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룡의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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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운™
작품등록일 :
2024.09.02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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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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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자

DUMMY

‘도대체 쟤 정체가 뭐야?’

궁금해진다.

전날 수영부 풀장에서 보았던 장영훈은 생계와 학비 때문에 열심히 알바를 뛰는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에 춘희, 지태, 진수에게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무슨 경제 전문가나 기업 애널리스트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 이유로 어이가 살짝 없는 조민아였다.


* * *


한참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시고 먹었다.

“2차 가자.”

꽤 술에 취한 성호가 오른손을 머리 높이 번쩍 들었다 내렸다.

그러자 역시 술에 꽤 취한 진수가 동의하듯 성호에게 물었다.

“어디로요?”

“노래방.”

성호가 주저 없이 대꾸했다.

그러자 대뜸 춘희가 공감하듯 답했다.

“콜.”

춘희 역시 술에 취한 것 같다.

오른손을 들어 입에 대더니 앞으로 가볍게 튕긴 다음 머리 높이 들었다 내렸다.

“갑시다. 2차. 노래방.”

지태가 동의하듯 목청을 높였다.

아무래도 계속 마시다가는 다들 대낮에 꽐라가 될 것 같다.

적어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하면 어느 정도 땀이 나면서 술이 깨겠지.

아 참,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숙취 음료를 애들에게 사 먹여야겠다.

그래야 숙취 때문에 다들 고생을 안 하지.

나름 후배들을 엄청 챙기며 자상하고 좋은 선배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그래야 이후에 후배들에게 선배로서의 말발이 팍팍 먹힐 테니깐.


* * *


조민아는 맥주잔을 들며 장영훈이 한 말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기업 체질이 바뀌면 직원들 역시 바뀌어야 한다.

같은 광고라고 해서 같은 것이 아니다.

피혁 가공과 의류 판매는 같은 광고라는 틀 안에 있지만, 엄연히 서로 다른 분야다.

맥주잔을 입에 대며 몇 모금 마시는 조민아가 슬쩍 장영훈을 흘겨보았다.

정체가 뭘까?

그사이 조민아와 함께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수영부 후배들이 서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민아. 선배 좀 봐,]

[어? 어딜 보는 거지?]

[에? 남자를 보는 것 같은데.]

조민아가 장영훈을 계속해서 흘겨보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은 오해했다.

조민아는 엄마가 사장인 (주)승아 산업에 관한 얘기에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수영부 후배들이 보기에는 조민아가 장영훈에게 모종의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도 안 돼.

저딴 애에게 민아 선배가?

헐?

후배들은 하나같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무언의 대화를 계속 주고받았다.

못 믿겠어.

믿을 수 없어.

다들 조민아가 장영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 * *


얼마 후.

학교 인근에 있는 지하 노래방.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금 룸이 다 차고 딱 하나 남았는데.”

카운터에 서 있는 아줌마가 난감한 기색을 지었다.

지태가 재빨리 말했다.

“저희 주세요.”

말하기 무섭게.

“뭔 소리야? 우리 주세요.”

수영부 방진영이가 말하고 나섰다.

지태가 방진영을 돌아보았다.

“어이. 수영부. 우리가 먼저 왔어.”

방진영이 질세라 급히 말했다.

“뭔 소리야? 우리가 너희보다 먼저 왔다고.”

“야아.”

“뭐어어?”

지태와 방진영이 옥신각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성호를 포함하며 수영부 애들까지.

다들 서로 말다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줌마가 급히 소리쳤다.

“그만, 그마안.”

그리고······.

“12인용 룸이니깐. 너희들 모두 함께 써. 어때?”

제의했다.

“싫은데요.”

지태에 이어.

“우리도 싫거든.”

방진영이 대꾸했다.

그러자.

“그럼. 너희 둘 다 못 쓰는 거지. 다른 집 가 봐.”

성호가 급히 말하고 나섰다.

“아닙니다. 같이 쓰겠습니다. 그런데 계산은요?”

“반반씩 내.”

“예에에.”

성호의 대답에 조민아가 말하고 나섰다.

“너희가 써. 우린 다른 곳으로 갈 테니깐.”

조민아가 돌아서며 수영부 후배들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성호가 말했다.

“다른 곳도 아마 룸이 없을걸.”

조민아와 수영부 후배들이 거의 동시에 몸을 움찔거렸다.

성호가 그들을 돌아보았다.

