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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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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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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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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검 (3)

DUMMY

사준혁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뭐, 뭐라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위지천이 이제 그만하자고 애원하는 상황을. 그런데, 정중한 자세로 비무를 계속하자고 한다. 사준혁은 몹시 난처해지고 말았다.


“우리의 비무는 양쪽이 동의해야만 끝나는 승부. 뭘 꾸물거리나. 어서 덤비게.”


위지천의 저 당당한 기세를 보면 사람들은 사준혁이 두들겨 맞았다고 여길 지경이다. 그만큼 맞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다.


‘피를 잔뜩 토했으면 몸을 생각해서 사려야 하거늘. 오히려 정신을 더 놓아버렸구나.’


사준혁은 그만하고 싶으나 자존심이 있어 그럴 수는 없었다.


“오냐! 그토록 원하면 더 두들겨 패주마.”


“내 기꺼이 그러라고 허락하지.”


사준혁은 위지천의 시건방진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 겁도 없는 위지천을 어떻게 때려야 되는지를 두고 신중히 공격하는 부분에만 집중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애초에 대결이란 말도 웃겼다. 둘의 격차는 그 정도로 컸으니까. 사준혁은 그저 입이 가벼운 자를 혼내고자 했고, 쌓인 분노를 조금 풀려고 했을 뿐이다. 죽일 마음은 결코 없었다. 그런데, 저 미친놈이 죽고 싶어 안달이라 마음이 복잡해진다.


퍼버버버벅. 퍼버버버벅.


이미 섬전권을 죽지 않는 선에서 펼치느라 체력과 내공의 소모가 발생한 사준혁이다. 이젠 더더욱 섬세하게 때려야 하기에 등을 타고 흐르는 땀은 멈출 기미조차 없다.


‘사준혁은 추궁과혈을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위지천은 연신 두들겨 맞으며 계속해서 감탄했다. 사준혁은 정말로 기분 좋은 강도로만 사람을 팬다. 이게 가능하나 싶지만 그의 기를 조절하는 능력은 참으로 훌륭해서 일부러 추궁과혈을 해주려고 이렇게 때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만들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저 얼굴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렇다고 말해도 믿었을 위지천이다.


“헉. 헉. 헉.”


사준혁은 결국 거친 호흡을 연신 내쉬었다.


‘전력을 다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내공의 소모야.’


사람을 죽이는 권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면서 때려야만 하는 권이다. 내기를 섬세하게 다루느라 사준혁은 빠르게 지쳐갔다.


“자네 설마! 벌써 지친 건가? 이러다 내가 이길지도 모르겠어.”


얄밉게 말하는 위지천.


“이게 진짜! 아직도 덜 맞았구나.”


“응. 덜 맞았어. 어디 더 쳐보던가.”


“오냐. 간다. 받아라.”


퍼버버벅. 퍼버버벅.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한 주제에 입을 잘도 놀린다. 사준혁은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어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함에도 적정 수준의 주먹을 휘둘러야만 했다.


“헉. 헉. 헉.”


당하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때리는 사람이 지쳐가고 있다. 누가 봐도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위지천은 승부에 목숨을 거는 진짜 무인. 세간의 평가는 제대로 틀렸어. 젠장! 죽일 수 없는 이상 내가 너무 불리하잖아. 분하지만 내 꾀에 내가 당한 거야.’


상대를 아프게 할 마음은 있어도 죽이거나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질풍검 사준혁. 그는 위지천의 주먹으로 싸우자는 도발에 응하며 했던 말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내가 이기려면 위지천을 죽여야만 한다. 이게 유일해. 그, 그렇지만... 이런 일로 사람을 죽일 순 없어. 거기다... 위지천은 위지웅 대인의 아들이라고.’


갈등하던 사준혁은 결국 휘두르던 주먹을 멈추며 팔을 내렸다.


“네놈을 패기만 하는 것도 따분하군. 특별히 나를 때릴 기회를 주겠다.”


“너!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내가 착각을 한다고? 무슨 말이지?”


“잘 들어라. 사준혁. 이 위지천은 너의 무공을 몸으로 체득하는 중이다. 그러니 어서 공격해! 더 당해줘야 어느 정도인지 결론이 나온단 말이다.”


‘저 미친놈은 기회를 줘도 지랄이군.’


