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드래곤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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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9.06 14:27
최근연재일 :
2024.09.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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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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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함께 (1)

DUMMY

"젠장. 이거 정말이군."


조명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어두컴컴한 조사실. 이번 살인사건의 조사를 맡은 헌터관리국의 민경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든 것이 강만식의 진술대로였다. 그가 흘린 천조각을 밟은 질하트가 뒤로 넘어지더니 삼지창에 찔려 죽은 것이었다.


비록 천조각이 만식의 주머니에서 나왔다고는 하나, 의도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살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억지를 조금 덧붙여서 입건은 가능하겠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올 것이 뻔했다.


"그쵸? 제가 죽인 거 아니라니까요. 것보다 고작 인턴인데 세계 랭커를 어떻게 죽이겠어요."


즐거운 표정의 만식.


그동안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는가. 방청소나 커피 따위의 잔심부름부터 생사를 오가는 회수꾼 노릇까지!


잘해도 구박받고 못하면 지칠 때까지 뚜드려 맞던 날을 떠올리면, 너무 쉽게 죽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까지도 들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도 될까요?"


만식이 웃는 얼굴로 경태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하나 남았잖아."

"아. 그쵸."


아직 남은 것 하나. 바로 헤츨링의 처분이었다.


애완 크리처 관리법에 따르면, 크리처는 사유재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엄연히 소유자의 것이 된다.


하지만 드래곤은 예외다. 고지능 크리쳐로 취급 받기 때문에, 생명체로서 누군가의 귀속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지능 크리처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크리처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고지능 생명체가 주인이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자. 법에서는 그러한 자를 소유자로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하츨링이 지금 말을 할 수 없다는 건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 않은 하츨링. 때문에 만식을 파트너로 인정하는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만식에게서 하츨링을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중에 하츨링이 지능을 갖고 나서 만식을 찾기라도 한다면, 그가 소송을 걸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하나도 없는 지금으로써는 하츨링을 압수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경태가 결단을 내렸다.


"어쩔 수 없군. 하츨링도 데려가."

"좋았으!"

"단,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경태가 노트북을 몇 번 두들기더니, 화면을 만식에게 보여줬다.


[고지능 크리처 관리법]


문서 제목을 보며 만식은 두 눈을 껌뻑였다. 화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성체 이전의 고지능 크리처가 저지른 모든 행동에 대한 모든 책임은 파트너에게 있다. 만일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크리처의 관리 권한은 헌터관리국에 자동적으로 위임된다.


- 만일 고지능 크리처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거나 학대의 정황이 발견될 시, 크리처의 관리 권한은 헌터관리국에 자동적으로 위임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 조심히 관리하도록 해. 주기적으로 조사원을 보내서 네가 하츨링을 잘 키우는지 확인할 테니까 말이야."


이내 경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막 인턴 딱지를 뗀 주제에 하츨링을 키우다니. 이걸 행운이라고 할지, 불행이라고 할지."


"불행이요? 이제 헌터 입문하는데 하츨링을 키우면 행운이지 왜 불행이에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그렇게 말하는 듯한 경태의 눈빛.


"몇년 전에 어떤 헌터가 우연히 하츨링을 발견했어. 이미 알에서 나온 상태여서 키우기만 하면 됐지. 시간이 흘러 헌터는 하츨링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하더군. 왠 줄 아나?"


"고기를 제때 안 줬나요?"


"아니. 자기보다 약한 존재가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맘에 안 들어서야."


"허억."


놀란 만식이 숨을 들이키고서 말을 잇는다.


"그렇다면 혹시...판매는 안 될까요?"


"고지능 크리처 관리법상, 성체가 되지 않은 크리처의 판매는 인신매매와도 같아. 즉, 범죄자가 될 생각 아니면 불가능해."


"그렇다면 기증은요?"


"마찬가지."


앗불싸. 하츨링을 키우게 됐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목숨이 위태롭다고 해서 뒤로 물러날 만식이 아니였다. 애초에 헌터라는 직업이 목숨을 각오하고 하는 일이 아니였던가.


"하츨링한테 무시 안 받을 만큼 잘 성장해봐. 적어도 성체까지만 잘 키워낸다면, 그때부터는 힘에 의한 관계가 아닌 유대관계가 작용된다고 하니, 잡아먹힐 일은 없을 거다."


듣던 중 다행이었다. 제아무리 강한 헌터더라도 일대일로는 성장을 마친 드래곤을 이기지는 못할 테니까.


"그럼 이만 나가도록 하지."


경태가 문을 열자 복도에서 빛이 세어 들어왔다. 만식은 문밖으로 나가 경태와 함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지금으로부터 86년 전, 세계 곳곳에 이상현상이 발현됐다.


건물의 문이라든가, 동굴입구에서 상상 속의 괴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군사를 동원하여 괴수들이 출몰하는 '게이트'를 무너뜨렸지만, 그때마다 게이트가 추가로 발생하여 사람들은 조금씩 삶의 터전을 잃어갔다.


위 현상을 인간사회는 콘플릭 이펙트(Conflict Effect)라 불렀다.


콘플릭 이펙트 이후로 인간들이 삶을 조금씩 포기하려던 그때, '이방인'과 계약을 맺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괴수들을 물리쳤다.


이방인.


본래 게이트 너머에서 살았던 이들이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육체를 잃고 영적 존재가 된 이들이었다.