“오늘 강의가 올 캔슬이야. 애들에게는 아주 노난 날이지. 학교 주변 술집이나 노래방이 지금 우리 학교 애들로 바글바글이라고.”

성호의 말에 조민아가 망설였다.

그러자 수영부 후배들 중 한 명인 이양희가 조민아를 쳐다보았다.

“선배. 성호 쟤 말이 맞아요.”

조민아는 내키지 않는다는 기색을 지으며 망설였다.

난 그사이 뒤로 물러나 서서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았다.

‘쩝.’

이런 상황에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괜히 나서서 이러쿵저러쿵하면 선배 체면과 위신이 안 선다.


* * *


결국······.

함께 쓰게 되었다.

아줌마가 캔 맥주와 소주. 그리고 맥주잔과 마른안주를 테이블에 깔아 주었다.

소맥.

곧 아줌마가 나가고. 동아리 방 애들과 수영부 애들이 서로 마주 보며 긴 일자의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

성호가 나섰다.

“자자, 이럴 게 아니라. 기왕 같이 룸을 사용하게 됐으니.”

제의했다.

“각기 한 사람씩 노래를 불러. 총 점수를 합산하여 낮은 점수가 나온 쪽이 모든 계산을 하는 것으로······.”

독박.

방진영이 거칠 것이 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콜.”

그러자 몇몇 수영부 애들이 방진영을 돌아보았다.

방진영이 애들을 쳐다보았다.

“재들 노래 못 불러. 우리가 재들보다 노래 잘 부르면 돼. 노래방하고 이 술들 모두 재들이 계산하게 하면 돼. 안 그러냐?”

공짜로 놀고 마시자.

방진영의 말에 이양희가 적극 찬동하고 나섰다.

“좋아. 설마 우리 수영부가 쟤들보다 노래를 못 부르려고.”

자신만만했다.

그때 춘희가 말하고 나섰다.

“노래하기 전에 먼저 소맥 한 잔 원 샷.”

다들 춘희를 쳐다보았다.

태연한 춘희.

“그 정도 재미는 있어야지. 맹숭맹숭 맨정신으로 노래를 불러 점수 올리는 것은 좀 그렇잖아.”

공정한 룰을 꺼내 든 춘희였다. 은근 지고 싶지 않은 눈치다.

승부욕이 느껴졌다.

이양희가 대꾸하고 나섰다.

“좋아. 까짓것. 소맥 한 잔 정도야.”

어이가 없다.

‘지들이 무슨 술꾼이야. 소맥 한 잔이 무슨 까짓것이야.’

속으로 중얼거리며 맥주잔을 쳐다보았다.

한두 잔이면 몰라도 4, 5잔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은데.

술 깨러 노래방에 왔는데. 노래방에서 다시 또 술에 취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줄이야.

이건 좀 아닌데.

불안했다.

다들 술에 취해 꽐라가 되어 소파에 쓰러져 코를 드르렁드르렁 고는 상황이 눈에 선하다.

급히 말하고 나섰다.

“잠깐. 그건 좀 무리······.”

내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조민아가 말하고 나섰다.

“좋아. 한 잔으로는 그렇고. 세 잔 원 샷.”

헐.

조민아.

저게 지금 노래방에 술 마시러 온 줄 아나?

아무래도 운동선수다 보니 승부욕이 있는 것 같다.

방진영, 이양희를 비롯한 수영부 애들이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굿.”

“선배. 콜.”

“야아. 쫄리면 니들은 그냥 꺼져.”

도발적인 말에 지태, 춘희, 진수가 맞받아쳤다.

“OK.”

“세 잔, 가 보자고.”

“굿.”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상황 전개에 급히 말리려 했다.

“야야, 얘들아.”

그런데······.

“이야, 오늘 재미있겠는데.”

성호가 바람을 잡았다.

“야!”

급히 성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성호가 날 돌아보더니.

“훈아. 오늘 공짜로 노래하고 술 마시게 될 것 같지 않아?”

성호.

이 자식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버렸다.

아, 놔아.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심히 우려하는 상황이 틀림없이 일어날 텐데.

이 미친것들이 맥주잔으로 소맥 세 잔 원 샷 후 노래라니.


* * *


슬그머니 룸을 빠져나왔다.

화장실 계단 앞으로 걸어가 서며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끄응. 이 집은 화장실이 정말.”

절대 두 사람이 함께 오갈 수 없다.

한 사람이 계단을 내려오고 동시에 다른 한 사람이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폭이 안 된다.

