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게임에서 헌터를 능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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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만
작품등록일 :
2024.09.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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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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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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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수위(2)

DUMMY

“전화기는 아직도 안 되나.”

“예. 그렇습니다.”


한창 민간인 씨가 1챕터에 갇혀 허우적대던 때였다.


지상, 그러니까 현실에선 그와 접촉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진입 시도.

이동계 헌터의 스킬 사용.

고급 주문서 이용.


그러나 빈번히 실패할 뿐이었다.


“협회장님. 그 사람을 돕는 게 옳은 건가요?”

그 과정에서 헌터 협회는 예산을 꽤 소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헌터 협회장, 김덕팔은 완고한 입장이었다.


“그래. 저곳에 갇힌 헌터가 몇인 줄 아나. 그자를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 해.”


김덕팔이 엘리베이터를 빤히 바라봤다.


게이트가 생기며 각성자가 나타난 이 시대에.

헌터는 당연한 것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그 모든 헌터가 사라졌다. 저 <공포는 멸망을 먹는다>라는 던전으로.


이제껏 보지 못한 유형의 던전이었다.


입구, 출구 없음.

중단 혹은 포기 불가.

무적과도 같은 몬스터.

헌터가 민간인 수준으로 약해지는 디버프.


그 외에도 안쪽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점까지.


헌터 협회장인 김덕팔에겐 지옥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에겐 소중한 헌터들을 전부 잃을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김덕팔이 믿을 건 민간인 씨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에도 무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협회장님! 강서 쪽 아파트 단지에 이상한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뭣이. 대체 무슨 몬스터길래 그렇게 소란이냐.

적당한 놈이면 협회에서 처리해.”


“그게···. 모르겠습니다! 사진만 겨우 찍어왔습니다!”


협회 직원이 김덕팔에게 사진 몇 장을 건넸다.


그곳에 찍힌 몬스터의 모습은 이랬다.


온몸이 지점토 같고.

머리가 상체를 뒤덮을 정도로 크며.

사람들이 사는 ‘집’을 노리고 있었다.


“이건... 설마....”


이건 헌터들이 증언한 <침입자>의 모습이었다.


멸망이 현실에도 나타났다.




***




“이제 1개 남았네요. 시계 수리공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잠시 복도에 앉아 쉬었다.


이 어두운 곳이 처음에는 너무나 두려웠다.


그러나 어둠이 수위에게서 안전하다는 증거가 되니 오히려 편안했다.


“열쇠는 얼마나 나왔어요?”


“정확히 2개 나왔습니다. 남은 교실의 수와 같습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첫 시계를 발견했던 건 엄청난 우연이었다.


우린 수위를 유유히 따돌리며 교실을 계속해서 열었다.


그러나 모든 교실의 시계가 고장 나지 않았다.


총 30개의 교실 중 6개의 교실의 시계만 고장 난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수위를 피해, 올바른 교실을 찾아야 하는 게임.


정공법?

아마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택한 건 무작정 모든 교실 열기.


지지리도 운이 없었지.

그렇게 우린 거의 모든 교실을 열어 총 5개의 시계를 고쳤다.


이제 남은 교실은 2개뿐이었다.


<1-1 열쇠> <3-3 열쇠>


나는 그중 3-3 교실 앞 복도에 앉아있었다.


“그럼 할까?”

“하는 김에 1-1 교실도 바로 열러 가겠습니다.”


“네. 바로 하시죠.”


이젠 동시에 2개씩 여는 경지에 이르렀다.


3-3 교실을 연 후, 나머지 둘은 곧장 1-1 교실로 향했다.


끼익-

나는 혼자서 유유히 뒷문을 열었다.


<3-3 교실>


휘이잉-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에어컨 바람이라기엔 다소 서늘했다.


“추운 수준이 아니야.”


밖에서 봤을 땐 멀쩡했던 교실이 꽁꽁 얼어있었다.


미끌.

바닥을 밟으면 그대로 미끄러질 정도였다.


“시계가 있긴 한데.”


저 멀리 보이는 벽에 시계가 달려 있었다.


문제는 딱 봐도 꽁꽁 얼어있다는 것.


“김전사 아저씨가 깰 수 있으려나.”


나는 미끄러지지 않게 가까운 의자를 잡았다.


쩌적-

의자가 얼음장보다 차가웠다.


바로 손을 떼지 않았다면 그대로 들러붙었을 것이다.


혹여나 여기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바닥을 신발로 쓱쓱 밟았다.


“게임오버의 미래가 보인다. 시계도 어차피 못 건들겠지.”