바람공자라 허풍이 세지만 입심 하나는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저렇게 맞고도 주둥이가 살아 있는 걸 보니 이 소문은 거짓이 아닌 진실이다. 물에 빠져도 입은 둥둥 떠 있을 놈이라는 평판 이거 하나는 확실히 틀리지 않았다.


“난 분명히 말했다. 공격할 기회를 준다고.”


“공격할 기회라... 그거 참 듣기가 좋군. 이렇게 되면 우린 주고받으며 대등하게 싸우는 건데... 너도 인정하는 거다?”


‘미치겠군. 일단 더 패자. 최대한 조심히.’


사준혁은 위지천의 목숨을 건 허세에 질리고 말았다.


“기회를 주려고 해도, 네놈이 건방을 하도 떨어서 참을 수가 없군. 다시 간다.”


“그래! 이래야지. 진작 이랬어야 옳은 거다. 사준혁.”


퍼버버벅. 퍼버버벅.


주먹을 휘두르자마자 아무런 저항도 없이 다시 두들겨 맞는 위지천.


사준혁은 분명 자신이 때리고 있는데도, 이기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고 말았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사준혁은 느꼈다. 이제 더는 위험하다는 걸. 그는 또다시 공격을 멈췄고, 펼쳤던 주먹을 풀었다.


“헉. 헉. 이제 그만하는 건 어때? 내가 특별히 자비를 베풀고 싶어졌거든. 헉. 헉.”


그만하자는 말은 절대로 먼저 꺼내고 싶지 않았던 사준혁. 그는 위지천의 독기와 근성을 인정하며 여기서 멈추는 걸 제안했다.


‘마사지 약발도 사라져서 이젠 많이 아픈데 이쯤에서 끝낼까?’


추궁과혈의 효과가 끝나서 고통만 느끼는 상태가 된 위지천. 그는 고민했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어떤 은원이건 정리를 하려면 확실하게 매듭을 제대로 지어야만 한다. 여기서 끝내면 사준혁과 자신의 관계가 원만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도 당연히 맞기는 싫어. 그렇지만 타협하기엔 모양이 살지가 않아.’


훌륭한 방안을 모색하던 위지천은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사준혁. 비무를 끝내고 싶어?”


“그, 그렇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던 놈이 이긴 척 굴면서 비무를 끝내고 싶으냐고 묻는다. 사준혁은 다시 달려들어 두들겨 패고 싶었으나, 저 미친놈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그럼...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데... 괜찮겠어?”


“지금... 부, 부탁이라 했느냐?”


“그렇다면?”


한 대 치고 싶은 얼굴로 부탁을 운운하는 위지천. 그의 뻔뻔한 모습에 사준혁은 주먹을 들까 했으나 끝끝내 그러지 않았다. 참는 걸로 결론을 내린 이상 자존심을 내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


‘분하지만, 이번엔 내가 너한테 제대로 말렸다. 그러니 받아주마.’


사준혁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진 주제에 이긴 척 행동하며 부탁을 운운하는 위지천의 뻔뻔한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이상하게도 마냥 밉지가 않았다.


‘내가 너무 많이 팼나? 맞은 건 저 녀석인데 왜 내 정신까지 이상한 줄 모르겠군.’


사준혁은 공격할 의지를 분명히 꺾었기에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부탁이 뭔지 들어나 보자.”


“부탁은 두 가지야.”


“허. 두 개? 그래, 이야기를 듣기로 했으니 어디 말을 해보게”


부탁도 황당한데 하나도 아니고 두 개라고 한다. 사준혁은 그의 당당함에 혀를 내둘렀다.


“우선, 아직 승패가 나오지 않았으니 결과는 비긴 걸로 해야 마땅하겠지? 따지고 보면 이건 부탁도 아니긴 하지.”


“흐흐. 그렇다고 하지. 다음은 뭔가?”


사준혁은 도대체 어떤 말까지 나오나 궁금하여 웃음마저 나왔다.


“두 사내나 치열하게 싸웠는데 비겼다면 모양이 영 그렇잖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거야... 그렇지.”


사준혁은 위지천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말인데... 친구 어때? 이미 말은 텄잖아.”


“치, 친구라고?”


“그래! 친구. 난 네 녀석이 마음에 들거든.”


