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어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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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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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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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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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 제로(1)

DUMMY

몇 년 전부터 MBTI가 유행이다. 모두가 자신의 성격을 알파벳으로 표현한다. 외향적인 성격이 E, 내성적인 성격은 I다.

외향성(extroversion).

내향성(introversion).


심지어 취업 면접에서도 MBTI를 묻는다.


“지원자 여러분은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옆자리 취준생이 즉각 대답한다.


“극I요.”


거짓이다. 진짜 극I는 이런 질문에 제대로 대답조차 못한다. 내성적인 사람은 대화 자체가 어렵다. 상대방과 눈도 못 마주친다.

나는 더듬거렸다.


“저는··· 으··· 그게···”


면접관이 한숨을 내쉰다.


“김창식 씨, 탈락입니다. 저희는 I형 직원을 원하지 대답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원하지는 않아요.”


헛소리!

내성적인 사람이 대답을 어떻게 잘하냐? 내성적인데. 수줍은데. 부끄러운데. 사교성 빵점인데. 다른 사람 앞에만 서면 손발이 떨리고 어깨가 수그러드는데.

사회성 좋은 I?

차라리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해라!


물론 나는 속으로만 항의했다.

겉으로는 쭈굴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나는 면접장을 황급히 떠났다.


사실 내가 죄송할 이유는 없다. 채용 면접에서 탈락한 게 잘못은 아니다. 회사는 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나는 회사가 원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자꾸 작아질까?

왜 고개를 조아리게 될까?

어째서 사과의 말씀을 입에 달고 살까?


사회성이 빵점이니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고, 혼자 놀았으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발표라도 시키면 죽을 만큼 괴로웠다.

태생적 아싸.

초 슈퍼 울트라 내성적.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낯선 사람과 함께 있으면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쿵쿵대고 머릿속이 하얗게 초기화된다. 이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주문을 외워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나는 헛소리만 주절대다가 사람을 떠나보낸다.

구제불능.

변화 가능성 0퍼센트.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제 뭐 해먹고 살지? 돈을 벌어야 밥을 먹는데. 원룸 월세도 내야 하고. 다른 사람 안 마주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없나?


있다.

다만 극히 드물다.

기껏해야 웹소설 작가 정도?


대부분의 일자리는 사회생활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편의점 알바는 손님과 말을 섞어야 하고, 택배 상하차는 2인1조로 일한다. 팀원과 서로 대화를 안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성적인 사람은 괴롭다.


좋은 일자리는 전부 인싸들 차지다.

대기업, 공기업, 전문직.

아싸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인싸는 돈을 잘 벌고 연애도 쉽게 해서 자식을 쑥쑥 낳는다. 번식 최적이다. 반면 아싸는 돈도 못 벌고 연애도 못하고 홀로 늙어 죽는다. 도태 최적이다.

인싸생존.

아싸도태.


내가 소리쳤다.


“인싸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


주변 행인들이 움찔하더니 자리를 슬금슬금 피한다.


“뭐야? 깜짝 놀랐네.”

“왜 저래. 정신병인가?”


나는 가끔 혼자 말한다. 머릿속 생각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입밖으로 나온다. 사실 대화보다 혼잣말이 더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멀리하는 모양이다.

흑흑···

이렇게 살다가 도태되는가! 원룸에서 고독사 변사체로 발견되는가!


- 띠링


알림 소리와 함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암살의 신이 당신의 아싸력에 감동합니다.]

[어쌔신 클래스로 각성합니다!]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세계 곳곳에 던전이 생겼다. 던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를 축적해 마침내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지진이 발생하고, 해일이 벌어지고, 화산이 폭발하고, 대륙이 쪼개졌다.

그 결과 수많은 도시가 파괴되고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


각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던전을 어떻게든 메워야 했다. 하지만 던전 안에는 무시무시한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었다. 몬스터는 총으로 쏴도 죽지 않고 폭탄을 터뜨려도 금방 되살아났다.

기존에 알려진 수단으로는 재해를 막지 못했다.


그 순간 각성자가 등장했다.

전 인류의 0.1퍼센트가 무작위로 각성했다. 이들은 마나를 다룰 수 있었다. 마나는 몬스터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미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각성자 팀을 조직했다.