결국 3-3 교실은 포기했다.

일단 히키와 김전사 쪽으로 가서 의논해볼 생각이었다.



<1-1 교실>


“왔어? 여기 좀 이상해.”


“여긴 또 왜 이러죠.”


교실 안에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여기도 전혀 평범한 교실이 아니었다.


사방을 둘러싼 철판.

바닥에 놓인 커다란 유리 받침.

벽에 뻗어난 열선.


마치 전자레인지 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게다가 벽에는 커다란 다이얼도 있었다.


“여기에 시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위에는 어떻습니까?”


“위에 있긴 해요.”


“그럼 고쳤어야지.”


“거긴 완전 꽝꽝 얼어있거든요. 아마 여기서 뭘 하면 될 것 같은데요.”


꽁꽁 언 교실과 전자레인지 같은 교실.

두 곳의 상관관계는 뻔했다.


“저 다이얼을 돌리면 될 것 같은데요.”


나는 벽의 다이얼을 가리켰다.


다이얼 옆엔 온도를 나타내는 듯한 붉은 막대기가 있었다.


저걸 최대로 올리면 위의 교실이 녹는 거겠지.


“그럼 제가 돌리겠습니다.”


김전사가 자신 있게 다이얼로 다가섰다.


그는 자신 몸집보다 큰 다이얼을 양팔로 잡았다.


“으으윽!”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위의 수첩처럼 또 나만 가능한 건가?

“제가 하죠.”


끄응.

하지만 나도 다이얼을 돌릴 수가 없었다.


“푸흡.”


“다른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 좀 둘러봐주실래요?”


나는 다이얼 주변을 살폈다.


일단 다이얼을 절대 움직일 수 없었다. 아마 무슨 짓을 하면 자동으로 돌아가려나.


“이것 봐! 여기 바닥이 돌아가는데?”


히키가 바닥에 깔린 커다란 유리 받침대를 빙빙 돌렸다.


“오. 이걸 돌리면 다이얼도 같이 돌아가는 겁니까?”


김전사도 합세해서 돌렸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한참을 둘러보던 나는 다이얼 밑의 사물함을 열어봤다.


끼익-

안은 텅텅 비었다.


그런데 생긴 게 조금 이상했다.


사물함 안은 마치 감옥처럼 창살이 있었다. 무언가 가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쪽에 뭘 가두는 것 같아요.”


“아, 그거 다른 사물함도 전부 그래.”


“전부요?”


나는 다른 사물함도 살펴봤다.


정확히 30개의 사물함에 전부 창살이 있었다.


그때 옆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초콜릿을 뒤덮은 듯한 작은 인간이었다.

아니, 그냥 인간 모양의 초콜릿인가?


“쀼?”

그것은 생명체처럼 우다다 교실을 뛰어갔다.


“저거에요. 저걸 잡아서 사물함에 넣어야 하나 봐요!”


“알겠습니다!”


첫 초코 인간이 나오자 잇따라 다른 초코 인간들도 튀어나왔다.


“쀼!”

“삐유?”


녀석들은 정신 사납게 교실 안을 뛰어다녔다.


수가 어림잡아 딱 사물함과 같았다.


나도 서둘러 녀석들을 쫓아다녔다.


쿠당탕.


팟!

생각보다 재빨라서 겨우 하나를 잡았다.


“쀼! 쀼!”


직접 만져보니 초코 인간은 ‘초코’가 메인이었다.


형태만 인간일 뿐 말도 못 하며 몸도 초콜릿 그 자체였다.


끼익- 덜컹.

나는 감옥 같은 사물함에 녀석을 넣었다.


틱-

[무언가 작동되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다이얼이 1 눈금 움직였다.


동시에 바닥의 유리 받침대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으켁! 매캐한 냄새가 너무 심해.”


“그뿐만이 아닙니다. 교실 온도도 조금 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위층의 교실이 녹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넣죠!”


나는 다시 초코 인간을 잡으러 뛰어다녔다.


히키의 맹활약으로 사물함을 빠르게 채워져 갔다.


“으엥! 쿠헥. 코가 매워.”


히키는 연신 기침을 하며 사물함에 초코 인간을 가뒀다.


틱-


틱-

틱-

틱-

그렇게 다이얼은 서서히 오르더니.


어느덧 가장 오른쪽까지 돌아갔다. 다이얼 옆의 붉은 막대가 최대로 올랐다.


“이제 나가자!”


“네! 열기가 올라옵니다!”


나는 곧장 뒷문으로 달렸다.


덜컥.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문이 안 열립니다!”


“네?”


덜컥. 덜컥.

