야." 재키가 지도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유쾌한 진드기와의 동침도 썩 괜찮지. 특히 옴이 암컷 비율이 높다던데 옴 진드기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입학 시험에 가지고 가야 할 준비물 같은건 없어?" 잭이 물었다.


"딱히, 프리마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은 준비물에 대해 딱히 신경 쓰지 않거든."


"단순해서 좋군, 재키 앞으로 잘 해 보자고." 잭이 주먹 인사를 건넸다.


"그래." 그들은 피식 웃으며 서로의 주먹을 부딪쳤다.


이세계에서의 첫날 밤은 다행히도 생각보다 특별(뱀파이어나 귀신같은게 나올 줄 알았다) 하지 않았다. 잭은 오늘 하루 일어난 일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다가 톡스가 떠오르자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밤은 오랜만이었다. ‘낭만 넘치는 이세계에서의 모험!‘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곳에서의 기록들은 꽤나 의미가 있을 듯 싶어 가능한 매일 밤 영상일기를 남길 생각이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로 이세계에 오게 된다면, 내 영상 일기들을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은 자신의 자취를 세상에 남기고 싶어하는 법이다.



***


다음날 아침, 기분 좋은 시골의 냉랭한 공기.


“컨트 아저씨, 여긴 잭이라고 하는 친구에요.”


재키가 잭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흠 반갑네 잭, 난 이 마을의 대장장이 컨트다." 건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서, 도련님께서는 무슨 일로 대장간에 오셨소?"


"잭이 이 대장간을 몇일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재키가 대답했다.


"흐음...그건 살짝 곤란합니다 도련님. 그저께 옆마을에서 곡괭이를 대량으로 주문해서 말입니다.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제 신용에도 문제가 생기고..." 컨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재키는 주머니에서 오리온 금화 하나를 꺼내 컨트에게 스윽 건넸다. 컨트는 금화를 보고는 깜짝 놀라 지켜보는 이는 없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잽싸게 금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큰 돈이었다.


"이쪽으로 오시게나. 잭, 혹시 대장간의 시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가?" 마커스가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요 갈색수염 아저씨." 잭이 말했다.


재키와 컨트를 대장간에서 내보낸 뒤, 잭은 아우라를 시켜 어제 설계한 도면을 홀로그렘에 띄운뒤 작업을 시작했다.


“좋아, 재밌는 도전과제 시작이다. 미션은 중세 수준의 재료와 인프라로 최첨단 권총 만들기! CNC 머신도 없지만 상관없지. 아우라, 신나는 노래 틀어줘. 아, 밖에까지 들리진 않게 볼륨조정해서 말이야.“


“우선, 총신부터 시작해보자고.” 그는 말하면서 철 덩어리를 집어 들었다. 삐쩍 마른 소년의 몸으로 들기에는 꽤나 무거웠다.


“좋아, 철이야말로 이 시대의 알파이자 오메가지, 물론 항상 사용했던 합금보다는 무겁고, 다루기 까다롭긴 하지만. 우선, 철광석을 녹여서 다루기 쉽게 만든 다음, 거푸집을 사용해 총신 모양을 잡아줄 거야.”


그는 물과 점토와 적당히 혼합한 뒤, 작은 나무틀을 가져와 모래를 그 안에 단단히 채워 거푸집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강철이 녹아도 모양이 유지될 거야.“


이후 그는 총신의 모양을 만들기 위해 나무 원통에 패턴을 세심하게 새긴 뒤, 모래 위에 눌러놓았다. 패턴은 총신의 내부 모양을 만들어줄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원통을 부드럽게 빼내었다. 그는 손으로 모래거푸집의 형태를 점검했다.


‘훌륭하군, 제대로 굳으면 바로 강철을 녹여 부어줘야겠어.‘


잭은 대장간에서 용광로를 가동하여 철광석을 녹이기 시작했다. 강철을 녹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500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했기에, 녹이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다.


강철이 모두 녹자, 잭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거푸집 안으로 부었다. ’이제 이 녀석이 굳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


’하아, 열 시간도 넘게 이 짓을 하고있으니 온몸이 쑤시는군.‘




“아우라, 음악 꺼. 오늘은 여기까지 할 거야.” 잭이 박수를 탁 치며 말했다.


“내 음악 선정 어땠어 잭?” 아우라가 물었다.


“최악이었어, 중간에 클래식은 도대체 왜 튼거야?”


“내 맘이야 잭. 그리고 기상 알람 설정해 줄까? 이곳 시간으로 6시 정도로.“ 아우라가 말했다.


”아니, 6시 30분으로 부탁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거든.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서 다 식어버린 파이를 씹어먹고 싶어.“ 잭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



이런 개 같은 아우라. 나는 이세계에서의 이른 아침에 기상나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우라에게 마구 화를 내며 따졌지만 한국 남성들의 기상 빅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효과적인 알람 소리를 선정했을 뿐이라고 뻔뻔하게 알려왔다.


