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드래곤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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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9.06 14:27
최근연재일 :
2024.09.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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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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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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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모두 엄폐해!"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며 브레스를 쏘아대는 블러드 드래곤. 차마 브레스를 피하지 못한 이들이 체내의 혈액을 빼앗기고는 바닥에 쓰러진다.


"뒤로 물러나지 마! 그대로 밀어붙여!"


혼비백산한 상황 속에서도 선두에서 달려드는 남자, 질하트 발라하르.


은색 플레이트 갑옷에 금발 머리카락 휘날리며 거대한 그레이트 소드를 휘두르는 그의 별명은 다름 아닌 달빛 기사였다.


인기만큼은 압도적 1위를 자랑하는 남자!


질하트가 길을 걸을 때면 플레이트 갑옷에 감춰져 있는 뽀얀 속살을 보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때문에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헌터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자기야. 이게 뭐야? 웬 19금 소설?"

"그거? 질하트 로맨스 소설."

"근데 왜 자기 이름이랑 주인공 이름이랑 같아?"

"내가 쓴 거거든."


남자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물론 팬심에 질하트를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배가 아픈 것은 아쩔 수 없었다.


게다가 세계 랭킹 43위에 달하는 헌터이기까지 하니, 무작정 그를 찾아가 해코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강만식! 뭐해.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고!"


"네엡! 갑니다요!"


지상에 내려앉은 드래곤의 다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도 질하트가 누군가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한 사내가 드래곤의 수하 사이를 비집으며 움직였다. 빠른 손놀림으로 시체 부위를 해체하고 매직포켓 안에 집어넣는 사내!


때때로 수하들이 공격하는 바람에 죽을 위기에 쳐했지만, 그때마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벗어나곤 했다.


"더 빨리 빨리 안 움직여! 집 가서 뒤질 줄 알아!"


누구보다도 화려하여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질하트였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거지 같은 성격을 알지 못했다.


질하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명예와 돈뿐이었다. 그 둘을 쟁취할 수만 있으면 사람의 목숨 따위는 가뿐히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치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겉보기에는 질하트가 전력을 다하며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늉만 할 뿐이었다.


온힘을 다해 싸웠다간 위협적인 대상으로 여겨져 드래곤의 첫 번째 타겟이 될 수도 있기 때문!


그래서 최후방의 강만식한테 명령을 전달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었다.


"개자식."


오우거가 떨어뜨린 도끼를 집어들며 욕을 내뱉는 강만식. 많은 헌터들이 가지고 싶어할 정도로 유능한 전리품 회수꾼이었지만, 결코 그가 바래서 하는 일은 아니였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방구석에서 헌터들의 스트리밍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한민국헌터협회(KHA)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고, 평소 헌터의 삶을 꿈꾸던 만식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각종 무기술과 이론을 6개월 동안 배운 끝에 그는 인턴 프로그램까지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성적이 제일 좋아 질하트 휘하로 배정받은 것이었다.


봉사활동을 다니며 어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재난 지역의 복구 작업을 도와주는 희망의 기사, 질하트!


남자의 시기만 아니면 어딜 가든 추앙 받는 남자의 밑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강만식은 기뻐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옥이었다.


결투 연습상대, 미끼, 전리품 회수꾼..... 헌터 인턴과는 상관 없는 역할을 수행하며 고된 시간을 보냈다.


힘들다고 무작정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가는 무료로 받은 교육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받을 수가 있었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인턴의 삶을 이어가고 있던 그였다.


"더 이상은 안 되겠구나!"


질하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결정적인 순간이면 그가 주로 하는 대사였다.


"더 이상 동료들이 쓰러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네놈에게 달의 형벌을 내리겠노라! 달의 신이시어. 내게 힘을 주소서!"


드래곤을 향해 달려드는 질하트의 대검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내 엄청난 점프력으로 드래곤의 머리까지 도약한 그가 검을 휘두른다.


드래곤의 목을 덮고 있는 비늘은 이미 수많은 공격을 받은 상태라 많이 취약해져 있는 상태.


질하트의 검이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자 엄청난 피의 분수를 내뿜으며 드래곤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질하트는 또 하나의 업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


자이언트 웜의 이빨, 사이클롭스의 눈, 메두사의 머리, 대악마 '멜라루'의 삼지창 등 다양한 전리품이 놓여 있는 질하트의 전리품 보관실.


꿀꺽.


검정색 반점이 군데군데 나있는 새하얀 드래곤 알을 보며 강만식은 침을 삼켰다.


질하트가 드래곤을 물리치고 획득한 알이었다.


드래곤 알은 그 자체로 희귀했다. 일단 드래곤이 출몰하는 게이트가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설령 드래곤을 발견하더라도 알이 존재할 확률은 희박하다.


게다가 부화방법도 알려진 내용이 없다. 알을 획득하고도 부화시키지 못한 헌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성공한 사람은 한때 랭킹 1위를 달성했던 세나뿐이다.


골드 드래곤의 알을 부화시킨 세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알을 부화시킬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던가요?


- 1년 동안 기다리다가 빡쳐서 던졌는데 깨지던데요.


