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멱살 잡고 대동아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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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야즈
작품등록일 :
2024.09.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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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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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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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접선

DUMMY

#001



그로부터 3개월,

민혁이 조선 어느 양반 가문의 병약한 막내 도련님으로 살아가던 어느 가을.


“2회차 인생이라ㅡ”


후덥지근하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코끝을 간질이는 하루. 병석에 누워만 있던 민혁도 이제는 간단한 산책까지는 무리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을 키웠다. 모두 자신의 귓속에만 들리는 다섯 분의 조상님 치트키 덕분이긴 했다. 육각형 스탯에, 아무것도 몰라 이세계 까막눈 되지 말라고 할부지들이 마지막까지 고이 싸매준 지식은 덤이다.


‘이거 무슨, 손주 키우기 게임에 잡혀온 느낌인데···.’


뭐, 덕분에 쥘 수 있었던 책 몇 권 또한 빠르게 습득했다. 개중에는 이미 글귀 몇 자는 통으로 줄줄 외워버릴 정도. 반쯤은 그만큼 할 것이 없어 심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또한 그가 이곳 조선에 떨어져 어느 양반가의 병약한 막내 도련님으로 살게 된 지 얼추 3개월쯤 지났을 무렵에 이뤄낸 작은 성취였다.


“으이구 병신···.”


그 순간,

문간 밖을 기웃거리던 머슴 한 놈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왜, 머슴. 꼽냐?”


그런 놈을 향해 화사하게 웃어주며 민혁은 이렇게 한마디 보탰다.


“꼬우면 너도 양반하든가?”


“으아니, 시방 이놈의 꼬마쉣기가 보자마자 지금 또 뭐라 지껄이는 거여?”


“멍청하긴, 됐고 재미없으니까 간식이나 가져와. 머슴.”


“···요, 요 쥐방울만한 것이!”


“왜. 또 이에 달라붙는 이상한 약과 가져오면 (화)장실에 던져버릴 줄 알어.”


“야!!”


그 순간, 누가 봐도 빡이 친 것이 분명한 벌건 얼굴로 씩씩대며 머슴이 말했다.


“이누므 조방울만한 서출놈이, 어?? 이게 가만히 보자보자 하니께-”


“···.”


“왜, 으른님들이 널 양반 대접해주니 너그놈이 양반인 줄 아는 거시여, 시방?”


서출놈이 양반처럼 놀려 한다. 이곳조선에 떨어진 지 채 3개월도 되기 전에 민혁이 귀가 아프게 들었던 말이다.


뭐 사실은 민혁도 좀 어이가 없긴 했다. 아니, 엄청 빵빵하게 버프 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중인 계급인 서출이라고???


이 무슨 시작부터 온갖 디버프를 줄레줄레 매달고 뛰는가 싶어 그땐 아주 조금 불만족스러웠기는 했다.


‘근데 이 집안은 어차피 천주교라고?’


즉, 집안 자체가 애초에 신분의 영향이 덜한 가풍이란 소리. 그 사실을 알아낸 민혁은 더는 저 머슴놈의 협박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히죽대며 갈궈댈 뿐.


“아~ 꼬우면 노비 문서 불태우시던가. 머슴 너 저번에도 그러려다 걸렸잖아?”


“요, 요놈어 새끼가 진짜ㅡ!!”


바로 그 순간, 머슴놈이 가로막고 선 중문 뒤에서 딱 봐도 훤칠한 키의 검은 그림자···. 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돌쇠 너 여기서 뭐하냐?”

“풉.”


상황 파악, 완료했나!?

민혁의 묘한 표정을 슬쩍 살피던 그 큰 키의 사람이 이내 곧 미간을 구기며 머슴놈의 뒤통수를 한 대, 앞통수를 두 대 더 툭툭 떄리며 차갑게 말했다.


“너, 경헌(敬軒) 도련님 또 괴롭혔나?”


그러자 머슴놈이 한참 동안 쩔쩔매던 것도 잠시. 핏기 없이 아주 창백해진 얼굴로 잔뜩 쫄아서 레퍼토리 이미 끝난 변명을 잔뜩 가져와 줄레줄레 늘어놓았다.


“아아니, 그런 건 또 아니옵고···. 저! 쪼막만한 우리 쥐방울 도련님이 자꾸 몹쓸 말씸을 하셔서, 교육! 거 교육을 좀···.”


“야, 까막눈인 네놈이, 도련님 교육을 해? 잘도 하겠다. 야, 야, 야 인마 돌쇠야.”


다시 또 툭툭툭 퍽퍽퍽 머슴놈의 앞통수와 뒤통수에 넉넉하게 싸닥션을 갈기던 것도 잠시. 한숨을 뜬금없이 푹 쉬더니, 그 큰 키의 사람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하자, 돌쇠야. 형도 지친다.”

“아, 알겟구먼유.”

