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드래곤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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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9.06 14:27
최근연재일 :
2024.09.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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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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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함께 (2)

DUMMY

충격에 밀려나 바닥을 구르는 만식. 벽에 부딪친 뒤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짜릿한 통증이 등을 타고 전신으로 퍼졌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계약에는 성공했으니까.


게다가 용족이라니! 그동안 고생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만 같았다.


용의 힘을 부리고, 드래곤에 올라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만식은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그의 손에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붉은 글자가 세겨져 있었다.


게이트 너머 '알테라'라고 불리는 곳의 언어로 세겨진 이방인의 이름. 이방인과 계약한 헌터들이라면 갖고 있는 흉터였다.


"성공적으로 계약하셨군요."


벽에 몸을 붙이고 있는 예린이 말했다. 게이트에서 사람이 튀어나온 일쯤이야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


만식은 머쓱해 하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고, 손에 세겨진 이름을 보여주었다.


"네. 성공적으로 계약까지 마무리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러면 이제 정식 등록 절차를 밟으러 가시죠."


고개를 끄덕인 만식은 그녀를 따라 방에서 나섰다. 그리고 사방이 통유리로 둘러싸인 면담실로 들어갔다.


만식이 자리에 앉자 예린은 펜과 함께 준비해두었던 서류를 그의 앞에 가져다 놓는다.


천천히 서류를 읽기 시작한 만식. 헌터와 관련된 법조항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조항은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한민국 국방부 헌터부대로 자동 입대되어, 군인으로서 활동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전쟁에 헌터가 활용되는 것은 국제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다 읽으시고 사인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4년차까지는 일 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교육에 반드시 참가 하셔야 돼요. 만약 2회 이상 불참을 하실 경우 1년 자격 정지에 들어갑니다."


만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마치자 예린은 또 한 장의 문서를 건넸다.


"이 서류에는 인적사항 적어주시고, 활동명을 반드시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안 쓰셔도 상관 없긴 한데, 특히 만식님의 경우에는 가명으로 활동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를 등록하기에 앞서 본명이 아닌 가명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말에 거슬리는 구석이 있었다.


"특히라니. 어째서 그리 말씀하신 거죠?"


"아직 못 들으셨군요. 그럴 만합니다. 헌터 관리국에 들어와서 조사받기 시작한 이후로 바깥 소식은 못 들으셨으니 말이죠."


예린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고, 만식은 화면 속의 기사 제목을 소리내어 읽었다.


"달의 기사 [질하트]의 죽음. 팬클럽 분개하다."


그리고 천천히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만식. 스크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의 얼굴은 조금씩 어두워졌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팬클럽은 헌터 관리국이 공개한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에 진상규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째서 공개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민경태 조사관은 이렇게 답했다.


- 질하트의 명성으로 인해 그의 죽음과 상관 없는 관련인들이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하여, 수사내용을 비공개 하겠습니다.


하지만 경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몇 가지 사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갔다.


그중 하나는 바로 조사 대상 중에 한 명이 헌터 인턴이라는 것이다.


만약 만식의 이름이라도 흘러 들어갔다면, 헌터 데뷔와 동시에 팬클럽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 뻔했다.


팬들 중에는 그보다 강한 헌터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건물 출입구 앞에 벌써 팬클럽 회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어요. 딱 봐도 '뉴비'처럼 보이는 사람을 찾으면서."


만식은 침을 삼켰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다.


서리에 묻히고 싶지 않으면 활동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 듯했다.


만식은 활동명 칸에 펜을 쥔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미리 정해둔 이름이 있었다.


헌츠만, 파이어 게일, 울프 게릭손.


당시에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영 아니였다.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만식.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용족 이방인과 계약하고 하츨링을 키우게 된 지금의 상황과 가장 어울리는 이름으로.


문득 어렸을 적 봤던 소설이 생각났다.


시골 출신의 소년이 우연히 드래곤 알을 주웠고, 세상을 구하는 드래곤 라이더가 되었다는 줄거리의 소설이었다.


만식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을 활동명에 적었다.


"에라곤. 좋은 이름이네요."


예린이 작성을 마친 종이를 모두 회수하고는 말을 이었다.


"정식 등록 절차를 마쳤으니 이만 가보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하츨링은 저희가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데, 집에 도착하실 때쯤이면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에라곤님."


새로운 이름이 꽤나 마음에 든 만식, 아니, 에라곤은 흡족해 하는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디 훌륭한 헌터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예린이 손을 내밀었다. 이에 에라곤도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가 다급히 손을 뒤로 내뺐다. 마치 똥 만진 손을 피하는 것처럼.


"이쪽으로."


"앗."


민망해진 손을 서둘러 회수하는 에라곤. 그는 머쓱해 하며 그녀의 안내에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


예린의 말의 사실이었다.


헌터 관리국 건물 앞에는 질하트의 팬클럽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질하트가 출현했던 방송화면을 캡처한 종이를 들고서 인턴으로 보이는 자를 찾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서 얼굴을 비교했다.


에라곤도 그들의 검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잘못 짚은 탓이었다.


