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급 요리 스킬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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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수자리
작품등록일 :
2024.09.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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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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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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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불쌍해

DUMMY

우당탕탕.

나도 키키도 뒤집어졌다.


“파르나스 사제님이 성녀님?”

“성녀님과 아는 사이였냥?!”


둘 다 놀라 자빠진 상황.

스승님은 흥미로운 표정이다.


“오호라, 일이 재밌게 됐군. 그 목걸이, 별다른 신앙도 없어 보이는데 하고 있길래 뭔가 했더니 사제에게 선물로 받았나보구나.”

“그, 그것도 그냥 사제가 아니다냥. 지금은 성녀님이라고 불리는 엄청 대단한 사제님의 목걸이다냥.”


나도 얼떨떨했다.

성녀라고 하면 잔 다르크 같은 거 아닌가.

신의 계시를 듣고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 말이다.


“하긴 신의 계시를 들었다니까 성녀님이 맞긴 하구나.”

“당연하지냥! 아이 참, 케인님은 신의 계시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다냥. 교황님도 국왕님도 파르나스 사제님 앞에서는 먼저 꾸벅 인사해야 한다냥.”

“헉···!”


엄청난 권력자구나!

이제야 좀 이해가 간다.


“그런 사제님한테 무려 인장 목걸이를 받았다니, 이건 동네방네 자랑해도 된다냥! 나였다면 배달 가는 곳마다 내가 성녀님이랑 아는 사이라고 자랑했을 거다냥!”

“아··· 그건 좀.”

“왜냥?”

”그런 사실은 잘 숨기고 있다가 진짜 필요한 때에 극적으로 밝혀야지.”

“그런 거냥? 하긴 나도 얄미운 동료 녀석을 놀려줄 때 속이 후련했다냥. 이해했다냥.”


똑똑한 고양이다.


“그래서 그 신의 계시라는 건 무슨 내용이었어?”

“그게 말이지냥. 생명의 여신님이 무슨 특별한 음식을 찾고 있다고 한다냥. 뭐였더라···.”


잠시 생각하던 키키가 아! 하며 말했다.


“샌드위치! 맞아, 샌드위치였다냥. 그걸 만든 사람을 찾겠다고 사제들이 난리가 났다냥. 무려 생명의 여신님이 원하는 음식이라니 대단하지 않냥?”


샌드위치? 생명의 여신?


“게다가 그 뒤로도 신탁이 여러 번 내려온 모양이다냥. 샌드위치 말고도, 음, 여러가지 음식이 있었다냥! 치킨 파느라 바빠서 정확히는 생각 안 난다냥.”

“잠깐, 그러면 생명의 여신은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신탁을 내린 거야? 그것도 100년만에?”

“그렇다냥!”


그거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이상하네!"

"그렇지냥? 샌드위치의 주인을 찾겠다고 근엄한 사제님들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왠지 웃음이 나온다냥!"

"하하하하!"

"냥냥냥!"


그런데 생명의 여신이라?

뭔가가 떠오를 듯 말 듯하다.


「??? ??이 손을 번쩍 듭니다.」


이거 설마?


“앗, 나비다냥.”

“아! 예쁘다.”

“난 흰 나비가 제일 좋다냥!”

“나도 그래.”


「??? ??이 털썩 주저앉습니다.」


어째선지 좌절하는 물음표.

무슨 일인진 몰라도 기운 내라.


“참! 위탁 판매 말인데냥. 이번에도 치킨을 잔뜩 만들어주면 안될까냥? 치킨 재판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냥!”

“그럼! 내 요리를 먹고 싶다는데 당연히 만들어줘야지.”

“고맙다냥! 이번에도 돈을 잔뜩 벌어오겠다냥!”


파닥파닥 기뻐하는 키키.

가끔은 이렇게 대량조리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돈도 벌고, 경험치도 올리고.


“[불이여, 타올라라!]”


화륵!

불의 정령으로 정령술도 올리고.


「불의 정령을 불러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지속적인 마력 공급으로 작은 불씨의 정령이 조금 성장합니다.」


기름이 데워지는 동안 먼 길을 고생해서 날아온 키키에게도 먹을 걸 나눠줬다.


“배고프지? 먼저 이거라도 먹고 있어. 고사리 나물 무침이야.”

“으, 으음, 난 생선이랑 치킨 말고는 안 먹는데냥··· 그래도 딱 한 입만 먹어볼까냥···.”


우물우물.

조심스럽게 고사리 나물을 맛보는 키키.

이내 귀가 쫑긋한다.


“음···! 맛있는데냥? 생각보다 고소하다냥. 풀 비린내도 안 난다냥. 케인님이 만들어서 그런가냥?”


찹찹찹.

편식한다더니 나물도 잘 먹는다.

기특한 녀석.


사실은 만들면서 아쉬움이 컸던 고사리 무침.