세나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부화를 기다렸던 어떤 헌터는 그녀의 방법대로 바닥에 알을 던졌다가 드래곤 후라이를 먹게 되었다는 후일담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깨달았다. 드래곤마다 부화방법이 다르며, 부화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식은 조심스럽게 알을 들어올렸다.


일정이 없는 날이면 질하트는 한 시간마다 이곳에 들려 알에 입맞춤을 한다. 자기 전에는 노래를 불러주기까지 했다.


그만큼 질하트가 애지중지하는 알이었지만, 관리는 만식의 몫이었다.


먼지를 닦아주고,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며, 달달한 향수를 뿌려주기까지!


틈만 나면 질하트에게 얻어 터지는 만식의 인생보다 더 나은 삶을 보내고 있는 알이었다.


'확 깨뜨리고 싶다.'


그렇다 보니 만식은 알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질하트를 죽일 수는 없으니 그가 금쪽같이 여기는 알을 깨뜨리고 싶었다.


"이만한 알이면 밥 없이 먹어도 배가 부르겠구나."


입맛을 다시는 만식. 그는 넓은 후라이팬 위의 후라이에 소금을 뿌리는 상상을 했다.


"하뚜야~"


문밖에서 질하트의 징그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식은 서둘러 알을 제자리에 놓고서 따뜻한 천으로 닦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온 질하트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만식을 째려봤다.


"허튼 짓 한 거 아니지?"

"귀한 알을 두고 제가 뭘 하겠습니까."


만식은 천을 주머니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질하트는 알을 번쩍 들어 올렸다.


"우리 하뚜 잘 있었어? 아빠가 새로운 방법을 떠올려 왔어. 어때, 한 번 따라해볼래?"


질하트는 리모컨을 조작하여 노래를 재생시켰다. 방에서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 그는 박자에 맞춰 알과 함께 춤추기 시작했다.


만식은 최대한 눈빛을 감췄다. 본인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가는 전치 3주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만식, 알이 흔들렸다거나 그런 반응은 없었어?"


알과 대화할 때와는 다르게,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질하트가 물었다.


"네. 없었습니다."


"명심해. 알에서 나올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싶으면, 당장 나한테 달려와. 헤츨링한테는 절대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되고."


대부분의 난생동물은 알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대상을 어미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만식은 그의 말을 따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우연찮게 방에 들어갔다가 눈을 마주친 헤츨링!


그렇게 드래곤 라이더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힐끗 쳐다보는 질하트.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알과의 춤을 이어갔다.


"원투쓰리. 원투쓰리. 원투쓰리."


자신이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드래곤은 알고 있을까.


드래곤은 게이트 너머에서 가장 신성하고도 존엄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 사실을 드래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존엄한 자신을 두고 인형놀이마냥 붙잡고 춤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알을 깨부수고 나와 질하트의 머리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지도 모른다.


피식.


고통에 몸부림치는 질하트의 모습을 상상하고는 입꼬리를 들어올린 강만식. 그는 표정을 들키기 싫어 서둘러 뒤로 돌았고, 방문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주머니에 넣어둔 천이 밖으로 흘러 나왔다. 공중에서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천 쪼가리.


만식은 서둘러 천을 회수하려 들었다. 그러나 이미 질하트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내 꽃잎처럼 사뿐히 바닥에 내려 앉았다.


"원투쓰리, 원투쓰리."


질하트가 다음 스텝을 내딛는다. 가벼우면서도 절도 있는 그의 발걸음은 바닥의 천조각을 향해 빠르게 다가간다.


이윽고 천조각을 밟은 질하트의 몸이 천천히 뒤로 젖혀진다.


공중으로 떠오르는 드래곤의 알.


질하트가 간절한 눈으로 손을 뻗어 봤지만, 그 순간 전시대에 세워져 있는 대악마 멜라루의 삼지창이 그의 가슴을 뚫고 튀어나왔다.


"커헉!"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질하트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그때 만식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질하트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드래곤 알이었다.


정확히 질하트의 머리를 강타한 드래곤 알. 그 충격에 질하트의 몸은 삼지창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다.


데구르르.


한편 드래곤 알은 만식 앞까지 굴러갔다. 알은 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헤츨링의 모습이 드러났다.


눈 구덩이에는 하얀 반점이 나있는 새까만 헤츨링. 온몸에 묻은 애액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쳐다보지 마, 이 새끼야..."


창에 꽂힌 와중에도 질하트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살려달라 빌지 않는 그의 모습에 만식은 혀를 찰 뿐이었다.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헤츨링에 묻은 애액을 닦아주는 만식. 그러자 헤츨링이 눈을 뜨고 푸른 눈을 드러냈다.


헤츨링이 질하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숨이 멎었는지 그는 공허한 눈으로 헤츨링을 바라보고 있었다.


헤츨링이 만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그만 입을 열어 소리를 내었다.


- 꾸륵.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D 반갑습니다.


프롤로그 기념 퀴즈 나갑니다.


처음으로 정답 맞추신 분께는... 소설 인기가 많아지고 나서 선물 드릴게요. 하핳.


[주관식] 헤츨링을 부화한 이유를 서술하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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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 드래곤 키우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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