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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작품등록일 :
2024.09.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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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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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었어야 정상

DUMMY

“앞장을 서거라.”


위지천은 그의 하인 종필을 앞세워 안관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의원인 일수신의 허정관을 찾아 나섰다.


‘현재 상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하자.’


위지천은 자신의 아버지인 군자검 위지웅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지속적인 실망을 안겨주기가 싫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길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종필의 뒤를 따라서 움직이며 안관의 저잣거리와 길의 형태를 모조리 외웠다. 그가 빌런을 잡던 시절에 형성된 오랜 습관의 하나인 머릿속으로 지도를 만드는 일이었다.


‘짐작보다 훨씬 계획적으로 구역을 나눠서 정비하고 있군.’


안관은 황도인 북경과 가까워서 그런지 굉장히 정돈된 지역이 분명했다. 이곳의 과학 수준을 고려하면 대단히 훌륭하다.


‘의외로 구경하는 재미도 있어.’


문명이 발달한 도시가 그저 최고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단 흥미롭다. 위지천은 이곳 세상의 문화를 감상하며 길을 익혀 나갔다. 그러자, 어느덧 일수신의가 운영하는 일수의원의 앞이다.


“천 공자님. 어떻게 할까요?”


유명한 의원이라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진료를 기다리는 줄이 상당히 길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접수하고 대기하며 기다려야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자님”


접수하고 시간이 제법 흘렀다. 그런데도 남은 줄은 여전히 길다.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구나. 너는 볼일이 있으면 잠깐 다녀와도 좋다.”


“예에?”


“환자는 나 하나인데 구태여 둘이서 이렇게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


“저는 천 공자님의 하인이라 어디 갈 곳이 없습니다. 그냥 여기에 있어도 됩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산에 있으며 갑갑했을 터이니 어디든 다녀와도 된다.”


“그저 말씀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허세가 심해서 그렇지 피는 어디 가질 않아. 천 공자님도 가주님처럼 어진 분이 될 거야.’


종필은 하인의 신분에 불과한 자신을 항상 배려하는 위지천의 성품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조용한 기다림이 이어지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천 공자님. 불편하진 않습니까?”


“기다릴 때 그런 생각을 하면 더 힘들어지는 법이지. 난 괜찮다.”


‘확실히 달라지긴 하셨단 말이야.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종필이 아는 위지천은 갑갑한 상황을 견뎌내는 인내와 끈기가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는 내일까지 기다려도 아무렇지 않을 여유가 넘쳤다.



아침나절에 도착했으나 벌써 점심시간도 지났다. 이제야 기다리던 일수신의 허정관을 만나게 되는 위지천.


‘실력은 확실한가 보군.’


위지천은 허정관을 보자마자 느꼈다. 일수신의 허정관이 훌륭한 의원이라는 걸. 자신은 고작 기다리기만 했을 뿐이지만 일수신의 허정관은 계속해서 환자를 대하고 치료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유지하는 걸 보면 실력이 출중하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보다.


“위지 공자님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습니까?”


어느 정도 가까운 사람은 이름을 사용해서 천 공자라 부르고, 잘 모르거나 친분이 없는 자들은 성을 사용해서 위지 공자라고 부른다. 일수신의는 위지천을 알고는 있으나 친분이 없어서 그를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불렀다.


“몸 상태가 이상하여 신의께 진료를 받고자 합니다.”


“그렇군요.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위지천은 일수신의 허정관에게 주저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무인이 맥을 건네는 건 생명을 맡기는 일. 이리도 쉽게 내밀 줄은 몰랐습니다.”


‘그건 제가 무림의 상식이 전혀 없어서 그렇습니다.’ 위지천은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일수신의를 믿기에 여기를 찾았습니다. 의심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으음. 그 믿음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하지요.”


“부탁드립니다.”


허정관은 의원을 믿어주는 위지천의 말에 자부심을 느꼈다. 더욱 집중해서 진료를 하겠다고 다짐한 그는 위지천의 손목을 잡고 진맥에 들어갔다.


허정관이 보유한 미약한 열기가 위지천의 몸으로 들어간다. 그것들은 위지천의 내부를 관조하게 도왔다.


‘이, 이건?’


위지천은 몸은 어떤 환자보다 자세히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허정관은 신경을 집중하며 더욱 세심하게 살폈다.


잠시 후, 일수신의 허정관은 굳은 표정으로 진맥을 마쳤고, 연신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 상태가 많이 나쁜 겁니까?”


“솔직하게 말하지요. 위지 공자께선 죽어야 마땅합니다.”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들리는 소문과 달리 위지천은 진중했으면 쉽게 놀라지도 않는 무게도 지닌 사내였다. 허정관은 위지천의 태연함에 놀랐다.


“제 짐작인데 최근에 영약을 복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흡수하는 과정에서 약기를 감당하지 못하여 의식이 끊어졌지 않습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위지천은 일수신의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했다.


“약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사망에 이릅니다. 죽었어야 하는 분이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진료를 보러 오셨으니 기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군요.”


위지천은 이제야 확실히 알았다.


‘위지천이 죽고, 내가 그의 몸으로 들어왔던 거야.’


천년 하수오의 약기를 흡수하지 못하여 몸의 원주인인 위지천은 죽음에 이르렀다. 그 이후, 강무혁의 혼이 위지천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 상황이다.


‘결국 영약에 대한 욕심이 위지천을 해쳤고, 내겐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줬어.’


