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해병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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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작품등록일 :
2024.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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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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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추격자.

DUMMY

5. 추격자.


중기관총에 사용되는 탄환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12.7mm.


그러나 비스트를 상대로는 14.5mm 탄환을 사용하는 편이다.


20mm인 기관포탄과 중기관총 그 애매한 위치의 탄환.


12.7mm에 비해 1.5~2배가량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고 응당 20mm 기관포탄보다 운용하기 수월했다.


다만 이 시대 탄환은 고폭철갑탄이나 열화우라늄탄을 기본으로 했다.


타이론 벨의 HMG-9 중기관총에서 뿜어지는 14.5mm 탄환 역시 마찬가지.


철컥철컥!


중기관총의 기계적인 작동 소리가 공기를 찢으며 울려 퍼졌다.


둥둥둥투두둥!


불길한 리듬을 타며 발사된 고폭철갑탄은 거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시뻘건 궤적을 그리며 고라스 무리를 향해 불꽃처럼 쇄도했다.


탄환은 격렬한 폭풍우처럼 거세게 몰아쳤고 고라스의 두꺼운 피부를 관통할 때마다 거대한 파열음이 공기 중에 메아리쳤다.


콰직! 콰직!


고폭철갑탄은 고라스의 육신에 맞을 때마다 강력한 폭발력으로 피부를 찢고 살점을 파고들었다.


대형 괴수들의 육신을 거침없이 갈랐고 산산조각 된 육체에서는 붉은 피가 마치 분수처럼 솟구쳤다.


무서운 속도로 터져 나오는 피와 살점은 주변의 눈과 얼음 위에 흩날리며 짙은 붉은 자국을 남겼다.


쿠아악! 키에엑!


불꽃과 연기가 총구에서 뿜어질 때마다 고라스들은 괴로움과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심지어 땅에 쓰러진 이후에도 고통이 끝나지 않을 터.


피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탄환의 파편들이 내부에서 폭발하며 추가적인 손상을 입힐 테니까.


크르르륵!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쓰러진 고라스들이 일어나려 발버둥 쳤으나 타이론이 발사한 총알은 또 다른 고라스의 눈을 정확히 관통하며 그대로 두개골을 꿰뚫었다.


붉은 피가 머리 뒤로 분수처럼 솟구쳤고 힘없이 무너진 육중한 육체가 바닥에 강하게 충돌했다.


쿵! 퍼억!


대지에 가해진 충격으로 주변에 있던 더 작은 고라스들까지 넘어졌다.


눈과 얼음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사이로 피와 각질이 섞인 찢긴 살점들이 공중에 흩날렸다.


비스트는 전부 제각각.


비스트 가운데 고라스로 분류된 개체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방어력이 더 강한 놈, 공격력이 더 강한 놈, 민첩성이 강한 놈, 몸집이 더 큰 놈 등등 전부 그 특성과 능력이 제각각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놈들은 본능적으로 그 능력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는 점.


제아무리 중기관총의 위력이 강력해도 고작 한 정에 불과했고 방열하는 시간 역시 필요했기에 무한정 사격할 수도 없는 노릇.


몸집이 큰 놈들과 껍질이 유난히 단단한 놈을 앞세워 버티고 그 틈을 타 날렵하고 민첩한 개체가 침투했다면 지금과 같은 광경은 벌어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먼저 지형적인 요건이 한데 뭉쳐서 진격할 수 없게 만들었고 둘째 적절한 시기에 발생한 충격파 등으로 전열을 바로 잡을 기회조차 잃었다.


게다가 등껍질보다 뱃가죽 부근이 약하기 마련.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개체는 너무 비효율적이며 심지어 최하급 개체인 고라스에서 그런 종류의 비스트가 나타날 확률은 희박 그 자체.


고라스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바닥에 쓰러져 몸을 뒤틀었을 때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정신없이 방아쇠를 당기던 타이론이 내게 외쳤다.


“방열!”


더 이상 사격을 가한다면 총열이 녹아내릴 테고 그 상태로 무리하게 더 사격을 가한다면 총열이 고폭철갑탄에 의해 수류탄처럼 폭발할 터.


즉 방열을 무시하고 사격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고폭철갑탄은 열과 충격에 특화된 중기관총조차 얼마 버티지 못할 수준.