위지천이 겪은 사준혁은 과격한 면모가 있으나 하나씩 살펴보면 배려가 있고 선의도 있었다. 저런 사나이를 친구로 둔다면 기꺼이 등을 맡겨도 된다.


“하하. 아하하하핫.”


사준혁은 가슴이 답답했었는데 뻥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위지천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 사준혁은 기꺼이 위지천 그대의 친구가 되겠다.”



흑도에서 정도로 옳긴 혈부파의 아들 사준혁은 질질 끄는 걸 아주 싫어하는 호탕한 남자였다. 그는 이번 비무에서 깨달았다. 위지천이 친구로 삼아도 좋은 사나이라는 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기에 가까운 기백. 사준혁은 위지천의 이 모습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기꺼이 그와 벗이 되기로 했다.


“승부를 펼쳤더니 친구가 생겼군. 앞으로 잘 지내자. 사준혁.”


“내가 할 소리를 먼저 하는군. 위지천.”


“보시다시피 내 몰골이 엉망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 내 조만간에 다시 찾아오겠네. 친구. 그땐 진하게 한잔하자고.”


“우리 혈부파와 나 사준혁은 언제나 천 자네를 기다리겠네.”


“좋군. 다음에 보자고.”

“이제 돌아가자. 종필아. 어머니께서 기다리시겠다.”


위지천은 사준혁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몸을 돌렸다.


“...아. 예. 처, 천 공자님.”


위지천은 그렇게 두들겨 맞았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혈부파를 나왔다.


종필은 위지천이 두들겨 맞는 걸 지켜보며 몇 번이나 주저앉아 울어버릴 뻔했다. 어떤 경우에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위지천의 당부가 없었다면 당장 위지세가로 달려갔을 그였다.


“천 공자님. 오늘은 정말로 멋있었습니다. 근데... 몸은 괜찮은 겁니까?”


“종필아.”


“예에?”


“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 괜찮겠냐?”


“근데 왜 이렇게 멀쩡한 모습을 보이려고 용을 쓰시는 겁니까?”


“맞아가며 얻은 친구의 앞이다. 사내답게 버텼는데 이제 와서 꼴사납게 쓰러질 순 없잖아.”


휘청 휘청.

바르게 걷던 위지천은 이리저리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의식을 잃고 쓰러지려 했다. 긴장이 풀린 탓이다. 종필은 그를 붙잡으며 부축했다.


“고. 공자님!”


“...”


대답이 없다. 다급해진 종필은 어서 위지천을 등에 업고 세가로 내달리려 했다.


턱.

종필이 서둘러서 위지천을 업으려 할 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종필은 고개를 돌렸고, 질풍검 사준혁을 보았다.


“사, 사 공자님.”


“내가 천이를 데리고 일수신의를 찾겠다. 넌 따라와라.”


“이럴 줄 알고 계셨습니까?”


“원래 맞은 사람보다 때린 사람이 상태를 더 잘 아는 법이지. 시간이 없으니 난 서두르겠다.”


“제발 부탁합니다. 사 공자님.”


“걱정하지마라. 이젠 네 주인이기에 앞서 내 친구다.”


질풍검 사준혁은 위지천을 들더니 그의 별호인 질풍처럼 빠르게 달려갔다.


그 역시 내기를 잔뜩 소모한 상태였으나, 달려가는 과정에서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점점 멀어져가는 사준혁이 보인다. 그의 뒤를 따르는 종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냥 허언이 아니었어. 천 공자님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하실 수 있는 그런 분이 맞았어!’


군자검 위지웅은 인품이 훌륭하나, 그의 무공 실력은 대단하다는 평이 자자하다. 그런 그의 아들인 위지천이 호부 밑에 견자가 없다는 걸 증명하듯 이제야 숨겨왔던 재능을 보이려 한다. 종필은 자신의 작은 주인이 더 높은 곳에서 우뚝 선다고 확신했다.


‘오늘 보여준 그 무모함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 종필의 눈에도 분명히 보였어요. 천 공자님이 드디어 비상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힘찬 노력이라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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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붉은기린
    작성일
    24.09.15 21:43
    No. 1

    안녕하세요~오늘 선호작하고 1화부터 여기까지 추천들 하고 잘 보고 가요~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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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산 준비 24.09.11 96 2 11쪽
1 무림에 왔다 24.09.10 12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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