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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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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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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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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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게임 속에서 네크로맨서로 최정점에 올랐다.


그게 내 인생 최대의 스펙이었고 이력서에 단 한줄도 넣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래도 살아가야 겠다고 공부도 못하던 놈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할 줄 아는게 없으니, 남들이 다 하듯이 그렇게 준비했다.


몇 년이 지나고 작은 고시원에서 삶을 마감했다.


부모님이 사고를 당해서 죽고 친척 하나 없었던 평범한 청년의 죽음은 기사한줄 나오지 않고 무연고자로 처리되었다.


이제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다른 세상으로 빙의 되었다. 이안이라는 소년에.


무려 게임속에서 모든 시간을 갈아 만들어 낸 본 드래곤을 아공간에 가진채로.


자신의 아공간에 네크로맨서 최강의 소환수.


드래곤의 뼈로 만든 본 드래곤.


자, 그럼 무엇을 해야할까.


세계를 지키거나, 누군가와 맞써 싸워야 할까?


아니었다. 함부로 본 드래곤을 꺼냈다가는 교황청에게 평생을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성기사단과 사제들의 무서움을 아는가?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악을 찾기 위해 세상 곳곳을 뒤지고 다닐 것이다. 제국에서도 공적으로 취급해서 엄청난 포상금을 매기겠지.


본 드래곤은 네크로맨서가 만들어 낸 최강의 소환수다. 무려 어둠의 마나로 점철되어 흘러넘쳐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걸 보는 순간 사람들이 두려움에 몸서리 칠것이다. 아무것도 안했지만 이미 흑마법사는 악인이라는 이름표가 달려있다. 그 중에서도 최악의 존재로 낙인찍혀 살아 갈 것이다.


잘난 얼굴이 새겨진 현상수배 전단지 수천장이 용병길드의 최상단에 위치하여 엄청난 금액을 갱신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쫓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싸워서 이긴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명이 죽으면 한명이 더 덤벼들고 악명만 높아질 뿐이다.


현대인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를 쉽게 죽이고 살아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니라면 말이다.


거기다 이 세상의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실존 하는지 몰랐다.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자기들의 동족의 뼈로 만든 존재가 있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강 병기를 가지고 변방 숲속 안의 마을에 숨어 살기로 했다.


그리고.


말하지 않은 사소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아공간에서 본 드래곤을 완전히 꺼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 *



이안은 거대한 사슴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가죽 갑옷에 사이사이 보이는 단련된 근육. 잘 벼린 칼과 물소의 뿔로 만든 활을 가지고 있는 이안을 보면, 누군가는 숙련된 사냥꾼이라 착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안은 활을 들고도 시위를 당기지 않았다. 그저 사슴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아공간 개방.‘


순간 허공에서 짙은 어둠의 마나가 흘러나왔다.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스러운 마력.


사슴은 풀을 뜯는 자세 그대로 죽어버렸다. 죽은 원인은 심장발작.


아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어둠의 마나의 침식당해 자신도 모르게 순식간에 죽어버린 것이다.


“오늘도 좋은 사냥이었다.”


활 한 방 쏘지 않은 이안은 만족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무려 수사슴이었다.


뿔은 약재로 값비쌌고 고환은 정력제로 사람들이 환장했다. 피도 보약으로 값비싼 재료였다. 가죽과 고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용용아 이것 좀 들고 가줘.”


아공간이 열리고 본 드래곤의 손의 뼈마디가 나왔다. 본 드래곤의 손은 그대로 사슴을 들고 아공간 안으로 사라졌다.


“고맙다. 용용아.”


그대로 아공간의 문이 닫혀 사라졌다. 주위의 공기를 짓누르던 어둠의 마나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안이 거주하는 곳은 북부 대공의 영지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레트로 마을이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백 가구가 넘게 살만큼, 변방치고는 큰 규모를 자랑했다.


마물의 숲과 가까워서 이곳에 살고자 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마물이란 존재는 마나를 깨달은 괴물.


기사조차 그들과 싸우는 일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어둠의 마나를 가지고 특이한 능력을 개화한 이질적인 존재였다.


드넓은 마물의 숲에서 아주 가끔 약한 개체들이 터전을 밀려 나와 마을들을 쑥대밭을 만드는 일들이 있었다.


평범한 인간들에게는 귀족만큼이나 두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마물의 숲 주변에는 막대한 비옥한 옥토를 자랑했지만, 아무도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백 가구가 넘게 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레트로 마을은 일종의 개척촌이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세금을 못 낸 사람들이거나 몇 몇은 범죄 또는 각종 문제로 강제로 정착한 이들로 구성되었다.


마을이 저 멀리서 작은 점으로 보이자, 이안은 아공간 안에 용용이에게 사슴을 꺼내게 시켰다. 주변에는 어떤 사람의 기척도 없었다.