이들은 고향을 되찾고자 인간과 계약을 맺어 자신의 힘을 나누어주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헌터'였다.


헌터들의 활약으로 사회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정상화된 국가는 '헌터'를 관리하기 위해 법과 기관을 세웠으며, 허가된 자들만 헌터가 될 수 있도록 '이방인'과 협의하였다.


그리고 지금, 관리국의 헌터 등록소에 방문한 만식은 헌터가 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딱딱딱딱.


손톱을 질근 깨물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강만식.


원래대로라면 세 차례에 이은 면접과 시험을 통과해야 됐지만, 그는 인턴 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곧장 최종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최종시험은 다름 아닌 이방인과의 면담.


면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헌터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탈락을 면하더라도 있으나 마나 한 능력을 부여해주는 이방인과 계약을 맺게 된다.


그러니 반드시 이방인들에게 높은 점수를 따야 한다.


"강만식님."


데스크에서 접수를 도와주었던 정장 차림의 여자가 그를 불렀다. 그녀의 가슴팍에는 '예린'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네!"


"준비 되셨나요?"


"네, 준비 됐습니다."


예린은 음성인식, 홍채인식, 지문인식,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잠겨 있던 새까만 문을 열었다. 그러자 푸른 장막이 쳐져 있는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만식은 침을 한 번 삼키고서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안쪽에서 펼쳐진 광경에 그의 동공이 확장됐다.


사방을 가득 채운 수많은 별들. 우주 한복판에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에 만식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하니 벌리게 됐다.


한참이나 주변을 둘러보던 만식은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기둥을 발견했다. 기둥 위에는 조그만 구슬이 올려져 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구슬에 손을 올려야 된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비록 바닥이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길 위를 걷는 것처럼 만식은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기둥 앞에 다다른 만식은 구슬을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이내 별들 사이에 선이 그어지면서 이방인들의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영한다. 계약자여."


이방인의 별자리들 중 하나가 만식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커넥터. 그대들이 '이방인'이라 부르는 자와 연결시켜주고 있지."


손을 올려둔 구슬에서 별빛과도 같은 빛이 세어나오기 시작했다.


"사연이 있는 자로군. 이곳에 찾아온 자들 대부분이 그렇지. 다만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괴수가 아닌 헌터들에게 원한이 있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게이트의 출몰. 출동한 헌터들. 그리고 무너진 자재에 깔린 아버지와 어머니.


전투가 발생하는 중에 누군가가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기도 했다. 만약 그들이 교전 수칙을 따랐더라면 말이다.


"이후 개백수처럼 살다가 훌륭하게 교육과 인턴과정을 이수하고 이곳에 찾아왔군."


"그렇습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제 알겠네. 그러면 이제 말해주게. 어떤 헌터가 되고 싶나?"


만식은 눈을 감았다. 잔해에 깔린 아버지가 피를 토한 입으로 했던 유언이 떠올랐다.


너를 위해 살아라.


하지만 오랫동안 나를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다 뉴스를 접하게 됐다. 어떤 헌터 집단에서 여자에게 마약을 먹여 겁탈했다는 것이었다. 소식을 접한 만식은 머릿속에 온통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썪어빠진 헌터들의 정신머리를 고쳐주고 싶다.


그날 만식은 새로운 인생 목표를 세웠다. 힘을 얻고 일반인에 대한 존중을 잃은 자들을 참교육 해주겠노라고.


"몸은 인간이지만 마음은 괴수인 자들까지 때려잡는 헌터가 되고 싶습니다."


"흠, 그렇다면 자네에게 추천해줄 수 있는 이방인이 하나 있지. 자네가 최근에 하츨링을 키우게 된 것을 고려하면, 자네에게 최고의 계약자가 될 거야."


그러자 먼 곳에 위치한 별 하나가 다가오더니 구슬 안으로 들어갔다.


"카자릭스 발라문(Kazaryx Valamun)을 소개하지."


이윽고 구슬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영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에 두 개의 뿔을 달고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 그녀의 등에 달려 있는 날개와 꼬리는 악마를 연상케 했다.


악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비늘 같은 피부가 몸을 덮고 있다는 것이었다. 용가죽으로 된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너구나, 나와 계약할 사람이."


발라문이 뱀같은 눈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한편 만식은 침을 삼키고 최대한 눈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하려 애썼다.


용비늘이 덮지 않았더라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그녀의 환상적인 몸매 탓이었다.


"근데 너무 약해 보이는데. 과연 네가 내 힘을 잘 쓸 수나 있을까?"


비록 인간이긴 하나 용의 피가 섞여 있는 탓에 발라문 역시 만식을 깔보았다.


"길고 짧은 건 데봐야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얼마나 강한지 보시게 된다면 아마 홍콩 가실 겁니다."


"홍콩? 그게 무슨 소리지?"


"화려한 실력에 감탄하여 마치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인간들을 그것을 홍콩 간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만식의 설명에 발라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감 하나는 훌륭하군. 플러스 1점."


이내 발라문이 뒤로 돌아 커넥터에게 말했다.


"좋아. 맘에 들었어. 이 녀석으로 할게."


"알겠네. 부디 노머러들을 이끌어 콘플릭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 보탬이 되주게나."


별자리를 이은 선들이 하나 둘 지워진다. 이윽고 커넥터의 모습이 완전히 감춰치자 구슬에서 충격파가 만식을 게이트 너머까지 날려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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