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포더엠
작품등록일 :
2024.09.10 19:28
최근연재일 :
2024.09.19 14: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534
추천수 :
106
글자수 :
64,154

작성
24.09.11 09:05
조회
276
추천
12
글자
14쪽

3화

DUMMY

“용용아 수고했다.”


촌장에게 받은 물품들은 아공간에서 꺼내놓고 용용이의 팔은 들어갔다. 이안의 집은 마을과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마음먹고 이곳에서 달린다면 마을까지 30분 정도 걸리겠지만, 일반인들은 가기에는 매우 먼 거리였다.


가까운 곳에 폭포가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향했다. 괜히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다.


푼 짐에는 오이향 비누가 상자채로 가득 차 있다. 오랜만에 제대로 씻어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게 얼마만인가. 비누라니!


시원한 폭포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집에서 옷을 벗고 나왔다. 한마디로 지금 자연인과 다름 없는 처지.


어차피 여기에 사람이 있을리도 없고, 수건과 갈아입을 옷만 아공간에 넣고 꺼내 입으면 되었다.


“캬. 이거지!!”


비누로 박박 씻었다. 지금까지 자주 씼었지만 뭔가 허전함이 있었다. 그것을 비누가 채워 주었다.


애매랄드 빛의 폭포가 아름답게 아름답게 흘러내렸다. 혹시 이 물이 누군가의 식수로 들어가지 않겠지?


쓸데없는 잡념이 머리속을 맴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상쾌한 기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곳은 벌레들을 걱정을 할 수 있었으나 아공간에 살짝 열어두면 용용이에게 주변 반경에 있는 벌레들 처리하라고 명령을 내린다면 다 초토화가 되었다. 어떤 벌레도 그 후로는 이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아공간에 꺼낸 옷을 다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때 멀리서 작은 기척이 느껴졌다.


“뭔가 약한 녀석인데. 정체가 뭐지?”


생명체는 정확히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막 씻었는데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처리는 용용이가 할 것이지만 이건 기분의 문제였다.


“그냥 보낼줄때 가라.”


안타깝게도 녀석은 이쪽을 정확하게 알고 오고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일부로 죽이지 않고 기다려 줬다. 그러자 멀리서 인간의 말로 소리가 들려온다.


“헤엑. 헤엑. 인간. 도와달라. 마물이 나타났다. 고블!”


그건 고블린이었다. 몬스터 중에서도 최약체에 가까운 녀석들.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마을을 형성한 고블린이었다.


굳이 처리하지는 않았다. 너무 하찮은 녀석들이었다. 무엇보다 이안의 집보다 마물의 숲이 더 가까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물이 나온다면 먼저 공격당하기 쉬웠기에 그대로 두었는데, 진짜로 공격당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도와달라. 헤엑. 고블.”


뛰어와서 힘들었는 지 고블린을 엎드린 채 가뿐 호흡을 내뱉었다. 이안은 고블린을 보면서 물었다.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고블.”

“왜?”

“이웃끼리는 서로 돕고 사는 거라 배웠다. 고블.”


이 자식. 아니 이 고블린은 도대체 어디서 뭘 배운거야.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애초에 몬스터가 이렇게 말을 잘했나.


“똑똑한건 알겠네. 도대체 누구한테 말을 배운거야?”

“내 스승은 인간이다. 마법사셨다. 고블.”


이안은 눈만 깜박였다. 스승이 인간에 마법사인 고블린이라. 이게 무슨 조합일까.


“혹시 너도 마법사냐?”

“그렇다. 고블. 그런데······.”

“클린 마법을 할줄 아나?”

“당연히 그 정도는 한다. 고블. 마물이······.”

“얼음마법은?”

“얼음을 만들라고 하면 만들 수있다. 고블. 그것보다······.”

“설마 불마법도 할줄 아나?”

“기초적인 건······.”

“너 제법 쓸만한 고블린이구나.”


이안은 미소지었다. 파티에 마법사가 있는 건 강력한 마법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편리해서 였다.


물론 거짓말이다. 아무리 편리해도 값비싼 마법사를 함부로 부려 먹을 수 있나.


하지만 지금 이안에게는 그 편리함이 필요했다. 강력한 마법사 따위는 필요없다. 마법사라는 이름의 좋은 도구가 필요했다.


“여기 있어라. 내가 빠르게 가서 처리하고 올테니.”


마물의 숲의 크기는 어디까지 인지 측정되지는 않았다. 오랜 세월동안 강력한 마물들이 살아가는 숲을 탐험할 정신나간 인간은 나타날리가 없었다. 있다고 한들 살아 돌아온 이는 없을 것이다.


숲은 어둠의 마나가 짙게 머무르는 곳이라 일반인들은 들어가기만 해도 각종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굳이 숲밖으로 나오지 않는 마물들을 경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둠의 마나가 짙은 환경에 적응해 버려서 숲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영역을 두고 다투다가 숲의 경계의 끝까지 밀려난 개체만이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밀려난 마물 조차 기사 한명이 상대해야 할 만큼 강력한 존재. 그들을 쉽게 생각하다가는 목숨을 잃기 십상이었다. 마나를 깨달은 마물들은 하나같이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도착한 고블린 마을은 쑥대밭이 되었다. 마물에게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고블린 사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체들은 하나같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긴 흔적이 남았다. 갈고리 모양으로 땅에 긁혀져 깊게 파여 있었다. 마물의 손톱이나 발톱의 흔적이었다.