참기름도 간장도 없어서,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


“식감이 쫄깃해서 씹는 재미가 있다냥! 부담없이 담백한 맛이다냥. 먹을수록 왠지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다냥.”


하지만 이렇게 잘 먹다니.

이번엔 키키 몫으로 치킨을 더 많이 빼놔야겠다.

한 접시에 금화 1개라고 해도, 식사에 그런 걸 따질 수는 없지.


게다가 웰링턴 공작, 그 사람 얘기도 들었다.


‘내가 키키한테 준 치킨을 가져가다니.’


한 조각에 금화 1개로 사가긴 했지만, 어쨌든.

그 사람 때문에 키키가 치킨을 다 못 먹지 않았나.

이번엔 더 넉넉하게 만들어주고 꼭 몰래 먹으라고 해야겠다.


지글지글.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한 치킨을 정성들여 튀겼다.

고소한 치킨 냄새가 풍길 때쯤 숲에서 익숙한 녀석이 찾아왔다.


“컹컹!”

“아! 너 왔구나.”


바로 회색늑대.

드루이드의 숲 늑대 무리의 대장이었는데, 지난번 거대 매 사건 이후로 친해져서 종종 오두막에 찾아오고 있었다.


“크르릉?”


이 훌륭한 냄새는 무엇이냐고 묻는 회색늑대.

입에서는 이미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짹짹짹!

참새도 친구들과 함께 날아왔다.

맛있는 부스러기를 기대하며 까만 콩 같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참새.


‘녀석들···!’


오늘따라 내 요리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 아니 동물들이 많다.

좋아, 힘 좀 써보자.


“오늘은 파티다!”

“냐앙! 신난다냥!”

“드디어 평범한 닭고기 치킨을 먹어보겠구나!”

“컹컹!”

“짹짹짹!”


지글지글, 치이이익-!


그날은 다같이 닭고기 치킨을 배부르게 먹었다.

근데 참새가 치킨 먹어도 되나?



* * *



얼마 후.

크루세이도니아 왕국의 수도.


덜덜덜.

한 요리사가 떨리는 손으로 요리 접시를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

새카만 어둠에 잠긴 으스스한 방.

창밖으로는 비가 내렸다.


쏴아아아-

창문 앞에 서있는 것은 왕국의 대귀족, 웰링턴 공작.

언제나 엄격, 근엄, 진지한 그 표정은 오늘따라 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가져와라.”


꿀꺽.

마른침을 삼킨 요리사가 천천히 공작에게 다가갔다.

덮개를 열자, 고급스런 은쟁반에 담긴 요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것이 공작님께서 말씀하신 요리, 그레이트 호크 치킨입니다.”

“흐음.”

“모두 지시하신 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치킨은 없을 겁니다.”

“먹어보면 알겠지.”


날카로운 눈으로 치킨을 살피는 공작.

이내 한 조각을 느릿하게 집어들어 먹었다.


···퍼석!

이 사이로 푸석하게 씹히는 치킨.


겉은 탔고, 속은 덜익었다.

너무 높은 온도로 튀긴 탓.

거기다 우유에 재워놓지도 않아서 육질이 거칠었다.

너무나 형편없는 맛이었다.


와장창!

분노한 공작이 치킨 접시를 내던졌다.


“끄아악!”

“이딴 음식은 치킨이 아니다! 치킨은 바삭해야 한단 말이다!”

“다, 다시 만들겠습니다!!”


후다닥!

부리나케 도망치는 요리사.

공작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도 틀렸나? 완벽한 치킨을 만드는 건 평범한 요리사들로서는 닿을 수 없는 경지인가?”


얼마 전, 공작은 키키에게서 그레이트 호크 치킨 다섯 조각을 구매했었다.

다 품절되었다는 걸 억지를 부려서 산 치킨.

그 맛은 공작이 살면서 먹어온 어떤 음식보다도 훌륭했다.


‘맛이 좋은 것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냥 맛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 치킨에는 신비가 깃들어 있었다.


몸에 활력을 솟게 하고, 아픈 사람도 건강하게 만드는 신비.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라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공작에게는 병약한 막내딸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엘리나 웰링턴.


병명은 알 수 없다.

치유 마법을 쓰는 사제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돈이라면 차고 넘치지만, 효과 있는 약은 없고 꼬이는 건 사기꾼뿐.

마법사들의 비약도 이상하게 엘리나에게만은 듣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하나.

그 치킨만큼은 효력이 있었다.


치킨을 먹었을 때 엘리나는 처음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볼에는 발갛게 생기가 돌았고, 잠깐이지만 정원을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웰링턴 공작도 그때만큼은 눈시울이 시큰했다.


이는 물론 케인의 치킨이 가진 특수효과 덕분이었다.

힘1, 체력3을 증가시키는 치킨. 그걸 먹은 덕분에 일시적으로 힘이 났던 것.

공작은 거기까진 몰랐지만, 어떻게든 치킨을 더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치킨이 풀릴지 모른다.