이른바 인류 구원 프로젝트.

각성자로 이루어진 특수부대가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의 방해를 물리치고 던전 코어에 축적된 에너지를 뽑아냈다. 그러자 재해의 발생이 늦추어졌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댐에서 물을 퍼낸 것과 비슷했다.


던전에서 마나를 캐내면 재해는 뒤로 미루어진다.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성공을 본따 자국의 던전에 각성자를 진입시켰다. 우수한 각성자를 보유한 국가는 재해를 피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제 각성자는 국가적 자원이 되었다.


여기까지가 풀숲위키에 적힌 내용이다.

나는 원룸 바닥에 누워 감탄사를 토했다.


“와우.”


각성자는 희귀 자원이다. 인류의 구원자다. 모두가 각성자를 원한다. 석유, 반도체, 이제는 각성자다. 대기업 정규직, 고위 공무원, 의사, 변호사보다 각성자다.


내가 각성자라니.

나 같은 아싸가 각성해도 되는 걸까?

각성자는 사회성이 부족해도 괜찮나?


나는 인공지능 검색엔진에 질문을 넣었다.


[질문 : 각성자에게 사회성이 필요해?]


답변이 생성되었다.


[답변 : 각성자에게 사회성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각성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사회성을 필요로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팀으로 활동함.

각성자는 팀을 이루어 활동합니다. 혼자서 모든 역할을 다 잘하기는 어렵습니다. 방어력이 뛰어난 각성자가 수비를 맡고, 공격력이 우수한 각성자는 공격을 담당합니다. 분업이 단독 플레이보다 효율적입니다. 사회성이 높은 각성자는 유능한 팀원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둘째, 생존확률 상승.

협력하는 각성자가 단독으로 활동하는 각성자보다 생존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을 경우 동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금전적 지원.

사회성이 높은 각성자가 국가와 기업에서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담당 직원과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각성자는 뛰어난 전투력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사회성을 갖추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각성자를 꿈꾸고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질문해주세요.]


망할.

각성자도 사회생활이 필수라니. 사회성이 좋아야 우수한 팀원을 모집하고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구축하고 정부와 기업에서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니.

그럼 나는 안 되잖아.

또 탈락인가?

세상이 뒤집혔는데도 아싸에게 허락된 자리는 여전히 없단 말인가!


아니지.

나는 어쌔신인데.

암살자가 팀을 이루나? 여럿이 모이면 남들 눈에 잘 띄잖아. 아무도 모르게 활동해야 어쌔신이지.


내가 질문을 바꾸었다.


[어쌔신도 사회성이 필요해?]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답했다.


[죄송합니다. 어쌔신에 대한 정보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한된 자료를 통해 어쌔신에게도 사회성이 필요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어쌔신도 사람이다···]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뭐야.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소리잖아.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말을 뭐 저리 빙빙 돌리고 있어.


물론 나는 인공지능의 반응을 이해한다.

어쌔신은 어둠 속에서 활동한다. 활동이 노출되면 어쌔신이 아니다. 그러니 어쌔신에 대한 자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혹은···

다 죽었거나.


-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무섭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개죽음이라더니. 역사 속 암살자도 대부분 잡혀 죽었지. 암살에 성공해도 죽고 실패해도 죽고. 내가 죽을 용기가 있어야 남을 죽일 수 있다는 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고민된다.

어쩌지? 해? 말아? 던전 들어가? 아니면 포기하고 방구석에 누워 있어?


- 지잉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집주인이다.


[창식 씨, 저 집주인이에요. 이번 달 월세 아직 안 들어왔던데. 보증금에서 깔게요.]


나는 결정했다.

해야겠다.

방구석에서 굶어 죽으나 던전에서 몬스터한테 잡혀 죽으나 매한가지다. 해보고 죽는 것이 안 해보고 죽는 것보다 낫다.


문득 용기가 샘솟는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내가 사회성이 없지 깡이 없냐!”


옆방 사람이 벽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시끄러워!”

“죄··· 죄송합니다.”


으으··· 또 사과했다. 사람이 몬스터보다 무섭다.

나는 옷을 대충 챙겨입고 가까운 던전으로 향했다.


