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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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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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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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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잠룡 (2)

DUMMY

검을 뽑고 집중하는 군자검 위지웅. 그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뭐랄까. 마치 하나의 풍경으로 보였다. 위지천은 검과 위지웅을 떼어놓고 보기가 어려워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그런 신기한 느낌이 생겨났다.


문득 떠오른다. 무학의 기본이 담긴 서책에서 읽은 내용이.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신검합일의 경지?’


몸과 검이 하나가 되는 신검합일. 이게 바로 그 경지라는 걸 위지천은 어렴풋이 이해했다.



“구름은 한 없이 가볍고 부드러워 어떤 산도 능히 넘는다. 이것은 모든 것의 위에 서는 단 하나의 구름. 우리 위지세가의 상징인 일운검법一雲劍法이다.”


위지웅이 검을 들고 검무를 추듯 부드럽게 움직인다. 그의 부드러움과 가벼움은 좋은 의미의 교활함이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었다. 저 부드러움은 강맹함을 숨기기 위한 치명적 현혹. 일운검법은 어떠한 힘도 타고 넘는 교활함과 강인함을 가져 외유내강이란 생각을 저절로 불러 일으켰다.


‘이럴 수가! 무공이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대단하잖아.’


강무혁으로 살던 시절에는 놀라운 스킬을 가졌었다. 그는 스킬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무림의 수준이 초능력자들의 위에 있을 거라 여기진 않았다. 여전히 자신이 가졌던 스킬의 대단함을 부정하진 않으나 군자검 위지웅이 보여주는 무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인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이렇게 강해지는 것이 가능함을.


‘가지고 싶다. 저 무武를.’


위지웅의 검이 만들어내는 저 부드러운 허허실실의 구름. 저 구름 속에 숨겨진 힘은 위지천을 전율토록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들이 숨겨왔던 무재를 이제라도 드러내니 아비로서 뿌듯하구나.’


위지천이 일운검법에 숨은 위력을 알아차렸는지 넋을 놓고 감탄하고 있다. 신이 난 군자검 위지웅은 바로 다음 무공을 펼쳤다.


“아무리 높고 높은 산도 뛰어넘는 대장부의 의지를 일운검법에 담았다면, 어떤 산도 기어이 부수고 말겠다는 우리 위지세가의 기개가 담긴 힘이 바로 벽라장碧羅掌이다. 이 아비도 아직 벽라장의 궁극에 도달하진 못하였으니 너는 반드시 이 아비를 넘어주길 바란다. 천아.”


벽라장은 투박할 정도로 정직하나, 그만큼 강맹하고 패도적인 무공이었다. 위력이 강하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가 없다는 듯 힘찬 기개로 채워진 늠름한 장법이다.


펑-!!!

연무장의 구석에 놓인 사자석상은 벽라장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며 박살났다.


“아버지가 펼치는 가문의 무공은 실로 놀랍습니다.”


“너무 감탄만 하지는 말거라. 냉정하게 따지면 우리 위지세가는 세가군 내에서 서열 십위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언제나 천하제일가의 자리를 차지하는 남궁세가와는 비교조차 무리이지.”


“...그렇군요. 이 아들은 강자가 많은 이 무림이 너무도 기대됩니다.”


위지천의 심장은 요동을 쳤다.


자신을 전율케 만든 군자검 위지웅조차 우러러 보는 강자들이 무림에는 즐비하고 있다. 스킬이 아닌 노력으로 경지를 올리는 무공에 매료된 위지천. 지금 그의 심장은 도전자의 투지로 활활 타오른다.


“꽁꽁 숨기고 있어 보이지 않던 너의 기개는 놀랍도록 뜨겁구나. 아들. 잘 봐라. 이 아비가 극양지(極陽指)마저 보여주겠다.”


위지천은 위지웅의 손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열양의 기운을 가장 빠르게 방출하는 효율적인 지공이 바로 극양지. 내공의 소모가 적고 빠른 공격이 가능하나 위력은 다소 부족하지. 상당히 유용하여 쓰임이 많은 지공이니 잘 보아야 한다.”


군자검 위지웅이 간결한 동작으로 손가락을 앞으로 내민다.


팅-!


퍽-!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에서 기운이 방출되었다. 그 힘은 빠르게 날아가 연무장 옆에 심어진 나무에 작은 구멍을 새겼다.



‘이 지공을 보니 내 스킬은 언제 돌아오나 싶네. 동기화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냐고!’



위지천에겐 극양지보다 더욱 뛰어난 손가락 스킬이 있었다. 그렇기에 효율에 중점을 둔 극양지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가문의 무공을 감상한 소감은 어떻더냐?”