만약 사람이 있다고 한들 아공간이 열리는 순간, 어둠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순식간에 죽어버리거나 기절해버릴 것이다.


그대로 사슴에 몇 개의 화살과 칼로 박아 넣어서 상처를 남겼다. 적어도 사냥했다는 흔적은 남겨야 했다.


“읏차!”


무거운 사슴을 들어 올렸다. 이렇게 거대한 사슴은 건장한 성인 남성 네댓 명이 와도 들고 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런데 이안은 가볍게 번쩍 들어 올렸다.


이미 오래전에 평범한 사람의 범주를 넘어섰다. 이제 몸도 바바리안 못지 않게 커졌다.


짐승을 사냥하면서 얻은 힘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어지간한 짐승을 사냥해도 이젠 느낌조차 오지 않았지만.


상태창 같은 것은 없었다. 처음에 이안으로 빙의했을 때, 수백번도 외쳐보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씩 심심할 때 마다 외쳐보고는 했지만, 여전히 그대로다.


빙의되고 10살 무렵 아공간의 사용법을 알게되고, 산토끼를 잡고 나서야 자신의 몸에 어떤 힘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일종의 경험치와 같았다.


짐승을 사냥할수록 몸이 강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뼈마디만 남았던 몸은 커지고 점차 근육이 붙었다.


어느덧 마을의 목책으로 다가가자, 한 무리의 사람이 보였다. 높게 솟은 목책은 마을 사람들이 세운 것이 아니었다.


개척 마을을 형성한다고 북부 대공 밑에서 구르는 병사들의 땀과 진한 눈물이 담긴 목책이다.


마물의 숲이 근처에 있었으니, 이런 목책조차 없었다면 사람들은 겁을 먹고 개척촌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최소한의 보호막 역할이지만 막상 마물이 나타난다면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여어, 형씨 또 거대한 놈으로 잡아 왔구먼.”


누가 봐도 양아치처럼 생긴 케인은 웃으면서 목책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목에는 뱀의 문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용병 일을 하다가 억울하게 잡혀 왔다고 한다.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흐흐. 형씨, 덕분에 오랜만에 고기 좀 먹겠구먼. 고맙소이다.”


케인은 커다란 사슴을 보며 미소지었다.


“언제 마물이 나타날까 안무섭소? 나라면 금화를 준다고 해도 못 하겠소.”


그래도 꼴에 용병이었다고 목책의 경계를 맞게 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외에도 경계를 서던 몇 명이 이안에게 다가왔다.


한때 기사의 종자를 했다는 알렌이 다가왔다. 큼직한 사슴을 보면서 감탄을 뱉었다.


“호오. 그런데, 이안님은 볼 때마다 저런 걸 어떻게 들고 오는 것입니까? 오러가 중급에 이른 기사가 아니라면 쉽게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닌 것 같은데···.”


저 자식은 괜히 기사의 증자를 했다는 게 거짓이 아니라는 듯, 날카로운 데가 있었다.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는 듯 쳐다보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놈의 기사 타령 좀 그만해라. 이안님 가시죠. 이런 놈들에게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헤헤.”


족제비처럼 생긴 사내가 야비하게 웃으며 이안을 이끌었다. 그의 이름은 크론이었는데, 소매치기를 하다가 잡혀 왔다고 했다.


겨우 소매치기로 잡혀 왔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무려 귀족의 소매를 털려고 했단다.


어지간히 정신이 나간 놈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여기는 어떻게 살아서 온 거지.


“기사 타령이 아니라 사실이다. 족제비.”

“지금 누구보고 족제비래. 다시 말하지만 내 이름은 크론이다. 센티비아 성의 전설. 신의 손 크론.”


크론은 사납게 눈을 부라렸다.


“기사 종자를 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지? 한판 떠?”

“나는 검을 수련하지 않은 일반인과 싸우지 않는다.”

“이봐, 내가 일반인으로 보여? 사내답게 주먹으로 싸우자!”


족제비 크론과 기사지망생이었던 알렌의 싸움은 시작하기도 전에 끝이 났다. 양아치 케인이 나선 것이다.


“새끼들아. 싸울 거면 진작 싸우던가. 형씨 바쁜 시간 뺏지 말고 길 비켜라.”


'오랜만에 재밌는 볼거리를 놓쳤군.‘


이안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 거대한 사슴을 들고 있다 보니 어느새 어깨가 뻐근해졌다.


족제비 크론은 언제 싸웠냐는 듯, 이안의 앞에 나서면 손을 비벼댔다. 야비한 미소로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어이, 다 비키거라. 이안님 가시는데 길 막지 마라!”


아론은 주변의 아이들이 함부로 오지 못하게 하고 길을 열어주었다. 깜짝 놀란 아이들이 주변의 길을 열었다.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모여들어, 이안이 잡아 온 사슴을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마을에 몇 안 되는 구경거리였다.


“고기다! 고기!”