어쨌든 계속해서 권총 제작을 이어갔다. 가장 만드는 데에 고비였던 과정은 총신 내부에 강선을 새기는 작업이었는데, 총신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몇 시간째 대패질을 해대는 건 청소년기의 몸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선을 만들고, 설계한 방아쇠 매커니즘에 맞추기 위해 마정석을 조각내 가공하여 방아쇠 부분을 만들고, 손도끼로 참나무를 깎아내어 그립을 만들기까지 꼬박 5일이 걸렸다.


재키는 내가 매일 대장간에서 뭔 짓을 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며 몇 차례나 구경해도 좋냐고 물어보았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나의 최대 무기인 기술력을 유출시킬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방아쇠의 마정석에 대응할 장치를 만들어야겠지.’ 허름한 가죽 주머니에서 빛나는 마정석을 꺼냈다. ’이게 이 권총의 핵심이야. 이 가공한 마정석을 총 내부의 충격 흡수 메커니즘과 연결해두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마정석이 즉시 운동 에너지를 방출해서 총알을 발사할 수 있게 될 거야.’


나는 방아쇠 부분과 총신 내부에 마정석을 넣을 작은 구멍을 만들고, 섬세하게 조립해 나갔다.




“이제 모든 부분이 제대로 결합되면, 이게 중세 시대에서 가능한 최고의 기술이 담긴 권총이 되는 거지. 물론 내가 만든 거니까 더 완벽하겠지만.” 아우라에게 뽐내 보였다.


"그래, 초딩 티 못 벗은 중학생이 장난감 총을 자랑하는 꼴 잘 봤어." 아우라가 툴툴대며 말했다.


완성된 권총을 들어 살짝 회전시키며 한 번 더 살펴봤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립 부분. 욕심을 내 멋을 낸 보람이 있었다.


***


어느새 프리마 아카데미로 떠날 날이 다가왔다. 갈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길가에 나와 잭과 재키를 배웅해 주며 여러 가지 간식들을 주섬주섬 챙겨 주었는데, 재키가 마을에 위험이 닥칠 때마다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재정적인 부분에서.


마을의 어린 소녀들 중 일부는 재키가 마을을 떠나는 것에 매우 슬퍼하며 통곡했다. 그의 잘생긴 외모 탓이었다.


"잭, 잠시 이리 와보게." 마커스 경이 말했다.


"예 기사 나으리~" 잭이 대답했다.


"자네를 완전히 믿진 않지만, 어쨋든 도련님을 잘 부탁한다." 마커스 경이 잭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오, 마커스 경, 신세 많이 졌죠, 감사합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보디가드는 사양할게요. 제 할일도 바빠서." 잭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부탁한다고 말할 게 아니었군. 재키는 강하니까. 그냥 내 말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란 얘기였네." 마커스 경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물론이죠." 잭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키 도련님!" 마커스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소리쳤다. 재키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입학 시험 탈락하길 바라겠습니다! 빨리 마을로 돌아와서 돈이나 대 주십시오!" 마커스가 호탕하게 말했다. 그의 눈가가 촉촉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사양하겠어. 돈은 이제 알아서 마련하라고!" 재키가 소리쳤다.


"재키 형, 언제든 돌아와도 환영이야!"


"재키 오빠 꼭 돌아와야 해!"


"재키 무사해야 한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재키를 향해 응원의 한마디를 날렸다. 당연하겠지만, 잭에 대한 응원의 소리는 별로 없었다. 마을에 머무는 동안 저택과 대장간만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잭이 인근의 숲에서 식물들을 뽑아가는것을 본 사람도 몇몇 있긴했다.


'나한텐 아무런 응원도 없군. 당연한 일이지만 살짝 서운한걸.'


"어이 잭. 대장간을 훌륭하게 바꿔 놓았던데!"


대장장이 컨트가 잭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지저분하고 비효율적으로 세팅되어있길래 싹 바꿔놨죠. 설마 손해배상청구하는건 아니죠?"


"하하하!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나중에 꼭 잭과 함께 무사히 돌아오게. 그땐 용광로 온도를 높인 방법도 좀 알려주게나." 컨트가 호쾌하게 웃었다.


"그거 특허 기술이에요. 특허비 내시면 알려드리죠."


"특허가 뭐냐?" 컨트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런 거 있어요. 어쨋든 감사합니다. 저의 행운을 빌어주는건 아저씨 밖에 없네요." 잭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잭과 재키는 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건넨 후, 그들 일행은 프리마 아카데미로의 여정에 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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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좋아, 아카데미로 출발! (1) 24.09.11 1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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