“아주 좋습니다. 저는 이 무공으로 위지세가를 가장 높이 일으켜 세울 겁니다.”


“좋구나. 아주 좋구나. 허나 명심해라. 결과가 너를 배신해도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 아비와 네 어미는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아닙니다. 아버지. 저는 반드시 결과를 이루는 사람. 제가 분명히 보여주겠습니다. 위지세가가 천하제일이라는 걸.”


위지천이 되면서 다짐했다. 이 몸을 얻은 보상으로 천하제일가를 만들어 주겠다고. 이 무림에는 놀라운 고수들이 가득하나 그의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구나. 아들아.”


위지웅은 아들의 의지가 대견하여 크게 기뻐했다.



“아버님. 오늘 따라 기분이 유독 좋아 보이십니다.”



연무장으로 젊은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통통하여 풍채가 좋고 성격이 시원해 보이는 그런 사내였다.


그를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위지웅의 표정을 보니, 상당히 가까운 사이인가 보다.


‘누구지?’


위지천의 궁금함을 위지웅이 바로 풀어준다.


“상진이가 오랜만에 세가를 찾았구나.”


“한동안 찾지 않아 죄송합니다. 아버님.”


“공부하느라 바쁘니 그럴 수 있지. 난 괜찮다. 이 녀석아.”


‘아- 이 남자가 바로 천상진이구나.’


위지천은 종필에게 들은 천상진이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천아. 몸은 어때?”


천상진이 위지천의 안부를 묻는다. 그는 위지천의 유일한 친구. 이제는 사준혁이라는 다른 친구도 생겼으니 두 명의 친구 중 하나라 하겠다.


위지천은 천상진에 대한 종필의 말이 떠올랐다.


‘관직에 오를 예정인 하북 최고의 수재 천상진 공자님은 천 공자님을 누구보다 귀하게 여기는 진정한 죽마고우입니다.’


천상진의 표정에는 위지천을 향한 순수한 걱정이 가득했다. 이런 좋은 친구가 있었던 걸 보면 위지천이 마냥 허풍쟁이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별거 아니라서 지금 연무장에 있잖아. 나는 괜찮아. 부상 소문에 친구가 이렇게 찾아오니 기분이 좋네.”


“다행이다. 네 소식을 듣고 어젯밤에 위지 세가로 오려다 여진이가 실례라고 뜯어 말려서 겨우 참았거든.”


“어쨌든, 잘 왔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거든.”


“그건 당연한 거고. 인마!”


위지천을 대신하여 산다고 다짐했기에 그의 친우인 천상진을 만나려 했었는데... 그가 먼저 찾아왔다. 고마울 따름이다.


“둘이 밀린 이야기를 나눠라. 나는 밀린 업무를 보러 가마.”


“예. 아버님.”


“들어가세요. 아버지.”


위지웅은 친구와 시간을 보내라고 자리를 떠났다. 위지천은 위지세가의 내원에 있는 운치가 넘치는 정자로 자리를 옮겨 천상진과 차를 마셨다.


“질풍검 사준혁과 싸워 비겼다고 들었다. 지금 그 소문 때문에 안관 일대가 난리야.”


“무승부는... 무승부지.”


위지천은 씁쓸한 감정을 느끼며 답했다.


‘승패를 내는 방법이 양쪽 합의라 구차하게 무승부를 만들었지.’


우겨가며 무승부를 만들었으나, 진정으로 비겼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알려줘.”


“별거 아니야. 내가 사준혁에게 실수한 부분이 있어 방어만 하다 끝났어.”


위지천은 친구에게 무능해서 두들겨 맞기만 했다는 말은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자신의 입이 저지른 잘못을 이유로 열심히 방어했다는 부분을 전했다.



“그러면 그렇지! 자네가 질풍검 사준혁에게 부상을 당한다는 게 애초에 말이 되지 않았어.”


“어?”


위지천은 몹시 놀랐다. 천상진의 말이 너무 엉뚱해서다.


“사람들이 사준혁이 봐줬다고 말이 많은데, 그건 내 친구 위지천의 진면목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암! 그렇고말고.”


“내 진면목? 그게 뭔데?”


위지천의 가장 친한 친구인 천상진. 그가 얼토당토않은 말을 한다. 위지천은 살짝 당황했다.


“사준혁과 싸워서 무승부를 만든 걸 보면, 이제야 잠룡이 깨어나 세상을 호령하려는 것 아닌가?”