“흠.”


기감을 펄쳐봐도 어디에서도 마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벌써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이 아닐까. 마을로 갔다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발자국이 남아있지 않아서 어디로 갔는지 찾아낼 수 없었다. 발자국을 어떻게 남기지 않았을까. 엄청난 점프력을 가진 놈인가.


고블린의 상당수가 땅굴 깊숙히 숨어있는 게 기감에 느껴졌다. 과연 똑똑한 마법사 고블린이 만들었는지, 곳곳에 굴이 있어서 마물이 오면 언제든 쉽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 굴이 얼마나 넓은지 기감을 넘어서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땅에 없다면···'


“용용아!”


순간 위에서 서늘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미 말도 하기전에 아공간이 열렸다.


쉬이이익ㅡ


머리 위에서 바람을 가르고 내려오는 파공음이 매섭게 들려온다. 어느새 마물의 그림자가 바닥에 커다란 그늘을 만들었다.


기척을 못느꼈던 이유가 있었다. 마물이 저 먼 하늘 위에 떠 있었던 것이었다. 전혀 예상밖의 상황.


'큰일날뻔 했네.'


끼에에엑ㅡ!


“용용아 죽이지 말고 있어봐.”


마물은 용용이의 손에 잡힌 채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둠의 마나에 침식되어서 점점 몸이 녹아내린다.


이미 마물의 눈은 공포로 가득찼다. 공중에 활강하며 먹이를 잡아채려고 했는데, 허공에서 거대한 뼈마디가 나타나, 그대로 붙잡힌 것이다.


어둠의 마나는 마물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애초에 마물의 숲에서 사는 이유도 농도 높은 어둠의 마나 때문이었는데.


그런 마물조차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용용이의 어둠의 마나는 얼마나 강한 농도를 가졌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압도적인 마나에 의해 마물이 아무것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잘했어. 용용아. 큰일날 뻔 했네.”


날아다니는 마물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고블린 자식. 날아다는 걸 왜 말해주지 않은거야.


어지간한 큰 독수리사 참새로 느껴질 만큼 비교도 안되는 크기. 1미터 남짓 될 것 같은 날카로운 발톱.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부리와 눈동자.


기사가 쉽게 상대 못 할 만 했다. 아니 오히려 이런 마물을 상대할 수 있는 기사가 대단하고 할 것이다. 거기에 날아다니는 마물은 한층 더 까다로운 존재가 틀림 없다.


레트로 마을의 목책이 생각났다. 실제로 마물을 마주하자 그건 장난감이나 다름없었다.


북부 병사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목책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짐승들이나 막아주면 다행이다.


순간 마물이 발악하듯 몸속에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더 관찰하고 싶었지만 일말의 기회 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죽여.”


그대로 용용이의 손에 마물은 터져버렸다.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존재였다.


마물이 피떡이 된 그 안에는 마석이 존재했다. 용용이가 그걸 펄쳐서 보여주었다.


“아공간에 가지고 있어봐.”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괜히 마물을 잡았다가는 소문이 날 수 있었다.


하남자라 할지 모르지만 소문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아직은 힘이 부족했다.


그저 북부의 평화로운 라이프를 즐기고 싶을 뿐이다.


아공간에 넣어두고 언젠가는 쓸일이 있을거라 생각할 수 밖에.


마물을 죽이자 몸속으로 막대한 기운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강해지는 기분. 압도적인 충족감이 몸을 지배했다.


짐승 한마리씩 잡다가 마물을 잡으니, 주는 양이 차원이 달랐다. 마치 게임으로 따지면 경험치 0.01씩 주다가 100이 힌번에 채워지는 기분.


짜릿한 기분에 중독될 거 같다. 하지만 마물을 잡기에는 너무 위험도가 높았다. 밀려난 개체조차 이렇게 강한데.


어느새 키가 조금 더 커지고 근육이 커졌다. 이러다가는 누군가가 바바리안으로 착각할 것 만 같다.


힘이 쎄지는 건 좋은데 몸은 왜 자꾸 커지는거야.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일로 마물을 위험성을 잘 알았다. 하지만 몸에 들어온 기운의 맛을 알아버렸다. 이제 마물을 잡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때 땅속에 있던 고블린들이 부들부들 떨며 기어나왔다. 저들도 마물의 기운을 느끼고 죽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런데 같은 편으로 인지한 것인지 용용이이가 마나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 같았다. 아주 똑똑했다.


독수리를 닮은 놈이 먼저 공격할 때도 명령보다 먼저 나갔다. 아주 만족스러운 녀석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동료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배신을 한다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남자는 이런 걱정도 해야 한다니.


이번 생은 친구를 사귀지 않기로 했다. 아니 그건 저번 생도 마찬가지였나.


“고블. 고블.”

“카칵. 고블.”