보병 기본 총기인 X7 역시 고폭철갑탄을 사용할 수는 있으나 전자기파를 사용한 초고속 발사체를 기본 탄환으로 두는 건 바로 그래서였다.


기본 탄환인 초고속 발사체 역시 놈들을 몇 상대하기도 전에 역시 방열 문제로 사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어쨌든 타이론을 제외하고 나와 엘리가 별다른 사격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의 사격이 제때 이뤄지게끔 보조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운용이었기 때문.


더 강한 무기와 더 강한 총알 등을 보급한다?


불행히도 비스트의 태생은 생체병기다.


응당 그런 무기와 탄환에 대응할 수 있는 개체 역시 존재했고 무엇보다 비스트의 개체는 인류 무기 공급량을 압도한 지 오래였다.


효율적인 운영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


비스트 창궐 이후에도 X7이 기본 총기로 채택된 이유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총열과 그 앞에 널브러진 고라스의 사체들.


살아있는 개체가 몇 마리 존재하긴 했으나 뒤이어진 내 X7에서 뿜어진 탄환에 의해 전부 머리가 터져나갔다.


타다당! 타당!


14.5mm 고폭철갑탄처럼 놈들의 강력한 외피를 단숨에 뚫어내기엔 무리지만 놈들의 뱃가죽이나 연약한 살점을 파고들기엔 충분한 화력을 지닌 총기.


따라서 나는 놈들의 약한 부분.


주로 놈들의 눈알을 관통하는 방식으로 남아있는 놈들을 제거했다.


*


서둘러 총열을 식히면서 제논을 흘낏 바라본 타이론 벨은 사격하는 족족 놈들의 머리만 터트리는 제논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내가 일개 병사에 불과하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가히 대단한 실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정찰 임무에 실패한 적이 없다길래 내심 운이 좋다고 여겼었는데 그런 게 아니었음을 이번에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총성이 멈춘 고요 속에서 산산이 부서진 얼음의 파편과 고라스의 찢긴 육체가 서로 뒤엉킨 광경만이 현실에 새겨졌다.


격렬했던 전투의 메아리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듯 침묵조차 불길했다.


*


바닥은 피와 체액으로 어지럽게 얼룩져 있었고 크고 작은 사체들이 무질서하게 널려있었다.


바람이 불자 눈밭 사이로 날리는 눈과 얼음 조각들이 사체들 사이를 춤추듯 움직였고 가끔은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오로라가 그 잔혹한 광경 위로 휘감기며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대비를 이루었다.


전장을 바라보다가 무거운 공기 속에서 순간적으로 무언가가 피부를 스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허리춤에서 빠르게 뭔가를 뽑아 들었다.


삽시간에 검의 형상을 갖추는 무기.


바로 초진동검이었다.


초음속 진동을 일으키는 특수 제작된 합금으로 이루어진 검날, 상대의 방어를 무시하고 관통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무기.


스윽!


검날에서 발산되는 진동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미세한 파란 불빛이 표면을 따라 번뜩였다.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자마자 번개처럼 허공으로 뻗었다.


스아악!


동시에 뭔가의 살점을 가르는 듯한 소음.


돌연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일렁이며 나타났고 푸른 피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쿠우웅!


흉물스러운 괴물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타이론과 엘리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괴물의 머리를 바라봤다.


그건 바로 은신 능력을 지닌 고라스의 머리였다.


투명하게 변한 놈은 주변 환경과 거의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었지만, 불가사의한 초감각은 그 기만을 단숨에 꿰뚫었다.


초진동 검날은 결국 고라스의 두꺼운 목을 단숨에 베어냈고 놈은 고통의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초진동검을 허리춤에 다시 회수하고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감각에 집중했다.


공기의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감각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휘몰아치는 차가운 바람, 땅을 울리는 고라스의 발걸음, 얼음 조각들이 흩날리는 소리, 멀리서 다가오는 놈들의 거친 호흡 소리, 심장 박동 소리까지도.


감각이 공간을 뛰어넘었다.


각각의 소리와 진동이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처럼 머릿속에서 조합되었다.


놈들의 이동하는 경로와 속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다시 눈을 뜨고 분대 모니터에 라나와 마르코의 퇴각 지점을 설정했다.


저들을 따라 추격할 고라스의 움직임까지 예측해 설정한 지점.


철저한 관측을 바탕으로 설정한 계획이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수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그 모든 변수를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랬다.