어느새 문이 단단히 잠겼다.


다이얼을 최대로 돌리면 문이 잠기는 거였나.


함정에 걸린 건가?

순간 방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온도가 점점 오릅니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으윽.”


스읍-

들이마신 숨에 폐가 말라가는 게 느껴졌다.


바닥의 철판이 점점 달궈졌다.

나는 서둘러 유리 받침대로 피신해 납작 엎드렸다.


“다들 이리로!”


유리 받침대만이 그나마 온도가 낮았다. 겨우 버틸 정도였다.


그러나 받침대는 빙빙 돌기 시작했고, 멀미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첩첩산중으로 사물함에서 비명이 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으아아아아!”

“삐이이익!”


초코 인간이 사물함 안에서 녹고 있었다. 사물함 틈새로 초콜릿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풍선이 터질 때 ‘펑’ 소리를 내듯.

초코 인간이 녹으며 나는 소리였다.


그것이 마치 비명처럼 들렸다.


바닥은 돌고.

비명이 사방에서 난무했다.


그렇게 정신을 놓을 때쯤.


뚝-

모든 것이 멈췄다.


주변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했다.


“멀미 나. 무슨 일이···.”


나는 히키의 입을 급하게 막았다.

“조심해요. 바깥에···.”


어느덧 교실 앞 복도에 수위가 나타났다.


다만, 녀석의 손전등은 교실 반대편을 향했다.

운동장 쪽을 주시하고 있는듯했다.


나는 다른 둘을 향해 속삭였다.

“장치는 작동했을 거예요. 수위를 피해 3-3 교실로 이동하죠.”


“그전에 저쪽 사물함에 뭐가 나타났습니다.”


초코 인간을 가뒀던 사물함.

그중 가장 밑의 왼쪽이 열렸다.


끼익-


철퍽.

다 녹아내린 초콜릿으로 범벅된 사물함에서 수첩 하나가 떨어졌다.


<학생의 수첩>

- 그을린 초코 향이 난다.



-----

이예. 오늘만 지나면 봄방학이다.


너무 좋아~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하나 못 받았지만....

그래도 봄방학이잖아!


그러고 보니까 민홍이 무리가 담임쌤한테 파티를 해준다던데.

그거나 구경갈까?

.

.

.

-----



수첩엔 어떤 학생의 일기가 적혀 있었다.

1-1 교실의 학생인가.


“저는 먼저 위에 가겠습니다. 마침 수위도 반대편만 보고 있습니다.”


일기를 다 읽기도 전에 김전사가 뒷문을 열었다.


그러나 내 눈은 아직 일기를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장 그를 막아야만 했다.


“잠시만. 안 돼요!”


학생의 일기는 중간이 끊겨 있었다.


마치 무슨 커다란 사건이라도 있던 것처럼.


긴 공백 뒤에야 학생은 이런 말을 남겼다.


-----

학교에서 불이 났어.


민홍이가 파티를 핑계로 담임 선생님을 놀리려던 것뿐이었어.


그런데 그게 하필....



불이 번졌어.


담임 선생님이 혼자 교실에 갇히셨어.

선생님이 도와달라고 외치셨는데.


난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갔어.


불이 계속해서 번졌어.


교실의 문들이 전부 불에 잡아먹혔어.


활활.

붉은 울타리가 교실을 둘러쌌어.


다른 친구들도 전부 교실에 갇혔어.


억지로 문을 열려는 애들의 손이 문에 달라붙었어.


난 무서웠어.


그래서 수위 아저씨를 불러왔어.


근데....


수위 아저씨도 도망갔어.


교실에 갇혀 불타는 친구들을 보고는.


잔뜩 겁먹어서.


급하게 도망갔어.


그러다 넘어진 거야.


쿵.

계단을 급하게 내려가던 수위 아저씨가 넘어졌어.


그리고···.

-----



그건 이 학교에서 벌어진 참극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순간 모든 걸 삼킨 불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


학생의 가장 마지막 줄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수위 아저씨가 목이 돌아간 채 죽었어.」



<외면하는 수위>

그 이름은 단순히 수위가 모두를 외면했기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그는 죽으며 목이 완전히 돌아갔다.


그렇다는 건···.

지금 수위의 손전등이 반대편을 비추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녀석은 처음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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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렌타인데이:폐교 기념일(2) 24.09.15 10 2 12쪽
3 발렌타인데이:폐교 기념일(1) 24.09.14 12 2 12쪽
2 침입자 +1 24.09.13 14 2 12쪽
1 나 혼자만 민간인 24.09.13 2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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