경쟁도 붙었다.

드네어 백작가와 벨몬트 후작가. 그리고 치킨을 한 입이라도 먹어본 모든 귀족들.


그들은 결코 치킨을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목뼈 하나까지 아귀처럼 빼앗으려고 하겠지.

귀족들의 암투란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난 치킨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때였다.


“아빠···.”


커튼이 쳐진 침대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공작이 벌떡 일어나 침대로 다가갔다.


“엘리나!”


그곳에 있는 건 수척하고 창백한 엘리나 웰링턴이었다.

엘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거, 이제 그만하세요.”

“하지만···!”

“요리사가 불쌍해요.”


공작이 입을 다물었다.

사실 공작도 자신이 좀 심했나 싶던 참이었다.

막 내던지니까 치킨 부스러기도 튀고.

엘리나가 콜록거리며 말했다.


“접시를 던질 것까진 없었잖아요. 놀라서 잠 다 깼어요.”

“미, 미안하구나.”


엘리나에게만은 꼼짝 못하는 공작.

엘리나가 옅게 미소지었다.


”전 다시 잘 테니까, 아빠도 너무 늦지 않게 주무셔야 해요. 무리하지 마시고요.”

“···알았다.”


스르륵.

다시 잠드는 엘리나.

하지만 졸려서 그렇다기보단 지나치게 기력이 없어서 금방 잠드는 것이었다.

공작은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엘리나···.’


이 며칠간은 치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나날이었다.

그레이트 호크 고기가 특별한 건가 싶어서,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토벌을 나서기도 했다.


쉬운 토벌은 아니었다.

그레이트 호크는 7급 마물.

8급이라면 모를까, 7급부터는 정식으로 토벌대를 꾸리지 않으면 당해내기 힘들 만큼 강한 마물들이 속해 있다.

한 용병단이 7급 마물을 사냥할 수 있다면 어중이떠중이 취급은 벗어날 정도.


그런 그레이트 호크를 몇 마리나 잡아서 의도치 않게 치안이 안정되기도 했다.

웰링턴 공작령 주민들은 영지를 안전하게 지켜준 공작을 칭송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치킨을 재현하는 건 실패했다.

요리사들을 시켜서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공작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역시 그자가 아니면 안 된다.’


마물을 요리하는 괴상한 요리사.

오직 그자만이 신비가 깃든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그자를 찾아내고 말겠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르릉, 쾅!

창밖으로 번개가 쳤다.

왕국의 어둠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 * *



왠지 귀가 간지럽다.

누가 내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하지만 뭔 상관?

오늘은 숲에서 나물을 채집하는 날이다.


“이것도 나물이고, 저것도 나물이고, 요것도 나물이고···.”

“아니, 제자야.”


스승님이 당황하며 말했다.


“이것도 독초고, 저것도 독초고, 요것도 독초가 아니냐?”

“괜찮습니다, 스승님. 데치고 불려서 잘 말리거나 찌면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게 됩니다.”

“···!”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으신 스승님.


“넌 못 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느냐.”

“이런 건 상식이죠.”

“상식이 아니다.”


한국인한테는 상식인데.

역시 스승님을 설득하는 건 어렵다.

나물이나 캐자.


팍팍팍···.

툭.


‘툭?’


채집용 삽에 뭐가 걸렸다.

다시 보니 신발이다.

고급스런 비단으로 감싼 신발.


‘스승님 신발은 아닌데.’


난 고개를 들었다.

누가 와 있었다.


“이야, 네가 에일린 씨 제자구나?”


어라.

엘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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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크르르! 못 참겠다! NEW 4시간 전 176 9 14쪽
16 페퍼민트 티는 새로운 모험의 맛 +2 24.09.20 339 16 12쪽
» 요리사가 불쌍해 +2 24.09.19 418 17 12쪽
14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 +3 24.09.18 477 21 14쪽
13 키키의 기묘한 상행 +2 24.09.17 489 22 12쪽
12 후라이드 치킨, 닭고기 미포함 +2 24.09.16 526 17 14쪽
11 버터 토스트와 그레이트 호크 +3 24.09.15 538 19 14쪽
10 이세계 먹방 +2 24.09.14 553 17 13쪽
9 딱 한 잔만 +3 24.09.13 552 16 14쪽
8 너의 채소를 먹고 싶어 +3 24.09.12 565 21 14쪽
7 야채볶음밥 한 숟갈에 추억 하나 +2 24.09.11 592 19 11쪽
6 드루이드님 쌀밥 태우지 마세요 +2 24.09.10 607 17 13쪽
5 요정숲의 드루이드 +2 24.09.09 630 18 12쪽
4 맛있는 스튜 +3 24.09.08 643 17 12쪽
3 이세계 요리는 영국음식 +2 24.09.07 694 19 15쪽
2 도전! 감자크림수프 +2 24.09.06 711 20 12쪽
1 해가 뜨는 곳으로 +1 24.09.06 809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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