‘하지만 변수를 더 줄여야 한다.’


모든 변수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상황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변수를 만들어내면 될 일.


뒤이어서 타이론과 엘리의 퇴각 지점을 설정했다.


*


띠딕!


분대 모니터에 표기된 지점을 확인하던 엘리는 뭔가 이상함을 포착했다.


정작 분대장 제논의 퇴각 지점은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


물론 본인의 퇴각 지점이라 설정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으나 지금껏 모든 계획을 철저하게 알려주던 걸 고려하면 그보다는···.


타이론 역시 이상함을 느끼고 뭔가 말을 꺼내려 했으나 제논은 이미 저편 어둠 속으로 몸을 날린 지 오래였다.


타이론은 황당한 표정으로 욕설 아닌 욕설을 뱉었다.


“···. 미친.”


역시 당황한 엘리의 눈빛을 마주한 타이론이 중기관총을 챙기면서 말했다.


“즉흥적으로 목숨을 던질 사내 같진 않았다. 별수 있나. 시킨 대로 하는 수밖에.”


엘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대단한 수준까지는 아니나 지난 3주일간 육체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다스릴 수 있는 훈련을 계속해왔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에.


불평은 아무것도 바꿀 생각이 없거나 바꿀 능력이 없는 자들이나 품는 허망한 것.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최소한 자책할 필요는 없어진다.


다만 비장한 영웅처럼 목숨을 내던지기 위해 홀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것이 가장 생존 확률이 높았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분대원들은 짐이 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정함을 유지하려는 마음조차 생존에 관점에서는 심력 낭비에 불과할 터.


무엇보다 변수를 조정하기 위해선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 실수는 반드시 죽음으로 귀결될 테니 더더욱.


극한의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조율된 기계처럼 움직였다.


각 근육은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었고 뼈와 신경은 전투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강하고 재빨랐다.


호흡은 조용하고 규칙적이어서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도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두 다리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정교하게 움직였다.


육체가 각각의 운동을 최적화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면서도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정되었다.


어떤 동작도 불필요하거나 낭비되는 것이 없었다.


육중한 갑주를 걸쳤음에도 발걸음은 어찌나 가볍고 재빠른지 밟은 눈이 살짝 흩날리는 정도로 그칠 지경.


어두운 하늘 아래 흔들리는 유령처럼 질주했다.


초감각은 주변 환경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지금껏 이동한 경로를 완벽히 알고 있었고 그 경로에 매설된 지뢰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


크르르륵!


고라스 선발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그 흔적을 드러낸 것도 있었으나 고라스의 감각도 무시무시한 수준.


거침없이 자신들을 향해 질주해오는 내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할 놈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별동대의 고라스들이 죽어가면서 뱉은 울음소리 등으로 한껏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


도망치는 나머지 네 명의 인간의 흔적 역시 인지하긴 했으나 자연히 정면으로 돌진해오는 한 명의 인간에게 그 분노가 집약될 수밖에.


크아앙!


선두에서 달리는 고라스가 사납게 울부짖자 뒤따르는 무리도 그에 화답하듯 포효했다.


이 포효는 하나의 경고이자 전투의 서곡처럼 울려 퍼졌다.


흩날리는 눈과 얼음 위를 파죽지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각 고라스의 거대한 발이 얼음 위를 으스러트리며 내디딜 때마다 강력한 발소리가 주변을 세차게 울렸다.


붉은빛이 번뜩이는 눈에서는 흉포한 적의가 폭발적으로 표출되었다.


놈들의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성난 파도가 물결치듯이 몰려오는 것 같은 막연한 공포를 내포하고 있었다.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움직임의 표본이나 다름없는 광경.


저들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그 모든 걸 인지하고 다스렸다.


꿈틀거리며 타오르는 전투 본능을 냉철한 이성으로 날카롭게 베어냈다.


정확히 필요한 부분만 남도록.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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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돌파. +1 24.09.14 435 17 12쪽
7 7. 칼튼. +2 24.09.13 454 16 12쪽
6 6. 폭발. +1 24.09.12 464 19 12쪽
» 5. 추격자. +1 24.09.11 527 22 12쪽
4 4. 고라스. +1 24.09.10 536 21 12쪽
3 3. 임무. +4 24.09.09 588 23 12쪽
2 2. 리덴. +1 24.09.09 638 22 12쪽
1 1. Start. +3 24.09.09 883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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