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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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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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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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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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7서클에 이른 마도사의 최후치고는 보잘것없었다.


그를 곧장 죽여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게 물어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7서클에 이른 자면 또한 비상 상황에 대처할 뭔가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놈은 불쌍하게도 상대가 용용이라는 것이 저주였다. 본 드래곤의 물리 방어력과 마나 저항력 계수는 사기적으로 높다.


뭘 해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7서클이라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존재가 용용이다.


만약 작은 흠집이라도 낸다고 하더라도 곧장 어둠의 마나만 존재한다면 얼마든지 복원이 가능 사기급 최종 소환수.


그런 소환수가 아직도 아공간에서 손만 뻗고 적을 상대해야 한다니. 이건 비극이다. 빨리 더 강해져서 아공간을 크게 열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용용이에게 향한 공격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지만 이안에게 방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아무리 용용이가 놈을 잡고 제어하고 있더라도 어떤 상환이 발생할 줄 몰랐다.


한편으로 느껴지는 충족감. 무려 7서클 마도사를 잡았다.


그럼에도 예전만큼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자들을 잡아도 빠르게 강해지지 않겠군.'


아쉬움이 몰려왔다. 무려 7서클의 강력한 마도사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주는 힘이 적었다.


이제는 수련과 병행하여 강해질 방법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렌과의 싸움으로 검술이라는 것에 관심이 가기도 하였고.


곧장 주위의 마물들의 마석을 수거했다. 상당량의 마석이 이제 확보된 상태.


이걸 카론에게 가져다주면 좋아하겠군. 이렇게 투자했는데 결과를 못 내기만 해봐라.


마법사가 가진 짐들을 챙겼다. 그때 7서클 마도사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ㅡ네놈은 정체가 무엇이냐?


검은 기운 속에 나오는 힘이 평범치 않았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온몸에 끼쳐왔다.


하지만 이안은 당당하게 나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마법사를 죽였으니 서로 예의를 따질 관계가 아니었다.


"네가 알게 뭔데?"


바로 응수해 주었다.


ㅡ감히! 검은 손가락을 건드리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ㅡ대륙에서 우리의 손아귀를 피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게 제국의 황제라고 한다 해도! 이상한 고블린 가면을 쓰고 있는 네놈은 반드시 기억해 두지.


"입만 털지 말고 너도 꼬우면 마물의 숲으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던가."


천박한 말투에 상대는 어이가 없었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ㅡ바이서스를 해치웠다고 이렇게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제법 거대한 뒷배가 있는 놈이라는 것이군.


"그래. 우리의 숫자만 수백이 넘는다. 덤빌 거면 북부의 깊은 숲 안으로 와라. 우리는 그곳에서 기다릴 테니."


고블린 수 백마리 쯤 되지 않을까?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ㅡ너희같은 조직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는데.


바이서스는 무려 7서클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마법사다. 그런 자를 죽인 자가 평범할 리가 없었다.


그런 자 뒤에 수백에 달하는 자들이 있는 조직이 있다니. 거기에 북부로 올 테면 오라는 방자한 태도. 이렇게 자신 앞에서 거만한 자는 처음이었다.


이안이 믿고 있는 뒷배는 용용이가 이었다. 속으로 용용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혹시나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아공간을 열어서 지금 놈에게 타격을 주고 싶었다.


검은 구름이 형체가 뭉게뭉게 떠 있다. 분명 보통 마법이 아니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바이서스의 상관정도 되는 인물일 것 같다.


지금 어떤 형태로든 마나로 연결된 상태.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마나의 연결이 끊긴다면 적에게 마나의 역류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ㅡ네놈이 테이블 소속일 리가 없고 헬시온 소속이냐? 아니면···.


"꺼져라!"


ㅡ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순간 아공간에서 흘러나온 압도적인 검은 마나가 검은 구체를 압박하더니 터트려 버렸다.


공기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며 거대한 어둠의 마나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잘했다. 용용아."


이것으로 상대도 손쉽게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



"쿨럭..."


검은 마탑의 최상부.

카이몬은 각혈을 했다. 돌연 느껴졌던 진득하고 막대한 어둠의 힘.