사진에 찍혀 있는 남자는 에라곤 이전에 인턴으로 활동 했던 석호였다. 석호는 무리한 질하트의 요구로 괴수한테 찢겨 죽었다.


"하아. 집이구나."


곧장 거실로 향한 에라곤은 먼지 쌓인 소파 위에 몸을 던진다.


오래간만의 집이었다. 인턴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들어오지 못했다. 비록 눅눅한 먼지 냄새가 풍겼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집은 집이니까.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1세대 영웅급 헌터, 조선의 조각상 앞에서 찍은 사진. 아버지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영웅이었다.


반면 어머니는 헌터를 좋아하지 않았다.


보험 설계사 일을 하며 헌터들의 온갖 진상에 시달렸던 그녀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지 않고 헌터를 우러러 봤지만, 에라곤은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헌터를 좋아하는 티를 내지 못해 답답해 했다.


서러움을 못이겨 눈물 콧물을 흘리며 제발 헌터 전시관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쓴 어린 에라곤.


눈앞의 가족사진은 그때 찍은 사진이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싫어했던 헌터처럼 되지 않을게요. 아버지. 아버지가 선망했던 위대한 헌터처럼 될게요.


눈앞이 흐려지자, 에라곤은 옷깃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 띵동


때마침 들리는 벨소리. 아마 하츨링일 것이다.


에라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혹시 팬클럽에서 찾아온 것은 아닐지 인터폰으로 얼굴을 확인했다. 안쪽이 보이지 않는 케이지를 들고 있는 남자가 명패를 내밀고 있었다.


- 헌터 관리국 크리처 관리부 '조상길' 대리.


명패를 확인한 에라곤이 긴장을 내려놓은 얼굴로 문을 연다.


"에라곤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에라곤은 손바닥의 문신을 보여줬다. 이내 조대리가 스캐너로 문신을 스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으시군요. 여기 맡겨주신 크리처입니다."


이걸 맡겼다고 해야 하나. 뺏은 거 아닌가.


하지만 에라곤은 굳이 따지지 않았다. 돌려받은 것만으로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는 서둘러 케이지를 건네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에라곤은 등을 돌리고서 문을 닫으려 했다. 하지만 문은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닫히지 않았다.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뒤돌아선 에라곤. 이내 문틈에 발을 끼워넣은 조대리를 발견했다. 그는 무언가를 내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카드 결제기였다.


"결제 하셔야죠."


"네?"


"임시보호비, 사료비, 특별배송비 등등 포함해서 362만원입니다."


어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세상에 그냥 공짜는 없다고. 어떤 방식이든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고.


"크흡!"


에라곤은 눈물을 머금고 카드를 건네줬다. 결제가 완료되자 기기에서 뽑아져 나오는 영수증.


꼭 눈물이 뽑아져 나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조대리가 끼어두었던 발을 빼고 유유히 시야 밖으로 빠져나간다.


에라곤은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케이지에서 느껴지는 작은 미동에 정신을 차렸다.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거실 한 가운데로 이동한 에라곤은 케이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뚜껑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잠금을 해제하고 서서히 열리는 문. 이윽고 조그만 하츨링이 모습을 드러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있다가 바깥에서 들어온 빛에 하츨링은 눈을 찌푸린다.


빛에 조금 적응되고 나서야 에라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다.


"안녕?"

"꾸륵?"


마치 인사를 하듯 소리를 내는 하츨링. 너무 귀여워서 당장이라도 안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리처랑 친해지려면 우선 냄새를 맡게 하랬지."


집에 오면서 크리처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조사했던 에라곤이었다. 그리고 여러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친해지는 법'이 있었으니, 바로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다.


물른 고지능 크리처가 아닌, 흔히 알려져 있는 '애완 크리처'에게 해당하는 방법이었다.


과연 고지능 크리처인 드래곤에도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힌 점은 눈앞의 하츨링이 갓 태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지능이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가워. 나는 에라곤이라고 해."


에라곤은 손가락을 하츨링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하츨링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가락을 쳐다봤다.


코앞까지 다가오자, 정말로 냄새를 맡기 시작한 하츨링! 게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냄새를 맡기까지 했다.


"너 호기심이 많은 아이구나?"


당장이라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다.


하지만 섣부른 스킨쉽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줄 수가 있다. 때문에 당장 상대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일지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에라곤의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하츨링이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허억!"


귀여운 모습에 하마터면 심장이 멈출 뻔했다. 이렇게 귀여운 하츨링이라니!


힘의 관계에 의해 잡아먹힐 수도 얘기는 헛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하츨링이 천천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는 이빨. 곧이어 이빨이 연약한 손가락을 파고 들어온다.


"으아앗!"


에라곤이 급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침을 바르다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짠맛에 반해버리기랄도 한 것일까. 하츨링은 좀처럼 손가락을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 전의 귀여운 눈빛은 보이지 않고 영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헤츨링!


에라곤은 생각했다.


이 녀석. 떡잎부터 다르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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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첫 사냥 (1) 24.09.13 7 1 11쪽
» 용과 함께 (2) 24.09.11 13 1 11쪽
2 용과 함께 (1) 24.09.09 17 0 11쪽
1 프롤로그 +1 24.09.06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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