“알아들었으면 꺼지고.”


그렇게 머슴놈의 전횡을 빠르고 신속하게 해결한 다음, 그 큰 키의 사람이 마루에 앉아 천연덕스럽게 발장난을 치던 민혁, 아니 경헌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이렇게 고했다.


“도련님, 가시죠. 대감마님과 주인마님께서 안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경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발 아래 부복하고 있던 검은 옷의 청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차가우면서도 단정한 얼굴과 생김새가 굉장히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이 형, 옷이 까매서 그런가 되게 무협지 나오는 사람 같네. 게다가 키도 크고.’

생각을 거기까지 갈무리한 다음, 몸종의 도움을 받아 버선을 신고 나갈 채비를 간단히 마친 경헌은 그 까만 옷의 청년과 함께 안채로 향했다.


“오늘은 너도 어미와 같이 공소에 가자, 마침 장 주교님께서 오신다고 하니, 그분께서 너를 축복해 주실 것이다.”


경헌은 바로 즉답하지 않았다. 대신 종들이 가져온 정과를 잔뜩 우물거리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을 뿐.


장 주교라고 하면 분명히 당시 조선교구의 4대 주교였던 시메온 베르뇌 주교를 말하는 것일 터.


‘이 사람도 천주교 박해 즈음에 대원군 이하응과 협상이 좌초되면서 그대로 처형당한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어머니는 자신의 정식 세례식이 치러지길 기대하는 것만 같았다. 그거 마치 자신이 이 조선 땅에 오기 전, 여동생이 보던 로판 소설에 나오는··· 데튀탕트···???? 에라이!


“마침 너 또한 <사본문답>의 구절을 잘 외우게 되었으니, 혹 정식 세례를 받게 될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


애석하게도 이미 잔뜩 들뜬 것이 분명한 그의 어머니 박씨 부인은 경헌에게 몇 주 전부터 외우게끔 닦달한 바로 그 책, <사본문답>까지 언급하며 환하게 웃었다. 난감해진 경헌은 짤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젠장··· 그러고보니 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천주교 신자였어.’


이건 단순히 옛날 육군사관학교 생도일 때처럼 주머니에 꾸겨넣을 수 있는 초코파이와 해피머니 문화상품권의 개수에 따라 절집 오빠와 성당 오빠 사이의 어딘가로 유연하게 바꿀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어느 쪽에서든 붙잡혀서 뒤지게 얻어맞기 딱 좋았다. 적어도 지금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랬다.


게다가 주변 정황이나 소문을 조합해 보면 현재 시점은 고종 즉위 원년인 1863년. 문제는 그로부터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피비린내 나는 종교박해 사건, 병인박해 사건이 터질 게 분명하다는 데 있었다. 왜냐하면 그 시작점이 고종 즉위 3년째인 1866년도거든··· 야발!


‘자칫 잘못하면 인생 시작과 동시에 머리통과 목이 이별하게 생겼군.’


그 이후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가 발생하고, 종국에는 강화도 인근에서 발생한 운요 호 사건을 계기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면서 본격적으로 개항기가 시작된다. 조선의 입장에서는 ‘난세’의 시작이었고, 이건 경헌의 입장에서도 한때 그가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길을 자원하면서 품었던 평범한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격변기라고 봐도 딱 좋았다.


물론, 그 전에 천주교 신자로 분류되어 뒤지게 될 이 뻔한 위기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이야기지만!


‘으··· 어떻게 하지.’


경헌은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경헌이 자신과 함께 공소에 방문해 장 주교로부터 축복을 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경헌은 종교와 잘못 엮여서 초장부터 아무것도 못한 채 목 없는 시체가 되어 광희문 바깥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질 신세로 전락하고 싶진 않았다.


비록 향후 이어질 병인박해 시기에 절두산에서 순교한 수많은 사람들이 현대에 들어와 복자가 되거나 성인으로 시성되는 식으로 일종의 사후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절대! 아무리 지금은 조선이란 개똥밭에 굴러도 살아는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헌의 생각은 확고했다.


“어흠!”


바로 그 순간, 고민하는 그를 줄곧 지켜보기만 했던 경헌의 아버지, 김 대감이 조용히 그를 밖으로 불러내 이렇게 말했다.


“경헌아, 네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던 시간이 길었으니, 가볍게 바깥 산책이라도 나간다 생각하고 네 어미와 함께 공소에 다녀오면 어떻겠느냐?”


“하지만···.”


경헌이 난감해하는 티를 팍팍 내비치자,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는 듯 안채 방향을 은근슬쩍 곁눈질하던 것도 잠시, 아버지가 다시금 목소리를 낮춰 경헌을 향해 말을 보탰다.


“···가서 적당히 외우고 나오면 되니라. 물론 장 주교님께서는 엄하신 분이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면 세례고 뭐고 없는 분이시긴 하지만. 뭐, 어린 네가 경구 몇 글자 정도 빼먹는다고 해서 그분께서 대놓고 꾸중하시진 않을 게다.”