그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궁국에 달하는 흑마법의 역치.


'어떻게 저런 자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인가!'


간신히 마나가 역류하는 것을 끊어냈다. 카이몬이 8서클 마법사 아닌 낮은 서클의 마법사라면 그대로 즉사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압도적인 힘.


"괜찮으십니까?"

"카이몬님을 모셔라!"

"빨리 치료사를 대동해!!"


모여있던 흑마법사들은 놀란 표정으로 각자 소리를 지르며 떠들었다.


곧 카이몬이 입을 열었다


"바이서스가 당했다."


그 말에 술렁이던 회의장이 숨 막힐 정도로 조용해졌다.


"북부로 가서 봉인된 악마를 풀어내는 것을 위한 계획은 잠시 동안 금한다.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이 북부. 그것도 마물의 숲에 살고 있다."

"그럴 수가···."


강한 흑마법사들조차 들어가기 꺼리는 그곳에 도대체 누가 산다는 말인가.


그것도 조직이라니. 전혀 어떤 조직인지 추측조차 하기 힘들었다.


바이서스는 북부에 집착하는 놈이었다. 마법사가 대개 그렇듯 어느 하나에 빠지면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골수 기질이 있다.


결국 바이서스의 마지막은 죽음으로 끝났다.


그 와중에 상층부에 모인 흑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손익을 고려했다. 바이서스가 빠진 자리에 누구를 추천해야 할지. 그를 따르던 흑마법사 무리 중 받아들일 쓸만한 자가 있는지 말이다.


이안이 보았다면 비웃을 모습.


흑마법사도 조직에 속해있으며 어떤 자들보다 세속적이다. 어떤 거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결국 자신의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북부에서 사는 미친놈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런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조직이 숨어있다니.


바이서스는 뭔가를 알고 있었던 걸까.


"나는 짧은 요양에 들어가겠다. 이번 회의는 이것으로 끝이다. "


모두가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다들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갔다.


이제 시작이었다. 서로의 세력을 흡수하기 위한 싸움은.



***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오니 어느새 고블린들이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뭐지?"


카론은 눈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곳의 고블린 무리가 복속을 해왔다. 작은 부족이 몇 개 있어서 받아 주었을 뿐이다."


대륙 어디서도 고블린이 산다고 하더니. 이 근처에서 기감이 잡힌 적 없으니 좀 먼 곳에서 왔겠군.


그건 그렇고. 이 자식은 왜 언제나 허락을 받지 않고 실행한 뒤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지.


허락보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 하지만. 이걸 자신에게 써먹다니.


"용서해 주는 거냐? 고블."

"그럴 리가 있겠냐? 너는 여기에 고블린 왕국이라도 하나 세울 생각이냐?"

"우리가 왕국이라니? 약한 고블린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고블."


이안은 한곳을 가리켰다.


"저 동상은 누가 만들었냐, 아주 개떡 같은 얼굴인데 나는 아니겠지?"


아주 억울하게 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조각할 거면 잘할 것이지. 한숨이 나왔다.


진땀을 뻘뻘 흘리며 카론이 필사의 변명을 했지만, 귓등으로 듣고 넘겼다.


"됐다. 마음대로 해라."



***



며칠 동안은 마물의 숲에 가지 않았다. 이미 마석은 충분히 카론에게 넘겨주었고 오러 연공법에 대해서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내일은 오랜만에 마을에 들러야겠군. 이제 강해져서 기감을 집중하면 마을에 무슨 일이 났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이안은 오늘도 누워 잠에 들었다. 드디어 원하는 대로 심상 세계로 들어왔다.


'다시 와버렸군.'


이게 얼마만이지? 곧장 터벅터벅 걸어가서 빛이 나오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언제 들어올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거의 한달 가까이 흐른 것 같다.


네크로맨서로 느껴지는 힘. 이런 힘이 있다면 어떤 세력이든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아쉬움이 든다.


자리에 앉는 순간 광채가 뿜어져 나오며 순간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된다.


눈을 뜨자 지켜보는 시선. 총 11명의 인원이 다 차 있다. 경계 어린 시선들. 호의적인 시선 따위는 없다.


"내가 늦은건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


거만한 말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자 눈을 흘기는 이들.