“휴우우······.”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봤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계단의 각도가 장난 아니게 높다.

술에 취해 발을 디디면 그대로 아래로 떼굴떼굴 구를 게 분명했다.

사람 다치기가 쉽기에.

그것을 알기 때문인지 계단 양쪽 벽에 스테인리스 봉을 설치해 두었다.


* * *


계단을 다 올라왔다.

왼쪽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다.

누군가 안에 있으면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안에 있는 사람이 남자라면 다행인데. 여자일 경우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기에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온갖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틈새.

한 사람이 서서 조용히 담배를 피우기에 최적의 장소.

이 노래방 안에는 별도의 흡연실 같은 것이 없다.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들.

나보다 먼저 다녀간 선객들.

흩뿌려 놓은 듯 땅에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들을 보니 아무래도 우리 학교 애들 같다.

담배 종류가 아저씨 취향이 아니다. 젊은 애들 취향이다.


* * *


후우우우우.

담배를 피우며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건물 벽.

답답하다.

“이런 노래방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쩝.”

가장 규모가 크고 서비스가 좋으니 뭐······.

“그나저나 어쩐다?”

죄다 꽐라가 되었다.

가뜩이나 오기 전에 술을 퍼마셨는데.

노래방에 와서 소맥 세 잔 후에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다들 잔뜩 술에 취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나를 제외하면 얼추 열 명이다.

마음 같아서는 몰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데.

명색이 선배가 술 취한 남녀 후배를 노래방에 버려두고 혼자 도망치는 건 좀.

‘확실히 비겁해. 그래도 선밴데.’

느는 게 한숨이다.

꽐라가 된 열 명을 어떻게 처리한다?

한 명씩.

택시에 태워 집으로 보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학교 동아리 방에 데리고 가서 소파에 눕히는 것도 고려해 보았다.

한 놈 정도는 데리고 교내로 들어가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놈은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 혼자서 술에 엄청 취한 열 명을 어떻게 하냐고?

‘망할······ 이럴 줄 알았다니깐.’

틀림없이 시간이 되면 아줌마가 멀쩡한 나더러 데리고 나가라고 할 텐데.

아님 경찰을 부를 텐데.

어쩌지.

망할.

내가 진짜 두 번 다시는······ 차라리 나 혼자서 마시는 것이 낫지.

담배를 피우며 꽐라가 된 열 명의 처리 방법에 관해 고심에 빠졌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누군가를 불러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전화해서 노래방으로 부를 사람이 없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인 그분들에게 미리 송구함을 표했다.

궁즉통이라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나도 참······.’

지금 이 순간 두 가지를 깨달았다.

나도 은근 진상 기질이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는 진상 기질이 있다는 것.

“쩝.”

입맛을 다셨다.

내가 나쁜 놈이 아닌데. 처한 상황이 나를 아주 나쁜 놈으로 만든다.

망할······.


* * *


흡연 후.

맞은편 화장실로 가 작은 볼일을 보려 했다.

화장실 출입문 앞에 이르러 섰다.

척.

그러자 아주 오래된 문손잡이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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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주식회사 승아 산업 +1 24.09.18 180 7 11쪽
18 상황 유발자 +1 24.09.17 236 6 12쪽
17 동아리 방 +1 24.09.16 252 6 12쪽
16 잡았다 요놈 +1 24.09.15 315 8 11쪽
15 트리거 건 +1 24.09.14 319 8 11쪽
14 북촌 능구렁이 +1 24.09.13 339 9 11쪽
13 사고사 +1 24.09.12 368 8 11쪽
12 악우 소성호 +1 24.09.11 367 10 11쪽
11 딜레마 +1 24.09.10 381 10 11쪽
10 이른 아침에 똥 밟았다 +1 24.09.09 409 11 11쪽
9 다시 뛰는 알바 전선 +1 24.09.08 414 11 11쪽
8 태경 제약 +1 24.09.07 433 11 11쪽
7 한 성질 하는 녀석 +1 24.09.06 438 10 11쪽
6 난장 +1 24.09.05 444 10 11쪽
5 마른하늘에 날벼락 +1 24.09.04 452 9 11쪽
4 큰 사모님 +1 24.09.03 466 11 11쪽
3 결단의 모정 +1 24.09.02 488 11 11쪽
2 거산 의료원 +1 24.09.02 514 11 11쪽
1 막을 수 없는 운명 +1 24.09.02 61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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