위지천은 결국 죽은 거였다. 어떤 형태건 자신과 무관하게 위지천이 죽었음을 알게 되니 강무혁의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이제 나만이 위지천이야!’


혹시라도 이 몸을 자신이 무단으로 강탈하고 있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강무혁은 이 몸을 더욱 빛나게 해주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한 번 더 떠올렸다.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게 말입니다. 무공을 다시 사용하려면 신체에 퍼진 약기를 풀어줘야 합니다.”


드디어 위지천이 원하던 대답이 나왔다.


‘몸속의 혈들이 꽉 막혀 무공을 사용하지 못했던 거구나.’


원인을 안다는 건 고치는 일도 가능하다는 뜻. 위지천은 흥분하며 물었다.


“혈을 막아버린 이 약기를 풀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공을 이용하여 몸을 구석구석 풀어주는 추궁과혈이 필요합니다.”


“아- 그렇군요. 신의께선 추궁과혈이 가능하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위지 공자. 제가 가진 열양의 기운은 진료를 위한 미미한 수준이라 무인의 뭉친 혈과 기를 풀어줄 수준은 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위지 가주님께 부탁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제겐 충분히 커다란 도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혹시... 말입니다.”


“환자는 의원에게 무엇이든 편히 말해도 됩니다.”


인자한 표정으로 위지천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수신의 허정관.


“사람이 갑자기 머리가 좋아지는 일도 가능한 겁니까?”


위지천은 늘 궁금했었다. 책이 잘 암기가 되고 이해가 잘 되는 이 신비로운 현상이. 비밀로 간직해야 하나 싶어서 묻고 싶진 않았으나 허정관이라는 사람이 가진 두터운 성품이 느껴져 질문을 했다.


“머리로 통하는 세맥의 크기가 확장되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천운이 따라야만 하지요.”


“천운이요?”


“네.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하다 실패하면 죽거나 백치가 될 터. 이 세상에 천재가 적은 이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진료는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신의.”


일수신의 덕분에 위지천은 궁금했던 모든 걸 알게 되었다. 진료를 끝내고 바깥으로 나온 그의 마음은 심란하다.


‘결국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잖아.’


추궁과혈. 이걸 부탁할 고수는 군자검 위지웅이 유일하다. 위지천은 좋은 부모님께 좋은 모습만 보이지 못하는 아들이라 괜히 미안했다.


“종필아. 아버지께 또 부탁을 하려니 기분이 우울하구나. 안관에서 가장 맛있는 객잔으로 가서 맛있는 밥이나 먹으며 기분을 풀자.”


위지천은 함께 진료를 기다리느라 고생한 종필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려고 했다.


“고. 공자님! 서, 설마 진미 객잔으로 가자는 말입니까?”


“진미 객잔의 맛이 제일 훌륭하다면 거기로 가야지.”


“거긴... 혈부파의 놈들이 수시로 오갑니다.”


위지천은 혈부파가 어떤 조직인지 당연히 몰랐다.


“혈부파가 우리 위지세가보다 위에 있더냐?”


“그거야... 당연히 아닙니다.”


안관의 호랑이이자 패주인 세력은 위지세가이다. 그곳의 아들인 위지천은 안관 땅에서 당당하지 못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느냐. 당장 가자.”


‘이, 이러면 곤란한데...’


하인 종필은 위지천 공자님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서 이렇게 말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뭐 하고 있느냐? 너 배 안 고파?”


“저는 진짜 모릅니다. 천 공자님을 믿고 앞장만 설 뿐입니다.”




**




안관 땅에서 가장 유명한 진미 객잔에 도착했다.


‘여긴 규모가 대단하구나.’


3층으로 지어진 진미 객잔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거기다 내부마저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대단한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을 마구 샘솟게 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으나 아직 저녁은 아니다. 그런데도 객잔은 손님들로 바글바글하여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는 것 또한 누구나 알 수 있다.


“위지 공자님! 오랜만에 저희 진미를 찾아주셨군요. 저는 영영 안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위지천은 점소이의 반응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하인 종필도 그렇고 혈부파와 가까운 곳으로 그가 오면 안 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만 같다.


‘여기도 우리 위지세가의 영역.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길 리 없잖아.’


위지천은 위지세가의 영역인 안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고 판단하여 걱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이곳에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 세 개만 가져오게.”


“시장하신 듯 보여 빠르게 대령하겠습니다.”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은 위지천은 즉시 주문을 끝냈다. 잠시 후, 점소이가 오리구이와 볶음밥 그리고 만두를 가지고 돌아왔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 그런지 직원도 눈치가 빠르구나.’


향부터 훌륭한 음식이다.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려던 위지천의 계획은 성공할 분위기였다. 그는 먹기 좋게 잘라진 오리구이 한 점을 들어 입에 넣었다.


‘완전 맛있어!’


중원의 요리에 푹 빠져도 이상하지 않을 훌륭한 요리가 나왔다. 볶음밥과 만두마저 함께 훌륭하여 진미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객잔이다. 위지천은 종필과 함께 즐겁게 식사에 임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온다. 위지천은 창문 밖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중원에서의 여유도 한껏 누렸다.



“위지천 공자께서 저희 혈부파의 영역으로 식사하러 오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제가 위지 공자님을 아주 단단히 잘못 알고 있었나 봅니다.”



바깥 풍경을 감상하던 위지천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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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었어야 정상 24.09.13 74 2 11쪽
3 나의 가족 24.09.12 82 3 12쪽
2 하산 준비 24.09.11 96 2 11쪽
1 무림에 왔다 24.09.10 12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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