“잠룡?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너무도 진지한 천상진의 표정에 위지천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천상진은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를 진지한 표정과 어투로 하고 있다.


“왜 그러는가? 자네가 내게 말하지 않았나. 특별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고 말이야.”


“트, 특별한 비밀?”


“자네는 황궁과 연관이 있고, 무림맹과도 은밀하게 연관된 신분이라 어쩔 수 없이 실력을 숨기고 사는 잠든 용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건 나와 내 여동생만이 아는 비밀이지.”


“그, 그래?”


“그렇고말고!”


위지천은 이제야 깨달았다. 천상진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이 녀석이 진짜 하북 최고의 수재가 맞아? 왜 이딴 말도 안 되는 뻥을 믿고 있냐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위지천을 굳게 믿고 있는 친구 천상진. 그의 진지함에 위지천은 너무 부끄러워져서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풍서생 소리를 들어가며 버텨온 자네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려고 하니 너무 기분이 좋군. 자네의 행보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게 나 역시 기필코 장원 급제를 할 거라네.”


어쨌든, 이거 하난 확실히 알겠다. 천상진이 위지천을 정말로 귀중한 친구로 여기고 있음을. 그렇기에 위지천은 바람공자라면 이렇게 답했을 거라 여기며 힘차게 말한다.


“그래! 너와 내가 이 세상을 휘어잡아 보자.”


“하하하. 이제야 자네답군.”


‘허풍쟁이를 순수하게 믿어주는 친구라니! 어떤 면에선 존경스러울 정도로 대단하구나. 천상진.’


위지천은 천상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수재는 맞는지 박학다식하여 이곳 세상에 관한 질문을 하면 바로 대답이 나온다. 위지천은 그와 실컷 떠들었고, 헤어질 땐 정문까지 따라 나왔다.


“천아. 이틀 후에 우리 집으로 와라. 여진이가 네게 요리를 해준다고 했거든. 꼭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그러면 당연히 가야지. 이틀 후에 보자.”


“그래. 이틀 후에 다시 만나자.”


천상진은 몸을 돌리며 떠나려 했다.


“자. 잠깐만!”


나는 떠나는 천상진을 멈춰 세웠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다.


“왜?”


“이번에 새로 생긴 친구도 함께 갈게. 괜찮지?”


“나야 좋지. 사준혁은 안관에서 평판이 좋은 사내잖아.”


“알았어. 같이 간다.”


“그렇게 해. 근데 그 친구는 자네를 다치게 했다는 이유로 우리 여진이가 미워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


“끽해야 구박이겠지. 그 정도는 견딜 넉살이니 신경 쓰지 마.”


“그렇군.”


친구 천상진은 떠났다. 위지천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진 공자님은 언제나 밝고 씩씩하군요.”


주변에 있던 종필이 다가와 한마디를 거든다.


“종필아. 상진이는 왜 그렇게 맹목적으로 나를 믿을까?”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연하다고?”


위지천은 종필의 말에서 두 사람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상진 공자님이 어린 시절에 부모님을 잃고 힘들어 할 때, 천 공자님이 개인 용돈으로 상진 공자님을 도와주셨지요. 거기다 높은 학문을 시기하여 장난을 치던 동기들을 혼내어 주었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늘 불어넣어 주지 않았습니까. 다른 분이라면 몰라도 상진 공자님께서 저러는 건 당연한 일이라 여깁니다.”


“내가 그렇게 했다고?”


“네. 제가 옆에서 모두 지켜봤지요.”


위지천은 종필의 말을 듣자, 자신을 향한 천상진의 맹목적인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위지천 이놈은 허세가 심하긴 했어도 의외로 괜찮은 구석도 있었구나. 천상진 앞에서는 특별히 허풍도 조금 부려주마. 내가 다른 모습을 보이면 그가 좋은 친구를 잃게 되니까 말이야.’


강무혁은 떠난 위지천의 혼이 누군가에는 온전한 그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천상진에게 난 거짓된 잠룡이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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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진짜 잠룡이 되는 시간 NEW 20시간 전 30 1 12쪽
» 거짓의 잠룡 (2) 24.09.17 41 0 12쪽
8 거짓의 잠룡 24.09.16 49 0 11쪽
7 질풍검 (3) +1 24.09.15 50 1 12쪽
6 질풍검 (2) 24.09.14 51 1 12쪽
5 질풍검 24.09.14 65 3 12쪽
4 죽었어야 정상 24.09.13 73 2 11쪽
3 나의 가족 24.09.12 82 3 12쪽
2 하산 준비 24.09.11 96 2 11쪽
1 무림에 왔다 24.09.10 12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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