“우와, 이안님이 또 사슴을 잡아 왔다!”

“나도 고기 먹고 싶어!”

“와······맛있겠다.”


몇 명의 아이들은 군침을 흘리며 사슴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큰 사슴이라면, 운이 좋다면 고기를 먹을 기회가 올지도 몰랐다.


거대한 사슴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다. 큼직한 크기에 눈망울에 핏발이 선 채로 죽은 사슴이 무서울 만도 했다.

그런데.


'못 본 사이에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이 태어났냐.‘


이안 덕분에 마을은 언제나 풍족했다. 개척마을이었기에 소작농은 한 명도 없었다.


땅을 하사받아 직접 짓는 자영농들이었다. 배를 굶지 않고 고기까지 가끔 먹을 기회가 생기니 힘이 날 수밖에.


그 힘으로 기름진 땅에 농사를 지어 곡식은 풍족하게 생산했고, 남은 힘은 밤일로 가기 마련.. 이건 다 이안의 탓이었다.


마물의 숲 주위는 각종 짐승들이 호수의 물고기들이 넘치도록 많이 살았다.


힘을 받겠다고 끝없이 사냥해와서 고기가 레트로 마을에 아이들도 먹을 정도로 흔해졌다.


일반 평민들은 고기 먹는 일은 일 년에 몇 번 없었다. 그조차 소작농은 예외였다. 대부분이 소작농인 세상에서, 고기는커녕 하루에 한 끼로 간신히 버티는 게 이 중세 판타지 세상.


그런 것을 생각 해 볼 때, 마물의 숲이 근처라는 것을 뺀다면 이만한 마을을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마을의 영웅이 나가신다! 어서 길을 비키거라······크흠.”


크론은 신나서 외치다가, 이안의 노려보는 시선에 꼬리를 말고 눈치를 보았다.


“난리 피우지 마라..”


뒷통수를 떄려주려다가 참았다. 크론이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넵.”


어느새 피리 부는 사내가 된 이안은 마을 사람들과 촌장의 집에 도착했다. 촌장은 관리가 직접 임명한 자였다.


개척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


쿵ㅡ!


촌장의 집 안으로 들어가서 사슴을 내려놓자, 지면을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사슴의 해체 같은 걸 해 본 적 없다. 피를 뽑아 방혈하고 배를 갈라서 내장을 제거할 자신은 당연하게도 없었다. 거기에 가죽은 무두질까지 해야 하는데 귀찮아서 언제 다 한다는 말인가.


“네가 이걸 잡은 건 그렇다 쳐도, 어떻게 들고 왔는지는 지 모르겠다.”


중년의 사내, 쿠만은 한 때 사냥꾼이었다. 그래서 촌장의 집에서 지내면서 평소에는 자경단으로 지내고, 이안이 짐승을 잡아 오면 각종 손질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아무리 사냥꾼이라고 한들, 마수의 숲 지척이니. 근처에 사냥을 할 간덩이 큰 사냥꾼은 많지 않았다.


“세상에 이걸 다 해체하려면 잠도 못 자고 하루종일 걸리겠구나. 이안, 넌 일거리를 안겨주어서 날 과로사로 죽일 셈이냐?”


말과 다르게 쿠만의 얼굴은 웃음꽃이 가득했다. 힘들게 목숨걸고 사냥하는 것에 비하면 해체가 대수겠는가.


거기에 쿠만은 몫으로 나오는 돈과 고기가 꽤 짭짤했다. 불평이 나올 리가 없다.


“뭐, 싫으면 제가 해도 됩니다.”

“허어, 이 친구, 손질은 나에게 맡기시게. 가서 뜨끈한 물에 목욕도 하고 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고 계시게나.”


촌장 집에 머무는 사병들이 거대한 사슴을 끙끙거리며 들어 올렸다. 해체하기 위한 작업용 탁자 위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이안님 이걸 도대체 어떻게 들어올 리 셨습니까?”

“세상에 장정 5명이 간신히 들어 올리는데··· 이걸 들고 오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이안님 덕에 고기를 먹을 기회가 많아서 좋습니다. 하하히.”


마을 자경단들은 한마디씩 하며 이안을 칭송했다. 촌장은 자기를 지켜주는 자경단에게 고기를 먼저 줬으니 고마워 할만도 했다.


“쯧쯧. 요즘 애들은 힘이 없어서야.”


쿠만은 혀를 찾지만 정작 자신 역시 들어 올릴 힘도 없었다. 전직 사냥꾼이었던, 자신이 저런 사슴을 잡았으면 그 자리에서 분해해서 하나씩 옮겨야 했을 것이다.


“아니, 쿠만님도 못 들어 올리실 거면서.”

“나도 한때 사냥꾼이었어. 에잉······나때는 말이야!”

“아 또 시작이시네.”


쿠만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촌장네 하인을 따라서 목욕하기 위해 이동했다. 익숙하게 이안은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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