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게임에서 헌터를 능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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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만
작품등록일 :
2024.09.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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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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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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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민간인

DUMMY

「이곳이 그 무섭다는 폐가로군! 어디 실력 좀 볼까!」


딸깍.

아무 키나 누르니 헌터가 단칼에 귀신을 죽여버렸다.


「하하. 귀신도 이 1위 헌터 님께는 안 되는군!」


[Thank you for playing!]

=====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된 게임이 그대로 끝이 났다.

이거 하려고 퇴근하고 뛰어온 건데.


“하···. 공포 게임이라며.”

나는 게임을 꺼버렸다.


오랜만에 공포 게임이 출시했길래 잔뜩 기대했더니 상상 이상의 똥겜이었다.

똥겜 중에도 개똥겜.


그럼 그렇지, 요즘 공포 게임을 만들 리가 있나.

헌터와 던전이 즐비한 세상, 현실이 공포 게임보다 흥미진진했다.


“그래도 이건 너무 관심 없는 거 아니냐. 귀신이 칼에 베여 죽는 게 말이 되냐고.”


플레이어한테 무기를 주는 순간 이미 공포 게임이 아니었다.

그냥 둠 시리즈나 마찬가지지.


윙윙-

그때 핸드폰에 문자 하나가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고하루 엄마에요.]


우리 반 학생의 부모님의 문자.


“이게 공포다 공포.”


시간이 벌써 밤 10시가 가까웠다. 이런 시간에 무슨 긴급한 내용일까.


[내일 급식이 생선조림이던데 우리 애는 생선 싫어해서요. 선생님께서 다른 급식으로 바꿔주세요^^]


내가 왜 초등학교 교사가 됐을까.


부모님이 그걸 원했고. 눈떠보니 교사였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서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공포 게임?

그마저도 이젠 소멸 예정이니 내 인생에 낙은 없었다.


“선생은 무슨. 급식의 생선님보다도 못한 취급이네.”


나는 사회성과 가식을 잔뜩 집어넣은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보내자마자 서너 개의 문자가 잇따라 돌아왔다.


“교사 때려치울까···. 헌터나 해?”


요즘 시대에 ‘헌터 할 거야’는 ‘나 유튜브 할 거야’랑 똑같았다.

어차피 못하는 걸 알기에 현실도피를 꿈꾸는 것이었다.


“쯧. 헌터는 필요 없고 공포 게임에 빙의나 했으면.”


나는 담배를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누가 볼까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조금 걸으면 골목 하나가 있었다.


가로등이 다 꺼진 골목인데, 사람도 집도 없는 으슥한 곳이라 내 전용 흡연 구역이었다.


터벅-

나는 익숙하게 어두운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얼마나 외진 곳이면 고작 골목 들어갔다고 주변이 암흑 같았다.

망가진 가로등은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차라리 여기가 아까 그거보다 낫네.”

공포 분위기는 확실한 골목이었다.


터벅- 터벅-

그렇게 골목을 절반쯤 지났을까.


파앗-

머리 위에서 가로등이 켜졌다.

강렬한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주변을 둘러쌌다.


그 환한 빛에 절로 눈을 찡그렸다.


“으윽. 갑자기 뭐야.”

나는 침착하게 가로등 빛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덜컥-

바닥이 사라지며 발이 빠졌다.


맨홀 뚜껑이라도 열린 걸까.

그런 추측을 할 새도 없이 나는 그대로 밑으로 추락했다.


어둡고.

깊고.

고요한 공간으로 나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지직- 지지직-

눈앞엔 노이즈가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 정도가 도를 지나쳐 시야가 찢겨나갈 때쯤.

나는 바닥에 떨어졌다.


쿠당탕-!

나는 우스운 자세로 굴렀다. 떨어진 높이를 생각하면 즉사였다.


그러나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멀쩡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긴 어디야. 하수구는 아닌 것 같은데.”


금방 떨어졌던 위쪽은 평범한 천장으로 덮여있었다.



<소중한 집>



내가 떨어진 곳은 누군가의 집이었다.


골목에 싱크홀이 반지하로 이어졌나?

그럴 리가.