-


한국은 던전이 세 개 생성되었다. 인천, 대구, 부산. 모두 마계로 소문난 지역이다.

나는 서울 강서구에 산다. 강서구는 인천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인천 던전으로 왔다.


- 북적북적


던전 입구부터 사람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수도권 던전이라 접근성이 좋아서 각성자에게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장사꾼이 가판을 차리고 인력파견업체가 사람을 모집한다.


“금 삽니다. 시계, 반지, 시체에서 뽑은 금니, 다 사요.”

“레벨5 이상 탱커 오세요. 후방 인원은 세팅 끝났습니다. 탱커만 오시면 던전 바로 들어가요.”

“중고 아이템 팔아요. 핏자국 완전 세척! 새것이나 다름없어요.”


던전 사태는 국가적 위기다. 던전에서 에너지를 제때 뽑아내지 못하면 대재앙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죽음 앞에서 돈 벌 구석을 찾아낸다.

디스 이즈 자본주의.


심지어 던전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한가득이다. 관광객, 커플,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들. 이곳 커피숍에서 몬스터 커피를 판다고 SNS에 소문이 난 탓이다.

손님들이 웅성거린다.


“저게 몬스터 커피야? 향 특이하다.”

“오크 커피, 슬라임 커피, 히드라 커피도 있네.”

“음료 안에 몬스터 에너지가 들어있대. 성분표 봐. 오크 0.001퍼센트 함유.”

“대박. 저거 먹으면 몬스터 먹는 거야?”


나는 탄식했다.

굳이 던전 앞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냐? 던전 안에서는 처절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던전 터지면 여기 사람 다 죽는데?

미친 인싸들.

나는 저들의 감성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중고매장 호객꾼이 나를 부른다.


“손님, 저희 물건 보고 가세요. 싸게 드릴게.”


나는 황급히 거절했다. 모르는 사람이 친하게 구는 거 부담스럽다.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에이, 그러지 마시고. 빈손이시잖아요. 봐둔 물건 있으세요?”

“그건 아닌데···”

“그럼 저희 가게 오세요. 진짜 잘 해드린다니까요.”


땀이 나고 침이 마르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는 호객꾼을 힘겹게 뿌리쳤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던전 입구까지 아직 수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상인과 가게와 행인과 커플과 셀카를 찍는 사람들.

심지어 등산복 중년 아줌마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있다.


“학생, 우리 사진 좀 찍어줘. 나이를 먹으니까 손이 떨리네. 오호호!”


신이시여.

공포스럽다.

저 아줌마가 나한테 사진 부탁하면 어떡하지!


“후우···”


진정하자. 나는 어쌔신이야. 어쌔신은 은신의 전문가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몰래 지나가면 돼.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나는 상태창에 적혀 있던 어쌔신 전용 스킬을 떠올렸다.


[클래스 고유 스킬 : 은신]

[은신 모드를 켜면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좋다.

해보자.

은신 스킬 활성화.


- 팟


시야가 흑백으로 변한다. 야간 투시경같다. 일부 공간이 빨간색으로 칠해졌다.

빨간 공간은 사람들의 눈에서 출발해 부채꼴로 넓어졌다. 누군가 고개를 돌리면 빨간 공간도 따라서 움직였다.


나는 직감했다.

빨간 공간은 타인의 시야다. 시야를 피해 움직이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수 있다.

와우.

이거 완전 게임이잖아. 은신 잠입 액션. 나 이런 게임 좋아하는데.


내가 사람들 시야를 피해 나아갔다. 몸놀림이 가벼워지고 발소리도 줄어든 것 같다. 진짜 어쌔신이 된 느낌이다.


- 스스슥


몇몇 사람이 흠칫한다.


“어? 뭐지?”

“방금 누가 지나간 것 같은데.”

“바람인가.”


나는 인간의 장벽을 뚫고 던전 입구에 무사히 다다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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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둠의 자식(1) NEW +1 9시간 전 18 0 12쪽
6 아싸란 무엇인가(3) 24.09.15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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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싸란 무엇인가(1) +2 24.09.13 56 3 12쪽
3 사회성 제로(3) +1 24.09.12 65 4 13쪽
2 사회성 제로(2) +1 24.09.11 8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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