쉽게 말해서 적당히 한두 글자만 틀리고 나오면 집안 망신도 안 시키고 어머니의 기분도 존중할 수 있으며 세례 또한 피할 수 있다는 꿀팁. 솔직히 이건 100% 경험자로서 조언하는 생존기 느낌이었지만, 쨌든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경헌은 어머니 박씨 부인과 함께 공소에 방문하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에 집을 나섰다. 공소 위치가 집에서 좀 거리가 있기도 한데다, 주교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하려면 바삐 달려가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아버지의 배려로 ‘보교’라고 부르는 조그만 개인 가마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경헌은 주변의 골목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호화로운 기와집이 잔뜩 들어선 자신의 집 주변 길을 지나, 가마는 가마꾼들의 설명에 따르면 경헌의 집이 있는 북촌을 떠나 저 아래쪽에 있다는 남산골(남촌)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남촌은 반가 중에서도 빈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지요. 여기서 좀 더 산기슭으로 들어가면 마님이 다니시는 공소가 있습니다요.”


가마꾼 아재의 설명처럼, 남산골에 들어오기 무섭게 커다란 버섯처럼 생긴 초가집 여러 채가 보였다. 마치 산호초처럼 잔뜩 모여 군락을 이룬 듯한 모습. 그 사이로 기와집이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었는데, 규모며 그 꼬락서니가 어찌나 허름하던지! 꼭 축축한 벽에 울긋불긋하게 핀 새까만 곰팡이플라워와도 같았다.


“있잖아요, 아저씨.”


“예, 말씀하시지요 도련님.”


“···혹시 여기가 한양에서 제일 못 사는 동네는 아니겠죠?”


“설마 남산골 말입니까? 으헤헤!!”


이런 경헌의 질문이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으며 가마꾼 아재가 말했다.


“도련님께선 농담도 잘하십니다요. 아무렴, 남산골이 아무리 썩어도 양반님들이 사는 곳인데, 이보다 못한 집구석이야 한양 안팎에 쌔고 쌨지 않겠습니까요?”


“그건 그렇긴 하겠는데-”


“아무렴요. 사대문만 나가도 주변에 토막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돈이 없으면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게 일상입니다요.”


“···대부분의 백성들이 노숙자라고???”


기가 막힌 경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중얼거리자, 이를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 인식했는지 가마꾼 아재가 껄걸 웃으며 이렇게 한마디 또 보탰다.


“그라문요, 아마 이 조선 사람의 팔 할이 다 그렇게 살고 있을 겁니다요, 으헤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나누던 것도 잠시, 가마꾼들의 움직임이 어느 큼지막한 초가집 앞에서 멈춰 섰다. 저 멀리 굳게 닫힌 나무문에 조그마한 십자가 형상이 보였다. 바로 이 초가집이 도성 내 천주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장소라는 뜻이다. 경헌은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가, 어서 가자. 곧 미사가 시작될 게다. 가서 자리를 잡아야지 않겠느냐.”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공소에 들어서며, 경헌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좋아, 일단 한 번 부딪혀 보자.’


어쨌든 자신이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면, 뻔히 알고 있는 예정된 비극을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주변 정세를 살피고, 빈 틈을 찾는 일. 생각이 여기까지 닿은 경헌은 바로 그 구상의 시작으로 여기, 공소에서 서양인 신부들을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기억대로라면, 이곳에서 만나야 할 서양인 신부들은 총 12명.


베르뇌 주교

다블뤼 주교


주교급은 박해 시기인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일타쌍피는 무리다. 대충 두 명 중 한 명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그나마 좀 나을까.


오메트르 신부

도리 신부

볼리외 신부

유스토 신부

위앵 신부

프르티에 신부

프티니콜라 신부


그리고 페롱, 리델, 칼레.


그 자신의 기억에 따르면··· 이들 12명 중 9명이 죽고 3명이 목숨을 건진다.


이 상황···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경헌이 고민에 잠겨 공소의 뒤뜰 구석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던, 바로 그 즈음.


“아가··· 너는 어찌 그리 혼자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냐?”


“···.”


조금 어눌했지만 분명한 한국, 아니 조선의 말. 그 따스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작은 초를 조막만한 막사발에 받쳐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군데군데가 해진, 그러나 깔끔하게 관리된 삼베옷과 삼베 갓을 착용한 큰 키의 사람. 어느 정도 완결된 문장의 수준 있는 조선말을 하는 점이 조금 신경 쓰였다. 단순히 평신부는 아니었다.


‘당시 조선에 와 있었던 프랑스 신부들 중에서, 조선어가 가장 유창했다고 기록된 사람은···!’


작가의말

이쯤 되면 주인공의 머릿속에 NaMwwwwkkkk가 저장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24/09/12 원고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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