여긴 너무나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거실과 주방도 넓고, 방도 많았다.


분명 평범한 집인데도 무언가 으스스했다.


푸른 달빛이 집 곳곳에 스며들며 기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집안의 불이 전부 꺼졌음에도 모든 게 뚜렷하게 보였다.


“분위기 살벌하네. 폐가는 아닌 것 같은데.”


어렸을 적 살던 낡은 아파트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다행인 건 집에 아무도 없었다.


“강도로 오해받기 전에 일단 나가자.”


나는 서둘러 현관으로 향했다.


철컥-

그렇게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차가운 문고리의 서늘함이 전신을 훑었다.


바스락-

문 너머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꺾어 문의 렌즈를 봤다.


“저거 뭐야.”


문밖에 점토 덩어리 같은 사람이 서 있었다.


머리통이 상체를 뒤덮을 정도로 큰 괴이한 모습이었다.

녀석은 농구공만한 눈알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앞에 문구가 떠올랐다.



<Chapter. 0 - 침입자>



“침입자...?”

어디선가 본 듯한 글씨체였다.


기억을 더듬으러 렌즈에서 눈을 뗐다.


팟-

현관의 센서등이 켜졌다.


그러자 본능적으로 두뇌가 회전했다.


침입자.

문밖에서 괴생명체가 집을 노려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불이 켜진 걸 녀석도 봤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나는 곧장 문의 안전고리를 걸었다.


그리고 옆으로 몸을 굴렀다.


삑삑삑삑.

쾅-!


문 옆의 벽에 몸을 숨기자마자 현관문이 열렸다.


콰극-!

그러나 걸어둔 안전고리 덕에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ㄴ...ㅜ.... 구...ㅑ....”


마치 테이프를 늘어뜨린 듯한 목소리가 현관에서 들렸다.

문 앞에 서 있던 <침입자>라는 녀석의 목소리였다.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놈.

그러나 자잘한 회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쾅.

녀석이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힌 걸 확인하자마자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침입자.


그건 단순히 현관으로만 오지 않았다.


벌컥.

나는 가까운 방문을 열어젖히고 곧장 창문에 달라붙었다.


쾅. 철컥.

그리고 방마다 달린 창문을 전부 닫았다. 잠금장치도 잊지 않았다.


“챕터 0···. 침입자···. 이건 분명···.”


벌컥.

그렇게 가장 큰 방을 열었을 때.


“ㄴ...ㅓ....”


열린 창문으로 침입자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쿠당탕- 쾅!


쿵!쿵!쿵!쿵!쿵!

간발의 차로 녀석이 들어오기 전 창문을 닫았다.


이로써 녀석이 침입해 올 곳은 없었다.

내가 멍청하게 소란이라도 피우지 않는 이상, 한동안은 안전했다.


“하. 이게 갑자기 뭐야.”

나는 그대로 거실에 주저앉았다.



이 푸른 달빛이 가득한 집.


터벅- 터벅-

쉴 새 없이 현관 밖을 돌아다니는 발소리.



이건 내가 아는 공포 게임의 내용이었다.


몇 년 전에 베타로 참여했던 게임의 흐름과 똑같았다.


당시에 몇십 시간을 했기에 서서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면 여기가 게임 안이라고?”


‘내가 공포 게임의 안에 들어왔다.’

그걸 쉽게 증명할 방법이 있었다.


나는 부엌의 찬장을 열었다.

안에는 성냥갑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성냥갑>

- 화르륵.



성냥갑을 집자 아이템 설명이 떴다.


“진짜라고. 여기가 진짜 게임 안이라고.”


나는 재차 확인을 위해 물건 몇 개를 더 집었다.


<국자>

- 깡!


<찬밥>

- 썩었다.


테두리가 반짝이는 물건마다 설명이 나타났다.


“진짜네. 게임 안이 확실해.”


게다가 저 불친절한 설명을 보니 기억이 완전히 돌아왔다.


“하필 공멸먹이냐···.”


나는 천천히 거실로 걸어 나갔다.


이곳은 내가 아는 최악의 공포 게임.


<공포는 멸망을 먹는다>의 튜토리얼이었다.