“얘들이 뭐라는거야. 너희들은 말 못 하냐?”


고블린들은 밖으로 나와,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뭐라는 건지 알아들 수 없었다. 대충 감사하다는 뜻이겠지.


마물도 죽였겠다, 마법 도구 아니 통역사를 데려오기로 했다.



* * *



카론이라 읽고 마법사라 말하며 마법 도구라고 머릿속에 인식이 박힌 존재.


카론은 이안을 따라 다시 마을로 향했다.


“정말 마을을 구해준 것이냐? 고블.”

“그래. 그런데 너 왜 날아다니는 마물이라고 말안했어?”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계속 질문을 해서 답하지 못했다. 고블.”

“내 기억에 그런 일은 없는데.”

“······.”


카론은 인간은 참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도와준 것과 별개의 김상이다.


카론이 도착하자, 고블린들이 지하에서 떼로 튀어나왔다. 아주 눈물겨우 상봉이 아닐 수 없었다. 새끼 고블린들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귀여웠다.


지구의 묘사와 다르게 이 세상의 고블린들은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긴 종족이다. 작고 털이 복실복실한게 애완동물로 키운다면 괜찮을 것 같다.


“고블! 고블!”

“뭐라는 건지 통역 좀해봐.”

“고블고블이라 한다. 고블.”


이안이 노려보자, 카론은 오해라는 듯 손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진짜. 말 그대로 고블고블이다. 반갑다는 뜻으로 의성어다. 고블”

“의성어같은 어려운 단어 쓰지마라. 그럼 반갑다로 해석해주면 되잖아.”

“내가 잘못했다. 고블.”

“그나저나 마을을 지하로 깊게 잘만들었네.”


카론은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 하게 말했다.


“마물이 근처에 살아가는데, 당연히 이 정도 대비는 해야한다. 고블.”

“땅 아래는 잘보이냐?”

“마법등을 만들어 달아났다. 고블”

“마법등이라. 어차피 난 밤에도 잘보이는데 그건 쓸모없네.”


고블린들이 지하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각종 보석과 금과 은, 알수없는 광석들이 산더미 처럼 쌓였다.


“고블!!”

“신께 바치는 공물이라고 한다.”

“왜 나를 신이라고 생각하는 지 물어봐라.”


카론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답했다.


“마물을 처치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어둠의 기운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감쌌다고 했다. 그런 힘이면 신이 아니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고블.”

“마음대로 생각해라. 근데 나는 딱히 줄게 없는데. 이거라도 가져가라.”

“히익······!”


아공간에서 거대한 용용이의 팔이 나오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카론도 깜짝 놀라서 멍하니 그걸 보고 있었다.


“마석이다. 받아가라.”

“저, 정말 신이라도 되는 것이냐. 고블”

“신은 무슨.”


용용이가 공물들을 가져간 뒤에도, 떨면서 고개를 들지 못한 고블린에 비해 카론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마석이라니, 이렇게 귀한걸 받아도 되는건가. 고맙다. 고블.”


어차피 어떻게 처리하나 했는데 마법사에게는 마석이 좋다고 하니, 카론에게 자비롭게 배풀기로 했다. 앞으로를 위해서도 녀석의 마법이 강해지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인간이 아니라 내 이름은 이안이다. 앞으로 이안이라 불러라.”

“이안. 덕분에 마석이 있으면 5서클에 오를 수 있다. 고블.”


생각보다 높은 경지에 신기했다. 쬐그만한 고블린이 5서클 마법을 쓴다고 생각해보았다. 생각보다 성능 좋은 도구였다.


“나에게 일단 클린마법을 써봐라.”

“아, 알겠다.”


말에 토달지 않고 바로 카론은 마법을 썼다. 몸이 깨끗해지고 옷도 보송보송해졌다.


나무가 빽빽한 숲속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상쾌한 공기를 한 모금 들이킨 듯한 기분이었다.


“흠······그래도 따뜻한 물에 비누로 씻는게 기분이 더 좋네.”


아침에 일어나서 씻기 귀찮을 때 쓰는 거라면 나쁘지 않았다. 뭔가 한번에 깨끗해져 편리했지만, 씻고 나서의 특유의 개운한 맛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시킬 일이 생각났다.


“카론 혹시 마법으로 물을 따뜻하게 데우는 욕조를 만들 수 있나?”

“고, 고블?”


열망가득 한 시선에 카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디서 보았더라. 맞다. 저건 도시에 살았을 때, 노예들을 부려먹던 뚱뚱한 귀족들의 시선과 다를바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속 드래곤을 숨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11화 NEW 3시간 전 69 7 13쪽
10 10화 24.09.18 160 14 13쪽
9 9화 24.09.17 176 7 12쪽
8 8화 24.09.16 214 9 13쪽
7 7화 24.09.15 222 9 12쪽
6 6화 +1 24.09.14 229 8 13쪽
5 5화 24.09.13 250 9 13쪽
4 4화 24.09.12 258 9 12쪽
» 3화 24.09.11 277 12 14쪽
2 2화 24.09.10 286 10 14쪽
1 1화 24.09.10 394 1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