상석에 앉은 여인이 입을 열었다.


"또···오셨군요.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심심해서 말이지."

"겨우 그런 히칞은 이유로 이곳에 참여했단 말이오!"


뭐야 저놈은.

방금 소리를 지른 자를 바라보았다. 바로 앞좌석에 앉은 인물. 블러처리로 정확히 보이지 않지만 대충 보자면 거대한 덩치를 한 사내.


저번에 왔을 때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그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알고 소리치는 것이냐?"

"나는···."


다시 말을 내뱉으려던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커헉. 이럴 수가..."


한 명에게 집중되는 짓누르는 노도와 같은 기세.


힘 조절했음에도 녀석에게 가는 압박은 너무 강렬했다. 무릎을 꿇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힘.


만렙 네크로맨서의 기세만으로도 거구의 사내는 감히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저번에 만나지 못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 들었나 보군. 이번 한 번만 자비를 보여주지. 경고하지. 다음번에 똑같은 태도를 보인다면 이번과는 비교도 안될 힘이 너를 덮칠 것이다."


상석에 앉은 여인은 깊은 한숨이 허공이 맴돈다. 그녀는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나왔지만, 대화를 이어갔다.


"일단 계속 이어진 대화를 나누죠. 검은 손가락 내부에서 모든 인원이 북쪽에서 철수했어요. 갑자기 돌아가는 낌새가 이상해요. 내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는 분은 이야기를 나누죠."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것은 들은 적도 없습니다."

"저 또한."


다들 고개를 젓거나 모른다는 의사를 표했다.

여자의 정보력은 제법인 듯했다. 아래에 제법 큰 정보를 가진 세력이 있는 게 아닐까 추정된다.


사슴의 뿔이 달린 여인이 입을 열었다.


"확실한 건 그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내부에서 조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나고 있어요."

"내부 분열이라도 생긴 건가?"


바로 옆에 앉은 사내. 양쪽 팔짱을 끼고 있다.


"한가지 질문을 하지. 여기가 테이블이라는 조직인가?"

"지금은 질문을 받아줄 때가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알아낸 거죠? 아니. 애초에 당신 정도의 힘을 가진 자라면 우리의 존재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겠군요."

"북부에서 검은 손가락이 왜 철수했는지 말해줄까?"


자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바이서스 그 자가 죽었기 때문이겠지.


또한 마나의 연결을 중간에 끊어버린 것도 먹힌 듯 싶었다. 이상하게 캐릭터로 오면 거만을 떨고 싶어 참을 수 없었다.


모두의 눈이 이안에게로 향했다. 상석의 여인이 이안을 주시했다.


장난기 다분한 웃음이 가면 안에서 흘러나온다. 그러자 거구의 사내는 그렇게 당해놓고도 담대하게 의자에 앉아 소리쳤다.


"장난칠 거면 그만하시오!"

"내가 경고했을 건데?"


흠칫 떨며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나를 너무 싫어하는군. 너희가 모르는 정보를 주겠다."

"왜죠?"


여인의 말에 실소를 흘렸다.


"나는 이곳의 일원이 아닌가? 보니까 이 공간을 만든 자의 반지의 선택으로 정해진 것이니 너희가 일원으로 받아들이냐 마냐는 결정할 수 없는 처지 같은데?"

"하지만 당신은 어디에도 소속될 생각이 없다고..."

"마음이야 언제나 바뀌는 것이지."


뻔뻔함에 여인은 어이가 없었다.


"좋아요. 그럼 답해주세요. 테이블의 일원으로서."

"그들이 북부에서 하려던 행동은 지금껏 봉인된 악마를 풀기 위해서였다."


탁자 앉은 자들은 하나같이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오래된 전설에서나 나오는 악마라니.


그것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에 양팔에 소름이 돋는다.


"설마 진짜로 악마를 깨워서 철수한 것인가?"

"아니에요. 그러면 진작에 눈치를 우리가 챘겠죠."


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안은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잠깐 저것이 진실이라는 보장이 있소?"


덩치큰 사내의 말에 다들 상석 여인을 본다.


"...솔직히 믿기지 않지만 진실이에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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