나는 이 공멸먹의 유일한 베타 테스터였다.


덕분에 침입자의 침입 루트를 익숙하게 막아낸 것이었다.


“이걸 직접 하게 될 줄이야. 탈출 방법은 베타 때랑 똑같겠지?”


당장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탈출해야 했다.


<공포는 멸망을 먹는다>는 플레이어의 죽음을 권장할 정도로 어려웠다.

끝도 없이 죽을 위기가 찾아올 게 분명했다.


“탈출까진 멀었나. 그전에 게임과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자.”


나는 거실의 베란다로 향했다. 그리고 커다란 베란다의 유리창에 붙어 바깥을 확인했다.



밖은 아파트 단지처럼 생겼다.

마치 닭장처럼 빽빽하게 수많은 집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거 게임에선 텍스트로만 본 건데.”


집 밖에는 수많은 침입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도로에도.

놀이터에도.

주차장의 자동차 안에도.


수많은 침입자가 이곳저곳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어떤 집에 사람이 있는지 찾기 위한 것처럼.


그들에게 잡힌다면 결과는 뻔했다.


“잠시만···. 저거 사람인가?”


간혹 사람도 보였다.

집의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거나, 도로를 달리며 소리치는 등.


베타 때는 없던 내용이었다.


어쩌면 나와 같이 이곳에 끌려온 사람들일까.

그런데 그들의 옷차림이 조금 이상했다.


커다란 칼을 들고 있거나.

반짝거리는 장신구를 두르고 있거나.

두루마리 같은 걸 허공에 휘두르는 이도 있었다.


내가 아는 ‘헌터’라는 자들과 유사했다.


그러나 매체에서 다루는 헌터는 용맹하며 강력한 자들이었다.

귀신이고 몬스터고 쓸어버리며 공포 같은 걸 느끼지 않는다고.


그런데 창밖의 사람들은 달랐다.


살려달라며 울부짖었다.

침입자에게 잡혀 창밖으로 내던져졌다.

해탈한 표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저런 건 흔히 말하는 ‘헌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타 때와 달리 새로운 업데이트라도 했나.

딱히 무서운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밑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베란다 창. 베란다 창.

<침입자>. 베란다 창.

베란다 창. 베란다 창.

베란다 창. <침입자>.

베란다 창. 베란다 창.


빽빽이 들어찬 베란다 창문.

그 커다란 창 중간중간 침입자가 있었다.


그들은 나처럼 거실 창에 달라붙어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수의 침입자가 변태처럼 창에 달라붙어 있었다.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사방에서 수십 개의 눈이 날 찾고 있었다.


그 광활한 광경에 압도당한 탓일까, 나는 그만 잊고 말았다.


튜토리얼에서 거실 창에 오래 붙어있으면 어떻게 됐었는지.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멸망 침입자이(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쿵-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던 침입자 하나가 내 쪽을 응시했다.


블라인드 사이로 눈만 빼꼼 내밀어서 절대 보이지 않을 텐데.

녀석이 날 보며 중얼거리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그렇지 않았다.


푸른 달빛은 너무나도 강했고.

그 달빛 탓에 블라인드에 그림자가 졌다.


“이런 미친.”


그 덕에 나는 다시 떠올렸다.

거실 창에 오래 붙어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쿠당탕-

다른 집에 있던 침입자가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 목적지는 다름 아닌 이곳이었다.


“괜찮아. 안전고리가···.”


덜렁.

안전고리가 완전히 박살이 나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왜···. 설마 아까?”


침입자가 현관문에 몸을 들이박았을 때.

그때 안전고리가 부서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베타 때의 침입자는 그런 힘이 없었다.

기껏해야 열린 문이나 창문으로만 들어오는 놈이었는데.


게다가 문에 균열이 생겼다.


끼이익-

닫혀있던 현관문이 조금 열렸다.


틈.


현관문의 틈 너머로 어두운 계단이 보였다.


쿵 쿵 쿵쿵 쿵쿵쿵쿵쿵

그 너머로 침입자가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거실로 뛰어 옷장에 숨을지.

현관문으로 뛰어 문을 닫을지.


깊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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